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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이다. 방학숙제로 선생님은 지도그리기를 내주셨다. 지리과 부도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 지도(197*272)를 전지(788*1090)에 옮겨서 그리는 숙제였다. 단순히 지도를 보고 베끼면 되는 숙제였다. 평상시 지도에 관한 욕심 때문이었을까. 제대로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마침 건축과에 다니는 친척 형님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축적의 확대로 지도를 그렸다. 먼저 책에 있는 지도에 가로, 세로 1cm간격으로 줄을 그어 칸을 나누고, 그 칸과 똑같이 숫자로 전지에도 칸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한 칸씩을 보면서 확대하여 그려나갔다. 지금기억에 그 칸수가 거의 200칸에 이르렀던 기억이 난다. 먼저 지도의 윤곽을 그리고, 각 도를 나누고, 도로를 그려 넣고, 시, 읍, 면의 명칭과 유명 관광지나 산의 이름도 적어 넣었다. 여러 색의 싸인 펜을 사용하여 도로를 표시했고, 도로작업이 다 끝나자, 파스텔로 고저를 표시하는 등고선 및 배경까지 색을 칠했다. 거의 보름이 넘게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 숙제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지명이나 섬의 숫자, 섬의 이름, 그리고 각 도로의 모양이나 관광지, 특별한 이름을 가진 읍, 면까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갈수 없는 북한 땅에 대한 애정도 솟았다. 학교에서 지리시간에 단순히 외웠던 지명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단순히 명승지나 관광지. 그리고 유명한 특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으로만 기억되던 지명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이름의 지명들과 다양한 번호를 가진 도로들은 나의 호기심에 불러 일으켰다. 지도를 그려나가면서 지도상에 표시되는 이런 지명들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행정구역으로 존재하는 그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그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갈수록 궁금증은 더해갔다. 숙제를 마치고, 같은 지도를 하나 더 그렸다. 그런데 그 지도는 연필로 그렸다. 나중에 내가 직접 여행하면서 가본 도로와 지역은 색색의 펜으로 다시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 지도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방의 한 벽을 차지하고 언제나 미완의 숙제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때의 영향으로 대학시절 많은 여행을 했다. 비록 중도에 조그만 사고로 실패했지만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기도 했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기차역에 가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표를 구해 전혀 알지 못하는 지역을 여행하곤 했다. 제주도를 도보로 여행한 것도 그 시절 일이다. 그러면서 연필로 그린 지도는 하나씩 그 본래의 색을 찾아갔다. 학창시절 숙제로 그린 지도 한 장이 우리나라 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고, 그것은 우리 땅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지도란 그런 존재이다. 여기 지도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맵 헤드〉라고 부른단다. 단순히 지도를 좋아하는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도 속의 많은 지역을 여행한다던지, 고 지도를 모은다던지. 지리에 대한 퀴즈대회에 나간다던지 하는 많은 이들을 칭하는 말이다. 그렇듯 지도에 미친 사람들을 칭하는 『맵 헤드』를 쓴 저자 또한 그와 유사한 부류이다. 그런데 저자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저자인 캔 제닝스는 미국의 유명한 TV 퀴즈쇼 《제퍼디!》에 참가해 2004년 6월부터 그해 11월까지 6개월에 걸쳐 7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잡학의 대가란다. 그의 74회 우승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단다. 그래서인가. 그의 책은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재미있고 위트가 넘친다.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의 파닥거림을 보는 것처럼 글에서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저자의 경력 중 흥미로운 것은 변호사 일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을 한국의 용산에서 보냈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친밀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외국인으로서 이질적인 한국의 생활 중 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처음 지도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도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내가 학창시절 숙제로 인해 취미를 가진 것처럼. 맵 헤드에는 못 말리는 지도 마니아들을 만나 쓴 유쾌한 탐방기, 지도 제작과 수집, 활용 등 지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저자의 유쾌한 글쓰기를 만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러 지역의 지도가 인쇄된 넥타이만 수 백 개를 모은 지도 수집광. 고대의 아주 오래된 지도부터, 현대의 지도까지 다양한 지도를 수집하는 수집광들을 얘기를 시작으로 역사를 바꾼 지도이야기, 미국 학생들의 지리 교육에 관한 이야기, 지도 절도자이며 거래상이었던 포브스 스마일러, 한 번의 기자회견으로 유명세를 탄 지리학자 헬그린, 반드시 지도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판타지 작가(대표적인 예가 반지의 제왕이다), 정치가들의 지리에 대한 잘못된 연설, 전 세계 도서관에 잠들어있는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값어치가 상상이 안 되는 고지도들, 지도가 나타내주는 의미, 분쟁 지역도 마다않는 여행꾼들의 모임, 지도위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 도로란 도로를 다 꿰고 있는 도로 광, 지도 속의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 나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예를 들자면 각 도시의 가장 높은 곳)지역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인기 있는 지도 퀴즈대회인 내셔널지오그래픽비, 나아가서 도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 고시대의 지도부터 현대의 디지털화 되어있는 지도(구글 어스), 지오캐시(GPS좌표를 이용해 물건을 숨기고 찾는 게임)등 지도에 대한 모든 것이 망라되어있다. 잡학의 대가인 저자의 연륜과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다. 이렇듯 이 책에는 넥타이에 인쇄된 고지도에서 GPS를 이용한 지도, 다른 세계의 플롯을 담은 판타지 지도에서 인류 최초의 지구 샌드위치까지 자아를 인식하고 세계를 확장하는 온갖 지도와 지리에 꽂힌 별종들의 나름 진지하고 엉뚱하며 은근 열정적인 지도 사랑 로드맵이 그려져 있다. 지도 제작과 수집 활동 등 지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현대인들은 지도를 볼일이 거의 없다. 차를 운전하거나 어느 지역을 찾아갈 땐 각자 들고 다니는 핸드폰의 지도나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화되고 디지털 화된 지도는 우리를 올바른 장소를 인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어린 시절 숙제로 그리게 된 지도를 바탕으로 도로번호가 홀수이면 남북을, 짝수이면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로임을 알았다. 역마살이 끼었다고 주위에서 놀림을 당할 정도의 여행광으로서의 첫 걸음은 그렇듯 한 장의 지도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에 따라 우리 땅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아직도 국내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지역들이 있다. 그건 해내지 못한 숙제이다. 언젠가는 그곳에 내 발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저자도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자 구입한 지도 한 장이 그를 지금의 맵 헤드로 만들었다. 이렇듯 지도는 어린 시절 동화 속에 나오는 보물지도처럼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금 당장 지도를 들여다보자. 그럼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가 그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를 발견하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순간 당신 가슴속에 잠들어 있는 맵 헤드의 본성이 깨어나 당신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지도 모른다.
