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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권력이 행사되고 작용하는 지점..
"인간의 몸은 권력이 행사되고 작용하는 지점.." 내용보기
일전에 연예인들이 키 작은 사람을 루저라고 말한 루저파문이 있었을 때, 참 씁쓸한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는 기억이 있다.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키가 작다는 것은 분명 그 당사자에게는 콤플렉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책 [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의 표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바로 그 루저파문이었다. 미군과 한국군 그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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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연예인들이 키 작은 사람을 루저라고 말한 루저파문이 있었을 때, 참 씁쓸한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는 기억이 있다.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키가 작다는 것은 분명 그 당사자에게는 콤플렉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책 [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의 표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바로 그 루저파문이었다. 미군과 한국군 그 사이에 북한군 병사가 나란히 걸어가는 사진을 보면서, 나는 그가 북한군 병사가 아니라 삼촌들과 함께 걷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일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보아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이들의 신장차이는, 붉은 글씨로 신체왜소라 쓰여 있는 책제목과 대비되면서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균신장은 174cm로 세계에서도 손꼽을 만큼 크다고 한다. 물론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경제발전에 따라 빈곤에서 벗어나 어렸을 때부터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북한 청소년들의 신장은 164cm 정도로 평균 8-10cm정도

우리나라 청소년 대비 작다고 한다.

 

그러나 전통시대, 특히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기록을 보면 한반도 내에서도 북쪽으로 갈수록 주민들의 키가 컸다고 기록되어 있는걸 보면, 현재의 신장차이는 유전적 영향과 같은 선천적인 요인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들의 신장은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신체왜소가 북한사회 전 지역, 전 주민에게서 공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들은 흔히 그 원인으로 식량부족을 들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원인이라면 식량부족이 보편적인 현상인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처럼 신체왜소가 전 사회에 확산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한다. 그 사례로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겪은 식량부족 현상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1930년대 초 소련의 협동농장 실패에 따른 대기근, 1950년대 말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의 대기근, 그리고 1990년 중반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북한의 대기근을 꼽는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의 대기근은 2-3년 동안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기아로 인한 아사자 수가 7년이나 지속된 북한의 대기근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이나 중국에서는 신체왜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북한에서는 아사자수가 적은 대신 신체왜소라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탈북자 출신의 박사부부로 알려진 이 책의 저자는, 북한사회에서만 나타나는 이러한 신체왜소 현상이 계층과 지역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난 것을 보고, 이는 국가권력의 작용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세계는 인간의 생명이 기술에 의해 조작되고, 자본에 의해 유통되고, 국가권력에 의해 관리되는 생명정치가 도래했다고 말한 미셀 푸코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푸코는 인간은 권력에 의해 규정된 행동양식을 따르고, 규정된 양식은 몸에 각인되는 과정을 통해 실현되며, 그렇게 각인된 몸은 복종으로 유도된다고 말 하였다. 그렇기에 인간의 몸은 권력이 행사되고 작용되는 지점이자 장소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북한사회에 만연된 신체왜소는 국가권력이 체계적으로 작용하면서 주민들의 몸에 각인된 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흔히 신체왜소는 유전적요인과 영향결핍에 따른 후천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후천적 요인은 식품부족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과도한 수준에서 진행되는 환경에 대한 신체의 적응과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신체왜소 현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식품부족 정책(실패), 식품획득 지위(박탈), 저소비 의식(확립)과 같은 3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경제건설의 기본노선으로 중공업우선 정책을 제시하고, 경제국방 병진노선에 따라 국방을 위해 경제발전을 희생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식량생산에 대한 투자가 제약되는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시작한 식량배급제와 농업협동화, 그리고 개인상공업을 협동상업 형태로 단일화 한 것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자율적인 식생활 환경이 억제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그런가 하면 1960년대 중반 식량생산증가보다 식량공급의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과 때마침 시작된 인구증가는 식량부족 사태를 야기시켰다. 이에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강조하고 확립시키자는 명목아래 내핍생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식량부족에 대한 몸의 적응을 요구하는 이른바 저소비 의식을 형성한 것이다.

