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이웃 도시인 A 시가 ‘여성 친화적 도시’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라디오 방송에서 그 도시가 홍보차 방송을 한 적이 있어서, ‘여성 친화적 도시’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 ‘여성 친화적 도시’라니? 어떻게 해야 여성 친화적이지 그런 의문이 이제야 이 책으로 풀린다.
저자의 주장은 여성 친화적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결론적으로 여성 친화적 도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순서로 진행이 된다.
남자들의 도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인 나로서 미안해지는 마음 금할 길 없다. 밤길을 걸으며 어떤 두려움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는데, 여자들은 다르다는 것. 그걸 이 책에서 새겨본다.
엄마들의 도시
‘엄마들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엄마를 위한 도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 항목은 도시는 어떻게 엄마들을 외면했는가를 천착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경험을 통해 도시가 엄마들에게 얼마나 힘든 곳인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임신한 몸을 통해서 느낀 도시, 그리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출근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여기 다 들어있다. ‘ 여자들의 출퇴근 과정을 기록한 부분(61쪽)에 이르러서는 그런 힘듦에 한 몫을 했을 남자로서,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친구들의 도시
혼자만의 도시 ‘도시는 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는 말은 여자를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그래서 여자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도시의 시스템이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도시에 나선다. 도시의 길거리에 나선다. 여자가 공공장소에 나선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제재가 가해졌었다.(161쪽)
길거리에 나선 여성은 매춘부로 인식되었던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대는 달라졌지만, 지금도 여성이 홀로 있으면?
이런 소리가 곧 들려올 것 같다.
(.....) 에 들어갈 말이 저절로 떠오르지 않는가
남의 시선에서,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니, ‘도시는 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위의 도시
공포의 도시
그렇게 도시는 여자에게 공포의 도시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하며 현명한 여자들>은 그러한 도시에서도 살아간다.
이런 시도는 어떤가? 위험 지도를 그리는 것.
그리고 여성 친화적 도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선언적인 것 말고, 실질적인 한 걸음이 더 소중하다.
저자는 이런 것, 제시한다.
교차적 분석이란 저자가 예로 들은 것은 이런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듣는 게 아니라. 원주민의 관심사도, 빈민과 유색인의 의견도, 그렇게 여러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두 다 들어,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남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여자들과 더불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여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운 게, 남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깨달을 수도 없는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 책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으니, 이 책 남자들이 꼭 읽어볼 일이다.
이 말이 갖는 무게, 여성이 아닌 남자들은 과연 이 말이 지닌 의미와 그 무게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
|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레슬러 컨의 쓴 이 책은 ‘장애인을 위한 도시는 없다'로 바꿔 읽어도 될 듯하다. 물론 결이 조금은 다르지만, 그가 주장하는 본질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인간>은 남성이다를 <표준인간> 비장애인이라고 바꾸면 말이다. 나 역시도 한 번도 여성의 눈으로 도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아니다.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야 눈꺼풀이 떨어진 듯, 없던 것이 보인다. 아니 진즉부터 봐왔던 모든 것을 나는 진정으로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젠더라는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왔다. 이 책 표지에 적힌 제인타크의 책에서 인용한 “우리의 도시는 돌, 벽돌,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라의 의미가 지리학에 관한 담론들,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란 “이 책”, 애초에 도시계획에 여성은 없었다. 이 세상의 표준은 남성이요. 제1성만이 그리고 제2성은 마치 잘못 태어났거나, 혹은 아주 열등하거나(사회적으로)….
이 책은 도시를 요모조모 뜯어보고, 들여다보고 톺아본다. 남자들의 도시와 엄마들의 도시, 또 친구들의 도시, 혼자만의 도시, 시위의 도시, 공포의 도시, 가능성의 도시로, 온종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도시의 얼굴을 본다. 도시의 가면을 본다.
