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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땐 홍이 부러웠다.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고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가. 5년 째 안정적인 4다큐 프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긴장은 심해 밑에 웅크린 똬리처럼 따라다닌다. 방송에서 보장된 안정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은 가중되었다. 일정한 시청률을 확보하고도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신기루 엎에 마음을 놓았다. 졸이기를 수백 번 수천 번을 더하고 있다. 이런 내 속내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홍 선배였다. (-13-)
섬의 아침은 6시인데도 햇살이 말갛게 창을 뚫고 들어왔다. 지난밤 코끼리 꿈 꾼걸 보면 취재를 못 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심리기저라고 봐야 했다. K도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얼굴이 푸석해 보였다. 어떻게 보면 가장 수고가 많은 게 K였다. (-22-)
"할머니,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이 섬에 정도길 어르신이 산다고 들었는데 댁이 어딘지 아시는지요?" 휘둥그레진 노인들의 시선은 K 의 카메라에 잽싸게 머물렀다가 다시 내 쪽으로 얼굴을 획 돌리더니 와락 달려들어 팔을 만져대며 마구 흔들었다. (-23-)
코끼리를 보여달라고 하자 노인은 서두를 것 없다며 물주전자를 가져와 마시라고 건넸다. 나무로 만든 물주전자였다. 컵도 나무잔이었다. 우리가 물 마시는 것을 지켜보던 노인은 움막 옆에 있는 후미진 가마 토굴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의구심이라는 단어를 떨쳐낼 길이 없었다. 그 토굴은 코끼리의 반도 안 되는 크기라 새끼 코끼리가 아닌 바에야 거기서 살아 있는 코끼리가 나올리 만부하다는 걸 K 와 나는 단박에 알아챘다. (-30-)
조선시대에 온 코끼리는 의도하지 않게 사람 둘을 죽였지만, 이돗에 와서 그 후예들은 조선 사람들을 구하고 자신들은 죽었다.은혜를 갚은 셈이었다. 이 내용만 해도 한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되고도 남았다. (-54-)
조 PD의 얼굴이 붉기락 푸르락 담배를 연거푸 발아댔다. 뚜껑열려 펄쩍 뛰리란 건 짐작한 일이었다. B 제작팀은 같은 방송국이라도 엄밀하게 말하면 경쟁 상대였다.게다가 조 PD는 홍 선배에 대한 징크스가 있었다. 홍 선배 때문에 상을 두 번이나 놓친 터였다. (-80-)
일곱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본 제목이기도 한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글라스 파파>,<어쩌면 이제>,<프렌치프레스>,<냉동 캡슐에 잠 든 남자>,<셰어하우스>,<고래를 찾아서> 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번 째 소설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를 살펴 보게 된다.
소설은 조선시대 3대 임금 이방원으로 부르는 태종 임금에 대해 나오고 있다. 코끼리가 조선에 갑자기 들어왔고, 코끼리는 의도치 않게 태종 임금 때, 두 명의 조선인을 죽이게 된다. 그로 인해, 태종 임금이 보여준 상황과 입장이 잘 나오고 있으며, 두 번의 왕자의 난을 일으켰던 태종의 냉혈한 모습과 달리 코끼끼를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가 도드라진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과거 조선시대의 코끼리가 현재에 다시 나타나고 있는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섬에 살아가고 있는 정노인, 정도길의 고집스러운 모습이 잘 도드라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PD 로 등장하고 있는 주인공은 섬에서 일주일간 머물러 있으면서, 조PD가 요구하는 것, 목적한 것을 찍기 위해서,섬을 관찰하고, 사람을 보고 있다. 꿈 속에서 나타난 코끼리가 실제 눈앞에 펼쳐드게 되고, 신비스러운 정노인이 살아가는 방식이 나오곤 한다. 홍 PD를 부러워하는 주인공, 섬에 들어와서 ,직접 보고,느꼈던 인생 다큐 속 정노인의 생각을 보면, 어떤 마을 공동체에, 코끼리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정노인에게 코끼리는 삶의 전부이며, 목적이자 의미가 된다.그리고 마을 공동체에 복을 빌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짧은 소설이지만, 생각할 꺼리가 많은 단편소설로서,태종임금이 생각하는 코끼리가 , 정노인이 생각하는 코끼리와 비교하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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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땅끝 섬마을에 코끼리가 살았고 아직도 살고 있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에이...동남아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코끼리는 무슨.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코웃음치고 떠돌다 사라지는 미신처럼 치부해버리겠지요. 그런데 정말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면 어떨까요. 코끼리가 살았다가 아닌...코끼리가 산다. 현재진행형으로 말이에요. 보통 소설책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 무겁지 않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 책을 받아드니 휴가지에서 읽기 딱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여름은 여름인가 봅니다. 