 

1970년대 말, 이렇게 신체왜소가 발생할 수 있는 3대 요인이 모두 갖추어지면서, 신체왜소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북한당국의 정책적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식량생산을 독려하고 식품공급을 국가가 운영하며, 체육의 대중화, 생활화를 통한 키 크기 운동의 전개와 같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장려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1980년대 이전의 신체왜소 현상은 개별 주민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한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 홍수와 연이은 가뭄으로 대기근이 발생했다. 또한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안보위기는 북한으로 하여금 이 시기를 고난의 행군시기로 정하게 만들었다. 극도의 식량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대용식품, 구황식품 개발을 독려하고, 식량공급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담하기 위하여 기관, 기업, 지역별로 자체해결 하도록 했고,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법적 통제와 체제수호의 의식강화에 집중되었고, 결국 특정주민과 지역에 무관하게 신체왜소 현상의 급격한 확산을 부추겼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아 식량생산을 독려하고, 일부 시장기능을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저소비 의식 확립에 대한 요구가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신체왜소 현상의 확산이 둔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국가의 식량공급제 운영이나 정책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시장기능의 확대와 수용에 따른 식량구입 지위를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신체왜소 발생의 3대 요인은 북한사회의 신체왜소 현상을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의 구성요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북한의 식량정책은 식량부족 상황이 항상 발생하는 식량부족 정책이었고, 신체왜소 현상이 발생한 이후에도 식량생산을 늘리기 위한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배급제를 통해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한 것은 사적 소유를 차단하고 시장기능의 억제로 가능했으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기근으로 식량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지위를 제한하고, 식량의 획득지위를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신체왜소가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소련과 중국의 대기근은 기간이 짧고(2-3), 대부분 아사로 이어졌으나, 북한의 대기근은 기간이 길고(7) 더 혹독했음에도 아사자가 적고 신체왜소로 이어진 것은 저소비 의식에 따른 신체의 적응결과라고 한다.

 

북한은 신체통제를 통해 생산성, 유용성을 높이려 했다. 이는 신체왜소를 극복하기 위한 일련의 대응과정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즉 저소비 의식을 강요하는 사상동원을 통하여 신체유용성을 높인 것이다. 이것은 푸코가 말한 규율권력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체의 유용성은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몸의 능력을 증가시키지만,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길들이기 위한 복종으로 몸의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신체왜소 발생의 수단은 푸코가 말한 훈육기술과 다르지만 규율권력의 작용으로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의도는 정책 집행에 따른 결과를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신체왜소는 북한 권력의 의도가 몸에 각인되지 않은 것이며, 이는 권력의 의도가 실현되지 않은 결과와도 같다. 그러나 이것은 권력의 실패라기 보다는 정책집행 과정에서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오류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며, 이는 체제 운영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끝으로 저자는 북한주민 전반의 신체왜소 현상을 극복하는데 관심을 돌린다. 식량획득 지위의 보장 혹은 상실은 신체왜소 현상의 둔화 혹은 확산의 형태로 나타났고, 저소비 의식의 강화 혹은 약화 역시 똑 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저소비 의식이 주민들의 기호나 가치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식량부족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북한당국의 강요 속에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 현재 탈북민들이 겪는 신체왜소의 콤플렉스는, 통일된 내일 북한 주민 모두가 겪어야 할 영원한 콤플렉스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의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990년대 중반에 발생한 대기근은 과거형이고, 그리고 그 흔적에 따른 신체왜소 현상은 현재형이며, 우리가 이를 외면한다면 미래형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가슴이 저려온다.