여성들의 도시 경험은 사방에 벽투성
지은이는 여성들의 도시 경험이 여전히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징적 장벽에 가로막혀있다고 말한다. 그 장벽은 성별에 따라 편향된 방식으로 여성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남성들은 대부분 이런 장벽을 만날 일이 없기에 볼일이 없다고, 즉,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도시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경제정책에서부터 주택 설계까지, 학교 부지 선정에서부터 버스 좌석까지, 치안 활동에서 눈 치우기까지 이 모든 것에 관한 결정을, 이 결정이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관심은 물로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도시공간은 여성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도시환경은 가부장제, 성차별적 노동시장, 전통적 성 역할(누구나 알듯이, 돌봄노동을 보면 더 자명하다)을 지탱하도록 설계됐다. 이 사회가 성 역할 따위에 의한 한계를 넘어섰다고 믿고 싶어도 여성을 비롯한 소수집단은 여전히 도시에 내재한 여러 가지 사회규범이 자신의 삶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사회 데이트폭력, 강간, 이를 페미니스트들은 “강간 신화”-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왜 어두운 밤길을 혼자 다녔는가, 왜 그런 늦은 시간에 지름길을 선택했는가, 왜 신고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것은 모든 여성의 마음속에 지닌 지리학과 관련 있다.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을 표시한 지도…. 그 동네에서 뭘 하고 있었는가, 그 술집에서 뭐 하고 있었는가, 혼자서 버스를 기다렸다고요?, 마치 TV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라면, 이야기는 다 한 게 아닌가,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저소득 노동자 계급이 사는 동네가 중산층 가정과 그들을 위한 상점에 잠식당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초기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도시회귀’ 운동이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지리적 해결책처럼 기능했다고 봤다. 여성들이 고소득 전문직에 진출하고 결혼과 출산 연령을 늦추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부합하는 도시환경을 찾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잠재적 수혜자인 동시에 견인차가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워라벨 문제에 시장 중심적, 개별화, 민영화된 공간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른바 편리한 도심의 재발견이다. 실제로 대다수 여성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제공하는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도시에서 상당히 뒷전인 돌봄 노동은 계속된다는 것인데….
여성 친화적 도시
지은이의 이런 문제의식은 여성 친화적 도시건설로 이어지는데, 이를 위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하고, 이주노동자의 저임금을 주는 체제에 항의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화적인 도시, 누구나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마치 서울 영등포에 있는 어느 골목 “여성 안심길”이란 웃지 못할 표시가 있는 그런 곳이 없는 도시….
이런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정치인이 개혁가, 슈퍼맨이 나와서 모든 걸 무너뜨리고 새로 시작해주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도시가 어떻게 사회를 ? 젠더, 인종, 성적지향 등과 관련하여- 조직하는 특정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세워졌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 도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키우는 법을 배우면 된다. 여성 친화적인 도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완성할 계획이 없는 프로젝트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살기, 더 잘살기, 더 공정하게 살기….
지리학이란 관점에서 도시를 본다. 여성의 시좌에서 도시를 본다. 페미니즘이라는 앵글을 통해 도시를 본다. 사뭇 달리 보인다. 도시의 일상이 모든 기준이 <표준인간> 곧 남성 중심으로 건설됐다. 여성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 이는 당연한가?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제한당해야 하는가?,
페미니즘의 지리학이란 꽤 쓸모있는 학문이다. 이 책에는 육아 젠트리피케이션에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저임금의 노동자를 고용하여 자녀의 돌봄을 맡긴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도시’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보는 방법….남성문화 중심인 도시에서 모든 계획이 성평등이라는 목표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여자를위한도시는없다#레슬리컨#황가한#열린책들#페미니스트지리학#남성문화중심의도시의모든계획이성평등에서#책콩카페#책콩서평단 |
|
'페미니스트 지리학'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지리학에서도 페미니즘이 필요한걸까? 어째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인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지리학이야말로 페미니즘이 필요한 학문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우리는 '도시'안에서 살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영향을 받는건 당연하다. 도시가 어껗게 계획되었는지 도시가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있는지에 따라 이 도시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기득권층이 어떻게 도시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적인 삶을 지배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읽고 이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때, 마치 알아선 안될 비밀을 알게된 기분이었다. 저자가 느꼈던 '여자'로서의 경험이 도시에서의 경험이 먼 나라에서 살고있는 아시안 여성인 나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특히 밤에 있었던 '운 좋았던 무용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정말 격한 공감이 일었다. 특정한 누구를 위한 도시가 아닌 모두의 도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과연 그 도시는 존재하는 도시일까? 이 거대한 부조리함 안에 살고있는 아주 작은 나를 마주하니 무기력해졌다. 그래도 이 도시가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그러니 어쩔수 없다. 이제라도 알게되었으니.. 조금씩이라도 나의 손이 닿는 곳 부터 바꿔나가야지! 우리 존재 파이팅! |
