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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하나의 긴밀한 연결로 이루어진 유기체다. 이것을 인식할 때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들이 달리 다가온다. 이 지구에 같이 공존하면서 살고 있다는 자체가 많은 영향을 주고 삶의 부분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우리는 잘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전혀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은 경제적으로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심리적으로 정쟁의 참혹함을 새김질하게 한다. 먼 곳의 일이지만 결코 먼 곳의 일이 아닌 밀접한 관련을 가진 일들로 봐야 한다.
특히 이 지구라는 공간이 우리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일진대, 한 쪽의 파괴는 전체적인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오존층 파괴, 사막화, 온난화, 폭우, 폭설, 지진 해일 등은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 전체의 문제고 그곳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촌이란 말은 우리들의 마음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며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이 글 속에 제시된 작품들도 이런 유기체적인 요소로 인식하면서 그 속에 다양성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이는 이야기들이리라 여겨진다.
우리와 지구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 쉽게 인지되지는 않는다. 문화가 다르고 사고가 다른 편에서 출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지는 보편성의 입장에서 헤아리고, 그 속에 각자의 개별성,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면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10 편의 이야기가 쉽게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구라는 베틀에 놓인 씨줄, 날줄로 생각한다면 또한 다가가 볼 수도 있으리라.
<아메리카 호랑이>는 오줌싸개 어린아이가 호랑이 새끼와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엄마가 클레오 아줌마 집에 가길 원했고 그곳으로 아이는 같이 간다. 그곳에서 아줌마와 엄마가 하는 은밀한 이야기를 아이는 듣는다. 그 얘기는 아이에겐 힘겨운 일이다. 아기들의 유괴, 매매 등의 이야기가 아이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의 가방 속에서 젖먹이용 우윳병을 발견한다. 자신의 들은 얘기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진다. 그래서 몰래 엄마가 나갈 때 따라가 보기로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를 미행하는 것도 숲길을 건너는 것도 무척 힘이 든다. 엄마가 목적지에 이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곳에 아이들이 아니라 호랑이 새끼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발각되기도 한다. 엄마에게 꾸중을 들었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는 호랑이 새끼에게 반하게 되고 자주 찾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에 갇혀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게 여겨진다. 아이는 새끼를 놓아줄 것을 혼자 결정하게 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다 엄마에게 들킨다. 엄마도 나중에 알지만 아이와 같은 생각으로 보인다. 호랑이의 자유를 통해 숲에서 벗어나는 아이의 자유도 그려진다.
<가택연금>은 의무적으로 군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군 생활을 경찰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의 일은 경제적 비리로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는 부부의 집에 나날이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날이 그 집에 들른다. 가택연금을 당한 사람과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비가 맞지 않아 관리하는 사람들이 연금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집에 들러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둘이 하다가 결국 그에게 이 일이 온전히 맡겨지고, 그는 그 집의 부인에게 매력을 느낀다. 부인이 유혹을 하기도 한다. 그 집에는 연금을 당하고 있는 장애인 할아버지와 부인 그렇게 살고 있다. 그 집을 감독하던 어느 날 그는 부인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다가간다. 여인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려고 하면 조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휠체어의 남편이 보는 앞에서만 사랑이 가능한 것이다. 그 집은 경제적으로는 넉넉한 집이다. 그곳에서 그는 복무기간 동안, 그리고 복무를 마치고도 기거를 하면서 이상한 불륜의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느 날 욕탕에서 할아버지에 대해 살의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들켜 그는 부인에게 쫓겨난다. 황당한 이야기다. 우리의 정서에 도무지 맞지가 않다. 어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소설이니까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남미의 문화를 생각해도 이런 관계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콜롬비아의 사회적 현실을 조금은 직시해 볼 수 있는 글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 할머니 리타>는 레몬나무를 통해 할머니를 떠올리며 할머니가 살았던 기억들을 재생하고 있는 글이다. 비가 많이 와서 겪었던 참람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할머니가 생명을 바쳐가면서 자식들을 키웠던 기억이 레몬나무를 통해 떠오른다. 그 나무를 뽑아버리려고 하니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아 어렵지만 옮겨심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조상들의 고난의 삶이 그려지며 삶의 한 부분이 된다. <개구리>는 콜롬비아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를 엮은 글이다. 그들의 실제와 표현된 사실이 너무도 다른 것을 확인하면서 아픔을 말하고 있다. 전쟁이란 것의 끔찍함과 참전을 한다는 것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말해 준다. 전쟁이란 어떠한 것이라도 참혹함이 바탕이 되고 있다. 당시 귀환하는 장병들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의 희비가 가슴 떨리게 다가든다.
신도들의 방문과 연결된 의식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는 <여호와증인 신도들의 반가운 방문> 상당히 혼란스러운 얘기다.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그 어디쯤에서 실제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조금은 아리송하다. 단지 마지막 부분에 문 앞에 쓰러진 사람들 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봐서 망각의 세계가 신도들의 방문과 함께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신도들이 왜 등장했을까 한참이나 생각하는 시간을 지녔다. 한 젊은 여자가 마약을 맛보고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으깨진 다이아몬드>, 여자로 밝혀지는 두 생명체가 감염으로 파괴되어 있는 공간에서 치워지기를 기다리며 숲을 거니는 것을 그리고 있는 내용의 <새>, 택시운전자와 살인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선순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콜롬비아 이민자들의 외로운 삶을 그리고 있는 <성인열전> 등이 책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낱낱이 읽어나가면서 이야기 연결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을 마음에 담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는 자료로 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래>에서는 40이 된 교사가 이상한 머리를 하고 집을 나서려 한다. 거울을 아무리 가져다주지만 그 교사는 조금의 미동도 없다. 그리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는 대청소를 한다. 집안을 깨끗하게 하고 정리정돈을 한다. 그러는 사이 교사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화를 벗는다. 장화에는 모래가 들어있다. 깨끗한 공간에 그 모래가 떨어진다. 집에서 청소를 해놓고 있는 당사자는 황당하다. 무엇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자 교사는 다른 쪽 장화를 벗어 모래를 확 뿌린다. 그 모래가 집에서 기다린 사람의 눈으로 들어간다. 지극히 단순한 얘기다. 무엇인가 서로 맞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상식과 일탈의 사이일 것이라 여겨진다. 이해와 경이의 중간쯤이라 여겨진다. 이것이 무슨 얘기가 될까 생각해 보는 것은 거대한 세계 중의 하나의 일이라는 사실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오랜 우방, 육이오 때 참전까지 했던 콜롬비아의 소설 작품을 읽는다는 입장에서 무척 설렘을 가지고 시작했다. 공유되는 정서가 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미의 문학과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듯하다. 숲이 많고 은밀한 곳이 많은 라틴 아메리카의 특성상, 신비스러운 이야기들이 재료로 많이 등장한다. 그것은 영혼이 깃든 주술적인 특성을 지니기도 하고 환상적인 내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도 거대한 생명들의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라는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엮은이도 독일의 탐험가 훔볼트의 <안데스의 자연지도>를 언급하면서 이 작품들을 읽을 것을 말하고 있다. 이 단편 소설들이 우연히 같은 나라에 유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삶의 하나의 직물로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럴듯하단 생각을 해본다. 각기 다른 곳의 개울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고 바닷물이 되듯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 국가의 이야기가 되고 생명체의 이야기가 됨을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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