* 이 리뷰는 예스 24의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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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전염병의 근원을 최초로 밝히게 된 전염병학,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아폴로호의 달 착륙 등은 인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성취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지도' 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저희는 몇 년전만 해도 장거리 여행을 가기 전에 지도와 GPS, 네비게이션을 챙긴 뒤 떠났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거리 여행시에 스마트폰 하나만 챙기고 떠납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네비와 GPS,지도 모든 것이 가능하니까요. 게다가 다음뷰 지도나 네어버 뷰, 구글지도는 찾고자 하는 곳의 지명만 치면 세계 어디든 검색이 가능합니다. 특히 구글지도의 3D 입체 항공사진은 놀라운 지도신세계를 경험하게 하죠. 전 가끔 구글의 3D지도를 볼때마다 최첨단 과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곤 하는데요. 이런 과학의 시대에 지도광하니 왠지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꿈과 환상의 나라에만 존재하는 '보물지도 수집광'을 연상하였답니다. 이 책은 지도광이면서 퀴즈 프로그램의 최장기간 우승보유자이기도 한 ‘잡학의 대가’ 켄 제닝스의 신개념 박물지입니다. 저자는 《맵헤드》를 통해서 지도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와 지리학의 새지평을 열어주는 독특한 지적탐험의 세계를 펼쳐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도에 대한 별난 애착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우선 자신의 지도집착이 다른 수집과 취미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밝힙니다. 아버지의 직업으로 세계 여러곳을 다녔던 저자는 서울에 잠시 살았던 경험도 있더군요. 저자는 자신이 뿌리를 내리기까지 25년이 걸렸듯이 지도에 대한 자신의 집착도 자신의 뿌리찾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지도의 사랑이 지구의 맥락을 읽는 일이라는 것을 자신과 같은 지도광들을 만나면서 깨달아가고 있거든요. 언어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지도가 지닌 유물로서의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을 말하는 동시에 실재했던 개인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죠. 현대의 지도는 지역명을 말하고 있지만, 고지도는 누군가의 지도,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지도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죠. 뿐만아니라, 1962년 준 글렌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돌았을 때 지도와 보여지는 실물이 같았다는 점에 착안하면서부터 정보만을 담았던 지도의 형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것'을 지도의 형태(그림)으로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연애담을 해도처럼 그리거나, 금주령 시절에는 금주를 위한 철도지도를 만들었고, 담배 마을과 럼 술단지 호수와 같은 지도도 그리고, 인생의 모든 측면을 지도로 그리게 되면서 지도는 기존의 장소를 나타내는 도구로서의 지도개념과는 전혀 다른 '인간의 삶'을 담는 지도로서 변모하게 됩니다. 모든 지도는 두 가지 종류의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가 가본 곳과,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 하나의 틀 안에 가까운 곳과 먼 곳이 공존하며, 우리 세계가 새롭고 예상하지 못한 곳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주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과, 우리가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가능성과, 그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그랬듯이 모두 지도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아직 그럴 만한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저자가 만난 맵헤드들 - 고지도를 수집하는 수집광이나,100개국을 여행해본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센추리클럽'의 장소수집광들, 지도로 표시된 온갖 길과 실제 표지판에 열광하는 도로광,GPS를 이용하여 보물찾기를 하는 지오캐셔들,구글어스의 팬들, - 의 공통분모는 '지구사랑'에 있습니다. 인간이 지도에 삶의 맥락을 담기 시작한 의미의 '지도'이야기는 이렇게 '지구 사랑'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애석하게도 미국인 중 5분의 1이 세계지도에서 미국을 찾지 못하며, 미국의 공교육이 지리학을 등한시하게 되면서부터 지리적 문맹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현실 (세상은 이제 토포필리아 topophilia 가 아니라 토포포비아 Topophobia가 되어가고 있다-p80) 과 현재의 지리적 무능력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결국 '지도가 이 전투에서 이길 운명'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구에 대한 사랑은 절대 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한긍정할 수 있는 것이겠죠. 지구와 지도는 원래부터 한몸이었으니까요. 저자는 지리학을 단일학문으로 인지해서는 안되며 '장소라는 렌즈를 통해 본 모든 다른 학문'으로서 모든 학문의 근간이 바로 지리학이라고 합니다. '맵헤드'는 '지도'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지구의 맥락을 읽는 일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보잘것 없는 삶을 전체로서 존재하는 지구의 맥락에 배치하여, 더 큰 범위의 맥락에서 우리 삶을 시각화하려는 욕구'(p390)로서의 지도는 디지털의 발달과 과학의 시대에도 맵헤드들이 있는 한 지속될 것 같습니다. 지도를 사랑하는 일이 바로 지구를 사랑하는 일이니까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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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각 교실의 흔한 풍경은 우리나라 지도가 걸려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또한 교과목에도 지리라는 과목이 어엿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식물들의 북방한계선이나, 수목들의 남방한계선 같은 것들, 그리고 어느 지역이 강우량이나 강수량이 왜 많은지에 대한 것들도 학교에서 지리시간에 배운 것들이란 생각이 든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와서도 회의실이나 접견실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지도와 세계지도가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것이 촌스럽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인지 그것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때만해도 지도는 우리생활과 밀접했던 것이 틀림이 없었던 것 같다. 하기사 아직도 부동산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있는 곳을 가거나, 관공서에 가면 그 지역 지도가 붙어있지만 말이다. 지도에 미친 사람들을 흔히 맵헤드라 부른다고 한다. 얼마나 미쳐야 맵헤드가 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들 모두는 한때 이 책의 저자마냥 지도에 미친 적이 있었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 때, 교과서에 딸려 나오던 지리과부도를 가지고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은 지금도 선하다. 누가 나라이름을 더 많이 알고, 얼마나 빨리 찾는지, 그 나라의 수도가 어디인지, 지명을 대면 누가 빨리 찾는지 하는 놀이는 당시에는 꽤 괜찮은 놀이였다는 기억이다. 물론 지금처럼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달리 할 게임도 없었기에 그러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처럼 어렸을 때 단지 지도 책에 빠졌던 사람들이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도 지도에 미친 사람들을 저자가 찾아 나섰다. 그들은 지도 그 자체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도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좋아했다. 세계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이고, 그것은 곧 장소, 혹은 공간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러한 장소와 얽힌 것이 바로 지도였다. 지도마니아들의 별난 이야기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내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역시 저자에게 잡학의 대가라는 별명이 그저 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들은 모두 지도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하늘의 구름 모양을 보고서 우리는 비슷한 동식물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았던 지역이나 나라를 연상하기도 한다. 또한 길을 떠날 때 우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 길의 경로이다. 