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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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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와 관련한 책을 읽고 식탁에 오르는 고기에 대해 생각한 적은 있어도, 깻잎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음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 그중에서도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근로 및 주거 환경을 통해 그들이 겪는 불합리성과 부당함,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아주 값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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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와 관련한 책을 읽고 식탁에 오르는 고기에 대해 생각한 적은 있어도, 깻잎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음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 그중에서도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근로 및 주거 환경을 통해 그들이 겪는 불합리성과 부당함,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아주 값진 책이다.

YES마니아 : 로얄 d*******3 2024.10.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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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제일 먼저 추천하는 책
"[깻잎 투쟁기] ,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제일 먼저 추천하는 책" 내용보기
오래간만에 다시 종이책을 읽고 그 과정을 기록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제일 먼저 남기고 싶었던 책이 바로 우춘희 선생님의 <깻잎 투쟁기> 다. 변호사가 되고 10년정도 이주민 관련 활동을 언저리에서 해오면서,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경향신문에 이주민과 관련한 칼럼을 써오면서 이런 저런 글과 책을 많이 읽었는데 처음 손에잡고 마지막까지 쉼없이 내달렸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이
"[깻잎 투쟁기] ,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제일 먼저 추천하는 책" 내용보기

오래간만에 다시 종이책을 읽고 그 과정을 기록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제일 먼저 남기고 싶었던 책이 바로 우춘희 선생님의 <깻잎 투쟁기> 다. 변호사가 되고 10년정도 이주민 관련 활동을 언저리에서 해오면서,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경향신문에 이주민과 관련한 칼럼을 써오면서 이런 저런 글과 책을 많이 읽었는데 처음 손에잡고 마지막까지 쉼없이 내달렸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 책에는 현실의 날 것이 생생히 담겨 있다. 

 

아니, 생생한 현장 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담겨있다. 왜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살게 되는지, 왜 해가 바뀌어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는지,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옭아매는 법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합법적 신분을 유지하려면 노예의 삶을 감당해야 하지만 불법이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 자유로운 삶을 살게되는 역설 등 단편적인 현실 뒤에 자리잡은 제도의 문제점과 인간의 욕망을 묵묵히 드러낸다. 현실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수면위로 올려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1500일 이상 함께하면서 기록해 온 작가의 손과 발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왜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3년 넘게 월급을 주지 않고도 그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었을가? 그 동안 왜 이주노동자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을까? 왜 농촌에서는 깻잎을 키우게 되었을까? 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에 더 많이 노출될까? 왜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가 될까?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어떤 질문에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을 그대로 기록한다. 인간으로서 너무나 상식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침묵. 그 아찔한 침묵의 순간 를 지배하는 감정은 수치심이었다.

 

작가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성실한 자료와 논증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오해를 하나하나 바로잡는다. 국제기구의 권고, 각종 정부 통계자료, 현장 인터뷰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풍부하게 제시된다. 신문 기사로만 보았을 때는 가볍게 넘겼던 사례들도 작가의 추가적인 설명이 추가되면서는 다시 한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 사건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저자도 좋아한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나 역시 참 좋아하는 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p.s 영광스럽게도 내가 쓴 칼럼의 내용 일부가 책(201페이지)에 소개되었다.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졸고인데, 소개가 되어 기분이 좋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t******5 2024.03.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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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로 읽는 이주노동자의 투쟁 같은 코리안드림
"깻잎 투쟁기로 읽는 이주노동자의 투쟁 같은 코리안드림" 내용보기
<깻잎 투쟁기>는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와 연결해 읽은 책이다.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이주여성이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인터뷰로 기록했다. <깻잎 투쟁기>는 이주노동자가 처한 부당함을 통계와 수치로 보여준다. 둘 책 다 대한민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깻잎 투쟁기>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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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는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와 연결해 읽은 책이다.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이주여성이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인터뷰로 기록했다.

<깻잎 투쟁기>는 이주노동자가 처한 부당함을 통계와 수치로 보여준다.

둘 책 다 대한민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깻잎 투쟁기>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 발췌로 확인 가능하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사실 어떤 이주민도 '불법 체류'를 원하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불법'일 수도 없으며 존재 자체가 '불법'이 될 수도 없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이 구호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책 읽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분개했다.

정말 없을까? 나부터 인식을 개선하면 되는가?

그런데, 이런 책 읽는다고 인식이 개선될까?

 

책 머리말에 이런 단락이 있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들과 나의 삶이 무관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해서 공정무역 커피와 아프리카 생산자들의 삶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깻잎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어떤지는 몰랐다. 동물복지 제품을 고르며 스스로를 '가치' 소비자로 여긴 적도 있지만 그 동물을 다루는 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 로컬푸드, 동물복지, 무항생제 같은 표시에만 안심하며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를 주저한 시간들이었다."