매번 나를 채찍질하는 자기계발서만 읽다가 오랜만에 읽는 순수소설은 물을 빨아드는 휴지처럼 뇌리에 싸악~ 스며들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산하게 되네요. 소설을 다 읽고나니 이서안 작가님의 필력때문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인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외 글라스 파파, 어쩌면 이제, 프렌치프레스,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셰어하우스, 고래를 찾아서 총 7편의 중단편을 묶은 책이에요. 책을 한번에 독파하지 못하는 요즘같은 시기에 읽기 너무 좋았어요. 예전처럼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 자꾸만 읽다 끊기면 감정의 흐름이 잘 이어지지 않더라구요. 자기계발서같은 책은 상관없는데 소설은 그 흐름이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어둑한 해질녁 하늘과 바다가 합쳐지는 그시간에 남쪽 끝자락 한 작은 섬에 들어가는 마지막 배를 잡아타고 기대감과 의무감, 미지에 대한 혼란함 여러 가지 감정을 지닌채 입도하는 방송국pd인 주인공의 모습에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어요. 책을 펼치고 한자한자 읽어나갈때마다 머릿속에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생생히 그려지는 풍경. 언젠가 영화로 그려졌으면 하는 그 마음 저만 들었을까요? 그 섬을 샅샅이 뒤지며 코끼리의 흔적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과 결국은 카메라에 담아내지만 진실을 투명하게 드러내보일수 없는 여러 이유들까지. 숨가쁘게 한편을 다 읽어냈습니다.
"코끼리가 여기 섬 근처에 살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사람들의 마음에 하나님이 있고, 부처가 있고, 조상이 있듯이 그들에게 코끼리는 그런 존재로 살아있었다. 그는 한 치의 의심 없이 지금도 코끼리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 <밤을 꼴딱 지새운 나처럼 별들도 조금은 새벽을 기다리다 지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수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별을 그리워하는 건 왠지 모를 가슴 아픈 인간사에 별의 위로를 발견하였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별을 보며 가끔 아버지를 생각했다.> <저는 고흐가 밤마다 별들의 자리를 그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밤과 내일 밤의 별들 자리는 달라지니까요. 아마도 고흐는 별들의 수고한 걸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밤의 처음과 끝을, 하룻밤과 또 다른 하룻밤들을 별들로 이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늘 다른 형태입니다. 오래된 필름처럼, 때론 디지털 화면처럼. 그러나 질감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저마다 코끼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코끼리를 기억합니까?>
정말 간만에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당신은 어떠한 코끼리를 기억하냐는 작가의 말에 우리가 잊고 사는게 너무나 많다는 자책감이 들더라구요. 분명한 사실로서 존재하지만 각자의 이익속에서 날조되고 가벼이 여겨져 결국엔 "존재했고 여전히 존재한다" 가 아닌 "존재..했었나?" 의심으로 바껴버린 현실이 참 안타깝기도 하구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가 뼈아프게 와닿는 책입니다. 현실은 개개인에게 모두 참 각박하기 그지없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잊어선 안되는 진실들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도 외에도 <어쩌면 이제>,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등 인물들의 감정선을 얼마나 세심하게 그려놨는지 읽는내내 눈물도 흘렸다가 치를 떨기도 하고 ㅎㅎ 소설 읽으면서 마음치유도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재밌게 읽은 이서안 작가님 소설집.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께요. ※출판사로부터 책만 무상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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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표지에 파란색 코끼리 그리고 노란색 나무 줄기 같은 표지그림에서 책에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했다. 매우 추상적이면서 소설 내용을 궁금하게 했다. 이 책은 총 7개의 단편소설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고 7개의 단편소설중에 하나의 제목이 책의 제목이 된 책이다. 그섬에 코끼리가 산다라는 단편소설의 내용은 코끼리를 찾아 남도를 헤매는 피디의 이야기이다. 코끼리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동물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욱 흥미롭다 예전에 일본으로 선물받은 코끼리가 사람을 죽게했고 먹기만하지 소처럼 일을 하거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왕이 잘 보살피라고 당부까지 했다는 그 코끼리가 어디에서 아직도 살고있을지 죽었다면 그 흔적은 어떻게 있을지를 찾는 내용이다. 과거사를 연구하다보면 끝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지금의 상태나 그 흔적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 들기도 할것이다.
