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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대화하듯이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저자도 그렇게 읽으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여러분이 읽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내 말을 다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나의 제안을 봐주면 됩니다. 그 제안에 동의하고 말고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 13p. 책에는 저자의 제안이 죽 늘어져 있다. 저자의 생각의 흐름이 느껴진다. 우정을 생각하다보면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사랑에 대해, 또 그러다보면 나르시시즘에, 또 그러다보면 아름다움(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 반대인 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이어서 폭력을, 이어서 야만을, 이어서 집단학살을, 그러면 죽음을, 자살을 생각해보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탐험에 심취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때로 '아, 그렇지 그걸 생각하다보니 그게 궁금해지네', 혹은 '내가 다음으로 생각했던 건 그게 아닌데?'라고 속으로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책에서 벗어나 나의 생각을 탐험하게 된다. 생각의 탐험을 떠나고 싶을 때 집어들어서 천천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다만 방대한 생각이 집약되어 있어 다소 '뼈대만 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평소 진리에 대해 사유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법정 이야기, 백과사전이니 인터넷 검색이니 하는 이야기, 진리의 자명성과 절대성,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나열'되는 것을 보며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나 하나가 풍부한 맥락 위에서 사유해볼 때 이해될 이야깃거리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뼈대만 있는 덕분에 그 빈 공간에 다양한 맥락을 채울 수 있다. 주제어에 대한 토론을 한 뒤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심화해볼 수도 있고, 이 책을 읽은 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찾아 그 빈 공간을 메워보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책이 프랑스 문화의 바탕 위에 있다보니 한국 사람으로서 읽기에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저항' 편에 나오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이야기는 아무래도 낯설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간극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될 수 있다. '레지스탕스'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되기 위한 프랑스의 저항과 일본의 점령에서 해방되기 위한 한국의 저항은 어딘지 비슷해보인다. 두 저항의 동일성과 차이, 낯설음을 사유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생각의 탐험을 떠나기 위하여, 혼자 읽어도 함께 읽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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