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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이 연상되는 포르투갈 인문서 - 포르투갈은 블루다
"오르세 미술관이 연상되는 포르투갈 인문서 - 포르투갈은 블루다" 내용보기
눈이 시원할 정도로 깊고 세련된 파란색을 두고 강렬하다는 표현을 하진 않는다. 보통 불타오를듯한 선홍색이나 짙은 묵빛의 검은색을 강렬하다고 칭한다. 그러나 매우 인상적인 유물에서 블루가 이렇게 자극적이라 느낀 적이 있다. 바로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복원한 ‘이슈타르의 문’이다. 몇 해 전 E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3부작 ‘위대한 바빌론’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르세 미술관이 연상되는 포르투갈 인문서 - 포르투갈은 블루다" 내용보기

  눈이 시원할 정도로 깊고 세련된 파란색을 두고 강렬하다는 표현을 하진 않는다. 보통 불타오를듯한 선홍색이나 짙은 묵빛의 검은색을 강렬하다고 칭한다. 그러나 매우 인상적인 유물에서 블루가 이렇게 자극적이라 느낀 적이 있다. 바로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복원한 ‘이슈타르의 문’이다. 몇 해 전 E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3부작 ‘위대한 바빌론’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바빌론 왕궁은 진한 블루 벽돌과 황금색 사자 장식의 물결로 치장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때부터 내게 블루는 영욕의 애잔함으로 다가섰다. 그래서인지 [포르투갈은 블루다]라는 책 제목에서 흥미를 느꼈다. 파란 바빌론 왕궁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바빌론을 떠올렸다면 책을 펼쳐 본 순간 나도 모르게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라 중얼거렸다. 매끈한 질감에 화사하게 흰색이 도드라진 아트지 560 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에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한 탓이다.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안개 낀 호카곶 등 한 페이지가 멀다 할 정도로 인상적인 사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니, 어쩌면 아름다운 지중해의 나라 포르투갈 자체가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 오르세 미술관 일지 모른다.  스코틀랜드 사람과 결혼한 대학 후배가 10년 전 즈음에 자기가 여행한 곳 중 포르투갈이 제일 멋지고 정감이 간다면서 은퇴하면 부부가 포르투갈에서 살 거라고 했다. 당시에는 공감이 가긴커녕, 하필 왜 포르투갈이지? 했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나라가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은 블루다'는 저자가 10여 년간 포르투갈을 둘러보고 탐구한 결과가 담겨 있다. 그래서 여행기 같기도 하고 역사를 다룬 역사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다. 주요 도시의 문화유산을 다뤘으니 전문 서적까진 아니지만 포르투갈을 처음 경험할 여행객들이 참고할 만한 문화 서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요 지역별로 묶어 풀어낸 11개 스토리를 저자 특유의 시선과 호흡에 맞춰 읽어 내려가면 이 책이 궁극적으로 포르투갈의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인문서적이라 이해하게 된다. 도시와 지역에 따라 역사나 지리, 문화 등 강조하는 바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저자는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5 개의 오브제로 파두, 정어리, 아줄레주, 포트와인, 아프리카를 꼽는다. 이 5 개 오브제를 하나로 엮는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도 영욕과 회한, 그리고 이질과 융합이다. 아마도 저자가 이로부터 포르투갈을 블루라고 칭했을 거라 추측된다. 

 

  오늘날 포르투갈은 국가 부채가 많고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15~16 세기의 200 년 동안은 대항해 시대를 주도했던 해상 왕국의 영광을 누린 유럽 최고 부국이자 강국이었다. 착한 물가, 선량한 눈망울, 밤의 여흥과 맛있는 음식이라는 포르투갈 이미지 뒷면에는 제국의 흥망과 영욕의 세월에서 비롯된 한이 가득 차 있다. 라틴어로 숙명을 뜻하는 파툼에서 파생된 파두는 주로 선원들이 부른 노래에서 유래했는데 노동요가 대개 그러하듯 파두 역시 왠지 처연하다. 파두를 간드러지게 불러 파두의 어머니라 일컬어진 마리아 세바라는 파두처럼 비운의 삶을 살다 갔다. 그녀의 뒤를 이어 ‘검은 돛배’를 노래한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와 21세기 뉴 히로인 마리자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매년 6월 리스본에서 정어리 축제가 벌어진다. 리스본 남쪽에서 48km 떨어진 세투발은 20세기 초 포르투갈 어업의 중심지였다. 당시 어획된 정어리의 상당수가 세투발로 모였다고 한다. 정어리는 대구와 함께 포르투갈인들이 즐기는 생선이다. 정어리 축제는 풍어를 기원하는 축제인 동시에 산투 안토니오를 기리는 행사이다. 아무도 안토니오 수도사의 설교에 귀 기울이지 않아 바닷가에서 낙담해있던 그의 푸념을 들어준 게 셀 수 없이 몰려든 정어리 떼였고 그로부터 유명해져 사후 1년 만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전설이 있다. 등 푸른 생선과 서민들의 흥, 역시 블루다.