|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레슬리 컨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자는 시스젠더 백인 여성으로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이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처음 접했는데,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느끼는 일상생활에서 더도 덜도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친숙하며 생활 깊이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된다는 것이 쇼크였다. 책에서 언급된 스타벅스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테이블에 앉아있던 두 명의 흑인 남성이 체포되고 경찰서로 끌려가 9시간이나 구금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공공장소의 흑인들이 직면하는 미묘한 인종차별의 형태다. 미묘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차별적인 행태지만 말이다. 이처럼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특권이 백인의 특권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가 자라온 도시에서도 남매가 겪었던 수많은 일화를 상기해 볼 때 그나마 여성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본인에게 조차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본인이 겪은 것도 이럴진데, 다른 사람들은 더 열악함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조차도 북미권에 가본적은 없지만 수 많은 매체에서 교외의 타운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중산층 가정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교외에 산다는 것에 대한 이면을 이야기한다. 교외에 거주하는 모든 주부들은 홀로 분투하는데 여기에 그 이유가 설명된다. 교외의 생활방식이 드라마에서처럼 이상적으로 보이려면 1명은 시내로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고, 나머지 1명은 집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이성애자 가족이 필요했다. 대중교통과 같은 공공서비스로부터 고립된 채 집에서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 이런 기준으로 설계되는 도시는 분명 문제가 있는데, <교외>라는 지리적 특성이 이성애자 가족 내에서 및 노동시장에서 특정한 성역할을 후원하고 당연해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성애자 핵가족 상황이라면 임금격차 때문에라도 (그리고 고정적인 역할분담에 의해서) 남편이 경제활동을 이끌어 나가게 되는 구조이다. 이외에도 여성들이 육아를 하면서 빈번하게 마주하게 되는 유모차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하기 힘든 도시의 구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도 기저귀 교환대 등이 백화점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카더라를 들었는데 북미권도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니 그것마저 충격이었다. 혼자 사는 싱글에게는 도시라는 거주지의 치안의 전반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수많은 캣콜링들, 늦은 시간 자유롭게 혼자 있을 권리와 그 당연함 말이다. 거기에 책의 말미에는 이런 도시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했을 때 조차 딸을 데리러 가야하는 주 양육자로서 고민했던 저자의 경험담은 정말 뼈를 때렸다. 대의를 위해서도 엄마는 더 고민해야하는 일이 있다는 점이 말이다. 그리고, 미국의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시위의 촉발점이 된 곳을 갔을 때도 거주하고 있지 않은 외국인이라 몸을 사려야 했다는 이야기도 절감하며 읽었다. 뜻이있고 그것에 대해 강의하는 학자임에도 체포를 두려워 해야 한다는 점이 말이다. 앞으로 도시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좀 더 폭넓은 경험을 가진 각층의 사람들의 의견이 수렴된다면 조금 더 여성친화적인 도시가 설계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란 무엇일까 궁금함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내가 궁극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는 어쩌면 안전하고 편리한,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곳에서 살고 싶어서고 내가 사는 곳이 좀 더 개발되었면 좋겠다는 생각은 밀려나는 원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공감했던 부분은 여자들의 용감한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낳았을 때 그들이 경험과 근거를 통해 이성적인 선택을 했다고 해석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멍청한' 짓을 했는데도 '용케 살아남은' 것이라 재해석한다는 부분이다. 나도 같은 여자이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도시는 비장애인이면서 시스젠더인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라는 것과 여성으로 살면서 익숙한 상황들이 주는 충격을 느끼면서 여자들을 위한 도시를 만들어나가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말 그대로 이다. 도시는 늘 백인 시스젠더 비장애인 남성을 위한 설계로 이들의 젠더권력과 가부장제 유지를 도왔다. 비가시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이지만, 이는 백인 시스젠더 비장애인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특징이고, 타 인종, 젠더퀴어, 여성, 비장애인 등 '정상인' 남성이 아닌 '비정상인'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도시 속 유일한 '정상인'들이 갖는 익명성 속에서 비정상인들의 특이점은 더욱 도드라지게 된다. 도시를 편안하게 활보하는 소요객(대부분 '정상인' 남성이다)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며 여러 편의성과 안전할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당연히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도시는 사실상 백인 남성을 제외한 모든 집단들에게 배척적이기에 당연한 말이다. 한마디로 '약자를 위한 도시는 없는 것'이다. 위와 같은 도시의 특성때문에, 이 책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책이지만 여성의 이야기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도시문제를 논할때 여성성만 따로 떼어 이야기 하기 힘들고, 여성인 동시에 다른 사회적 약자이기도 한 사람들은 도시속에서 최약자이기 때문에 교차페미니즘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작가의 페미니즘적인 경험을 위주로 다루되 교집합인 인종, 퀴어, 장애, 아동, 노인 등도 같이 다루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녹여 서술한 도시의 여성배척적인 특성은 도시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만큼 현실적이었다. 