버스를 타고, 혹은 지하철을 타고 어디까지 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마음 속에 지도를 그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마음속 지도를 시도 때도 없이 그리며 산다고 볼 때, 우리 모두가 맵헤드의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지도나 장소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그 중에는 고지도를 사고파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자신이 여행한 나라들을 수집하는 사람들, 자신이 가본 지역의 지도가 인쇄된 넥타이를 수집하는 사람, 미국 각주의 최고점을 가보려는 사람, 전국의 각 도로를 직접 운전하며 자신의 위시리스트에 수집하는 사람, 국립공원을 수집하는 사람 등, 별별 수집가들이 다 모여있다. 또한 저자는 일부의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상의 세계를 지도를 통하여 현실세계로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을 알려 주기도 한다. 마음 속 지도 위에 서사를 입힌 판타지 소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허구의 세계를 지도로 그리고, 그 지도를 따라 서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자가 들려주는 맵헤드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속에서 오려낸 고지도가 수집광들에게는 하나의 대상이 된다는 것, 그리고 별난 장소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수집하는 것은 그 장소만이 아니라, 그 곳에 얽힌 역사와 우리가 살아온 삶 자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 역시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저자가 말하는 별난 맵헤드들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이 간다. 예전에 해외출장을 갈 때면 항상 먼저 챙기는 것이 그 도시의 안내지도였다. 도착한 첫날 호텔에서 지도를 얻고, 그 도시에서 갔던 길들, 그리고 장소들을 안내지도에 표시했었다. 그리고 다음에 같은 도시를 가게 되면 전에 가져왔던 지도를 반드시 챙겨서 그 위에 다시 표시를 하곤 했다. 훗날 그 지도들을 보면서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그곳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불현듯 지금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모를 그 안내지도들을 찾아서 그 위에 표시된 길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종이지도는 예전만큼 강력하지가 않다. 바로 증강현실 지도 때문이다. 증강현실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과 컴퓨터 영상을 결합하는 기술로, 증강현실 지도란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길 찾기, 관심지역 정보들이 그 예이다. 그렇게 볼 때 지도의 정의는 예전 우리가 종이 위에 그려진 지도와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증강현실 지도는 우리의 공간지각 능력을 저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우려하기도 한다. 아마 네비게이션이 그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네비게이션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길을 찾는데 도로지도를 보면서도 큰 어려움이 없이 찾을 수 있었지만, 네비게이션에 의존하고부터는 어느 순간 스스로 길을 찾는다는 것이 숙제가 되어버린 느낌을 받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별난 맵헤드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맵헤드들의 지도사랑 속에서 지도와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과 위치는 모두 지도 위에 표시되는 만큼, 그것은 우리가 바로 지도 위에서 살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지도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다. 따라서 지도를 펴들고 들여다 본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그다지 펴볼 것 같지 않은 지도를 보면서,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알지 못하는 서로를 이해하는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딘가 처박혀 있을 지리과부도나, 예전에 모았던 다른 나라 도시들의 안내지도들이 그래서 보고 싶은 것 인지도 모르겠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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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학할 때 이웃집 방문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거실 벽에 붙어 있는 미국 지도이다. 유명한 여행전문기관인 AAA에서 나누어준 지도라 모양을 똑 같지만 집집마다 여행 다녀온 장소들은 알록달록하게 차이나게 표시되어 있다. 지도에 미친 괴짜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인 <맵헤드(원제: Maphead)>를 읽으면서 이 장면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 당시 한국 유학생들도 일종의 맵헤드였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문 흔적 남기기에 급급한 그런 여행가의 특성을 지닌 맵헤드였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의 최장기간 우승 기록 보유자 켄 제닝스이다. 연속 74회 우승이라는 경력만 해도 대단한데 그에겐 별난 취미가 또 있다. 이 '잡학의 대가'는 지도광(맵헤드)이라고 커밍아웃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도와 관련된 여러 기인의 활동을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형태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지도를 보면서 지도와 관련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지도광은 수집벽이 있는 사람들이다. 지도 수집광과 함께 장소 수집가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진다. 지역 지도가 인쇄된 넥타이만 수백개 모은 수집광, 미국의 각 주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모두 가 보는 게 목표인 이들이 결성한 '하이 포인터스 클럽' 회원, 100개 나라 이상 여행해 본 사람들만 가입자격이 있는 '센트리 클럽', 미국 국립공원을 모두 찾아가는 사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활용해 보물찾기를 즐기는 사람 등 지도 매니아들의 별난 행동들이 저자의 체험과 함께 소개된다. 결국 책을 읽으면서 지도에 대한 사랑은 지구에 대한 사랑이며 장소에 대한 사랑임을 느끼게 된다.
지도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구체화하거나 지도의 정의를 새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마음속에 다른 사람은 엿보지 못하는 세계를 품고 있으며 이를 구체적인 이야기 세계로 끄집어낸다. 스티븐슨의 『보물섬』에 등장하는 보물 지도, J. R. R. 톨킨의 ‘중간계’ 지도가 그 예다. 현실의 지도뿐만 아니라 상상의 지도도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는 점에는 실제 지도와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최근의 IT기술의 발전은 지도의 정의를 새로 쓰는 ‘증강 현실’ 지도를 출현시키고 있다. 사실 최근에는 스마트폰앱에 등장하는 길찾기 화살표나 주변의 관심정보까지 제공하고 있어 오늘날 지도의 의미와 기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지도 위에서 극단적 경기를 펼치는 사람들 이야기도 소개된다. ‘밸런타인 데이 대학살(Valentine's Day Massacre)’ 이라고 하는 지도 위를 달리는 레이서가 있다. 매년 2월에 개최되는 이 대회는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다리에서 뉴욕 자유의 여신상까지 미국을 횡단한다. 하지만 도로에서 직접 운전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도상훈련게임이다. 자기 집 안락의자나 식탁 앞에 앉아 지도상에서만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각 지점을 지나가는 경기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지구를 통째로 말아먹는 이야기이다. 2006년 웹 유머작가 프랭크는 빵 두 조각을 지구 표면상 180도 대척점에 놓아서 실제로 먹을 수는 없지만 지구를 거대한 샌드위치로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만 보아도 맵헤드들의 지도사랑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연상시킬 정도의 다양한 잡학지식을 제공한다. 단지 다양한 이야기의 소개로 끝나는 것일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맵헤드야말로 지도로 상징되는 위치와 공간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갑자기 나도 지금까지 방문했던 국가들의 이름을 적어보고 싶다. 그리고 지도에 푸른색 표시를 해 보면 어떨까? 아마 지구의 25%는 젊은 날 추억들로 푸른 색깔로 물 들지 않을까?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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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그 일이 그다지 세속적이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믿기 어렵지만 지도 보는 일을 티비 보는 거나 게임하는 것보다 더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맵헤드’라고 지칭하며 미국에서 잡학의 대가로 알려진 저자가 그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은 따로 지리책을 한 번도 보지 않고도 대학원까지 다닐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시민들이 세계지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을 개탄스럽게 여긴 이유가 이 책을 펴낸 이유가 됐다. 