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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소로우의 강》은 소로우의 대표작인《월든》보다 앞서 쓰인 그의 첫 책으로 그가 생전에 많은 애정을 가진 저서다. 소로우는 1839년에 형 존과 함께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으로 떠났던 여행을 바탕으로 10년 후인 1849년에 방대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는데, 책의 원제는 그대로 번역하자면《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로 그동안 소로우의 연보에서 항상 익숙하게 들었던 그 책을 이렇게 국내에서 최초 완역본으로 만나 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가장 앞선다. 책은 소로우의 초월주의 사상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만큼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 잡는다.
내 기질에는 야생을 향한 어떤 갈망 같은 것이 들어 있다고 믿는다. 내세울 만한 소질 같은 것은 없으나 어떤 것들에 대한 진지한 사랑이 있기에, 누군가에게 꾸지람을 들으면 이 바탕에 기대려 한다. (p.74)
책은 소로우가 자신의 고향인 콩코드 강에 대한 사색으로 시작해 형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토요일을 시작으로 돌아오는 그다음 주 금요일까지 요일 순으로 구성되어있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2-3일 내에 완독할 마음이었지만 막상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속도가 나가질 않아, 토요일부터 잡은 책을 돌아오는 금요일에 끝내며 각각의 요일에 맞는 장만 읽는데도 사실 조금 힘에 부쳤다. 소로우의《월든》을 생각 외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번 책은 생각보다 그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우선 그가 사랑한 고향 땅과 미국에 대한 애정으로 인디언과의 전쟁을 시작으로 정착민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역사부터 그리스 신화까지 전혀 지식이 없는 이야기를 자주 언급해서 역주가 무척이나 많다. 책을 읽는 도중에 주를 찾아 읽어 나가는 식이니 집중도도 떨어지고 주를 읽었다고 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말하려는 느낌이나 의도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직까지도 남는다.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버겁다는 생각을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속도가 더뎠지만 그래도 책을 다 덮고 보니 책 옆으로 많은 포스트잇이 삐져나와 있었다.
이 세상에는 그리스도가 말하는 성공과는 또 다른 부류의 성공이 있고, 현세에서 반드시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것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도 풀어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우리는 영혼과 물질 사이에서 어떡하든지 인간의 삶을 꾸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p.96)
이번 책에서는《월든》에서 보았던 내면으로의 깊이 있는 사색보다는 자신이 나고 자란 콩코드와 그 주변지역의 지형, 식물, 강 속에 사는 물고기 등등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글이 많은데 식물의 이름과 철 따라 피고 지는 순서, 물고기의 특징 같은 것을 설명하는 그를 보면 엄청난 지식에 마치 박물학자 같은 느낌을 줄만큼 그가 고향 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흔히 피는 꽃 한 송이의 이름조차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연과 동식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빗대어 표현하는 부분에선 역시 새로운 시각을 많이 전해 받는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소로우가 사랑하는 강을 따라 흘러가며 자연 속에서 먹고, 자고, 보는 것들 모두에 흠뻑 빠져 사색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만큼, 시인이었던 그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았던지 자신이 지어낸 시뿐 만 아니라 그리스의 시들도 많이 인용된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자연의 위대함과 그 앞에서 조금은 무지하지만 게으름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땅을 일구고 시간을 채우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땀 흘리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자연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지 않을까.