도시는 엄마들이 세상밖으로 나오는 것을 저해하고, 여자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배척하며, 여성이 혼자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와 이를 침해당하는 여성의 공포를 무시한다. 이런 도시구조는 적극적으로는 남성중심의 권력사회와 가부장제를 공고히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조성된 결과이지만, 소극적으로는 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기타 약자집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작가는 여성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가 여성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약자들의 목소리 역시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여성친화적인 도시란 궁극적으로는 여성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도시의 여러 소외계층들을 모두 포용하는 도시라고 역설한다. 이는 여성인 동시에 여러 계층에 속하는 개인이 도시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여성성 뿐만 아니라 다른 특성 역시 받아들여져야 궁극적으로 여성친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여성친화적인 도시란 더 잘살고, 더 공정하게 살기 위해 여러 계층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유급노동과 돌봄노동, 사회적 재생산에 대해 고민하는 도시라 말한다. 이런 논의에 바탕에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한다. 이 책에서는 여성친화적인 미래도시의 이러한 특징에 관해 서술할뿐, 구체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뭐든지 더 좋게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라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에 따라, 여성친화적이면서 동시에 모두를 위한 구체적인 도시설계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도시설계를 생각함에 있어 고려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용이다. 최대한 많은 계층들을 친화적으로 포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았다. 둘째, 효율성과 효과성이다. 기존의 도시설계를 물리적으로 완전히 뜯어고치는 방향보다는 기존 설계를 최대한 이용하고 보완하여 목표를 이루는 방향으로 생각해보았다. 이러한 방향이 좀 더 사회적으로 경제적이고 친숙하기 때문에 반발이 적어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물적자원과 인적자원을 최대한 연계하여 활용하려 하였다. 도시설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 정서적 교류, 돌봄노동의 분담, 세대간 화합,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지역조직화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설계하고자 하였다. 지역조직화사업이란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하여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역조직화 사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물적, 인적자원이 꽤 충분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아파트 단지 내에는 주민교류를 위한 시설, 어린이 놀이터, 공원, 주민운동장, 학교 등이 이미 조성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자체로 인적자원이다. 또한, 복지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일정 행정구역마다 종합사회복지관 등이 있는 경우가 많고, 다른 행정기관에서 지역 주민들의 복지를 이미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복지관이나 행정기관을 연계하여 얻을 수 있는 물적, 인적자원 또한 풍부하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친화적인 도시 구축을 위한 지역조직화 사업을 위해 먼저 지역사회에 이루어지고 있던 대상중심의 복지서비스 외에, 지역을 더욱 세분화하여 지역중심의 서비스를 운영해야한다. 세분화한 구역에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를 배치하여 지역조직화 사업에서 주민들을 위한 중재자 및 조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기존의 아파트단지와 도시 시설을 활용하여 지역중심의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는데 힘써야 한다. 여기서 지역중심의 프로그램이란 예컨대, 돌봄노동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역주민간 공동육아 돌봄네트워크, 지역주민의 재능기부를 통한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지역 대학생 멘토링을 통한 지역내 아동 야간보호사업 등이다. 사실 예시로 사용한 프로그램들은 이미 기존의 복지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하지만 요점은 이를 공동체 구역 내에서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참여하도록 힘써야한다는 점에 있다. 주민들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민들이 거주하고있는 지역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근거리에서 효율적, 효과적으로 사회적 안전망과 정서적 교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도시를 바꿔나간다면 엄마들은 마음놓고 집안에서 벗어나 일터로 나갈 수 있고, 여자아이들도 밤낮을 가리지않고 활동하면서 지배적으로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공원에서 주민들과 교류하며 활보할 수 있고, 혼자 사는 여성도 같은 지역 여성들과 우정을 다질 수 있으며, 할머니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아동들과 교류하며 자아실현과 정서적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여성의 안전에 관한 문제는 공적영역보다는 사적영역에서 더 크게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델에서는 지역마다 배치된 사회복지사를 통해 여러 복지기관과 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적영역 내의 범죄도 예방할 수 있고, 피해자 역시 빠르게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모두를 포용하는 친화적인 도시설계에 정답은 없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더 좋은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나마 더 나은 미래도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고찰을 할 수 있게 현재의 배척적인 도시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아직은 조금 부족한 나의 미래 도시설계를 이 도시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바치며 심심한 위로와 희망의 말을 전한다.