미국이 유럽이나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이웃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 국민들이 지리에 흥미를 잃게 된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발달된 전자기기로 인해 직접 길 밖으로 나갈 일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과 부모들이 안전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을 집밖으로 내보내길 꺼려하는 것도 지리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저자가 만난 많은 맵헤드들은 사회적으로 별다른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분야인 지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 보는 일과 지도를 수집하는 일, 그 지도에 있는 나라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꿈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 오스틴 태펀 라이트처럼 자신이 직접 허구의 나라를 만들어서 그 나라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라이트는 남반구의 외딴 곳에 아일랜디아라는 왕국을 만들어 길을 닦고 언어와 문자를 만들고 역사를 만든다. 라이트 같은 사람이 머릿속으로 만든 이 허구의 왕국도 시작은 하나의 지도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가정할 때 지도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보물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많은 맵헤드들이 타고난 공간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스개소리로 들었지만 남자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만큼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여자라면 처음 가본 곳이라 해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길을 물어서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남자들은 속으로는 길을 몰라 진땀을 흘릴지라도 겉으로는 자신이 천부적인 감각을 동원해 아무런 문제없이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게끔 한다. 남자라면 사냥을 떠난 뒤 돌아올 길을 걱정하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방위나 표식에 민감하며 자신이 돌아올 곳을 가장 빠른 게 인식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본다. 반면에 거주지 근처에서 먹을 것을 채집하던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공간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환경은 길을 인식할 때 남자들에게 공간 감각을 이용하게 하였고 여자들을 풍경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길찾기에 대해서 한없이 높았던 남자들의 자부심은 검색단추를 누르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길을 찾게 만들어주는 GPS 의 등장으로 꺾였다. 더불어 지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남들보다 더 큰 공간감각으로 지도를 해석하고 저장하는 재능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내셔널지오그래픽비’대회가 그 아쉬움을 덜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한해 수백 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대회는 단 한 명의 우승자에게 막대한 상금과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평생 회원권을 준다고 한다. 이 대회가 있음으로 해서 지도에 대한 재능과 애착을 가지는 소수의 영재들을 고무시킨다. 예전에는 지도가 국가적인 보안문제였기 때문에 소수의 권력자들이 독점하는 귀중한 정보였다. 조선시대 김정호는 이 책에서 말하는 맵헤드의 한사람이었지만 다른 나라에 정보를 유출한다는 혐의로 옥사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많은 전자 지도를 비롯해 인류의 역사를 저장하고 있는 지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저자가 찾아간 의회도서관의 지도 보관실에도 적막이 감돌뿐이다. 지도와 지리에 대한 관심은 우리 역사를 살펴보는 일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지도와 지구에 무한한 사랑을 쏟고 있는 맵헤드들의 사연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점점 기기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이 두려워질 때 지도를 읽으며 미지를 향해 힘차게 발을 딛는 맵헤드들을 떠올리며 지도책을 뒤적일지도 모르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맵헤드'란 쉽게 말하면 '지도광'을 말한다. 혹시 미국의 퀴즈 프로'제퍼디'를 즐겨 보신 분들이라면 지은이 켄 제닝스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제퍼디'에서 74회 연속 우승이라는 '제퍼디' 프로그램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2004년에 세운 그 기록은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로므로 이 책은 내용 보다 지은이가 내게 먼저 다가왔다고 해야 한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의 책이니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켄 제닝스의 책은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이 책을 읽고 혹시나 켄 제닝스에게 흥미를 느껴 또 다른 책이 없나하고 이름을 검색해 보면 또 한 권의 경영서가 나올텐데 그건 동명이인에 불과하니 행여나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알기로 켄 제닝스의 이름을 저자로 먼저 알리게 된 건 자신처럼 이런저런 잡학에 열정을 가졌던 사람들을 다루었던 '괴짜'인데 스스로도 별종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유독 그런 인물들에 대해 강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건 사람만이 아니라 지식도 마찬가지여서 잡학의 대가답게 주로 상식이나 관습으로 굳어진 것들 보다는 그렇지 않은 지식들에 천착, 묻혔던 것들을 발굴하여 오히려 기존의 상식과 관습의 오류를 파헤치고 전복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맵헤드'는 이러한 두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어 온 그의 성향이 한데 모여 잘 어우러진 정말 좋은 책이다. 그렇게 괴짜들에게 천착했던 그답게 이 책은 '괴짜 지도광들의 별난 이야기'라는 부제 그대로 지도광이라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지도광이라고 커밍 아웃한 켄 제닝스 자신도 고백하듯이 사춘기만 지나면 결코 삶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내세우면 '은따' 취급 받기 일쑤인, 별종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이 책의 '메인 디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사실은 하나의 '서브 디쉬'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 책에서 들게 될 정찬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지도다. 지도의 의미, 지도의 역사, 지도와 문명, 지도와 정치, 지도의 미래 등등. 한 마디로 당신이 지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망라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지식을 위한 지식. 즉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에 나오는 학자들이 그러듯이 우리 삶과는 전혀 유리된, 오로지 책에서 밖에는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지식들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켄 제닝스는 여기에 스스로 지도광이었음을 고백하는 커밍 아웃은 물론 지도에 관련된 자신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아울러 싣고 있는데 그로써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 지도라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켄 제닝스가 '맵헤드'를 통해 더욱 보여주고자 하는 건 '지도와 우리 삶과의 관계'다. 무익한 열정을 가진 별종으로 취급될만큼 지도에 대한 열정을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그건 꽤나 의미있는 열정이며 그 또한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의 소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또 하나의 방법론인 기존의 굳어진 상식과 관습을 허물어뜨리는 '잡학적 발굴의 방법론'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 참으로 잡학의 대가답게 여기엔 지도에 관한 모든 지식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또한 온갖 분야에 풍성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의 무수한 인용으로 이루어짐으로 읽는 맛을 더한다. 이렇게 말함은 지도나 지도광에 대한 책이라고 하니 생길 수 있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학창시절 사회과 부도조차 넘겨보기를 꺼렸던 이들마저도 흥미롭게 읽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재미있다. 다른 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진귀한 내용에 태피스트리를 짜듯, 촘촘히 엮어들어간 유머러스한 저자의 경험까지 겸비해 더욱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 하나를 만나보고 싶었다면 이 책만큼 좋은 선택도 없을 듯 하다. 정말 조금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추천이다.
