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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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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으면서도 이건 뭘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번에 만난 책도 처음에는 이게 뭘까 싶었다. 시라고 하기엔 너무 단답형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책. 근데 이런 책을 아포리즘 에세이라고 한다고 한다. 짧고 간결해서 웃으면서 읽었던 책.   확실이 백치 아다다의 이름이 확실이다. 난 확실한 것이 없다. 지금 내가 매달려 있는 일이 확실한 일인가 자꾸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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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으면서도 이건 뭘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번에 만난 책도 처음에는 이게 뭘까 싶었다. 시라고 하기엔 너무 단답형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책. 근데 이런 책을 아포리즘 에세이라고 한다고 한다. 짧고 간결해서 웃으면서 읽었던 책.

 

확실이

백치 아다다의 이름이 확실이다. 난 확실한 것이 없다. 지금 내가 매달려 있는 일이 확실한 일인가 자꾸 돌아본다. 괜찮아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뜨악해지고, 애타게 바라보던 것이 한순간 시들해져버린다. 어젠, 실없이 다 큰 사람을 울렸다. 확실히 죄 받을 것 같다. (56)

 

밟아주세요.

허술하던 내 몸이 단단해졌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왜 이리 나를 좋아하는지,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말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이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상관없이 내게로 향하는 사람들, 허리에 재깍거리는 것을 차고 발걸음의 숫자를 세는 이도 있다.

오른쪽에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사는 물이 흐르고 왼쪽에는 잘 다듬어진 잔디와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꽃도 없이 귀여운 애기땅빈대, 꽃이라고 보일 듯 말 듯 수줍은 매듭풀이 잔잔한 눈짓을 보낸다.

내 모습에서 ‘희망’을 읽는 이가 있다. 들풀과 자갈로 가득하던 벌판에 많은 사람들이 한 발 한 발 발자국을 찍음으로써 길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건져 올린 마음이다. 처음에 막막하던 것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 자주 오래 밟아주세요.

 

걷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아침에 1시30분 정도, 저녁에 1시간 정도.. 동네를 걷는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걸었던가... ‘밟아주세요’를 읽으면서 짧지만 많이 웃었다. 땅의 입장에서 말하는 이 글이 재미있었다고나 할까? 사람 입장에서는 단지 건강이 중요할 수 있지만 땅의 입장에서는 이런 마음도 품을 수 있구나... 싶다. 생각해보면 오늘 하루... 다양한 글감이 나를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글감이 왔다 갔는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내 삶을 보다 자세히 들어야 볼 걸. 조금이라도 내 주변을 다정하게 바라볼 걸. 짧지만 강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내공이 있다는 것. 부럽다.

 

백치 아다디의 이름이 확실이라는 걸 몰랐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다. 근데 확실이가 맞다고 한다. 나에게 확실한 것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 내가 내 가족을 사랑하는 것? 모르겠다. 나에게 확실한 것이 무엇인지... 오늘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



YES마니아 : 로얄 k*****3 2014.06.20. 신고 공감 4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아파야 힐링이다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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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산문시의 경계 어딘가에서, 굳이 표현하자면 산문시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압도적인 수필을 만났다. 자신의 남편이었던 모자란 인간을 위해 털을 뽑아 옷을 지었다는 어떤 새에 관한 옛 이야기가 떠오를만큼, 피를 토하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만큼 강렬하고 고통스런 책이었다. 무거운 것만이 혹은 아픈 것만이 질적 우위를 담보하느냐 묻는다면 문외한인 나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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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산문시의 경계 어딘가에서, 굳이 표현하자면 산문시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압도적인 수필을 만났다. 자신의 남편이었던 모자란 인간을 위해 털을 뽑아 옷을 지었다는 어떤 새에 관한 옛 이야기가 떠오를만큼, 피를 토하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만큼 강렬하고 고통스런 책이었다. 무거운 것만이 혹은 아픈 것만이 질적 우위를 담보하느냐 묻는다면 문외한인 나로서는 할 말이 없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상이 심장을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몇 년 전부터 가파를 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 장르가 수필이었다. 그간 각양각색의 수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는 너무 단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드는 수필들도 적잖이 껴 있었다. 말랑말랑한 감상을 예쁘게 나열하고, 사진과 편집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책들은 읽고 나면 도리어 허무한 느낌을 주었다. 책 한 권이 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기대 없이 책을 읽지도 않기 때문이다. 설사 버리는 시간일지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때는 책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 나누기 위해서이지, 애들 장난같은 글을 읽으려고 물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지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어쩌면 책에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꽤 고민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인데다 작가에 대한 안내도 그리 친절하지 않았으며, 단순한 에세이이라면 굳이 읽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떨떠름한 마음으로 책을 대했다. 그러나 내 시큰둥한 마음이 바뀌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몇 편 넘기며 나도 모를 몰입 속에서 글을 읽어갔으니 말이다. 한 인간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부터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벌거벗어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깟 글이 무엇이기에, 그깟 책 한 권이 무엇이기에 이런 무모할 정도의 도발을 감행해야 하는가 말이다. 자신도 모르는 가면을 쓰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만들어놓은 우아한 말투와 행동들을 벗겨버리는 강렬한 힘이 노정숙에게 있었다.

