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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는 아니지만, 나에게도 엄마의 코멘트가 적힌 앨범이 있었다. 매번 이사 때마다 묵직한 예닐곱 권의 앨범을 들고 다녔는데 더 이상 그 앨범을 둘 공간이 없어졌다. 엄마는 차마 사진은 버리지 못하고 다 떼어내 모았지만, 아마도 그 옆에 달린 본인의 모든 코멘트는 떼어 버렸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 앨범을 정리해야 한다면 사진 뒤에라도 엄마의 글을 붙여 남겼을 텐데... 빅토리 노트를 보며 계속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아이의 육아일기를 적겠다 마음먹은 독자들도 있을 테지만, 이미 육아가 끝난 독자도, 나처럼 영원히 육아할 일이 없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내 아이를 위한 일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 둘러보았다. 반대로 엄마를 위한 일기를 쓰면 어떨까, 함께 살아가는 반려묘의 기록 일기는? 글을 쓰는 데에 목적어는 무엇이어도 상관없었지만 다른 게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을 적당한 때에 전달해, 상대가 그 노트의 내 글로 힘을 얻어 살아가는 일은 나의 아이가 아니면 불가능해 보였다. 점점 눈이 어두워지고 약해질 일만 남은 엄마와, 내내 갓난아이처럼 곁을 지키다 끝내는 글자 하나 읽지 못하고 나보다 먼저 떠날 고양이에게 건네는 일기는 어떤 의미가 있겠나. 있다해도 그것은 절대 빅토리 노트와 같은 결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단 한 아이의 삶을 기록한 책인 것과 동시에 그 아이를 키우는 과거 한 여성의 이야기. 막 태어나 머리카락이 몇 개 없고, 침을 많이 흘리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다가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몽둥이 같은 것으로 얻어맞아 기절해버린 그녀, 유행가를 부르는 아이의 탓을 모두 제 것으로 받아야만 헀던 그녀, 사람들 많은 곳에서 떼를 쓰는 아이 덕에 곤란한 그녀의 모습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엄마가 되기에는 너무도 어린 나이의 많은 그녀들을 대신하는 전기 같았다.
우리는 지금의 나를 형성한 대부분의 원인이 부모의 탓임을 소리내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반드시 여성이 해야만 하는 일은 없고, 여성이기에 해서는 안되는 일도 없다. 그것을 인지시키는 선배들도 늘어났다. 목소리를 내주는 이들 덕분에 일부는 과거보다 분명 나아졌다. 나를 뒤에서 가격한 범인을 잡지도 못한 채 그대로 흘러가 버린 그녀들의 삶은 얼마나 많은 한에 둘러싸여 있었을까. 작고 귀여운 아이의 성장 과정 안에는 어린 과거의 엄마가 또한 같이 성장하며 어려운 시대를 끝끝내 이겨낸 서사가 있었다. 나는 57년생 엄마와 종종 티격태격하는데, 대부분 내가 하는 말은 '엄마 그건 차별이야.' 였다. 나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익숙하게 살아온 것들을 엄마에게 모른다 타박하는 게 얼마나 모순인지 알면서도 그래왔다. 사실 우리의 엄마들에게는 왜 그래, 보다는 '애썼다'고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평등하지 않은 세상임을 알면서도,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순간에도 차마 말하지 못했을 억압의 시대에서 그래도 이렇게 우리를 사랑해주어서 고맙다고. 울고 떼를 쓰고 고집을 부려도 예쁘다고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빅토리 노트에는 옥선 작가님의 나이를 지나버린 지금의 내가, 그런 나의 엄마가, 그런 나의 엄마에게 귀한 존재였을 어린 내가 모두 있어, 잊고 있던 '나의 소중함'까지도 깨닫게 해주었다. 모두에게 귀한 존재, 단 '하나'뿐인 나의 존재를 위해 생을 걸고 함께 지켜준 그녀들의 삶을 대표해서 써준 듯한,
빅토리 노트는 단지 한 엄마와 한 아이의 기록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유년기이자,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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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밤을 새우며 단숨에 읽어버린 책 !
왜 쉬지 않고 읽어내려 갔을까 ? 육아일기라지만 부부간의, 또 엄마 아빠의 스토리다. 한 가정 내면의 모습이 미주알고주알 다 드러나는 기록이다. 메뉴가 부족할 때 남들은 요즘 뭘 먹고 살지하며 궁금해 하는 것처럼 남들은 어떻게 살았지 하고 의문을 가질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빅토리 노트를 보는 순간 나만(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남들도 지지고 볶고 다들 그렇게 살았구나 하는 일종의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할까.