이 책은 차례부터 흥미를 끈다. 총 열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각 장의 제목들이 모두 지도와 관계된 명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상식과 유리되어 있다고 여기는 지도의 열정에 대한 기존의 편견에 대해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첫 장의 제목은 평면의 지도가 입체의 공간을 담을 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왜곡률을 뜻하는 '이심률'이다. 그대로 굳어진 상식과 진실 사이의 시차를 뜻하는 제목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각 장에서 이야기하는 주제에 맞게 지도에 관한 명칭이 제목으로 선택되는 것이다.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각 장에서 소개되는 지도에 대해 별난 열정을 가진 이들 역시도 각 장의 내용에 맞게 소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내용이 통일되고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 있는지라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이지만서도 정리하기도, 이해하기도 별 부담이 없이 수월하다. 저자 자신이 지도광이라서 책 자체가 바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 책엔 앞서도 말했듯이 켄 제닝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켄 제닝스가 이렇게 별종들에 대한 애정, 비주류 지식들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직장을 가지게 되는 바람에 고향인 시애틀을 떠나 서울에서 한동안 외국인으로 생활해야 했는데 바로 그 자신에겐 전적으로 타자인 공간에서의 경험 때문에 이렇게 주류가 아닌 경계에 대한 존재와 지식들에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이 책에는 우리 한국과 관련된 것도 많이 나온다. 지도와 관련해서 한국과 상관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맞다. 바로 동해 표기 문제와 독도 문제다. 가끔은 외국에서 온 방문객 중에 국경 분쟁을 해결하려는, 아니면 시작하려는 관료들도 있다. 동해에 있는 작은 섬에 대한 일본의 소유권 주장에 맞설 증거를 찾는 한국 대표단일 수도 있고, (p. 108) 이렇게 말이다. 이 부분은 4장 수준점에 나오는데 이 장은 세계 최대의 지도 보관소인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회도서관의 지리, 지도 분과에 대한 이야기다. 지도광에게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로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지도들이 여기에 다 보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거의 축구 경기장 두 개의 면적에 철체로 된 보관함만 무려 8,500개로, 그 무게 때문에 혹시나 건물이 무너질까봐 지하 2층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며 많은 국가들이 국경 분쟁이 있을 때마다 이 곳을 찾는데 이만큼 지도라는 것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 대한 것도 자주 나와서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한 마디로 맵헤드는 일종의 긍정의 광장이다. 세상의 그 어떤 지식도, 존재도 쓸모 없지 않다는 것을 그 자체로 보여주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물씬 느끼게 된다. 그 어떤 무익한 열정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나 7장 항법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그렇다. 거기엔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지도 관련 퀴즈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열정이 실로 대단하다. 아이들의 열정은 제퍼디 74회 연속 우승이라는 켄 제닝스 조차도 18 : 2로 깨어버릴 정도로 뜨겁고 커다랗다. 남들은 '참~'하면서 넌더리를 내는 열정이라 하더라도 이 지구 어딘가에는 활화산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불태우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이건 어쩌면 자신이 가진 열정의 희소성으로 스스로를 별종으로 여겼던 이들에겐 하나의 크나큰 위로가 아닐까? 정말 그렇다. 읽다보면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열정에게도 세상은 그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듬뿍 느낄 수 있으니..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열정이 왠지 초라해보여서 그만두고 싶은데 도저히 그게 안되고 있다면 더욱 이 책을 벗해보는 건 어떨까?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음을, 오히려 지금 가지고 있는 열정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 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 '맵헤드'는 지식을 넘어, 재미를 넘어 이런 것까지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더욱 읽을만한 책인 것 같다. 덧붙여, 이 책을 통해 오래 가지고 있었던 의문 하나를 풀었다. 혹시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의 영화 '사무라이 픽션'을 보았는지? 거기 보면, 주인공이 말을 타고 고향으로 달려가는데 해변에서 열심히 측량 중인 사람이 나온다. 실존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정말 누구인지 늘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가 바로 도쿠가와 막부 시절, 최초로 현대적인 일본 지도를 완성한, 그러니까 일본의 김정호라 할만 한 전설적인 측량사 '이노 다다타카'였다. 다다타카는 다다미 크기로 모두 214장의 지도를 남겼다고 하는데 일본에는 그 중 46장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미국 의회도서관 지도 보관소에서 무려 207장을 찾아낸 것이다. 과연 세계 최고의 지도 보관소답다. 사실 남의 나라 지도는 미국에게 별 쓸모도 없었을 것인데 그래도 그들은 보관을 했고 제대로 관리해서 일본이 잃어버린 역사를 돌려줄 수 있었다. 또한 독도 수호를 위한 우리들에게도 역시 도움이 되고 있다. 이건 열정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어떤 열정도 쓸모 없는 것은 없으며 언젠가는 분명 누군가에 대한 도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실제 사례로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니. 그러므로 현재 자신의 열정에 지극히 충실할 것! 뭐, 이렇게 당신의 책을 정리해도 되겠지요? 켄 제닝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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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별난 이야기,별취미가 다 있다.예전에는 ~광(狂)이 요근래에는 ~마니아(Mania)로 회자되고 있다.이러한 현상이 각각의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과 능력을 독보적으로 발휘하여 역사이래 문명의 발전을 기해 온 것은 매우 다행스럽기만 하다.남들이 해보지 못한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바탕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달게 받아 들이며 포기하지 않고 매진(邁進)하기에 결과는 세상을 비추는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그러하기에 인문,사회,과학,의술,문화,예술 등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발전을 꾀해 왔던 인물들에 대해서 존경과 숭앙의 염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맵헤드(Map head)라는 글을 만나면서 광활한 지구의 5대양 6대주의 모습을 한 눈에 시각화하면서 지구자연의 탐구와 발견,영토의 확장 등에 유용하게 활용한 것이 지도가 발명되면서 지구촌은 한층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한다.A.D 2세기경 프톨레마이오스는 세계지도를 그릴 때, 구전되는 역사와 대략의 수학적 추측에 의존하여 덩서 방향의 거리를 측정했다고 하는데 정확성이 떨어진다.그로부터 1,000년 이상이 흐르고 대항해에 나선 콜럼버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애매모호한 계산법에 의해 인도까지가는 항해 거리를 계산했다고 한다.지도다운 지도는 1492년 콜베르게르와 글로켄돈에 의한 지구의가 세계최초라고 전해지기만 하고,실제 전해지는 것은 1492년 독일의 마르틴 베하임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의가 세계최초라고 한다.저자 켄 제닝스는 어린시절부터 지도에 흥미를 갖으면서 지도제작과 수집,활용법에 이르기까지 지도에 관한 방대한 잡학이 인문학으로서 새롭게 흥미를 돋구어 주기에 충분하기만 하다.지도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와 웃지 못할 실수담도 담고 있어 읽어 가는데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만점이었다.