 

  블루 하면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짙은 코발트 아줄레주를 빼놓을 수 없다. 켈트어로 달을 뜻하는 신트라는 포르투갈에서 유명한 휴양지이자 별장의 도시이다. 리스본에서 서북쪽 24km에 위치한다. 16세기 마누엘 1세가 그라나다 알함브라궁에 감명 받아 신트라 왕궁에 스페인에서 수입된 타일을 장식했다. 아줄레주는 이로부터 기원했다. 16세기 중반 이후에서야 포르투갈에서 자체 제작하였고 17세기 말에 이르러 코발트블루의 아줄레주를 만들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포르투갈 제일의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은 포르투이다. 알마스 예배당 아줄레주에서 묘하게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 떠오른다. 눈이 시린 블루색이 피오레 성당의 감회색과 다른데도 말이다. 오랜 유적은 모양과 색깔이 달라도 엇비슷한 감흥을 주는가 보다.

 

  포르투의 도루 강 유역은 경사진 포도밭으로 유명한 포트와인의 산지이다. 비탈진 경사에 촘촘하게 들어선 포도밭은 마치 남해 다랭이 논을 보는 듯하다. 품질이 열악해도 와인은 바다 사내들에게 귀한 술이다. 오랜 항해에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와인이 발효되는 중에 주정을 넣어 발효를 멈추게 하면서 알코올 농도를 높인 와인이 포트 와인이다. 영국이 백년전쟁으로 인해 와인 수입선을 포르투갈로 돌렸는데 항해 거리가 길어져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정을 넣은 데서 탄생했다. 단맛이 보강되고 도수가 높은 포트와인에게서 가족들의 애절한 기다림과 폭풍우에 죽어간 주검의 블루가 느껴진다. 포르투갈은 라거 맥주를 탄생하는데도 크게 일조했다. 라거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맛이 진하고 향이 강한 에일 맥주만 존재했다. 술통에서 누룩이 발효되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막걸리처럼 상면 발효되는 맥주가 에일 스타일이다. 남미 대륙의 효모가 배에 묻어와 독일 바이에른 수도원 맥주에 섞여 하면 발효된 맥주가 라거 스타일이다. 단조롭지만 시원하다. 리스본 산타 루지아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며 슈퍼복과 사그레스를 마시는 맛이 아마 일품일 것이다. 술을 마실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메자 드 프라드스에서 밤늦은 파두 공연도 제격이겠지만 클래식 또한 어울린다. 나는 라거, 에일, 레드와인, 포트와인을 클래식의 독주, 이중주, 교향곡, 협주곡이라 비유하고 싶다. 솔로로 시원하게 연주하는 독주가 라거요, 깊은 향과 맛이 어우러진 에일은 이중주다. 다채로운 아로마와 여러 풍미가 뒤섞인 레드와인이야말로 교향곡이라면 거기에 주정으로 단맛과 알코올이 보강된 포트와인은 솔로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의 멋드러진 협주에 비유할 만하다.

 