 

 그 침대

 

 아테네의 뒷골목이다.

 아라베스크풍의 철문을 들어서는 순간 뒤통수를 당기는 한기를 느끼긴 했다.

요괴 문양이 쌍으로 새겨진 침대를 보면서 죽음의 낌새를 알아챘어야 했다.

그때 벽마다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나보다.

비릿한 냄새와 음울한 기운을 느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건장한 체격의 프로크루스테스를 어찌 당해내겠는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걸 잊었나.

짙은 눈썹에 우뚝한 코, 다정스러워 보이는 입매에 잠시 눈이 멀었나보다.

내 발로 걸어 그의 침대에 누웠으니.

 내 자라지 못한 키 때문에 침대의 아래위가 한참 남았다.

얼른 위로 당겨 눕는다. 나를 침대에 맞게 잡아당길 때는 아랫도리만 늘이면 좋겠다.

허한 목에 찬바람이 지나간다.

괜찮아 괜찮아, 주문을 외지만 쿵쾅거리는 가슴은 터질 것만 같다.

 죽음이 있어 다행이라고 떠들던 헛소리를 황급히 거둔다.

 

감상과 실체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글이다. 실체에 닿지 않은 나른한 감상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게 하는 그녀의 담력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애들 장난같이 나른하고 애상적 정서에만 호소하는 글을 보다 이 글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나도 투정 많이 부리고 물정 모르는 헛소리 많이 했었지. 배부르지 않은데 배부른 체 행세하고, 아직도 끝없는 기갈이 나를 잡고 있음에도 마치 해탈한 것처럼 위장했었다. 그녀는 자신의 글을 아포리즘 에세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소설이 될 만한 생의 내력도 간결하게 뭉치고, 시가 될 절정의 순간도 눙쳤다'고 말했다. 거기에 '틀을 벗었기에 가볍고 즐겁게 소통하리라 믿는다'는 말도 넣었다. 그 말에 값하는 글들이다. 더 좋은 글도 많았지만 나는 밑의 글에 마음이 갔다.

 

 경의를 표함

 

 지갑에 참을 인忍자 석 자를 넣고 다닌다는 보일러공 시인 이면우.

돈을 참고 술을 참고 여자를 참고, 참 잘도 살아냈다.

쉰을 넘은 맑은 얼굴. 그가 참으며 빚어낸 저 정한 자식들

눈물겹게 살아서 내 안으로 잠겨든다.

 아직 한창인 식욕을 참고 사주에 타고난 역마살을 참고 대물림으로 받은 한량기를 참으며

예까지 겨우 왔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내가 마련한 것들 허름하여 미안하다.

이 몸도 쉽게 산 시간 없지만, 몸으로 산 그에게 오늘만은 깊이 엎드림.

