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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결과에 대한 공포를 말하는 주변 사람들을 향하여 한껏 대범한 척 굴었지만 나 또한 두렵다. 사실 내가 두려운 것은 무지한 이에게 맡겨진 막중한 권한의 몽매한 사용이 아니다. 나는 그를 선택한 일련의 세력, 아둔해 보이는 그를 그 자리에까지 끌어올린, 뻔뻔하고 약삭빠른 이들에게 이용된, 그리고 앞으로도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세력의 부상이 두렵다.
앤젤라 네이글 Angela Nagle / 김내훈 역 / 인싸를 죽여라 (Kill All Normies) / 오월의봄 / 250쪽 / 2022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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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책. 'Normies'라는 단어를 '인싸'로 번역한 제목인데 개인적으로는 옮긴이의 센스가 초월 번역 수준이라 생각한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일까 싶지만 부제를 보면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의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 4chan과 reddit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한 극우 세력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베, 메갈, 가세연 등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라고 보면 되겠다.
이들이 부상하게 된 계기는 당연한 말이지만 인터넷의 보급 덕분이다. 하지만 극우 세력의 집에만 인터넷이 보급된 것도 아닐 텐데 왜 좌우가 동등하게 성장하지 않고 극우 세력들만 유독 '눈에 띌'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 내가 이해한 바를 정리하면 이렇다. 현재의 일베 등의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도전이나 반문화적인 행위들이 1960년대에는 좌파 세력들이 당시의 기득권이었던 우익 세력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때 사회운동을 주도했던 좌파들이 이제는 새로운 기득권이 되자, 현재의 젊은이들은 정 반대 노선으로 그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그 물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이를 설명하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486세대가 이제 사회의 주축이 되자 그들을 '꼰대'로 보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들이 결집된 곳이 일베라고 보면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생 배경이 이렇기 때문에 이들은 태생적으로 현재의 가치에 반하는 주장을 펴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것은 안티페미니즘, 이민자 인권 무시, 인종차별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여성, 이민자, 흑인, 동양인 등이 백인 남성의 지위를 모두 빼앗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처음 세력을 형성할 무렵 좌파에서의 대응도 이들의 성장에 불을 붙였다. 이들을 그저 '교육이 덜 된' 존재로 치부하고, '공부하면 알게 된다'라는 식의 대응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세력들의 활동이 표면적으로는 '유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애초에 일베도 '일간 베스트'라는 유머 게시판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모든 대상을 조롱한다.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좌파들이 이런 시도를 무조건적으로 용인하는 정도가 더 강했던 것 같다.) 우리가 기억하는 일베의 모습은 단식투쟁하는 사람들 앞에서 하는 폭식 행위나 전 대통령, 세월호 희생자 등 고인에 대한 비하 같은 행위를 일삼는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들은 그것 못지않게 자기 스스로를 조롱하는 활동에도 열심이다.
애초에 그런 커뮤니티에서 안티 페미니즘이 태동하게 된 계기도 자신들은 번식이라는 생물의 가장 근원적인 활동에서 배제된 존재들이라는 점을 활용한 유머에서 기인했다. 그러다 보니 전업주부를 취집이라 비하하거나 패미니스트를 쿵쾅이로 부르는 등 여성 혐오 단어들이 생겨나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남성들 역시 퐁퐁남이다 뭐다 하면서 비하하는 컨텐츠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제목인 '인싸를 죽여야'하는 이유들이 태동하게 된다. 자신들이 잃은 것 혹은 잃었다고 믿는 것을 얻고 있는 자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발현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지적에서 멈춘다. 그저 '이들이 더 세력을 확장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으로 결말을 맺고 있는 것이다. 사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이들을 강제적으로 없앨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니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아쉬운 결말이었다.
전반적으로 주제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는 주제지만 저자가 미국인이고 책에 실린 사례 역시 미국 사례뿐이어서 독서가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게다가 역자가 미칠듯한 초월 번역 센스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문장 자체가 너무 길고 장황한데다 책의 대부분이 사례의 나열이어서 읽는 과정이 재밌다고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저자가 '얘네들이 이렇게 나쁜 짓들을 많이 한다니까요!'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외국인 독자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보다는 그런 사례를 통한 저자의 생각과 주장, 통찰을 더 읽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후반부에 '옮긴이의 말'이 있는데 이 부분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담고 있어서 오히려 책 본문보다 이 부분이 더 좋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단순히 '옮긴이의 말'이라 하기엔 분량이 다소 많아 보일 정도로 역자가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차라리 역자가 우리나라의 사례로 이런 책을 쓰면 더 재미있고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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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이상하게 변한 인터넷 생태 속에는 나도 있다. 이상한데, 뭔가 변했는데, 키보드 앞에서 낄낄거리는 찌질이들하면서도 밈에 휩쓸리고 커뮤 밖의 사람들을 노잼이라 평하고 촌스러운 감성이라고 말하는 나.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붙잡고 쫓아가는 책을 읽다보면 뜻밖에도 페미니즘에 대한 증오와 여성혐오를 마주하게 된다. 이게 비단 한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니. 덕중의 덕은 양덕이네 어쩌네 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양놈들의 여혐은 한국의 그것보다 낫다고 평할 수 없었음이 충격적이었다. (읽다가 열받아서 XY는 나은 국적이 없다고 짜증냈던걸 기억함.) 그리고 그 중심에 게임문화와 음지의 커뮤 문화가 있는 걸 알고는 얼마나 참담하던지. 이게, 너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오바마와 트럼프, 레딧, 포챈이 오르내리는 내용을 읽으면서 어째 한국식 무언가로 치환됨이 소름끼쳤다. 문제는 이게 인터넷 변방 커뮤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트위터에서 흥했던 말이 티비에서 나오고, 유튭의 유행어를 초등학생 아이들이 따라한다. 예전엔 공중파가 선두였는데 이제는 역이됐고, 역유행의 선두에 선 웹찐따들에게는 방송통신윤리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나 제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태 하던 것처럼 거리낌없이 자신들이 불쌍하다 소리치고 여성이나 다른 약자에 대한 혐오를 장작 삼아 본인들의 결속을 다진다. 그리고 그게 밖으로 쏟아진다. 배설물처럼. 단순히 커뮤니티의 인셀찐따들만이 문제는 아닐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내몰아온, 기존 사회의 성차별과 기울어진 교육, 여성을 제물삼아 하층에 던져주고 그들을 원동력 삼아 배를 불려온 기득권, 경기침체 등. 그 모든 것들의 불만이 모이고 모였다가 이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버리니 한심스럽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오르내린다. 이 피해를 내가 보고 있고 볼 것이고, 나보다 더 어린 여자 아이들이 당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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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극우는 온라인이 만든 걸까, 아니면 어떤 이유로든 극우 성향이 강했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걸까? 이책은 관련 주제를 탐구해 온 김내훈 작가가 번역했다. 이런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연구자가 있어서 다행이다. 많은 도움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