|
|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거나 조성할 때 대상이 되는 기준이 있다. 우리는 흔히 그것을 '표준'이라는 올바르지 않은 단어로 부르며 세상의 모든 사람을 그 '표준'이라는 것 아래 구겨넣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표준에 들어맞지 않은 이들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현대 글로벌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미국을 예로 들자면 '신체 건강한 이성애자인 백인 남성'이 그 표준에 속한다. 다른 나라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백인' 같은 특정 인종을 지칭하는 부분만 달라질 뿐.
저자는 '도시'를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철저히 해부한다. 도시라는 것이 어떻게 완벽하게 남성 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고발한다. 사실 거창하게 페미니스트 관점까지 가지 않아도 여성들에게 더 안전하지 않은 도시의 치안이나 남녀공용으로 설계된 건물의 공용 화장실, 유모차에 적합하지 않은 도보 조건, 기저귀를 갈만한 공간이 전혀 없는 공공화장실 등만 보아도 그로 인해 불편을 느낄 이들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건 바람직하다. 더 많은 시설들이 장애인과 아이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 구성원들의 특성의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참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저자의 관심은 단순히 도시의 인프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정 상황에 대해 남녀를 다르게 보는 시선들, 여성을 통제하는 사회적기능으로 작용하는 공포감 등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공감할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아무래도 저자가 캐나다 국적이고 지리적 활동 반경이 그 쪽이다 보니 문화적 환경이 다른 공간에 사는 내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했다. 반면 저자가 다루지 않은 다른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차별 역시 존재할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그저 분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도 반성하게 만든다. 나 역시 신체 건강한 사회 중산층이라는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시설이나 복지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기 전에 이런 것들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좁은 음식점이나 카페 복도에 놓아둔 유모차가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기 전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이들도 나와 똑같이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로 한다. 모두를 위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
|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음으로써, 여자들이 도시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고 어떤 일상 경험을 하는지를 거의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남성의 전통적인 성역할을 뒷받침하고 돕게끔 설계되어왔다. (17쪽)" 나는 레슬리 컨님께서 저술하시고 <주식회사 열린책들>에서 출간하신 이책?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를 읽다가 윗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 이것이 바로 저자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남자들만의 도시>이구나 바로 그걸 느꼈다. 나는 성별을 구분해 도시의 모습을 그려본 적은 많지않았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여성분들의 입장에 서서 이 도시를 바라보면서 이책을 차근차근히 읽어나갔다. 글고 이책의 저자이신 레슬리 컨님께서는?차별없는 미래 도시환경을 제시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이다. 현재 마운트 앨리스 대학교 지리환경학과 부교수로서 젠더와 젠트리피케이션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있다. 그리하여 이책에서는?엄마들의 도시, 친구들의 도시, 혼자만의 도시, 시위의 도시, 공포의 도시 등 총 5장 298쪽에 걸쳐 남성들의 도시에 사는 여성들의 도시경험에 대해 아낌없이잘알려주시고있다. 대체로 우리들은 도시에 많이 살고있다. 심지어는 농어촌 등 시골과는 반대 개념으로 도시라고 부르는 것에 낯설지않은게 현실이다. 근데, 거의 평생을 도시에 살고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책의 제목이 선뜻 다가온 것은 아니다. 물론 남자의 입장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조차없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시장,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여성화장실앞에서는 여성들이 줄서는 모습들을 심심치않게 보는데 이때 여성분들이 많이 불편하시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게다가 아기업은 엄마들이 공공장소에서 수유를 해야할 때도 있는데 이때 수유시설들이 많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책을 읽으면서 여성들이 도시에 살면서도 불편없이 살아가길 기원도 하게되었다. 또한, 성차별적이지않는 평등한 도시, 여성들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책 아주 잘읽었고 이에 나에게도 뜻깊은 독서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놓치지않고 꼭읽어보시길 권유드리고싶다. 지금도 생각나네... 저자께서 들려주셨던 다음의 말씀이... "안전한 여성친화적 도시에서 여자들은 단지 문밖에 나가기위해 용기를 내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가 100만 한가지 안전 예방조치에 낭비되지않을 것이다. 이 도시에서는 여자들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최대한 실현될 것이다. (249쪽)" |
|
