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쓸 도서 리뷰는 '은하철도의 밤'. 은하철도의 밤, 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아마 은하철도라는 단어가 쓰인 것 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할 '은하철도 999'. 사실 내 세대가 볼 애니메이션은 아닌데도 (실제로 내용은 모름) 이 만화의 이름과 주인공 정도는 알고 있다. 이외에도 찾아보니 영화, 게임, 음악 전반에 걸쳐 은하철도의 밤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 꽤 많았다. 그래서일까? 처음 읽는 책임에도 줄거리나 분위기가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진 것이. 영향을 받은 작품이 또 다른 작품에 영향을 주고, 이런 식으로 언젠가 내게도 닿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은하철도의 밤은 주인공 조반니와 소꿉친구 캄파넬라의 환상적인 은하 열차에서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 같지만, 앞뒤 사정은 제법 비극적이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며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돈을 벌러 나가야하는(심지어 학교에서는 아버지의 부재로인해 따돌림까지 당하고 있다...) 조반니는 동급생 무리의 중심이자 우등생인 캄파넬라와 과거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제는 좀처럼 어울릴 여유가 없다. 그러다 어느 축제날, 캄파넬라와 마치 꿈같은 은하철도 여행을 함께하게 된다. 캄파넬라와 앞으로도 쭉 함께하자고 말하는 순간, 친구는 사라지고 꿈에서 깨어나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캄파넬라의 죽음이다. 독서 모임에서는 읽는 중에 들었던 의문점을 나누며 나름의 해답을 붙여보았다. 작가가 죽음을 은하 여행에 빗대어 설명하며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고 있다는 의견, 은하철도의 여정 자체가 마치 캄파넬라의 주마등처럼 느껴진다는 의견, 또 소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으로 돌아가는 메세지를 품고 있다는 의견, 주인공 입장에서야 캄파넬라가 아름다운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넬리의 입장에서는 자신 때문에 친구가 죽었으니 끔찍한 기분일 것이라는 의견...등이 나왔다. 흥미롭게도 본문에 의문이 많을수록 더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처음 고른 이 출판사의 번역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인지라(번역은 최악이지만 주석이나 머릿말의 역자 코멘트는 도움이 되었다. 거의 일본 위키를 긁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한 세 권 정도 다른 출판사의 것을 두고 같이 읽었다. 동화적인 묘사 때문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처음에는 아름다울 법도 한 동화적인 분위기도 그다지 와닿지 못했고 내용도 의아한 구석이 많았다. 그렇게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붕뜬 기분으로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고 나니 나름대로 소화를 시키는 것은 물론이요 혼자일 때보다 더욱 풍부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독서 모임을 가지지 못했다면 이 책은 아마 나에게 물음표로 남았겠지.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한번 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