 

이런 책 읽는다고 열린 마음 가진 척 위선 하나 더 챙기는 거 아닌가 불편한 마음.

위 단락에서 비슷한 모양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작가는 결국 이 책을 썼잖아?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분명 존재하는데 안 보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찾고, 읽고, 잊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j****4 2023.08.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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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쌈 한 번 먹을 때마다 생각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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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한줄평 : 깻잎 쌈 한 번 먹을 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책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 깻잎 하우스에서 그렇게 긴 시간 힘들여 일하는지 몰랐다.한승태의 노동에세이 <인간의 조건>과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어이없는 불평등과 차별, 인권 모독에 대한 정보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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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한줄평 : 깻잎 쌈 한 번 먹을 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책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 깻잎 하우스에서 그렇게 긴 시간 힘들여 일하는지 몰랐다.

한승태의 노동에세이 <인간의 조건>과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어이없는 불평등과 차별, 인권 모독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하여 고군분투 했던 콩고의 정부요원의 비참한 한국 생활 이야기 (책 제목이 기억나질 않는다) 창비에서 나온 청소년 소설 <어느날 난민> 정도의 책에서 단편적으로 외국 노동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이해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 기업은 우리나라 노동자가 하지 못하는 힘든 일을 시키면서 차별하고 인권을 모독하고 사람의 사람됨을 무시할까 하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다. 이제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노동 없이는 어떤 산업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미우나 싫으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한국의 지방 곳곳을 다니며 만난 농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제는 외국인 없이 농사 못 짓지."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농업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농업 이주노동자로 일한다. 동유럽과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서유럽으로 가고,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네팔 등 주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사람들이 한국, 대만, 일본으로 간다. (009)

그런데 그렇게 고마워야 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은 어떤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노예"에 비유한다는 글을 읽을 땐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미국의 노예제도에 관한 책, 흑인 노예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참담한 생활을 했는지 여러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노예'라는 표현은 문자로 읽혀지는 무게 이상의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노예'로 비유했다. 그렇다면 나는 노예 상태에 놓인 이들이 만든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한 것이 아닌가? 캄보디아 농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하다 못해 끔찍한 주거 환경에 대해 들었을 때는, 유기농과 무농약이라는 채소에 붙은 상표만 봤지, 그 너머에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010)

이 책의 저자는 연구를 위해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들에게 아주 큰 문제들이 많으며 한국이 아주 개망나니처럼 못된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도우려 했지만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노동을 고마워해야 한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밥상 위의 인권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다.

4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해있음을 보았고, 그들의 눈물로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처한 문제를 같이 고민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013~014)

이 책은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같은 유머가 포함된 노동에세이가 아니다. 결이 아주 다르다. 한승태 작가에 비하면 진지하고 고요하며 분노하는 글이다. 그가 직접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기에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15년에 한국에 입국한 캄보디아 여성 썸낭(가명, 20대) 씨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농장에서 일했다. 농번기에는 한국인 아주머니들과 함께 일했는데, 한 아주머니는 썸낭 씨가 사는 곳을 들여다보더니 불쑥 말을 뱉었다. "돼지우리 같네." 썸낭 씨는 자신이 사는 곳이 정말 더럽고 냄새가 나는 곳이어서 그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 사는 곳인데 돼지우리라고 말한 아주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썸낭 씨는 이 '돼지우리' 같은 곳에 돈까지 지불하고 있었다. (028)

결국 이들이 하는 노동의 결과로 우리의 삶을 연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불친절하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인력 수급이라는 정책적인 용어로만 그들을 대한다. 그들이 한 가정의 어머니며 자녀요 딸과 아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치거나 아프거나 그들에게 사람의 온정이 필요할 때 아무도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본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들이 다치거나 죽어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 빈자리를 채울 노동자를 '인력 수급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데려오면 그만인 듯하다. (038)

특히 깻잎 농장주들이 하루에 할당량을 채우기 벅찬 15,000개 깻잎따기라는 숙제를 주고 그것으로 휴게시간도 빼앗고 억압하는 장면 앞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면서 채찍을 맞으며 벽돌 굽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성경에서는 그들의 신음 소리와 탄식 소리가 하늘에 닿았다고 했다. 어쩌면 이집트가 멸망해버린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신음소리가 하늘에 닿지는 않을까. 우리는 다른 눈을 가지고 이주노동자들을 맞이해야 한다.

