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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참, 오래 전이 일이다.) 1년 동안 미국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나면 근처 주립대학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당시는 인터넷도 부실했고 네플릿스도 없던 시절이라 시간이 나면 책을 읽었었다. 당시 미국의 도서관은 놀랍게도 일반 주민이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개방형이었다. 도서관의 여러 섹션을 돌아다니며 '책구경'을 했는데 '역사 섹션'에서 놀랐었다. 그 전에는 미국 역사에 대해 '은근한 우월감'이 있었다. 반만년을 자랑하는 우리 역사에 비해 미국은 역사가 300년도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의 '역사 섹션'을 보고 일을 쩍 벌렸다. 짧은 역사에 비해 역사책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흑인역사, 여성흑인 역사. 유럽 각 나라의 이민자 역사, 공장 역사, 미국 원주민 역사등 정말 다양한 역사책들이 있었고 가장 기본적인 역사책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의 당선까지 씌여 있었다. 현대사를 기본 역사책에 서술하는 것을 꺼리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미국 역사책들이 떠 올랐다. 그러면서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우리나라 역사는 너무나도 '왕과 왕실의 여인, 그리고 몇몇 유학자들의 이야기'에 치우쳐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제가 여유로와지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조선왕조 실록에 나오는'왕과 왕실의 여인'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역사들이 '들려져야 한다.(must be told.)'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근에는 여러 저자들에 의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조선의 이야기들'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이 책도 이런 '역사책의 다양성'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약간의 '불교학 연구에 의한 용어 정의'와 함께 조선 말과 일제 강점 시대, 해방 후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마도 여성재가불자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그들에 대한 기록은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근대에 들어 전반적인 '여성들의 자각'에 맞물려 비구니 상가에도 많은 발전에 있었지만 현대의 전반적인 여성의 지위처럼 비구니스님들은 종단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비구니 스님이라도 그들의 삶은 너무나 다르다. 똑같이 머리 깍고 회색의 옷을 입고 있어도 그들은 머리를 깍는 순간 각자의 커리어를 쌓게 되고 비록 커다란 불교의 우산 속에 있지만 너무나 다양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낀다.
불자로서 이 책을 읽을 때는 나의 상황도 되집어 보게 된다. 나는 책에서 언급된 '치마불교(기복불교)'와 서양의 '세속불교(Secular Buddhism)(오직 수행에만 집중)'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전국구 불자(한 절에 착실히 다니지 않고 전국 사찰에 등 다는 불자)'이다. 책이 너무 길지 않아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