k*****1 2013.10.09. 신고 공감 9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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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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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랑에서 정치학과 관련하여 출간 된 책 중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책은 <상징과 정치>였다. 점점 심해지는 북한의 굶주림에 관련된 소식에도 김정은의 독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상징과 정치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주민이 굶주림으로 240명이 아사했다는 뉴스와 동시에 전파를 탄 김정은의 수십 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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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랑에서 정치학과 관련하여 출간 된 책 중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책은 상징과 정치였다. 점점 심해지는 북한의 굶주림에 관련된 소식에도 김정은의 독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상징과 정치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주민이 굶주림으로 240명이 아사했다는 뉴스와 동시에 전파를 탄 김정은의 수십 억짜리 호화요트의 보도는  자본주의 사회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빈부격차와는 비교도 안되는  심각한 권력의 부패처럼 보였다. <상징과 정치에서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Symbolic Animal ’로 규정하며 상징을 만들어 문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상징의 지배를 받으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확고해져간 상징화는 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동질화를 이룸으로써 이성까지 마비된  집단 체면 상태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탈북민인 저자 김영희는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신체 왜소병이 선천적인 요인인 '굶주림' 에 의한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에 국한되었던 신체왜소가  북한 지도부까지 퍼져가면서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면서 '신체왜소'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푸코는 권력이 사람의 내면에 침투하여 정신을 지배할 뿐 아니라 외면인 몸에도 씌워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의 신체 왜소를 국가권력의 각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신체가 왜소할 때, 가장 먼저 판단하는 기준은 아마도 선천척인 요인으로 판단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타고난 , 선천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 오래 전 역사에서 북한주민이 남한주민보다 선천적으로 신체가 좋았다는 기록을 예로 들며 현재의 북한주민들의 신체왜소는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 요인(사회 환경 요인)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은 푸코의 몸-권력 이론이다. 푸코는 권력이 사람의 내면에 침투하여 정신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외면인 몸에도 씌워지며 '권력의 의도가 몸에 각인'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입증해가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신체왜소를 극복하기 위한 북한 지도부의 대응과 노력에 대한 논의과정을 실으며 북한에서 자발적으로 신체왜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와  식품 감소와 생산의 문제에 접근하는가 하면 식품부족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정책을 논의한다. 

 

한사회에서 발생한 신체왜소는 정책적으로 제기된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해 30년이 넘게 지속되어오고 있다. 저자는 북한사회 신체왜소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메커니즘을 통해 밝히고 있으며  신체왜소를 극복하기 위한 북한의 대응을 연대별로 살펴보고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다방면의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신체 왜소는 선천적 요인의 문제가 아닌, 후천적 요인인 '권력'이 문제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권력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존재하고 작동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통해 몸에 작용한다.

 

북한사회의 신체왜소의 확산은 주민 전반의 신체감소 뿐 아니라 지적능력의 하락과 경제활동 능력의 저하에 따른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저자는 푸코가 주목하였던 사회적 개인의 몸과 권력과의 관계에서  권력의 작용점이 바로 몸이라는 것에 주목하며 북한 주민들이 권력에 수동적이 되면서 그것이 정신적인 영향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을 통제하는 북한 정부가 개개인에게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저소비의식'이 북한 주민들 개개인의 의지를 꺾으며  신체가 왜소해지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신체 왜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개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지만, 상징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상징이라는 것도 삶을 더욱 풍요롭게 영위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산물이기에 상징화에 길들여지게 되는 순간 정신적인 지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징과 정치와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이 세쌍둥이(상징,정치,권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들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현재의 북한 체제의 변화는 정말 가능할 것인지, 여러가지의 미래를 그려보게 되지만,  북한은 늘 답보상태이다.  너무도 많은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려보는 시간이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13.10.03.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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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푸코인가, 왜 신체왜소인가 [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
"왜 푸코인가, 왜 신체왜소인가 [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 내용보기
사람이 성장기에 적정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적정한 골격을 못 갖추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우월한 유전자의 현저한 발현이 작용하는 경우는,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하겠으나, 이는 극히 예외일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저처럼 왜소하고 빈약한 체구를 하고 있는 곡절도, 그저 못 먹고 자란 탓이겠거니 하며 예사로 넘깁니다. 우리 남한 사람들도,
"왜 푸코인가, 왜 신체왜소인가 [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 내용보기

