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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자를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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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림자를? 그것도 스님이 쓴 책이라고??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읽고 싶지 않아서 차분히 읽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가, 천천히 읽었다. 어떤 부분은 ‘이런 경험도 가능하구나’ ‘재미있다’ 정도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저자의 경험 꼭지마다 나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2022년 올해 반 년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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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림자를? 그것도 스님이 쓴 책이라고??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읽고 싶지 않아서 차분히 읽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가, 천천히 읽었다. 어떤 부분은 ‘이런 경험도 가능하구나’ ‘재미있다’ 정도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저자의 경험 꼭지마다 나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2022년 올해 반 년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했는데, 왜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힘들었는지 알게 된 부분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좋은 사람’ 이라는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집착하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우월감으로 행동한 부분이 있었으며… 동일시하고 있는 것들에 실망하고, 그러나 외부에서 공격을 하면 분노하고… 이거 뭐, 완전 다, 내 얘기 같았다... 사실, 단 한 문장도 나와 관련되지 않은 문장이 없는 것 같았다. 책을 읽다 자주 멈추어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느라 하루 종일 책을 들었다 놨다 한 것 같다. 먹먹하고, 슬프거나 기뻐서 눈물이 나고, 통쾌하고, 뜨끔하고, 부끄럽고… 무엇보다 반가웠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의 내면만 이렇게 진흙탕이 아니구나, 싶어서.

 

‘상처를 드러내니 자비심이 차올랐다’ 는 경험은 정말 정확한 말인것 같다. 내가 지금 화가 나 죽겠는데 자비명상으로 그걸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내가 공포스럽고 두렵고 불안한데 편안해지자.. 라고 확언한다는 게 아니고, 그 상처, 그 분노, 그 공포와 두려움, 불안으로 이름붙일 수 있는 그 구체적인 몸의 감각을 피하지 않고 용기있게, 온 몸으로 경험하는 것을 충분하게 하고 나면, 신기하게 그 감각이 변하면서 어느 순간 괜찮다, 편안하다, 별다른 감각이 없기도 하고, 그곳에 감사함과 충만함이 차오르기도 하고, 몰랐던 통찰이 떠올라 기쁨의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내게 상처줬다고 하는 그 대상에 대한 자비심이 차오르는 경험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그런데 보통, 그 감각을 온전히 경험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드니까.. 상담에서는 상담자랑 같이 하는 거고, 이렇게 명상할 땐 자기 안의 신성/불성과 함께 하는 걸거다. 저자가 ‘피하지 않고 그것에 머무르는 훈련’이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로 뜨악스러워서 후다다다 도망쳤다고 하는 부분들에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몇 번이고 경험했어도 온전히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게 지극히 평범한 한 인간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스님이라서, 상담전문가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고, 가능한 경험들처럼 다가왔다고 해야 할까.

 

꼭 인도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담과 접목한 명상, 명상과 접목하여 구체적으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담만으로 돼, 불교만으로 돼, 간화선이 최고야, 사마타 위빠사나면 됐지, …. 가 아니라. 각 분야의 장점을 잘 살려서 융합해서, 자신의 내면을 깊숙하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

자신이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내어 나누어 준 스님께 감사하다.

 

한 꼭지씩 다시 살펴보면서 또 찬찬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s******4 2022.08.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