  페니키아 인이 3천 년 전 리스본에 장착하면서 포르투갈 역사가 시작된다. 로마 시대를 거쳐 이슬람 무어인이 지배했다. 1147년 아폰수 1세가 포르투를 탈환하여 영토를 넓혀나가 1415년 아프리카 세우타를 점령하며 대항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로마 교황청이 포르투갈이 서아프리카 지배권을 인정하고 모로코와 인도 제도 사이의 독점 무역을 허락하여 200년간 세계를 경영했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무역을 독점하여 1552년 리스본 인구의 10% 이상이 흑인이었을 정도로 대항해 시대와 아프리카, 흑인은 뗄래야 뗄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백인들에게 붙잡혀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간 흑인들의 정서에 블루 빼고 무엇이 있을까?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는 필연적으로 쇠퇴와 불행을 예고했다. 엔히크 왕자 이후 바다와 항해를 지배할 수 있었어도 100만 명의 적은 인구로 식민지 네트워크를 영속적으로 경영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해상 중계무역을 국왕이 독점한 데서 나온 비효율도 무시할 수 없다. 넓은 식민지를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민간의 창의성이 필요한데 왕이 독점할 이윤을 위해 누가 힘을 쓰겠는가? 이슬람 세력에 가로막혔던 비단길이 재개되어 물동량이 줄어든 점도 포르투갈 몰락에 힘을 보탰다. 마침내 1580년 스페인 펠리페 2세에 의해 합병당하고 17 세기에 브라질 등 일부만 빼고 네덜란드에 식민지를 뺏기며 역사의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포르투갈의 영예와 치욕에 블루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자가 풀어낸 다양한 포르투갈의 인문지식을 따라 읽어도 되지만 독자마다 관심 가는 지역과 도시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의 5 개 오브제는 순서에 얽매이지 않아도 11개 스토리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단지 이를 잘 꿰어 한 줄기 블루 목걸이로 묶어 내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일뿐이다.

p*****7 2022.07.25. 신고 공감 36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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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5가지 상징
"[23-24]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5가지 상징" 내용보기
왜 아프리카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일까   저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5가지 상징으로 한국의 한(恨)에 해당하는 정서인 사우다지(saudade)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가요 파두(fado), 소금으로 간한 정어리를 석쇠에 구워먹는 사르디냐 아사다스(sardinhas assadas), 도루 포도주 산지에서 생산되는 강화 포도주인 포트 와인, 푸른빛 장식 타일인 아줄레주(azulejo)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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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일까

 

저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5가지 상징으로 한국의 한(恨)에 해당하는 정서인 사우다지(saudade)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가요 파두(fado), 소금으로 간한 정어리를 석쇠에 구워먹는 사르디냐 아사다스(sardinhas assadas), 도루 포도주 산지에서 생산되는 강화 포도주인 포트 와인, 푸른빛 장식 타일인 아줄레주(azulejo) 그리고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아프리카(식민지와 흑인)를 꼽고 있다. 파두, 정어리, 포트 와인, 아즐레주는 포르투갈을 다루는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라서 이상하지 않는데, 아프리카는 뭔가 어색하다. 왜 저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것에 아프리카를 넣었을까?

 

포르투갈의 역사는 포르투를 중심으로 성립된 포르투갈 백작령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에 식민지를 둔 세계 제국으로 성장했다. 1415년 아프리카의 세우타(Ceuta) 정복에서 시작된 이 제국은 1999년 중국에 마카오를 반환하면서 막을 내렸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지브롤터(Gibraltar)와 마주보는 아프리카 서북단의 이슬람 항구도시인 세우타가 포르투갈의 수중에 떨어진 1415년 8월 22일이 세계화의 출발점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당신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결코 “당신은 누군가?”가 아니다. 나는 ‘나’로서 온전히 설명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나를 알기 위해 나를 평가하기 위해 ‘나’가 아닌 ‘나와 연결된 사람들’을 들여다본다. 세상은 나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즉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나를 알려 한다. 그러한 네트워크 속의 내가 아니면 나 자신은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로 세계화가 초래한 결과다.

오늘날 지구촌 사람들을 동시화, 동조화시키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은 인터넷의 발명과 컴퓨터의 보급이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1415년 8월 22일에 벌어졌다. [pp. 25~28]

 

이처럼 아프리카 대륙에서 식민지 제국을 가장 먼저 건설한 유럽 열강은 포르투갈이었다. 대표적인 아프리카의 포르투갈 식민지 가운데 하나인 앙골라에서 많은 앙골라 주민들은 농업과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위해 ‘계약 노동’이라는 이름의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 심지어 목화 농장을 세우기 위해 앙골라 주민들이 이미 경작하고 있던 수수밭을 태워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은 악명 높은 흑인 노예무역의 중심국가기이고 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포르투갈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아프리카를 언급함으로써 그들이 누렸던 번영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서 있는지 상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도시에는 성당과 푸른 빛의 아줄레주가 있다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일본 도자기 여행: 에도 산책>,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 <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 <유럽도자기 여행: 동유럽 편>, <이천 도자 이야기> 등 도자기와 관련된 책을 많이 쓴 작가답게 아줄레주 이외에도 도자기로 부를 일군 도시, 일랴부도 소개한다. 이곳에는 포르투갈 최초의 그리고 지금도 유일한 도자기 생산업체인 ‘비스타 알레그레’의 도자기 공장이 있다.