'도시'와 '여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이 책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도시와 여자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역사상 여자들은 늘 현대도시의 문제로 간주되어 왔다. 산업혁명기에 유럽의 도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들과 이민자들이 거리에서 마구 뒤섞이게 되었다고 저자 레슬리 컨은 말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규범 가운데 엄격한 계급 구분과 딱딱한 예법은 지체 높은 백인 여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나 도시에서 여성과 남성, 여성과 우글거리는 군중 간의 접촉이 증가함에 따라 이 예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이라는 '논쟁적 지역'은, 특히 안전 및 성폭력과 관련된 논의에서, 여자들도 '대중의 일부가 될' 여지를 마련해 줬다고 역사가 주디스 윌코위츠를 인용, 저자는 말한다. 이 혼란스러운 과도기가 의미하는 바는, 겉모습만으로는 계급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서 거리를 지나가던 숙녀가 최악의 모욕을 당할 가능성, 즉 '매춘부'로 오인받을 위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떤 여자들은 도시의 어수선한 무질서로부터 보호받아야 했던 반면, 어떤 여자들은 통제되거나 재교육받거나 추방당해야 했다. 도시 생활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점점 가시화된 노동 계급의 실태를 중산층이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주장은 이 책의 서문(들어가며)의 제목 「남자들의 도시」 '도시는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란 표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표현에 따르면 공장이나 일반 가정에서 일하기 위해 도시로 이주함으로써, 집 안의 질서를 '전복' 하는 여자들보다 비난하기 쉬운 대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여자들이 유급 노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자 그들에게는 약간의 독립성이 생겼지만 자기 가정의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가난한 여자들은 실패한 주부로 묘사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이 자기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노동 계급의 '풍기문란'이라고 비난받았다. 이 풍기문란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 여러 가지 문제 행동으로 나타났고 이 모든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여성의 순수성 및 청결에 관한, 빅토리아 시대의 다소 과장된 공포가 어느 정도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까지도 여자들의 도시 경험은 여전히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징적 장벽에 가로막히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청결하지 못한 공중화장실은 여자들을 백화점 화장실로 향하게 한다. 스타벅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을 사야 할 때도 있다. 축구장, 농구장은 소년들을 상정한 공간이다.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도시 환경은 편리하지만 성평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 격차에 따른, 여성들 간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도시에 숨어 있는 성 편향성을 드러내며 차별 없는 공정한 도시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5개 항으로 나눠 논의하는 책이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은 성차별주의가 지표(地表)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도시 계획, 교통, 주택 등의 분야에서 젠더와 형평성 자문 활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인 저자 레슬리 컨은, 남성 중심의 도시가 여성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이 겪은 도시 생활 경험과 함께 풀어낸다. 이 책은 공중화장실, 돌봄 시설, 여성 안전 등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도시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도시 계획, 도시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 등 도시에 만연한 가부장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중산층 백인 여성에 편향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구시가지의 낙후 지역이 재개발을 통해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으로 인해 교외로 내몰리거나 도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저소득층 여성, 강한 차별적 시선을 받는 흑인 여성,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 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애초에 도시 계획의 '표준 인간'에 여성은 없었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편함, 차별이라는 장벽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아, 남성에 의해 설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성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책은 여성 친화적 도시 건설을 위한 친근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도시 환경에 새겨진 성 편향성과 그런 도시 환경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 준다. 도시 계획에서 여성의 경험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여자들은 용변을 보는 데 오래 걸리고, 생리 중에 해결할 것이 많다. 아이의 배변을 도우러 같은 칸에 들어가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급하게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공중화장실은 칸이 좁고,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위생적이지 않다. 화장실은, 여자들이 백화점이나 커피숍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이 부족해 대기자가 터무니없이 긴 것은 소득 격차에 따른 여성 차별을 야기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 여성은 당장 저소득층의 보모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정책은 독신, 결혼 가정, 핵가족, 노인 부부 등 '전형적인' 가정 모델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친구와 부동산을 공동 소유 하는 것은 흔치 않은 데다 문제의 소지가 크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따른 가정 형태가 규범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 타인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도 정책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주거, 운전, 육아, 노인 돌봄, 간호 등 여성이 필수적인 일들을 서로 의지해 공동으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이와 함께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살핀다. 10대 소녀들이 쇼핑몰 푸트 코트를 점령하거나 다 같이 화장실 가는 것을 시시하고 유치하다고 여기거나, 대중 매체에서 여자들의 우정을 시기와 질투로 그려내는 것은 여자들이 합심해 우정의 힘으로 세상과 자신들을 바꾸는 것을 막는다. 