다른 단편소설들의 소재나 흐름은 약간 우울하고 안쓰러운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평범하지 못한 가정과 그와 관련한 아버지의 자리나 자녀의 자리에서 다른 대상을 상기하는 과정과 장면들이 애잖하면서 조금 공감되는 부분들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을 보는관점이 바뀌어서 인지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며 나의 삶이 많은경험을 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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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이서안 소설집 | 북레시피 혹시 코끼리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흔히 코끼리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동물원이죠. 그 거대한 동물이 작은 우리에서 이리 저리 다니는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운데요. 지금은 여러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필두로 해서 호랑이, 사자 등의 도심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을 우리에 넣어서 전시하고 있죠. 최근 동물원 자체가 없어져야한다고 많은 단체들이 주장하고 있고, 또 만일 동물원이 필요하다면 친환경 위주로 거대한 숲을 형상화한 곳에서 치유센터 혹은 보호센터 명목으로 유지해야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제부터인지 동물원에 가는 것이 꽤 불편한 일이 되었지요. 어릴 적에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세월이 흘러 머리가 커지다보니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먹을 것도 충분하고,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각국이 교류를 해서 이쪽에 살 던 동식물이 저쪽에 와서 사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게되었죠. 하지만 조선시대에 누군가가 코끼리를 주었다?! 아...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는 지식도 없고 그저 덩치가 산처럼 큰 동물이 먹는 것만 밝힌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소처럼 농사를 돕는 것도 아니고, 닭처럼 달걀을 낳는 것도 아니라 덩치 큰 숫컷 코끼리 한마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먹고 마시고 배변하는 것밖에 없었죠. 바로 이 전설의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서안의 소설집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에 담겨있습니다. 과연 남도의 끝자락에 가면 그토록 찾던 코끼리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니, 그 흔적이라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조선시대 사라진 코끼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소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를 따라서 다큐멘터리 PD가 된 심성이었습니다. 정말 섬에 코끼리가 평화롭게 산다면,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내고, 아이들에게도 기쁨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조선시대 일본에 의해 받았던 선물,코끼리... 우리 선조들은 그 코끼리를 홀대하지 않았죠. 사람을 죽였음에도 말이죠. 세종은 친히 교서를 내려 코끼리가 병들어 죽지 않게끔 하라고 지시를 했고, 또 태종은 전라도 장도로 코끼리가 유배를 갔을 때는 코끼리가 끼니를 못먹고 마르고 사람들을 보면 운다고 하는 관찰사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육지에서 키우도록 지시를 하죠. 세종때 다시 코끼리로 인해 사람이 또 한 번 죽게 되고, 이때 코끼리는 섬으로 유배를 떠나죠. 어떤 섬으로 갔는지, 만일 코끼리가 죽었다면 사후 처리는 어떻게 됐는지는 실록에 나오지 않으니 그건 각자의 상상력으로 채워질 숙제입니다. 그리고 이서안 작가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현대 시대에 코끼리를 되살려 놓았죠. 소설집이라 단편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뿐만 아니라 [글라스 파파], [ 어쩌면 이제], [프렌치프레스], 등 등의 작품이 이 안에 들어있네요. 어떤 단편을 먼저 읽더라도 한 호흡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이랍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와서 검색창에 찾아보기도 했답니다. 만일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 주어진다면 각자는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그 시절 코끼리를 대했던 선조들에게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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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 정리를 하다 보면 '있었지만' 잊고 지낸 물건이나 기억들이 불쑥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걸 기회로 '이랬었지', '저랬었지' 또는 '아, 맞다. 이거였지!'라거나 '이게 여기 있었네!'라며 유레카를 외치기도 한다. 이서안의 소설집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의 표제작은 우리의 삶에서 잊혔던, 또는 존재하지만 부재했던 그 '유레카'에 관한 이야기다.
