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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이지상 여행가의 책을 읽었다. 그의 첫 글을 언제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글은 타이완 여행기를 다룬 에세이다. 여행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던 시절이라 상당히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의 부정확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니 2007년에 처음 만난 것 같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이란 산문집이다. 아마 이 책의 영향으로 다른 책들을 읽은 것 같은데 이때만 해도 여행 에세이는 1년에 한 권도 잘 읽지 않을 때다. 이때 받은 강한 인상이 이 여행가의 글에 관심을 두게 한 모양이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 집을 뒤지면 한두 정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카테고리 분류에 인문과 여행으로 들어가 있다. 보통 여행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인문이 들어간 것은 책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들이 상당한 깊이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모두 네 꼭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처음 두 꼭지인 경상과 충청 부분은 사료를 바탕으로 작가의 분석이 상당한 깊이까지 파고든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제주에서 마무리되는데 단순히 풍경이나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끼고, 그 의미를 전달한다. 오래된 여행가이다 보니 지난 세월의 기억도 덧칠해서 나온다. 이 덧칠은 온전히 작가의 것만은 아니다. 나의 기억도 그 이야기 속에 같이 엮인다. 내가 가 본 곳일 경우, 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경우 더욱 그렇다.
코로나 19로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여행가가 국내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내의 잘 발달한 교통은 가볍게 돌아다니기에 편하다. 차가 아닌 도보와 대중 교통을 이용한 그의 발걸음은 여유와 쫓김이 뒤섞여 있다. KTX 등으로 빠르게 이동해서 천천히 그 지역을 둘러보는 여유는 그곳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차를 운전해서 다니면 주차나 운전에 의한 피로감이 상당한데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 등을 기다리는 시간이 때로는 그 지역을 천천히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길지 않은 일정을 생각하면 여행지 곳곳을 돌아다닐 때 시간에 쫓기게 된다. 뭐 이런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한국 고대사를 여행지에서 돌아보는 과정 속에 당연히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관련해서는 <일본서기>와 비교한 부분은 흥미롭지만 단순하게 여행 에세이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 워낙 많은 학설과 이견이 뒤섞여 있는 부분이고, 작가가 정리한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역사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그 지역과 유적을 알려주는 대목은 보통의 여행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준다. 조금 유연해진 듯한 작가의 시선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온다. 읽으면서 아쉽게 느낀 점은 아이와 함께 여행해야 하는 나 같은 경우 쉽지 않은 곳들이란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더 생길 나이라면 뭐 다르겠지만.
바뀐 시대의 풍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어디일까? 경주일까? 논산일까? 군산일까? 아니면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목포일까?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간 경주, 친구와 함께 돌아본 경우 모두 다른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가면 또 다르겠지! 군에 가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간 논산은 기억에 희미하다. 입영 전날 본 영화만 선명하다. 10년 전에 간 군산은 그 사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루 종일 걷고, 기다리고, 사 먹던 그곳은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 제주의 일정을 보면서 관광객으로 돌아다닌 곳과 여행가가 돌아다닌 곳이 다름을 발견한다. 같은 곳도 다른 시선으로 보면서 감상이 달라진다. 이런 글을 볼 때면 왜 더 젊었을 때 배낭 하나 매고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바뀐 환경 속 나만의 작은 여행을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유적에 대한 관심도 조금 더 기울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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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나 여행의 스타일을 막론하고 정말 다양한 여행 에세이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지만, 내 기억 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여행작가는 바로 이지상님이다. 어떤 책이 딱히 좋았다라기 보다 그냥 그 당시 나왔던 이 저자의 여행 에세이는 빼놓지 않고 다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소개를 보면서 다른 무엇보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여전히 여행작가로 활동하시고 계시는구나.. 개인적으로는 거의 10여년만에 다시 만나보는 저자의 여행 이야기 역시 좋다. 번잡한 미사여구없이 담백하면서도 정감있는 문장은 내가 잊고 있었던 그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기는 조금 그 색깔이 다르다. 어찌 보면 역사책 같고 또 어찌 보면 여행 에세이 같고.. 물론 모든 여행장소는 역사를 품고 있으니 역사 이야기가 빠져서는 그 장소의 설명도 매끄러울 수가 없긴 하지만, 이번에는 역사 이야기가 차지하는 분량이 좀 더 많다.
경주에 대한 추억이 너무 좋았기에 저자가 극찬하는 경주를 떠올리면서 당장에라도 그 곳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저자의 표현대로, 역사와 문화, 사람과 자연이 적절히 어우러진 곳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너무도 오랫동안 방문하질 못한 탓에 경주가 변했으면 어쩌나..싶었는데 저자의 경주 이야기를 만나고 보니 기우에 불과하다. 경주는 내 추억 속, 내 기억 속의 경주 그대로인 듯 하다.
부산,김해,부여,공주,군산,목포,나주,제주 를 방문하고 그 곳의 음식과 사람,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만난 각 지방사람들은 정이 넘치고 친절하고, 지방의 향토음식 내지는 대표음식들은 한결같이 맛나 보인다. 비록 사진은 없지만 어찌나 표현을 적절하게 해주시는지, 음식 냄새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참, 이 책에서 사진은 작고 게다가 흑백이라 거의 그 사진에 대한 느낌이 전달이 안되는데 사진이 없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없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에..
뒤늦게 제목에 대한 다른 해석을 알게 되었다. ' 주제넘는' 이라는 단어에서, 여행작가가 주제넘게 역사 해설가마냥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로 해석했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행기' 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오 !!! 제목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
연륜이라는 것은 무시못하는 것 같다. 작년에 오랜만에 박완서님의 에세이를 읽었을 때도 느꼈었고, 이번 이지상님의 여행기에서도 느꼈던 부분이다. 엄청난 양의 에세이, 여행기가 쏟아져 나오지만 오랜 시간동안 이 쪽 분야에서 활동하셨던 분들과는 확실히 그 느낌이 다르다. 다만, 이번 여행기는 역사이야기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사람은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반대로 말한다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올 책 !!!
[ 의미와 재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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