지구가 만들어질 초기에는 벽화와 같은 그림 등에 사용되고 등고선이니 축지법 등의 본격적인 지도와는 달리 예술과 종교적인 차원에서 지도가 쓰여졌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국민학교 4,5학년 시절 사회과목을 통해 한반도 전역의 지도 그리기 나아가 세계지도 그리기를 숙제로 내주었는데 커다란 미농지에 꼼꼼하게 그려 나갔던 기억이 있으며,세계지도를 보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손의 감각으로 연필을 자유롭게 놀리면서 그렸다.당시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것인지 반(班)에서 제일 잘 그렸다고 칭찬까지 받게 되니 사회시험 결과는 매우 좋았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지금도 집에는 지구본을 서가에 비치하고 세계지도는 식탁 유리밑에 깔아 놓고 있다.지역과 여행에 관한 지명 등이 궁금해지면 한 번씩 쳐다보면서 지구촌에 대한 시각적인 기능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기에 소개한다.1970년 미국 워싱턴 D.C를 친선 방문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가 미국과 외교를 단절한 사하라의 모리타니의 지도자와 접견이 있다고 비서실장은 보고했는가 본데 대통령 일정에 대해 얼마나 커다란 실수를 했는가.당시 닉슨 대통령은 이렇게 잘못 보고한 이에게 어떤 조크를 날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는 중대한 실수이다.이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한국의 지도자들도 과연 지구촌의 나라 이름과 방한하는 인물의 성명과 인적사항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높은 직책,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일수록 사전에 준비할 것이 많고 외워야 할 것들,의례적인 것들에 이르기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국명을 혼동하는 대실수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도 및 지구의가 탄생하고 지질을 연구하는 지질학자에 이르기까지 지리에 관한 분야도 세분화하고 있다.바다,호수,물의 순환도를 연구하는 지리학자부터 지리학은 생태학과 환경과학과 등과도 연관이 있으며 글로벌 시대에서는 지리학이 단지 땅과 바다 등을 연구하는 것을 벗어나 사회학,경제학,문화연구,정치학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넓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세밀하게 들어가면 공공 정책 분야를 비롯하여 지리학자 하름 데블레이가 서양의 세 가지 큰 시험으로 보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지구온난화,중국의 부상은 지리의 속성인 장소를 모르면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지리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지구를 만들기 위해 최첨단 측량기계를 이용하고 위성을 통해서도 지구의 모습을 관측하며 만들기도 한다.특히 근래에는 항공사진,항공기탑재 레이더, GPS 및 로드맵 등까지 만들어져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법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현대인의 생활의 질을 높여주고 있어 문명의 총아가 아닐 수가 없다.유가,영화 시간표,교통 단속 카메라(과속 방지용),택배 추적,거리 범죄 등도 인터넷 지도를 통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지리,지도에 관한 역사를 시대별로 재미있게 풀어 낸 이 글을 통해 지리의 기본지식부터 지구촌에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해결해야 할 문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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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 적 세계지도 속의 다른 곳을 동경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화 속의 무인도, 보물섬, 좀 더 자라서는 영화 속의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행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어릴 적 특별한 경험을 준 고향의 어딘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마음에 위안을 위해 가고 싶어지는 나만의 장소도 한두 곳 쯤 있을 것이다. 타지에 대한 동경이나 특별한 장소에 대한 애착, 그 자체는 장소를 수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수집벽적인 맵헤드maphead식 방랑벽wanderlust과 그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도 다른 장소에 대한 호기심 혹은 동경, 경험해 본 곳에 대한 특별한 기억과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특별한 능력이나 혹은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맵헤드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것이 맵헤드들을 알리려는 1차적 의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책을 익으면서 (우탈교수가 말한 것처럼 지도의 기반인 언어 자체가 선천적이니) 본능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지도 읽기 능력에 대한 경험, 친구에게 우리집을 설명할 때 그렸던 그림, 머릿속으로 나도 모르게 그려지는 3D지도, 게임 속 마을, (한창 유행했던) 언어로 인지정도상태를 공간적으로 나누는 뇌지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어린아이들과 창작인들이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저자는 우리자신의 일상을 지리적 능력과 연관시켜 재조명하고 우리 모두에게 잠재했던 이 능력을 디지털바보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듯 하다. 또한 나는 스스로도 맵헤드인 켄 제닝스가 지리, 장소, 지도 등에 수집벽을 발휘하는 맵헤드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가진 지식과 열정, 특히 지리적 경험과 세계에 대한 이해, 미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위치란 절대적이자 상대적이어서 다른 곳은 나의 위치를 배제하고는 존재할 수 없고 나의 위치 또한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곳이 나의 ‘곳’으로부터 얼마만큼, 어느 방향으로 떨어져 있는지가 서로의 위치를 표현해준다. 이는 나와 너라는 말이 ‘우리’가 먼저 존재해야 서로 존재할 수 있는 언어적 성격을 떠오르게도 한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지도는 실재를 축소한 영토표시에 가깝겠지만 이러한 지리적 이해란 바로 관계를 이해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니 그 1차적 지도마저도 성장기를 국제적 유목민으로 지낸 저자에겐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대체물이었을 것이다. 저자를 비롯해 저자가 만난 맵헤드들에게도 지도는 주변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영속석을 가진 안정감 그 자체이다. 또한 눈이 닿지 못한 세계까지도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게 축소된 세상은 타고난 맵헤드 아이들에게 다른 곳과 자신을 연결할 수 있게 하는 선이다. 그 선은 지구의나 세계지도에서 그치지 않고 우주로 나아가기도 하고 실재하지 않는 창조된 세계와 연결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들의 숨겨진, 또 다른 의미의 맵헤드를 발견하게 한다. 현실에서는 버스방향을 혼돈하기 일쑤여도 자신만의 세계의 지도를 그려내는 맵헤드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영화 <인셉션>(크리스토퍼 놀란, 2010)의 주인공들은 꿈 속 세계를 설계한다. 경험과 상상이 결합된 새로운 세계의 지도가 창조된다. 우리나라의 최근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소설 '7년간의 밤'은 배경이 되는 가상마을의 지도에서 시작한다. 그림의 등장에만 의지하지 않고 정유정의 소설은 장소를 마치 구글어스를 보듯 묘사가 탁월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안에서 그가 만든 신들의 도시를 읽으며 우리는 언어로 된 지도를 만난다. 그렇게 모두의 머릿속에서 절대 같은 그림일 수 없는 다양한 2D, 3D 지도들이 탄생한다. 지도는 지구를 이루는 인류의 삶의 터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탐험을 꿈꾸게 하며 지도 안의 판타지를 즐기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또 그 지도란 여러 다른 세계이기도 해서 끊임없이 상상하게 하고 (지도매니아, 맵헤드들에게 지도의 업그레이드, 재창조가 중요하다면 전 인류에게는 공통적으로) 실재하거나 실재하지 않는 곳, 혹은 이렇게 언어로 된 세계를 즐길 기회를 준다. 구글어스가 지도를 판타지에서 현실세계로 좀 더 끌어왔다고 하지만 증강현실 지도로 좀 더 공간은 차원을 더해간다. 실물크기 지도로 훨씬 실재에 가깝지만 그 위에 다양한 이들의 스토리가 공유될 수 있는 증강현실 지도는 앞으로 좀 더 복잡한 차원의 지도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위치 표시적 지도의 기능에서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의 지도, 각각 그들만의 지도가 될 가능성 말이다. 지도는 정보제공의 1차적 기능에서 벗어난지 오래인 듯 하다. 경험의 공유이자 인터랙티브적인 공간으로서의 지도는 상대적 거리감에 더욱 변화를 주지 않을까.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상대적 거리감이 줄어들었을 시대와 마찬가지로 구글어스와 인터넷, SNS로 상대적 거리감은 더욱 좁혀졌을 것이다. 지도의 축소비율을 고려해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인간관계에 절대적 요소가 더 이상 아니고 어디에서건 실시간소통이 가능하니 인류의 물리적 거리감각은 거의 소멸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 세상은 거리감 뿐만 아니라 지식습득의 기회마저 박탈시킨 것처럼 보인다. 런던의 택시 블랙캡 자격취득시험 the knowledge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런던 반경 10km내의 모든 도로와 광장, 주요 지점을 모두 외워야 한다고 한다.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이 책의 저자도 잠깐 언급한) 뇌의 기억관장소 ‘해마’가 크다고 한다. (GPS와 네비게이션의 발달로 이 시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에 디지털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사들에서는 이 시험을 심심찮게 언급한다.) 지나친 디지털정보로 인해 도해력이나 지리적 사고는 불필요해진 지식이 된 것인 것처럼 여겨지고 잘못된 선입견 때문인지 지리학과까지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치과의사의 자격시험에 공간이해능력테스트가 필수적이듯 여전히 미래산업의 기본일 컴퓨터기술에 기본적으로 공간적인 인터페이스와 시각화 도구가 사용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공간적 사고는 인류에게 퇴화해서는 안 될 중요한 능력임을 의심할 수 없다. (아마 교육자들이나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에게 영감을 줄 부분이다.) 또한 저자가 TED 강연에서 말한 것처럼 좀 더 이상적인 미래는 인간의 리더쉽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선 부분적인 정보검색이 아닌 포괄적인 지식으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할테니 말이다.