다큐 PD인 나는 방송국 선배 '홍'의 권유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코끼리'에 대한 취재를 위해 남도의 작은 섬으로 향한다. 너무 뜬금없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으나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선배였기에 조금은 '그저 빨리 찍고 빨리 오자'라는 마음을 갖고 말이다. 홍선배는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든 기록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을 강조한다. '있는 코끼리'가 아닌 '코끼리가 산다'를 담아야 한다고 말이다. 선배는 과연 코끼리의 '무엇'을 담아오길 바랐던 걸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잊고 지낸 물건이나 기억들은 '부재(不在)'가 아니다. 그것들은 항상 거기, 그곳에 '있었음'에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거나 잊었던 것뿐이다. 이처럼 이서안 작가는 '코끼리'라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있음의 기록'을 통해 '있다'라는 현상(現像)을 ‘살다’라는 실존(實存)으로 화한다.
작가는 표제작 외에도 수록된 다른 단편소설을 통해 이러한 실존화된 이미지를 연장선상에 담는다. <글라스 파파>의 주인공 '유리'는 이중 의미로 사용되어('이름'으로서, 실제 '유리(glass)'로서) 아버지의 유산을 매개로 비로소 존재하는 생명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본서의 가장 추천작인 <어쩌면 이제>에서는 중학교 동창 '휘'에 대한 기억과 주인공의 억눌린 만감(萬感)이 17년 전의 분실물 MP3를 매개로 생명을 얻었고, 영화와 음악 용어를 소제목으로 사용한, 조금은 치기 어린 <프렌치 프레스>는 버려도 버려도 깨끗이 씻지기 않는 '커피 찌꺼기'를 통해 흔적을 노래한다.
또 다른 결이 느껴지는 세 편의 단편소설ㅡ바람 난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장의사 아버지를 둔 형사 아들의 이야기 <셰어 하우스>, 포경선 박씨의 이야기를 담은 <고래를 찾아서>ㅡ은 작가의 초기작들이 아닐까 싶은데, 앞선 네 편의 이야기와는 달리 뭔가 '시도한다'라는 느낌이 강한 작품들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있음'을 잊고 사는 걸까? 그것이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이들과의 있음이었거나, 크게는 한 나라의 역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것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 다만 우리가 잊었을 뿐이다. 그것은 커피 찌꺼기처럼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은 채 침전되어 '당신과 나'라는 각자의 섬에서 몇십 년에 한 번씩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코끼리처럼 포효한다. 나를 봐달라고, 나를 기억해 달라고, 나를 잊지 말라고.
이제 그 섬의 코끼리는 당신의 선택을 기다린다. '있을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 나는 코끼리가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는 '존재의 유레카'를 향한 로드맵이 되어 줄 것이다.