사람이 성장기에 적정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적정한 골격을 못 갖추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우월한 유전자의 현저한 발현이 작용하는 경우는,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하겠으나, 이는 극히 예외일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저처럼 왜소하고 빈약한 체구를 하고 있는 곡절도, 그저 못 먹고 자란 탓이겠거니 하며 예사로 넘깁니다. 우리 남한 사람들도, 1970년대 이전 빈곤의 문제가 해결을 보지 못 했을 시절에는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특히 나이 든 세대는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통일 후, 혹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 영양이 충분히 그곳 주민들에게 공급된다 해도, 이미 자라야 할 때 자라지 못한 체격이 정상으로 복원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사람의 가치가 그 인격에 주안이 놓여 있지 외형, 외모의 문제가 본질은 아니라는 점 우리가 내심으로는 인정하기에, 혹은 그저 골치 아픈 불우이웃의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이기심에서, 우리는 이 "체격왜소화" 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자 김영희 선생의 입장은 크게 다릅니다. 최소한, 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원칙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며, 사실 작고 왜소한 체격은 현실적으로 사소한 문제는 아닙니다만) 현상 이면에는, 인간의 본성과 타고난 존엄을 모독하는 독재 권력 고유의 폭력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체격 왜소화는 그 파멸적 모순으로 가득한 체제 자체의 병증을 폭로하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서, 그저 못 먹고 굶주려서 몸이 저 모양이 된 게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끊임 없이 인민을 억압하고 순응화하며 "개조"하는 폭압적 장치가 너무도 성공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겁니다.


저자 김영희 선생은 다양한 사례와 통계를 인용합니다. 식량 공급의 병목 현상, 혹은 일시적 기근은 구(舊) 동구권에서 공통적으로 겪은 체험입니다. 실제로 옛 동독 지역의 거주민의 경우, 서독 주민에 비해 신장의 열등성이 두드러졌음은 통계로도 입증되었습니다. 그런데, 면밀한 조사와 검증에 의하면, 비록 여러 차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식량과 영양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사실은 있으나, 일정 기간 단위의 칼로리 공급 누적량은 극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그런데도 왜 신장과 체중의 차이가 현격하였는가. 또 통일 이후 거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왜 유독 "여성"에 한해서 신장 차이가 쉽게 해소되고 있지 않은가(다만 어떤 통계의 해석으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군요)의 의문은 용이하게 해결되지 못한다는 거죠.


저자는 이와 관련, 북한 주민들의 신체 왜소화는 단지 영양결핍이 원인이 유일한 작용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폭압과 이로 인한 주민의 자발적 체념이, 신체왜소화를 불가피한 추게로 고착시켰다는 주장입니다. 뭐랄까, 우리의 은근한 선입견, 혹은 상식 차원에서 앞뒤가 맞는 가설입니다. 꼭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도, 집에서 너무 엄한 교육을 받아 기를 못 펴고 지내는 아이들의 경우 이상하게 움추려들고, 기를 못 펴고 지내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그런 애들은 심인성 요인으로 인해 키가 안 크는 경우도 흔하죠.

보시다시피 책의 태도는 다양한 출처로부터 통계자료를 정확히 인용하면서

치밀한 논지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이는 실증적 증명이 어려운 인과관계입니다. 김영희 선생은 이의 타개 수단으로, 미셸 푸코의 유명한 권력 억압 기제 이론을 원용합니다. 사회과학의 한계를 메타적 인문 통찰로 뛰어넘어려는 영리한 시도입니다. 이미 미셸 푸코는, 권력의 개별 침투성이 단지 의식의 조작, 세뇌, 자발적인 체제 참여를 통한 환상의 창출, 자기 기만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넘어, 그 구체적인 신체의 변형에까지 물리적 흔적, 위력의 발휘를 남긴다는 주장을 화려하고 치밀한 문장으로 세상에 전대한 바 있습니다. "몸"이 담론의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무렵도 그 즈음인데요. 통계 기초 자료의 수집 곤란성(그러나 이 책에는 기대 밖으로 다양한 자료와 소스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뿐 아니라 이런 데이타를 활용하여 모델링을 구축하는 방식 역시 체계적입니다)이라든가, 이론 자체의 형이상학성은 물론 구체적인 논증과 소통, 결과로서의 납득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이 존재하지만, 인문학과 철학이 주는 매혹으로 우리는 이를 상쇄하고 보상 받습니다.


북한 사회의 인구학적, 사회적 곤경과, 진보 좌파적 스탠스를 언제나 견지했던 푸코의 논변이 이처럼 연결되는 건 다소 역설의 아우라가 풍깁니다. 저는 그러나 이 책이 문제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데에 방점을 두고 싶습니다. 이 논의는 이 챋으로 완결을 본 게 아니라 치밀한 논쟁과 재검토의 과정을 통한 재구축의 스텝을 예비합니다. 가능하면 저자분 스스로가, 이 책의 속편격으로 발전적인 신저 출간을 앞당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k*********6 2013.10.3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