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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녀석이 찾아왔다 드디어 시작되는 ‘검둥이’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북녘이 고향인 할아버지와 함께 백령도에서 살고 있는 검둥이는 온몸이 새까만 풍산개다.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검둥이에게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검둥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백령도를 가득 메운다. 고마운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검둥이의 자그만 평화는 깨지고 만다. 개장수, 밀렵꾼, 불법 투견꾼들, 그리고 사채꾼까지... 검둥이는 할아버지의 가족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속고 속이는 사람들 속에서 묵묵히 버텨나간다.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개밥바라기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하루씩 또 하루씩 내가 살기 위해 노력하도록 더 오래 내 기억 속에 있어 달라고 속삭이는 검둥이를 보며 눈물 흘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철창 밖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돈이 나쁜 게 아니라, 저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의 손이 나쁘다는 것을.
"할아버지는 무섭거나 두려운 일이 거의 없지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가장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나에게는 돈이 없다. 뭔가를 팔아야 한다. 뭔가를 팔아야... 돈이 생긴다. 돈이 있어야, 할아버지가 사람답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 p.55)
검둥이는 책 속에서 사람들에게 각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할아버지가 다정히 불러주던 흑태에서 무서운 사람들이 부르던 블랙과 흑풍까지. 그리고 할아버지 이후로 다시금 사람을 믿을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준 흰둥이와 미래에 의해 검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들이 부르던 이름은 모두 달랐지만, 정작 검둥이는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백령도를 나왔던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검둥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늘 우리 곁에서 충직하게 꼬리를 흔들며 있는 그대로 애정을 드러내주는 동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검둥이는 결국, 사람을 저버리지 못 한다. 자신을 때리고, 속이고, 아프게 했던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그들 중에는 할아버지와 같은 착한 사람이 있을 거라 믿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을 도와주고는 만다. 도시의 골목에서 강도를 당하고 있던 사채업자를 구해주었듯이. 다행히 검둥이가 친구를 만나 마침내 다시 싱긋 웃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독자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야옹이와 흰둥이] 이전에,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현실을 조명했던 [야옹이와 흰둥이]와 달리, [검둥이 이야기]는 우리가 보려고 생각조차 하지도 않는 밑바닥의 삶을 거침없이 파고든다. 그동안 작가가 보여주었던 그림체와는 조금 다른, 거칠고 투박한 선이 인상적인 [검둥이 이야기]의 그림은 새로운 감성으로 독자들을 뭉클하게 한다. 간략하면서도 여백이 살아있는 그림은 비록 소박해 보일지라도, 담담하게 고통을 고백하는 검둥이의 독백과 어우러져 전작과는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검둥이 이야기]는 [야옹이와 흰둥이], [흰둥이]의 세계를 더 현실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완성한다. 윤필이 그 특유의 감성만화 시리즈에 찍은 화룡점정과 같은 작품이다.
[검둥이 이야기]는 이야기의 흐름과 표현에 있어 전작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검둥이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검둥이가 힘들 땐 나도 힘들었고, 검둥이가 겨우 단잠을 청할 즈음엔 나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검둥이가 웃는 일이 많아진다면 그때도 마찬가지로 함께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작가님은 정말...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잊고 살고있던 현실의 일면을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너무 처절하면서도 끝까지 손을놓지 못하는 일망의 희망을 독자들에게 쥐어주며 이야기를 그려나가셔서...
사회적인 암흑부분을 그냥 뽝!! 보여주면 불편하다고 보지나않지, 이 만화는 감동이나 교훈,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적절하게 섞여들어가서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줘도 좋은 작품같다.
희둥이와는 다른 타입의 약자 검둥이... 그의 처절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순하고 사람을 쉽게 믿는 흰둥이와는 다르게 악과 깡이 느껴져서 더 서글픔이 느껴진다.
보면서 계속 미안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작품...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윤필작가님이 이제 흰둥이시리즈를 넘어서 다른작품을 하셨으면 좋겠다. 매법 비슷한 코드의 이야기가 확실히 먹혔고 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지만 오롯히 한길만 가는것도 이 작가님의 재능을 볼 기회가 없어지는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튼, 기승전결 확실하고 깔끔한 검둥이 이야기. 할아버지의 가족을 찾으려는 검둥이의 이야기는 열린결말로 끝이 났지만 그 진정한 끝에는 해피엔딩이었노라고 믿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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