니몰 씨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 시간 07:00~18:00, 근로 시간 중 점심시간 포함하여 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휴게 시간이 3시간은 커녕 점심시간도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니몰 씨가 12시에 밥을 먹기 시작해 12시 반쯤 다 먹고 조금 숨을 돌리려 하면, 사업주는 늘상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빨리 깻잎을 따라고 고함을 쳤다. 니몰 씨는 화가 났지만 그의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069)

그러나 아무리 능숙한 솜씨로 깻잎을 따더라도 물리적으로 8시간 안에 15상자, 즉 1만 5천 장을 따기는 쉽지 않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깻잎밭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고 고되기로 악명이 높았다. 깻잎밭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연락을 받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오전 6시 30분에 밭에 나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 5천 장을 딸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는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고 했다. (076)

전남 담양 딸기밭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딸기를 따다가 정말 이렇게 일하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구인의 정류장'으로 도망친 여성 노동자도 있었다.

경남 깻잎 밭에서는 하루 10시간씩 매일 깻잎 1만5천 장을 따야 하는데,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는다며 도움을 요청한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떡집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서에는 오후 3시부터 12시까지 일한다고 나와 있는데, 새벽에 갓 만든 신선한 떡을 납품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후 5시에서 6시쯤부터 새벽 네다섯 시까지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하루만 쉬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는 떡을 밤새 만들어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일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모두 사업장을 옮기고 싶었지만 고용주가 사업장 변경에 둥의해주지 않아서 발이 묶여 있었다. 고용허가제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사실상 이들의 강제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다. ... (123)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읽어보자.
그들은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주는 사람들이다.
그 일을 위해 고국을 버리고, 가족과 헤어져 한국에 와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

이주노동자는 그의 손과 더불어 그의 일생이 함께 온다. ...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128)

책 마지막 장에 적힌 글로 후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이긴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따뜻한 정서가 있었다. 그 정이 있어서 우리는 견뎌내고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정을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를 위해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초코파이 하나에 들어 있는 그 '정'

한국인의 정이 무엇인지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정 하나로 사는 사람들이다.

"사장님들은 돈만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돈만 우선시합니다. 옆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까먹나 봐요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많이 무시합니다. 이곳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문제는 심각해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평등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242)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4.1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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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깻잎 논쟁이다!
"이게 진짜 깻잎 논쟁이다!" 내용보기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란 시를 접하고 나서는 간장게장을 먹기 힘들었다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에 각종 튀김 요리들로 인한 중국집 요리사들의 팔에 있는 상처들을 보면 탕수육 하나 먹기 힘들 것이라는 기사를 접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앞으로 쉽사리 깻잎을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한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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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란 시를 접하고 나서는 간장게장을 먹기 힘들었다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에 각종 튀김 요리들로 인한 중국집 요리사들의 팔에 있는 상처들을 보면 탕수육 하나 먹기 힘들 것이라는 기사를 접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앞으로 쉽사리 깻잎을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한두 가지 문제들도 아니지만 대표적으로는 역시나 인권 문제일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고용주들의 문제가 가장 직접적이고 1차적이겠으나 보다 세부적으로 또 근본적으로 보자면 정부의 문제도 있다. 책에 따르면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본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것! 역시 그놈의 '인적 자원'이라는 말부터 없애고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human resources를 별 생각 없이 우리말로 옮겼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분히 서양인들의 관점과 방식을 왜 그대로 쓰느냐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노동력의 자원으로 보기 때문에 갑질도 생기는 것이고, 말도 안되는 여건과 조건으로 사람을 갈아 넣는데도 그걸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하는 뜨악할 풍경이 생기는 것이라 믿는다. 지금이야 더는 그런 말을 안 쓰는 듯 하지만 결코 쓰지 말아야 할 '교육' 현장에서조차 한때 '교육 인적자원부'라는 말을 버젓이 쓰기도 했으니 말 다 한 것이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 모양이다보니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도 글러먹기 일쑤다. 책에서도 이를 명확히 지적한다. "몇 년 동안 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으면서 왜 거기 계속 있었대요?" 따위의 같지도 않은 말을 고용노동부 사무관씩이나 되는 양반이 아주 당당하게 말하더란다.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에게 왜 거기 있었냐, 왜 그런 옷을 입었느냐는 식의 망발과 뭐가 다른가.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인력이 아니라 사람이 오는 일"이라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실은 인상적인 주장을 하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 및 대책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한다.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오히려 합법적으로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자들보다 더 자유롭고 심지어 보수도 좋은 이유가 바로 허울만 좋은 '법' 때문에 있음을, 외국인 고용법이 왜 그래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음을 낱낱이 지적한다. 

물론 저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저자의 주장대로 되더라도 미처 예상 못한 다른 문제들이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같지도 않은 작금의 남녀사이 깻잎 논쟁 따위가 일 것이 아니라 진정한 깻잎 논쟁이 있어야 한다! 깻잎 처묵하는데 잡아주냐 마냐 따위 ㅈㄹ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 깻잎을 따기 위해 하루 10 시간 이상을 바쳐 그렇게 무려 1만 5천장의 깻잎 노동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 걸려 있는 문제니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s*********c 2022.07.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