 

직업으로 한 존재를 평가하는 은밀하고 음험한 기준이 얼마나 세속적이며 부끄러운지를 노정숙은 경의를 통해 폭로한다. 혹 어려울 때 이 사람을 아는 게 도움이 될까 싶어 자신도 모르게 줄서기에 끼어들며, 당장 드러나지 않는 됨됨이는 저 멀리 밀쳐두는 사람들이 바로 나였음을 자각케 하는 것이다. 한껏 폼 잡은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 경우가 별로 없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그래서 그녀가 주목한 보일러공 시인은 그녀의 선물이자 무언의 가르침이다. 보일러공 시인을 통해 우리가 진짜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다.

 

힐링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녀의 글은 어쩌면 맞지않을런지도 모른다. 달래주기 보다 더 아프게 하고, 더 고민스럽게 했으며,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 기만을 여지없이 드러냈으니 말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상처도 보이지 않은채 치료하려 하고, 고름도 짜지 않은채 연고를 덧발라 덮어버리려는 얄팍한 수작을 과감하게 폭로했으니 말이다. 가짜는 반짝이지만 진짜는 소박하다는 사실을 거꾸로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진짜의 속살을 보여준다. 진짜를 본 사람만이 진짜를 분별하고 가짜를 본 사람을 결코 알 수 없는 진짜의 세계를 그녀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럴듯한 가짜의 세상에서 보기 드문 횡재다.

 


d*********2 2014.08.31.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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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지만 깊은,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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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담담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억지로 꾸미는 것이 아닌 그저 툭툭 내어 놓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하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는 모습들이, 휘황찬란한 빛깔을 하지 않고 그저 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릴 적 추운 겨울 날이면 어김 없이 주머니 속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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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담담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억지로 꾸미는 것이 아닌 그저 툭툭 내어 놓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하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는 모습들이, 휘황찬란한 빛깔을 하지 않고 그저 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릴 적 추운 겨울 날이면 어김 없이 주머니 속에 손을 깊이 넣고 걸을 때면 외할아버지께서는 '손을 빼고 걸어라.'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가타부타 다른 말씀은 없이 이 말씀만 해주곤 하셨는데 지나고 나서야 그 뜻을 알았다. 그렇게 구부정하니, 종종 거리며 걸어 다니다 넘어지는 날에는 크게 다치기 십상이기에 미리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외할아버지의 말씀이 계속 떠올랐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할아버지의 말씀과 같이 그런 느낌을 받은 듯 하다. 이미 지나왔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미사여구 없이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힘. 이것이야 말로 조미료 따윈 필요 없는 엄마의 손맛이 아닐까.

휘청거리는 몸 퀭한 눈이 빛나는 아이, 양쪽 허벅지에 노끈으로 묶인 건 청바지, 마른 가지 같은 팔에 감은 두 개의 청바지, 갈비뼈를 셀 수 있을 듯 한 몸을 감을 청바지. -본문

원 달러! 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는 동안 그 뼈대가 드러나는 가난은 희망이 되어 울려 퍼진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모습 때문일까.주변에 있는 또 다른 아이는 그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단다.

사람들이 사막에서 풍장을 할 때마다 내 앞에서 내 어린것을 함께 죽였다.나는 그들의 표지판이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어린것을 생각하며 가슴이 에인다. 내 눈물을 보며 사람들은 조상의 무덤을 찾지만, 나는 상처에 상처를 더한다. -본문

때로 저자는 낙타가 되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언제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사막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미 낙타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인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어미 낙타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울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방향을 가늠 하는 것이다. 사막의 나침반을 위해서 자신의 새끼를 잃어야 했던 낙타는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증오를 안고 있었을까. 제 새끼를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과 그 슬픔을 어찌 감당했을까.

모든 것이 암울하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그 안에서 일상 속에 담긴 작은 행복들은 그럼에도 이 세상이 여전히 살만한 곳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아직 웃을 수 있는 이유들이 있기에 오늘도 사람들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보다.

특히나 '결혼식장에서'라는 내용의 글은 뭉클함이 밀려들었다.

노총각과 필리핀 아가씨의 국제 결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일들이기에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을 그 이야기에, 노총각은 때 늦은 영어 공부 삼매경에 빠졌고 그런 그의 아내가 될 이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웨딩드레스 아래 숨기고 아름답게 걷고 있었다.