도시를 바꾸고자 의견을 표출하는 시위 현장에서조차 성 편향성이 발견된다. 남자들은 카리스마와 비전이 있는 공식 지도자가 되는 반면, 여성 지도자들은 곧잘 언론 매체에 무시당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여성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가정이나 직장 같은 사적 공간이나 지인에게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데이터가 충분히 모였음에도, 도시는 가정 폭력, 지인에 의한 성폭행, 근친상간, 아동 학대 등은 예외적인 것처럼 평소에 관심이 매우 적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으로서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자신의 몸이 도시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탐구한다. 컨은 거듭 우리가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도시에서 실제로 자신이 어떤 성 차별을 겪는지, 도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거기서부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성별과 페미니즘과 도시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도시를 변화시킬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 친화적 도시를 실현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세심하게 접근한다. 컨은 백인 여성인 자신의 안전 욕구가 유색인 동네의 순찰을 강화하지는 않는지, 유모차 출입에 대한 욕구가 장애인 및 노인의 욕구와 연대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산층 여성이 사는 동네에는 깨끗한 공원, 카페, 서점, 유기능 식품점 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언뜻 여성을 위한 변화 같지만 오히려 저소득층 여성을 소외시킨다는 점을 짚어 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져온 중산층에 한정된 이득은 남녀 분업에 기여하지 않는다. 그밖에 이 책은 흑인 여성,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이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흑인 여성은 심각한 인종 차별을 겪기도 하며, 직장에서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유색인 엄마는 가사 노동과 유급 노동을 힘들게 병행해야 한다. 장애인 여성은 신체적 학대와 성폭력에 취약하며, 레즈비언 커플은 게이 동네에서조차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공간을 찾기 어렵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컨은 도시 계획, 정치, 건축에 폭넓은 실제 경험을 가진 대표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성 주류화, 즉 여성이 사회의 주류 영역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모든 계획과 예산 결정이 성평등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 곳곳은 도시 계획에 젠더 관점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성 주류화가 기존의 성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컨은 서울시가 직장 여성이 통근길에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하이힐 굽이 끼지 않는 보도블록, 여성 전용 주차장 등에는 신경 쓰지만,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에서 나타나는 남녀 간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한다. 집에서, 거리에서, 화장실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다. 여성의 연대는 유급 노동, 돌봄 노동, 사회적 재생산을 새롭게 조직할 방법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활성화한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여성이 겪는 문제와 다양한 도시 생황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유색인 여성을 차별하고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해외 도시를 방문하거나 거주할 때 차별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배타적이지 않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나이, 질병, 장애, 인종, 계급, 성적 지향 사이에 장벽을 허문다. 여성 친화적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여성이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며 여성 친화적 도시를 실현할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레슬리 컨(LESLIE KERN) 차별 없는 미래 도시 환경을 제시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1975년생으로, 2002년 토론토 대학교 온타리오 교육 연구소OISE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2008년 요크 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에는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페미니스트 지리학 콘퍼런스를 조직했으며 2015년 풀브라이트 재단의 지원을 받아 조지아 케네소 주립 대학교 방문 교수를 지냈다. 현재 마운트 앨리스 대학교 지리환경학과 부교수로서 도시 사회 지리학, 젠더와 도시, 젠더와 인종 및 환경 정의에 관한 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학교 내 여성 및 젠더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주된 연구 주제는 젠더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도시 계획, 교통, 주택, 공적 공간, 안전 설계 분야에서 젠더와 형평성 자문을 하는 그녀는 2020년 로스앤젤레스 공평한 공간 프로젝트, 2021년 뉴욕 시민 주택 계획 위원회, 바르셀로나 산츠 기차역 재건설, LA 메트로 젠더 행동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로이터』, 『가디언』 등에 칼럼을 기고한 바 있으며, 블로그와 트위터,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었다. 그 외에 『성(性)과 도시 재활성화SEX AND THE REVITALIZED CITY: GENDER, CONDOMINIUM DEVELOPMENT, AND URBAN CITIZENSHIP』를 썼다.