 

제일 먼저 중국 도자기에 눈을 뜬 포르투갈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자기를 만든 것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늦었다. 독일 마이슨이 1710년, 프랑스 세브르가 1727년, 영국 플리머스가 1746년에 도자기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포르투갈 도자기 공장은 1824년이 되어서야 세워질 수 있었다. 독일보다 무려 120년 이상 늦은 셈이다. [p. 144]

 

비스타 알레그레의 제품들

 

 

사진출처: <포르투갈은 블루다>, pp. 151~152

 

아마도 마카오를 조차(租借)하여 중국 도자기를 쉽게 수입해서 큰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자체 생산 하는 것은 그만큼 늦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도자기레주는 포르투갈을 상징한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아줄레주의 빛깔을 따서 <포르투갈은 블루다>라고 할 만큼.
 

저자에 따르면, 포르투갈이 시작된 도시 포르투는 ‘아줄레주의 전시장’이라고 한다.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제일가는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이다. 리스본의 명품 아줄레주가 잘 드러나지 않은 실내에 숨어 있는 반면, 포르투의 걸작들은 야외에 위풍당당한 풍채를 드러내놓고 있다. 이런 대비, 포르투의 특수성은 대체 어떤 이유로 생긴 것일까?

포르투 와인 판매와 수출로 인해 이 도시가 벌어들인 엄청난 재화들이 갈 곳이 어디였을까 생각하면 해답이 금방 나온다. 열성 가톨릭 국가의 부자도시에서는 성당도 부유할 수밖에 없다. 성당마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헌금이 쏟아져 들어왔을 것이고, 이의 사용처가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를 가장 손쉽게 쓰는 방법은? 물론 빈민구제와 교육사업이 우선이 되겠지만 그래도 남는다면? 아마도 새로 성당을 짓거나 성당을 꾸미는 일이 가장 손쉽지 않을까. 포르투갈은 매우 열렬한 가톨릭 국가다. 성당을 꾸미는 것이 신앙심의 깊이와 정비례한다는 논리에 어느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 [pp. 70~72]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포르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이 있다. 상 벤투(San Bento) 역이다. 포르투의 상 벤투 역은 단언컨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이다. 어떠한 역도 그 우아하고 화려한 아줄레주(azulejo), 즉 장식 타일로 장식한 이곳을 따라갈 수 없다.

상 벤투 역의 아줄레주는 하나의 벽화를 연상시킨다. 아니, 아줄레주 자체가 타일로 구성한 벽화다. 분명 여러 장의 타일이 조합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 것이련만, 수만 장을 분할된 것이 아니라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보인다. 이는 14cm×14cm 크기의 타일 2만 장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서사시다. [pp. 20~22]

 

상 벤투 역의 아줄레주

사진출처: <포르투갈은 블루다>, p. 21

 

산투 일데폰수(Santo Ildefonso) 성당의 아줄레주

사진출처: <포르갈은 블루다>, p. 75

 

그렇다고 포르투에만 볼만한 아줄레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아줄레주 끝판왕으로 꼽는, 상 비센트 드 포라 성당(lgreja de Sao Vicente de Fora)초대 포르투갈의 군주인 아폰수 1세 엔히크스(Afonso Ⅰ Henriques, 1109~1185)가 1147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를 위한 수도원으로 세웠다. 이후 포르투갈 국왕을 겸임한 스페인의 펠리페 2세에 의해 재건되었는데, 마치 궁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상 비센트 드 포라 성당

 

 

사진출처: <포르투갈은 블루다>, p. 481, 488, 490

 

 

파두, 한(恨)의 노래이자 소통의 노래

 

파두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로 떠오른 것은 <춘향전>을 연상시키는, 마리아 세바라(Maris Severa, 1820~1846)라는 비운의 파디스타 덕분이었다.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거리의 여인인 마리아 세바라와 그의 노래와 외모에 반한 마리알바 백작의 로맨스는 19세기라는 시대의 한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고 만다. 아마 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도 현실이었다면 비슷한 비극으로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울적하다. 그녀의 뒤를 이어 파두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든 포르투갈의 이미자,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 1920~1990) 등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호세 말호아의 <파두>(1910)

사진출처: <포르투갈은 블루다>, p. 446

 

파두는 ‘사우다지’를 바탕으로 하는 노래다. 바로 우리의 한(恨)이다.