이러한 지식이 맵헤드에만 한정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게다가 저자가 생각했던 것처럼 맵헤드가 공간지각을 타고나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릴리 개스킨처럼 두돌도 되기전에 지명과 위치기억력을 보인다든지 조금 더 자라서 내셔널지오그래픽비 대회에 나가게 되든지 말이다.) 이들의 맵헤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동기가 필요했을테고 분명 열정과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맵헤드가 아니더라도 음악, 역사, 미술, 인형, 만화 등 다양한 대상별 수집벽들과 괴짜들이 존재한다. 열정에서 출발한 이 괴짜들의 수집고와 지식들은 언젠가 일상에서 혹은 역사 속에서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나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많은 이들이 예술로, 생활의 달인으로, 스포츠로 우리를 감동시키지 않는가. 우리는 여기에서 장소수집가들의 열정적인 방랑벽처럼 열정을 가지고 인류가 보존하고 쌓아온 지식과 경험들이 (더욱 디지털화 되었으면 되었지 덜하지 않을) 미래세계에서 인간성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나는 심각한 수준의 길치이다. 지도 읽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어딘가 가야할 때 지도와 교통수단을 여러 번 알아보고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 움직여야 길을 잃거나 약속시간에 늦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동차 보조석에서 지도를 읽을 일이 생기면 저자가 비웃던 민디처럼 지도를 마구 이리저리 뒤집기도 한다. 뒤집어도 방향감각이 없기는 매한가지인데 말이다. 하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은 내게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 지를 묻고 무조건 반대방향으로 차를 몰면 정확하다니 이런 나라도 유용할 때가 있고 열심히 선행학습을 하고 길을 떠나면 의외의 숏컷으로 길을 찾아가기도 한다. 유독 여성들의 지리감각과 운전형태를 보곤 여성의 공간능력이 비하되기도 하는데 적어도 내가 아는,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부터 운전을 해오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녀를 막론하고 초행길에서도 침착하게 이정표를 정확하게 읽고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이러한 지리적 능력의 차이는 저자가 언급한 각계의 의견들 중에서는 동작기억과 사물위치기억의 차이인 진화론적 차이보다는 유아기부터의 활동영역의 차이나 교육된 성역할의 결과, 즉 사회적 요인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리적 능력이 맵헤드만 못해도 그래서 찾은 행복도 있을 것이다. 여행을 갈 때도 애당초 어딘가를 찾아갈 생각을 접어야 한다. 목적지를 찾다가 일정은 꼬이고 하루를 몽땅 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저 걷다가 만난 평범한 여행지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골목길, 우연히 만난 거리의 풍경을 필수관광지보다 더 즐기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의 능력에 만족하다보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도를 잘 읽지 못하다보니 책속의 고지도를 모으는 사람처럼 지도의 색감과 선들에 매혹될 때가 더 많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역사와 삶과 자연과 인류가 함께 있어서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어릴적 그랬던 것처럼, (벤자민 살만의 세계를 그린 놀랍고 정교한 지도는 못되더라도) 저자의 아들 딜런의 보물섬 지도와 같은 나만의 세계를 그려보거나 지도 속 나의 ‘곳’, 가고 싶은 ‘곳’을 짚어보는 건 어떨까. 저자의 ‘지도책은 여행과 자유를 조건반사적으로 연상하게 만드는 상징’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ps. -사족이지만 저자가 말하듯 아이 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지도는 말 그대로 소유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이다. 저자의 예에서처럼 왕이나 여왕처럼 지도를 가진 자가 세계를 말 그대로 손에 쥔 권력자로 상징되듯 말이다. 이는 고대의 지도자들이 유목, 농경을 위한 천문학과 언어 혹은 문자사용을 소수 기득권의 지식으로 지정한 것과 다를 바 아니다. 이 부분만을 책 몇권으로 만들어져도 독자로서는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챕터가 지도용어로 나뉘어져 있다. 그 챕터의 제목과 내용간의 상관성에 대해서 상당시간 고민했으나 도무지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챕터의 제목은 그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책에 익숙한 나로서는 나의 지도에 대한 무지 탓인지 나의 지도용어에 대한 이해도의 부족인지 모르겠다며 자꾸 이 제목들을 떠올렸다. 결국 그저 컬러로 나뉘어진 섹션이라 생각하고 그 연관성 찾기를 포기했다. 마치 길찾기를 포기하고 무작정 걸었던 어떤 여행길처럼... -옮긴이는 ‘동해’로 적으며 원서에는 'sea of Japan'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을 주석으로 말하고 있다. (독도의 날이어서인지 더) 안타까웠지만 저자는 이 논란에 대한 일본의 주장과 한국의 노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이 세계 곳곳에서 읽힐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세상의 더 많은 맵헤드들이 동해와 독도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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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헤드를 읽고 : 지도광들은 모두 모여라~!!
지도광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나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일컫는 겜돌이, 주당은 익숙하겠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도광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영 어색하기만 하다. 도대체 왜 지도에 빠져있는 거지, 그게 뭐가 재밌지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지도광들에게 있어서 지도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넓은 세계로 여행하게 하고 또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처럼 각 나라, 지역의 지도를 가지고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가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도와 씨름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내가 그린 지도 속에서 또다른 역사가 시작되는 상상속의 시간을 보낼때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렸을 적 지도보기를 좋아했는데, 대학교 1학년때까지도 새 지도를 사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한테 너는 뭐 그런곳을 다 알고있냐라는 질문도 종종 받았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딜 가도 길찾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하곤 한다. 또 가끔씩은 혼자서 지도를 그리고 논 적도 있었다. 백지 상태에서 길을 그리고 도시를 만들고, 나라를 만들어 보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조금은(?) 이상한 녀석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꾸리찌바와 같은 생태적 도시에 관심을 갖거나, 내쇼널 지오그래픽 한국판이 나왔을때 바로 구매했던 일(이 역시 친구들이 이상한 놈 이라고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등이 바로 이 같은 지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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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광이란 말 그래도 지도를 좋아하는, 그리고 지도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단단히 지도에 미쳐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랜시간 지도에 미쳐 지내면서 쌓아온 지리적 지식의 역량은 글을 통해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다. 잡학의 대가란 바로 이런것이다라고 당당하게 이 책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듯 하다.