빅토리 노트 ? 저자가 1970년대 교사생활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로 변신할 무렵 시중에 나돌던 공책의 상표명이다. 이 공책을 육아일기장으로 사용한 탓에 이 작품의 제목이 되었다.
이 작품이 장르로 치면 육아일기이고, 더구나 아이 낳기를 꺼리는 저출산 사회에서 노잼 주제이지만 일기의 하루하루가 드라마 1회분처럼 흥미롭고 빵빵하다. 과자나 장남감을 사달라고 조르기 위해 엄마와 밀당을 하는 유아의 심리를 묘사한 날, 동네의 욕이란 욕부터 먼저 배우고 집안으로 들이는 아이, 고성과 파열음이 난무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부부간의 갈등이 점철된 날, 1979년 10월 부마민중항쟁, 10.26, 5.18에 이르는 격동의 사건, 어린이 미아, 잦은 이사, 연탄아궁이, 아파트청약 등 한국고도 성장기의 외부환경들도 잘 기록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유아를 처음 맞이하는 부모나 조부모라면 출생에서 만5세에 이르는 동안 부모와 자녀가 겪는 문제들과 걱정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로드맵이 될 수 있겠다.
작품의 후반부는 저자가 평소에 모아 두었던 16편의 수필로 되어 있는데 수필이라기 보다 16편의 단편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왜 ? 커피의 과소비, 애완견, 노인병, 노년의 주거 ? 아파트 ? 전원주택 ? 돌발 차량 접촉사고가 났을 때, 즐거움 찾기 등 하나같이 딱 정답이 없는 제목들인데 저자 특유의 위트로 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카피해서 저렇게 살아야지 하고 싶어진다.
작품의 주인공은 국내 * 최고의 카피라이터 김하나 작가. * “세상의 모든 지식” 이라는 슬로건을 개발했다. 1976년생이다. 어머니인 이옥선 저자가 1981년까지 5년간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위주로 그 시기를 기록한 일기다. 무대는 부산이고 주로 부산대학교와 해운대 주변이다.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한국으로 보면 고도성장의 절정기였지만 눈살미 있는 독자는 아직 펄프 기저귀가 없었고 면으로 된 천 귀저기 시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 문법 시제를 배우는 과정((1979.11.9. 만3세) “지난 간 것은 어제이고 앞으로는 모조리 내일이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도 ’엄마 어제 업어 줬지’ ‘우리 내일 서울가자’는 식이다”
엄마와 밀당하는 주인공(1980.9.7 만 4세) (아이들이 과자나 장남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 어른들이 하는 18번은 내일 보자는 거다. 그래 내일을 기억해야지 다짐한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엄마 이게 내일이야’ 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엄마가 ’아니야 내일은 한 밤 더 자야되고 이것은 오늘이야‘ ”
나의 17년 된 고물차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경험이 있거나 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번은 비 오는 날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차가 내 차를 쿵 하고 받았다. 비도 오고 나는 내리기도 싫어서 그냥 창문만 조금 내리고 아주 미안해하는 뒤차 주인에게 ”됐어요. 뭐 별로 부서진 것 같지도 않으니“ 했더니 그 차 주인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면서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한다, 이런 면에서 고물차를 타고 다니면 서로 좀 편할 것 같다. 게다가 (조수석에 앉은) 남편은 옆에서 범퍼는 받으라고 있는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편다.