~ 중략 ~

숙명적으로 바라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포르투갈. 그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던 수 많은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을 사랑하고 미워했던 여자들의 눈물과 탄식….

거기에는 지배당하는 힘없는 나에게서 세계의 지배자로 올라섰다가 또 다시 피지배의 설움을 겪어야 했던 아픔, 이젠 과거의 영화를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그들의 역사도 애환과 애잔함으로 깔려 있다.

파두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끌려온 노예들의 설움, 식민지 지배를 당한 브라질 원주민들의 노여움, 머나먼 항해에 지치고 병든 뱃사람들의 비탄, 북아프리카 고향을 등지고 떠나온 무어인들의 향수가 모두 녹아 있다.

그래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말했다.

“파두란 우리들이 결코 마주하고 싸울 수 없는 숙명. 아무리 발버둥치며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 ‘왜?’냐고 물어보아도 결코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 그렇게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

파두는 소통, 요즘 용어로 하자면 ‘인터랙티브’의 노래다. 어느 노래인들 소통의 기능이 없겠냐만 파두는 특히 더 그렇다. 파디스타는 통상 대규모 공연장에서 노래하지 않는다. 근대 클래식처럼 소규모 인원이 감상하는 ‘살롱 음악’의 형태다. 많은 청중을 상대하지 않고 소수의 관중과 일체감을 느끼기 좋은 ‘교감의 무대’에서 노래한다. [pp. 454~455]

 

참고로 파두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으로 KBS의 <UHD 문화기행 낭만 오디세이>(2017.07.02 방영) “포르투갈 파두, 세상의 끝에서 운명을 노래하다(https://youtu.be/dykeRKgTOeI)”를 보는 것도 괜찮다.

 

 

정어리 축제와 성인(聖人) 산투 안토니우

 

리스본 출신의 수도사 산투 안토니우(Santo Antonio, 1195? ~ 1231?)는 귀국길에 태풍을 만나 시칠리아로 표류했다. 그는 이를 신의 계시로 여기고 그곳에서 설교하면서 수도사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낙담한 그는 바닷가에 가서 그에게 다가온 정어리에게 하소연하듯이 말을 걸었다. 이에 호응하여 정어리 떼가 몰려오자,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해서 정어리를 상태로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주었는데, 이 ‘정어리의 기적’이 유명해져서 그의 사후(死後) 1년 만에 성인으로 시성(諡聖)되었다.

 

그를 기리기 위해 리스본에서는 해마다 6월 12일이 오면 산투 아토니우를 기리는 ‘정어리 축제’가 열린다. 의 반열에 올랐다는 전설이 있다.

 

산투 안토니우와 정어리의 기적을 묘사한 17세기 아줄레주

사진출처: <포르투갈은 블루다>, p. 189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읽는 이가 관심 가는 지역과 도시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5가지 상징으로 제시한 파두, 정어리, 포트 와인, 아줄레주, 아프리카(식민지와 흑인)이 11개의 스토리 곳곳에 녹아 들어 있으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그냥 흘려 들으면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그것들을 어떻게든 자신의 방식대로 꿰어야 의미 있는 보배가 되지 않을까?

w******f 2023.06.04. 신고 공감 1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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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칼 여행 전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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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칼 리스본, 포르투 여행 전 관련 정보를 얻고자 구매했는데, 감히 최고의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ㅎㅎ 역사, 문화, 예술, 지리 등등 포르투칼 관련 종합선물세트라고 느껴지네요 :)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예정입니다. #포르투칼 #리스본 #포르투 #블루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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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칼 리스본, 포르투 여행 전 관련 정보를 얻고자 구매했는데, 감히 최고의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ㅎㅎ 역사, 문화, 예술, 지리 등등 포르투칼 관련 종합선물세트라고 느껴지네요 :)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예정입니다.