각 장은 이심률, 방위, 단층, 수준점, 곡류, 트랜식, 오버에지 등 지도와 지구본에 관련된 단어를 소제목으로 하여 글을 써내려갔는데, 마치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단순히 <지도>라는 둘레에서 벗어나 <지도>라는 소재를 가지고 자유롭게 요리한 음식을 즐기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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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주제이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취미일수도 있기에 이 책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에는 어려울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을 더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한때 자신이 지도광이었던 시절이 있다면, 그리고 그 경험을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지적 유희와 함께 지도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볼수 있을 테니까...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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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유독 지도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사회과부도 혹은 지리부도를 즐겨 보고, 우리나라 및 세계 여러 나라의 장소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다. 교실 뒤편의 지도를 보면서 놀기도 하고, 공책에 지도를 그리는 실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특이한 지명을 다 외우고 있는 것이 그 친구들의 특기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지도 찾기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것이다. 이들은 지리를 비롯해서 역사,사회 과목의 성적이 높은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친구들이 어느 동네에 살고 있는지를 잘 알며, 버스나 지하철 등의 노선을 잘 알아 처음 가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다. 이러한 친구들을 이 책의 제목처럼 '맵헤드(maphead)'라고 지칭할 수 있다. 맵헤드란 이 책의 저자가 만들어낸 조어로, 쉽게 말하면 머릿속이 지도로 꽉 차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우리 식이면서 속된 말로 하면 '지도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본문에는 카르토필리아(cartophilia)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도 만드는 사람들은 이걸 알아야 한다. 수많은 맵헤드에게 지도의 세세한 부분은 단지 수단이 아니라 목표라는 것을 말이다. (p.13)
블로그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맵헤드는 내 얘기기도 하다. 지금의 나를 만든 책 딱 두권 꼽으라면. 한편, 맵헤드들과는 대조적으로, 지도에 전혀 무관심한 친구들도 있다. 수업시간에 지도가 나오면 처음 보는 외국어를 접한 때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결국 지리 과목의 성적을 포기하곤 한다. 장소에 대한 관심이라곤 자신의 집 주소 하나 겨우 외우는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장소에 대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한 길을 찾는 능력이 떨어져 항상 가는 곳도 친구에게 길을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이들은 맵헤드의 능력을 부러워한다기보다는 그저 특이하게만 본다. 왜냐하면 지도는 지루하면서도 쓸데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와 관련한 능력은 사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보면 맵헤드들의 수는 극히 소수이고, 후자의 친구들이 '일반인'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나는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지도에 대한 열정이 느닷없이 식어버렸던 시점도 기억한다. 네덜란드령 엔틸리스 제도에 있는 섬들의 이름을 알아봤자 여자애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었으니 말이다.(p.26) 이 책의 저자는 맵헤드이다. 그리고 이 책은 제목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저자와 비슷한 류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즉, 맵헤드들의 마이너적 감성(?)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책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기상천외한 맵헤드 이야기가 많은 페이지에 걸쳐 나타난다. 아프리카의 강들, 안데스 산맥의 봉우리들, 텍사스 주의 지방들의 지명을 외우는 '통상적'인 맵헤드들(p.15)은 물론, 비현실적이고 상상의 나라에 대한 지도 및 지리정보를 상세하게 표현하는 사람, 100개국 이상을 여행해 본 '장소수집가'들만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센추리클럽(p.245)', 미국의 크고작은 도로의 체계를 모두 암기하는 '도로광(p.273)' 등이 그 예이다.
여행자센추리클럽 로고 출처 : http://quinsprogress.files.wordpress.com/2013/07/tcc-sm.gif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단지 맵헤드에게만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맵헤드가 되지 못한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리학 및 지리교육에서 지도를 등한시하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의 모국인 미국은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지리 비중이 적은 나라이기 때문에, 지도를 접할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 게다가 기존 지리학에서도 지도를 예전만큼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또다른 이유이다. 그 외에도 혼자서 길을 못 찾는다고 해서 그다지 사는 데 지장이 있지 않은 현대의 생활양식과도 관련이 있다. 지리적 문맹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뻔한 방법이 몇 가지 있다. (...) 교육과정 개혁에 의해 예전 초등학교에서는 분명하게 구별된 역사와 지리 과목이 '사회연구'라는 애매모호한 혼합물로 대체되었다. (...) 새로운 교육과정의 부작용으로 기존에 지리에 배정되었던 수업시간에 미국 공립학교에서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p.73) 지리학이 중심에 있던 지도를 잃은 것이다. (...)가장 명백한 원인으로 세계가 이제 꽤 빈틈없이 지도 위에 그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두 번째로는 지리정보시스템 같은 디지털 도구들이 공간정보를 다루는 데 쓰이게 되자 지도에 몰두하는 것이 구식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 지도를 과학의 권위적인 기반으로 보는 것은 이제 더이상 인기가 없다.(p.82) 네비게이션의 보편화도 맵헤드의 필요성 저하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맵헤드적인 지식 및 능력은 특정 사람들에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도 키워갈 수 있다고 본다.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장소에 대한 사랑이 있다. 이를 토포필리아(topophilia)라고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그 장소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애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소와 장소와의 연결을 인간은 본능적으로 지도로 표시했는데, 이는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문화로 볼 수 있다(p.47).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도구로서의 지도를 통해서 장소의 규모, 차원 등을 인식하고, 지도를 활용하여 방향 및 이동 경로를 설정하며, 지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공간 능력' 혹은 '도해력(p.59)'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능력들은 맵헤드는 물론 일반인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길을 잃지 않아 시간을 절약한다는 단순한 측면에서부터, 지리적 관점으로 역사, 경제, 문화, 환경 등을 읽는 것은 물론, 세계 각 지역 간 상호의존성이 증대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다 건너편에서 이뤄지는 개발이 우리 일상에 수없이 많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갈수록 밀접하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p.86) 시민이 어떤 주제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장소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장소가 다른 종류의 지식보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다른 지식의 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p.88) 글을 쓰려면 알파벳을 먼저 배워야 하듯이, 지리에서 수준 높은 작업을 해내려면 먼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p.220) ![]() 오염의 세계지리. 결국 저자는 우리 모두가 맵헤드적인 능력을 위해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모두가 맵헤드로 태어날 수는 없어도, 지리 지식과 여러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간 능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하면 공간 속에서 효과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 교양으로서 지리를 인식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즉 우리 모두 '토포필리아' 혹은 '카르토필리아'가 되자는 권유인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맵헤드들이 순진하게도 가진 믿음은, 우리가 그랬듯이 모두 지도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아직 그럴 만한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p.95) 한편 책에서는 주로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맵헤드적 관점으로 우리나라를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지리교육도 미국의 '사회연구'의 틀을 빌려서, 지리교과는 사회교과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만큼은 아니라도 독립성이 약하고 지리의 일반적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하다. 게다가 본문에서 나오는 미국 학생들의 지리 퀴즈 대회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비 대회'같은 지위의 대회가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나마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지리올림피아드'가 있지만, 지리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 대학 입시에 지리학과 및 지리교육과가 아니고서야 연관이 없다는 현실로 인해 대회의 명망이 그리 높지는 않다. 지리 지식과 능력이 단지 지리영역 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에 맵헤드가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분야 전문가 및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비 대회의 우승자가 자라서 물리학자가 되는 모습도 책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지리적 지식과 능력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넓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어릴 때 서울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 도시에서 거주한 경험이 맵헤드로의 발돋움에 바탕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화적 도구로서 지도를 통해, 굳이 여러 도시를 경험하지 않아도 맵헤드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가 보지 않아도 세계 여러 장소를 수집하고 관찰할 수 있는 지도 기술이 뒷받침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GPS로 보물을 찾는 지오캐싱(p.306), 구글맵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맵헤드가 과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분야에 있는 맵헤드의 지리적 지식과 능력에 대한 첨단기술이 오히려 더욱 발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서의 맵헤드적인 능력을 자신이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구글맵 네의 스트리트 뷰 기능으로 파리 여행 몇초만에 다녀올 수 있는 세상. 맵헤드로의 길은 매우 다양하고 무궁무진하지만, 단지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저자는 단지 지도에 관심을 가지고 외운 것에 그치지 않고, 지리학 및 지리교육 전공자가 아님에도 학문적인 의의가 있는 언급을 많이 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반드시 특정 분야를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아도, 관심, 열정, 철학 등으로 전문가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지리학 및 지리교육 전공자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학자가 아님에도, 저자의 의견은 기존 학문에서도 활용할 만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아쉬운 점 몇 가지는, 먼저 다른 리뷰에서도 지적했듯이 소단원 제목과 각 내용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책을 옮기는 과정에서 p.17의 지도에 오류가 하나 있는데, 위스콘신-라나이, 탄자니아-사우스캐롤라이나 이렇게 각각 지명을 바꾸어야 한다. 이외에는 번역도 괜찮은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