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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먼 윈체스터의 팬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이 2020년쯤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완벽주의자들》을 읽었고, 그해에 이미 나와 있는 사이먼 윈체스터의 책들을 거의 찾아 읽었다. 그런데 최근에 찾아보니 놓친 책이 있었다. 바로 《땅의 역사》.
읽기 전에 사이먼 윈체스터의 경력을 다시 살펴봤다. 그의 작가로서의 이력은 기본적으로 기자로서의 경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전에 그는 지질학을 공부한 지질학도였고, 광산 회사에서도 잠깐 일했었다. 그러니까 ‘땅’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던 셈으로 여겨진다. 물론 《세계를 바꾼 지도》, 《태평양 이야기》, 《크라카토아》 등의 책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땅의 역사》는 말 그대로 ‘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조사하고, 모아놓았다. 그런데 지질학적 시간에 관한 얘기는 아니다. 땅이 인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후, 그것도 근대 이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인간이 땅을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생겨난 이야기,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이들과의 대립의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들은 단순히 재산권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와 문화, 나아가 문명과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억제하는 능력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땅에 관한 이야기를 포괄하고 있다. 유럽, 주로는 영국에 관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1930년대 기근, 아메리카, 주로 미국의 영토 확장에 관련해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아프리카 침략에 관해서 등등. 그러고보면 아시아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제한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 혹은 종교 분쟁을 제외하고는 잠깐 잠깐 지나가는 얘기 정도로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DMZ는 아주 할 얘기가 많을 터인데도 두서너 장에 그치고 말았다(더군다나 부정확한 점도 없지 않다). 아무래도 작가의 경험과 관심의 범위에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토지 공동 신탁제라든가,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전환, 네덜란드의 간척 사업 등이 인상 깊은 얘기들이었다. 그런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따로 있었다. 다음의 대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투 대주교가 남긴 말이라는데, 그가 말해서 유명해졌지만 투투 주교가 처음 한 말은 아니고, 케냐의 정치인 조모 케냐타가 처음 한 말이란다.
“선교단이 아프리카에 왔을 때, 그들에게는 성경이 있었고 우리에게는 땅이 있었다. 그들은 ‘기도합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더니, 우리 손에 성경이 들려 있고 땅은 그들 손에 있었다.”
유럽의 식민지 침략(역시 땅에 관한 이야기다)은 위선적이면서도 노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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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학의 대명사 사이먼 윈체스터의 땅을 주제로한 역사서. 한 지역의 또는 한 시대를 통사적으로 읽는 역사도 좋지만 이렇게 주제별로 단편씩 읽어보는 소역사(?)도 무척 흥미롭다. 물론 압도적인 박학다식을 자랑하는 저자가 있어서 가능한 거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