신랑에게 주례가 죽는 날까지 남편을 사랑할 거냐고 물었다. 신랑은 신부인 필리핀 아가씨 마틸루에게 더듬더듬 통역을 해주었다. 어린 신부는 커다란 눈망울로 오케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

여전히 국제 결혼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 나와 우리를 등지고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부부로서 이 자리를 스스로 빛내고 있다.

 

이미 인생이라는 초콜릿 상자는 내게 전해졌다. 그 상자 안에 어떠한 초콜릿이 들었는지는 직접 열어보고 부딪쳐봐야 알 수 있다. 쌉싸름한 맛에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달콤함에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상자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기, 그리고 나를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어떻게든 이 초콜릿 상자를 안고 계속 나아가 볼 생각이다.

그래, 맹목의 사랑을 퍼붓는 어미의 품을 박차고 광야로 떠나거라. 거기엔 조건부의 사랑이 기다린다는 것을 잊지 마라. 맑은 햇살도 거친 비바람도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드리울 것이며 네가 미처 이빨을 갈기 전에 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단다. 순하고 착하게 살든, 날 선 맹수로 살든 네 맘껏 나아가 보렴.

어쨋거나 네가 웃으면 내 우주가 환하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인도방랑』 / 후지와라 신야저

 

 

독서 기간 : 2013.10.12~10.13

by 아르



p********1 2013.10.14. 신고 공감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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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 노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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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의 바람은 서늘하면서도 달큼했다.    바람의 어깨에 기대 바람을 품고 벼린 날들의 기록이다. (p.143)   노정숙 작가와는 첫 만남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여행, 벌개미취, 요거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지금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 소녀같이 순수하고 명랑한 감성을 가진 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과 마주했다. 하지만, 나의 느낌은 그저 선입견일 뿐, 그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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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의 바람은 서늘하면서도 달큼했다.

   바람의 어깨에 기대 바람을 품고 벼린 날들의 기록이다. (p.143)

 

노정숙 작가와는 첫 만남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여행, 벌개미취, 요거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지금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 소녀같이 순수하고 명랑한 감성을 가진 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과 마주했다. 하지만, 나의 느낌은 그저 선입견일 뿐, 그녀의 글은 성숙한 어른의 것이었고 바다와 같이 깊고도 넓어서 나의 소견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 하면서,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길가의 꽃과 나무를 만나면서도 쉬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인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어떤 존재에든 깊은 의미를 두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버릇이라도 있는 듯했다. 작가의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왜 이런 에세이를 쓰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자아냈던 부분도 많았다. '아포리즘 에세이(aphorism essay)'라는 책의 소개에서 느껴지듯 많은 함축된 내용을 짧은 글로 표현하다보니 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광범위한 내용이 되어버린 듯하다.

 

심각하고 묵직한 글 가운데 가볍고도 직설적인 글도 보였는데, 너무 솔직한 글 내용에 짐짓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공식행사를 마친 후 뒤풀이 행사에 참석한 그녀는 '신세계'를 맛보았다고 한다. 시쳇말로 '물 좋은 곳'에 간 그녀가 표현하기를 '밖에 폭염주의보가 내리거나 말거나 어둔 성에선 새 시간이 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고상하고 품위있는 그녀에게 적잖은 문화적 충격이었지만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런 표현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것도 그녀의 매력인 듯하다. 

 

바람 하나에도 누군가를 생각하고 바람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성을 가진 그녀. 가을이라 그런지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자락이 분위기 있어 보인다. 이 책은 가을 한 자락을 수놓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나 또한 변해가고 있다. 나도 이제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니 나이 들어감에 무뎌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나를 감추려 하지 말고, 솔직하게 보여주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l*****s 2013.10.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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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천천히 음미하면서 씹어먹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
"여러번 천천히 음미하면서 씹어먹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 내용보기
진수성찬, 맛깔스러우면서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 화려하지 않은 음식 같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씹을 수록 그 향이 온 몸에 전해진다. 가끔은 시큼해 눈물이 나기도 좀 싱거워서 소금과 잘 어울리기도 너무 구수해서 할머니의 손 맛이 떠오르기도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봄과 가을이 실종되어 버린 한반도에 반가운 바람이 분다. 바람, 바람...
"여러번 천천히 음미하면서 씹어먹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 내용보기

진수성찬, 맛깔스러우면서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 화려하지 않은 음식 같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씹을 수록 그 향이 온 몸에 전해진다.