역자 :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 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보이지 않는 여자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2019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아메리카나』,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처음에 제목을 듣고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건축이나 도시설계에도 성별로 불평등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아니 존재할 수는 있는 건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도시는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지? 도시 설계에 가부장제를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싶었어요. 그래서 궁금함에 읽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몰랐던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라는 분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1장 [엄마들의 도시]부터 확연히 이해가 쉽습니다. 도시는 엄마들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건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과 함께 관심을 가진 이슈여서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대도시의 대중교통이나 건물 설계는 이동에 제한이 있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자전거, 휠체어, 유모차, 바퀴 지팡이 등 이동에 신체 외 다른 물품이 필요한 경우는 굉장히 제약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장애인이 이동하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잖아요? 외국은 유모차를 옮기다가 계단에서 굴러서 어머니가 사망한 사건도 있더라고요. 도시의 구석구석이 이렇게 말하는 거죠. 야! 네가 움직이면 민폐잖아! 집(혹은 시설)에나 있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권을 박탈당하고 고립됩니다.
한국은 워낙에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라서 아직 '교외'에 대해서 북아메리카처럼 적극적인 계급화 이동이 이루어지진 않은 것 같아요. 그저 제가 모를 뿐일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제가 알기론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중상류층 주류 인종들이 대거 교외로 이동하고, 넓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는 그런 문화가 아닙니다. 전 교외야말로 모두가 서로를 잘 아는 동네, 누군가 외부인이 등장하면 바로 눈에 띄는 폐쇄적인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한편으로 여성에게 엄청나게 많은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을 부담시키는 구조라는 건 몰랐어요. 집은 넓어서 관리할 곳은 많고, 슈퍼나 쇼핑몰은 멀고, 학교나 회사도 멀어서 이동에는 반드시 차가 필요하며, 2명 이상의 자녀가 있을 때는 동선이 매우 복잡하고 힘들어진대요. 교외 자체가 여성의 무급 노동력을 갈아서 유지되는 시스템인 셈입니다. 도시는 교외보다는 학교/직장/마트/어린이집 등이 가까워서 (충분하진 않지만) 여성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네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혼자 있을 권리에 대해 말한 3장 [혼자만의 도시]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화장실에 대한 부분이 놀라웠어요. 한국은 무료로 개방된 공공 화장실이 꽤 많고, 공공 화장실이라 해도 관리가 잘 되어 깨끗한 편입니다. 외국에는 화장실이 위생 및 가격에서 이용하기가 꺼려지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밖에 있을 때는 화장실을 가지 못해 고통을 겪는다는 거예요. 인도에서는 여학생들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리가 시작되면 학교를 아예 가지 않기도 한다네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화장실은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적인 공간인데, 이런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밤이 될 때까지 대소변을 참아야 한다는 건 정말 비인간적이에요! 오늘날의 도시 환경에서도 화장실 접근권이 이토록 누리기 힘든 권리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어요.
5장 [공포의 도시]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님을 밝힘과 동시에 그래서 도시 설계는, 도시 환경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슬픈 건 이게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리학과 학생들도 이 부분에서 낙담하거나 짜증을 낸다고 하던데, 환경적/설계적 해결책을 아무리 찾아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절대방법 같은 건 없다는 데 맥이 빠질 만도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여성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 친화적)인 도시에 가까워질 희망은 있다고 얘기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걸 바꾸기 위해 당사자들의 말을 듣는 것부터가 그 시이 될 거라고요. 제가 사는 이 나라, 이 도시가 앞으로는 나쁜 사례가 아닌 (나쁜 사례의 예로 실려 있더라고요ㅠ) 좋은 사례로서 페미니스트 지리학 책에 언젠가 등장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언젠가는, 가능하겠죠?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