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사람 하나, 고정희

문학동네포에지는 절판된 시집을 다시 복간해 출간한 시집이다. 고정희 시인의 이 시집은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라고 한다. 문학동네에서 고정희시인의 시집을 복간해주어 감사하다. 오랜만에 연서와 같은 시집을 읽었다. 시인의 말에서도 나오듯 이 시집은 사랑의 시집, 연시집이다. 함축적인 의미나 시 안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사랑이 가득한 시집이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당신께 바친다는 시집. 무심하고 미운 당신이어도 결국엔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 되고마는 것이 사랑이겠다. 그리우면 눈물이 나는 것이 사랑이겠다. 사랑이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바보같은 사람에게 사랑을 쏟아부어주는 시집이 여기 있다.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울수없는얼굴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한 잔에서 목 축이지 못하는 오늘은
우리들 겸허한 허리를 구부려
서로의 잔에 그리움을 붓자
서로의 잔이 넘치게 하자
#가을을보내며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 지는 하늘에 쓰네
#하늘에쓰네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 소리여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 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가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그대생각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그리우면나는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