한가로이 공부만 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 있을까? 장작 패는 법이라도 배워라. 학자도 땀 흘려 일하고.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갖가지 일을 보고 들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꾸준히 해야 하는 노동은 공부 못지않게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글과 말에서 쓸데없는 수다와 감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하는 것이다. …작가란 모름지기 노동자들의 세계를 다뤄야 하므로, 그의 삶의 원칙도 그러해야 한다. (p.134)
속된 우정을 남을 물리치면서 좁아지려 하지만 고귀한 우정은 남을 물리치지 않는다. 바로 이처럼 흘러넘치고 흩어지는 사랑이 사회를 향기롭게 하고, 다른 나라의 아픔을 위로한다. (p.361)
사람끼리의 사귐에서 비극은 말을 오해했을 때가 아니라, 침묵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시작된다. …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무슨 값어치가 있겠는가? (p.362)
나는 내 성취보다는 내 포부를 사랑하고 높이 쳐주는 사람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믿는다. (p.364)
의외로 소로우는 자신이 꼽는 최고의 책으로 인도의 경전인《바가바드기타》를 꼽는다. 그 역시 자연에 가까운 동양의 지혜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책에도 꽤 많은 분량이 경전에 대해 설명하며 인용 구절도 가져왔는데 그동안 소로우가 말해왔던 삶의 모습들과 많은 부분 겹치는 걸 알 수 있다. 영원이 머무는 곳은 시가 아닌, 더 나은 행위에 있다는 말로 결과나 이유에 붙들리지 말고 모든 집착을 떠나 맡겨진 일을 지금 행하라는 실천적인 의미를 우선에 둔다. 또 신의 풍성한 보답은 끝없이 단조로우면서 고된 일로 얻어내야 한다고 말하며 고되지만 단조로운 노동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본질적인 삶의 깨달음이 떠오르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더 자연과 가깝게 삶의 터전을 꾸리고 많은 부분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지금의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 공감할 수 있는 말보다는 새롭게 들려오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 해도 정치권력보다는 자연에 더 많이 기댄 소로우의 책이 당시에 그런 보기 드문 담이 큰 사상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는 강의 흐름만큼이나 진보적인 사상을 가졌던 사람이고 아직까지 그만큼 진보적이었던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그 속에 든 생각 하나하나가 보기 드물게 담이 큰 책, 게으름뱅이는 읽을 수 없고, 마음 약한 이는 즐기기 어려운 책, 심지어 현존 제도에서는 읽는 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책을 나는 좋은 책이라 부른다. (p.123)
사람들은 말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를 열매로 맺는다. …시는 세상과 삶의 의미를 지극히 단순하게 그려낸 것으로, 과학보다 풍부한 진실을 지니고서 모든 인간의 가장 공통된 감각을 노래한다. (p.117)
책을 읽다 보면 유독 자연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시’를 지상 최고의 예술로 지칭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시각을 대할 때면 무한한 가능성과 생명을 품고 있는 자연을 바라보는 예리하고 섬세한 시각을 타고난 사람이 있는 듯하다. 이번 책에서도 소로우의 예리한 관찰력과 그걸 삶의 방식에 빗대어 표현하는 통찰력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아마 자연을 예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종종 소로우가 주변의 것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묘사하는 부분에선 대상을 해부하는 것처럼 낱낱이 파헤친다. 그리고 항상 그렇게 대상에 대한 열정으로 자연부터 시작해 사람들의 행동이나 관습, 삶의 요소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그 본질에까지 닿아 거기서 얻은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주면서도 우리에게 일어나 걸을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지식은 그 지식에 알맞은 체험이 없으면 결코 얻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자는 소로우가 설파한 실용 철학을 ‘모든 개인이 각각 자기가 지닌 능력과 조건에 따라 조용히 자신을 개발해야 하고, 과거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현재에 살면서 미래에 대한 무한한 확신을 길러야 한다’고 요약한다. 현재까지 전해오는 다른 사상가들의 말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부분임을 느낄 수 있다.
영웅은 서두르는 법과 아울러 기다리는 법도 알고 있다. 좋은 것들은 모두 슬기롭게 기다리는 이의 몫이다. 우리는 언덕 너머 서쪽으로 서둘러 가기보다는 여기 이 자리에 남아 있음으로써 더 빨리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p.174)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갖가지 일들이 한데 모여 지금 있는 삶을 떠받친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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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널리 읽히는 책들이 있다. 월든도 그러한 책들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책 ‘소로우의 강’은 월든의 작가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첫 저작이다. 소로와 형이 함께 한 1주일 간의 여행기이자 동시에 그의 깊은 철학적 사색을 담고 있는 책이다. 소로는 짧은 생애를 살아가면서 당시 미국사회에뿐만 아니라 150년도 더 흐른 전세계 후세들에게까지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저작들을 남겼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사람들로 하여금 소로를 읽게 하는지 궁금해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