기억은 늘 다른 형태입니다. 오래된 필름처럼, 때론 디지털 화면처럼. 그러나 질감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저마다 코끼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섬에 코끼리가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코끼리를 기억합니까? (이서안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북레시피, 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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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I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II <글라스 파파> ? ? <어쩌면 이제> ? ?<프렌치프레스> III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 ? < 셰어하우스> ? ? <고래를 찾아서> 7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고 PART I 책의 제목인 만큼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가 가장 긴 단편이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에 살았던 코끼리가? 현재까지도 그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는 이야기이다. 역사속 코끼리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던 다큐메터리 PD가 코끼리의 이야기를 찾아 남도의 끝자락에서 간접적으로 코끼리를 느끼게 된다. 실제 살아있는 조선시대 코끼리는 아니지만... 코끼리들의 무덤들을 발견하고? 그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게는 느낄 수 있는 코끼리의 울음소리와 흔적들. 그 울음소리에 담긴 많은 시간, 많은 사연들을 다루고 있다. PART II <글라스 파파> 10대의 여중생인 유리는 유리공장 사장의 딸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이쁨을 받고 이름만큼 유리를 좋아해서 유리공장에서 여러가지를 경험하며 직접 만들어보고 나랐다. 그러나 우연히 자신이 친딸이 아닌 데려온 딸임을 알고 방황을 시작하다 해외로 집을 떠나게 되면서, 유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유리가 전부인 아버지의 삶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뒤늦게 아버지가 폐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 앞으로 남겨진 공장을 처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그동안의 아버지의 인생과 자신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되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제> 이 소설은 취업을 준비하며 생계를 위해 여러 알바를 하고 있는 흙수저 취준생의?10대 중학생 시절의?과거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그때의 후회를 그린 소설이다.? 흙수저인 주인공과 중견기업 오너의 아들인 휘. 주인공은 휘가 모든 면에서 부러운데 정작 휘는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도, 고마워하지도 않는 모습에 조금은 질투도 하며 얄밉기도 하지만 부자인 친구를 통해 얻는것도 많아 친하게 지낸다. 그러다 장난같은 말다툼으로 서로의 사이가 틀어지고 연락도 안하는 사이가 된다. 몇년 후 휘의 자살 소식을 듣게되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아 피하지만...어른이 되어 취준생인 현재...휘와 틀어진 일이 계속 생각이 나서 그 사건의 현장에 가서 실마리를 얻게 되며 ...그제서야 휘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데.... Part2 의 이야기들은? 상실..그리고 그 이후의 후회 같은 느낌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굉장히 담담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많은 감정을 싣지 않고 이야기 하는 듯 한데...읽으면서 무언가 참 먹먹한 기분이 든다. PART III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바람피는 성공한 사업가와 그 사실을 알고 정신과까지 다니는 점점 시들어가는 아내... 그리고 아내와 우연히 만나게 되어 하소연하듯 쏟아낸 이야기로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의 이야기... 우리에게 필요한건 대단한 대우나 위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준다거나 공감을 해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에 사는 경찰인 주인공. 도난사건 등을 다루는 경찰 이야기로 우리 주변의 흔한 도난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주인공이 셰어하우스에 살게된 이유와 그의 가족사 등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증조부부터 대대로 이어진 염사(장의사)였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장의사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지만 의미가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는 ..... <고래를 찾아서> 일생을 포경선에서 고래를 잡고 살았던 박. 어느날 부터 고래 보호 협약이 체결되며 상업 포경 금지령이 선언되어 고래잡이를 하던 많은 어부들과 선장들이 하나둘씩 바다를 떠났다. 그러다 부인과도 사별하고 딸의 상경애원에도? ?고래잡이에 미련을 못버린 박 노인은 고래를 볼 수 있는 관광 크루즈를 매일 타며 바닷가 예전의 집에서 과거를 추억하며 살고있다. 그러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포수의 아들의 불법 고래잡이 일을 제안해 합류하는데.... <고래를 찾아서> 편은 뒤쪽의 고래잡는 내용에서 <노인과 바다> 를 연상시키며.... 고래를 잡으며 과거의 희망과 행복을 추억하는 모습이 ....이런게 인생같기도 하고...행복 같기도 한 여러가지 감정이 든다. PART III 에서는 매우 흔하고 특별할것 없는 일상적인이약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안에 인생의 행복이나 불행을 담고 있고, 행복은 그렇게 힘들게 얻어지는게 아니라 아주 작은 관심이나 행동만으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세개의 파트로 각 파트마다 어느정도의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가의 시선이나 말투는 굉장히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듯 감정을 담고 있지 않은 듯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상황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듯 하다. 작가의 글 스타일도 매우 친절하게 자세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 부분부분 비어있는 부분이나 무관심한듯한 서술이 더 생각해 보게끔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여러개의 짧은 단편이지만 인생에 대해...행복에 대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등 여러가지로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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