#포르투칼 #리스본 #포르투 #블루 #책 #추천
s****x 2025.05.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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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모님의 추천서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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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이 책을 추천해서내년 리스본행 티켓을 예매한 기념으로샀다. 많은 사진과 이야기가 잘 정돈되어있고 아름답다. 밀키화이트 같은 타일 바탕에 파란색으로 그린 그림을 알고 포르투(인가 리스본인가) 기차역을 가서 보게 된다면 감회가 새롭겠지, 내년을 기대하면서 책을 아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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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을 추천해서
내년 리스본행 티켓을 예매한 기념으로
샀다. 많은 사진과 이야기가 잘 정돈되어있고 아름답다. 밀키화이트 같은 타일 바탕에 파란색으로 그린 그림을 알고 포르투(인가 리스본인가) 기차역을 가서 보게 된다면 감회가 새롭겠지, 내년을 기대하면서 책을 아껴본다.
YES마니아 : 로얄 a******5 2025.05.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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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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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을 다섯가지 오브제로 정리하자면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식민지와 흑인)라고 작가는 쓰고 있다. 이 다섯가지 요소는 그냥 상징성이 아니고, 포르투갈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중 작가가 처음부터 강조한 것은 블루 아줄레주였다. 도시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스토리의 의미를 부여하는 블루 아줄레주는 역시 ‘포르투갈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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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을 다섯가지 오브제로 정리하자면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식민지와 흑인)라고

작가는 쓰고 있다.

이 다섯가지 요소는 그냥 상징성이 아니고, 포르투갈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중 작가가 처음부터 강조한 것은 블루 아줄레주였다.

도시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스토리의 의미를 부여하는 블루 아줄레주는

역시 포르투갈은 블루라는 수식어를 갖게 해준다.

 

몇 년 전 포르투갈을 여행갔을 때 가이드 말이

포르투갈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하고 부러워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독재정권, 공포정치 등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포르투갈은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과 선도적인 민주화운동이 놀랍기만 한 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런 배경에서 탄생한 명작이다.

 

당신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물음은 요즘 나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나는 로서 온전히 설명되지 못하고 나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드러난다. 다면평가 인사를 앞두고 나의 인간관계가 어떠한가? 점검해보는데 포르투갈이 600년전 모습과 현재 모습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다항로를 개척해 지구의 절반을 가진 적도 있지만 국가의 발전에는 연결되지 못한 포르투갈. 유럽의 사탕수수가 포르투갈에 의해 브라질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예들에 의해 재배되었다. 바나나꽃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명장식과 새를 주제로 한 브라질 라인의 접시가 탄생하게 된 것은 브라질을 식민지로 가지고 있던 혼혈이 최대 강점이 된 이종교배의 문화이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포르투 리베르다지 광장근처의 서점 리바히아 렐루”와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대학 코임브라주아니나 도서관은 책 냄새를 좋아하는 내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 도서관에서 박쥐를 내쫒지 않고 동거하는 이유는 박쥐가 책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란다.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이곳을 다녀간 뒤 자신의 서재에 박쥐를 키우는 것은 고민했다고 했을 정도로 유명한 곳. 박쥐의 배설물로 탁자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밤 천을 덮어 놓는다니.. 그나저나 책에는 박쥐 똥이 안 묻나?...가서 확인해봐야 알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일을 건축 내구재의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도자기를 아줄레주 예술로 승화시킨 포르투갈만의 도자문화와

유명가수에서 와이너리 운영자로 삶을 바꾼 클리프 리처드

많은 청중을 상대하지 않고 소수의 관중과 일체감을 느끼는 교감의 무대 파두

싸구려 파두면 어쩌랴. 듣는 사람이 고품격이면 그가 듣는 파두도 고품격이 된다.

식물학자 동거녀로 남장을 하고 남미를 돌며 부겐빌레아꽃을 유럽에 보급시킨 잔 바레(남장 이름)의 낭만적이고 위대한 여정기.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에는 설탕이, 지식인의 사색과 고뇌에는 담배가 있는데

낭만주의의 발흥에 이바지한 설탕과 담배를 글로벌하게 만든 것은 포르투갈이였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의 낭만을 포르투갈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은퇴 후 정착지로 포르투갈을 뽑았다.

저렴한 와인을 포함하는 착안 물가와 쾌적한 온도의 날씨,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은퇴 후 해외에서 일년살기의 최적지로 뽑으면서

그저 빨리 소문이 나거나 유명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그만큼 포르투갈의 매력을 아니까!!

어서 빨리 은퇴를 해야겠다.

 

 

 

l***1 2022.09.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