부지런 금지 (관피아, 모피아 사례처럼 전관과 현직의 파워를 이용하여 이곳저곳에서 연봉을 따블 따따블로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 정년을 했으면 그냥 좀 여유롭게 지내는 게 어떨까....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양하는 마음이라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더 나서서 명예를 추구하고 더 많은 권력을 탐하는 것은 추한 것이다. 말이야 노익장이니 열정을 가진 ’보람찬 인생‘이니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전형적인 속물인 것이다....“
노인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노인이 되면 이런 병, 저런 병을 두루 섭렵하기 마련이고, 덮어두고 방치하지 않고 의사에게 신고하였다면 다소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그 나이에 완치를 바란다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 그래서 결론이 ’약간 불편한 것은 무시하자‘였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꼭 다 낫게 하겠다고 생각했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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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너무 늦게 만났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미 떠난 엄마에게, 나를 키우면서 엄마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의 '빅토리 노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 있을까. 내 어린 시절의 엄마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아쉬움을 이옥선 작가님의 빅토리로 달래본다. 작가님이 '하나야'를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과 '하나야'가 자라는 동안의 기록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지고 고집부리는 '하나야', 눈치보며 애교부리는 '하나야'가 내 조카마냥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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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어린 시선으로 딸의 일상을 영상처럼 기록해서 마치 이옥선님의 육아 인스타 릴스를 쭉 둘러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요즘 같이 영상 촬영이 흔치 않았던 시절, 육아일기는 엄마로서 자식의 어린 모습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이었으리라. 순식간에 후루룩 읽으며 하나의 성장과 이옥선님의 인생을 보았고 우리 어머니의 인생도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은 꼭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드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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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쓴 육아일기도 흔치 않겠지만, 낳고 키울때의 결심처럼 믿어주고 자라게 한 자녀가 힘든 시기에 선물로 육아일기를 주는 엄마라니. 정말 소설같은 멋진 엄마다. 읽으면서 세대는 좀 더 오래됐지만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 벌써 작가님의 나이를 지났는데 아이 둘을 키워내는 어른의 모습에 비해 빈둥거리는 내 모습은 너무나 반성하게 되고ㅠㅠ 육아일기에서 언뜻 드러나는 고도성장기 한국의 모습은 지금 세대들에겐 마치 다른 나라같겠지만(전화도 없던 시절!) 흥미진진하고, 육아일기 뒤에 실린 현재 노인이 된 작가님의 에세이들도 여유롭고 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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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작가님께서 손으로 직접 쓴 마치 편지같은 육아일기를 읽어보니 나의 어린시절도 상상해보게 된다. 나도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예쁨과 귀여움을 받던 시기가 있었더랬지. 떼를 쓰고 울고 하는 아이의 모습을 묘사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귀엽다고 말씀하시며 끝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엄마에게 나의 어린시절은 어땠는지 여쭤보기도 했다. 일기와 함께 이옥선 작가님의 에세이가 몇 편 실려있는데 이 글도 정말 좋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꼭 이옥선 작가님이 게스트로 나오신 팟캐스트도 꼭 들어보시길. 입담도 정말 좋으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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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착하자마자 빅토리 노트에 먼저 손이 갔어요 이옥선 작가님, 하나야의 육아일기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록 저에게 저의 엄마가 남겨준 육아 일기는 없지만 이옥선 작가님이 하나를 기록하신 그 한 줄 한 줄에서 저의 육아일기를 스스로 상상하며 그려가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저의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 중에 저는 밥 먹다가 뒤로 넘어가서 자는, 어릴 적부터 잠이 심하게 많은 아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잠 때문에 청소년 시절이 너무 힘들었었죠. 그리고 세상으로 이 책을 끝까지 밀어 내 보내신 김하나 작가님 사랑합니다~~~
애독자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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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상의 티끌만으로도 끔찍해서 아무것도 그려내지 않으려고 해. 나는 그래서 엄마가 엄마를 잃었을 때 너무 아득했어. 내가 주기 싫다고 떼를 써서 지킬 수 있는 상대가 엄마라면 좋을 텐데 그게 적용되지 않는 삶이라는 게 너무 무력했어. 엄마의 피와 뼈와 살로 만들어진 나인데, 그럼 나는 엄마와 다름없지 않을까. 물음표가 뜨는 저녁들이 무수해도 천천히 이해하고 싶어. 그런 저녁이 왔으면 해. 사랑보다 더한 걸 엄마가 내게 주는 것 같은데, 나는 엄마한테 사랑뿐이 주지 못해서 불공평한 것 같아. 다음 생엔 내 자식으로 태어나줘. 내가 엄마가 될게. 그래서 엄마에게 사랑보다 더한 걸 줄게. 출처: https://herenreal.tistory.com/393 [H e r e A n d R e a l: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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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이자 따님은 빅토리노트를 읽고 얼마나 좋았을지, 감동이였을지! 저도 아이에게 써주고 싶게 만드는 책이네요. 어머님의 친필 노트까지 같이 첨부되어 있어서 더 감동이예요. 종종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찾아 보긴 하지만 새롭고 신기한 책이네요. 저도 모르게 한장 한장 아껴 읽게 된다는 단점이라면? 단점 ㅋㅋ 옛날에 출산과 그후 과정을 역사책 보듯이 볼 수 있는 점도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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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머니들의 육아서를 특히나 애정한다. 요즘에는 sns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육아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매체가 많지만 그 당시엔 직접 쓰며 기록해야 했기에 뭔가 더 애틋하기도 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달까.. 아이를 가지며 임신노트같은걸 써보긴 했지만 아이 키우며 그렇게 하나하나 기록하기란 사실 너무 힘든걸 알기에 더 대단하다 생각되어지는 것 같다. 짧게라도 기록해둘걸.. 후회되지만.. 이미 십대가 훌쩍 지나버린 ㅠㅠ 하나 작가님의 글솜씨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인가보다. 빨려 들어가 듯 단숨에 읽어버렸다. 간만에 기분 좋아지는 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