가끔은 시큼해 눈물이 나기도

좀 싱거워서 소금과 잘 어울리기도

너무 구수해서 할머니의 손 맛이 떠오르기도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봄과 가을이 실종되어 버린 한반도에

반가운 바람이 분다.

바람, 바람...

i*****7 2013.10.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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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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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늘 분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 말이다. 그 바람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퍽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의 작가 노정숙씨도 그런 바람의 행방이 궁금하기라도  했던 걸까. 작가 노정숙씨는 <흐름>과 < 사막에서는 바람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두권의 에세이 집을 출간하였고, 제 5회 한국 산문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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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늘 분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 말이다. 그 바람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퍽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의 작가 노정숙씨도 그런 바람의 행방이 궁금하기라도

 했던 걸까. 작가 노정숙씨는 <흐름>과 < 사막에서는 바람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두권의 에세이 집을 출간하였고,

제 5회 한국 산문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이 책의 구성을 4부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1.바람의 편력

2. 미안하다, 사랑

3,백년학생

4.사람풍경  이다.

 

너무 길지않은 글에 곁들여진 흑백사진이 빛바랜 사진첩에서 찾아낸 내 어릴적의 사진마냥 정겹다. 이런 생각, 느낌 자체가

바로 나이 들었음일까. 아니다. 요즘은 너무 화려하고 칼라사진만 보았기에 오랜만에 보는 흑백 사진이 반가웠던 것이고

기억 저편에 자리잡은 앙금같은 그리움 덩어리들을 건드린 것이다.

 

어쩌다 아주 어쩌다 몸살이 된통나면 내가 어릴적에 살았던 집이 그리워지고 어릴적에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들이 먹고파진다.

그건 가공식품이 아니고 , 요즘말로 하면 대체로 <슬로 푸드>이다. 그야말로 힐링이 필요해서 일까. 한살 두살 나이들수록

내가 먹고싶은 건 점점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이고, 이제는 내가 딸에게 그런 음식을 해주고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만난 흑백사진도 내 기억속에 살아계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듯이 반갑고 편안했다.

 

<일상의 순간을 소묘하는 80편의 아포리즘 에세이> 뒷표지에 써있는 이 책의 소갯말(?) 이다. 그렇다.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네 일상을 소묘하듯이 보여주고자 했다. 흑백 사진이 곁들여진 시집같은 에세이집 이다.

흑백의 사진에 곁들여진 글도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낸 작가이기에 할수 있는, 연륜과 여유가 느껴지는 생각을 풀어낸 글이다.

솔직한 글이면서 맛깔스럽다. 오래 먹어도 질리지않는 음식같은 글이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작가에게

여러번 공감한 탓일까. 문득 흑백사진 속의 잠자리가 안쓰러워진다.  사진속의 잠자리는 날이 추워지면 어디로 갈까?

작가처럼 잠자리도 저 강을 건너가려고 할까. 시집은 아니지만 읽고나니 마치 시집을 읽은듯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흑백사진이 한층 책의 분위기를  운치있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산다는게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에

 한번씩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l*****1 2013.10.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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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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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에세이란 인생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에세이일수록 잡다하고 괴로운 심경을 장황하게 설명해 놓는 것 보다는 간결하고 단순한 느낌이 많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간결하고 단순하게 일상을 전달하며 그 속에서 지은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옮겨주지만, 독자가 충분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여백을 제공한다. 참 담백하고 아름다운 수필집이다. 사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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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에세이란 인생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에세이일수록 잡다하고 괴로운 심경을 장황하게 설명해 놓는 것 보다는 간결하고 단순한 느낌이 많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간결하고 단순하게 일상을 전달하며 그 속에서 지은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옮겨주지만, 독자가 충분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여백을 제공한다. 참 담백하고 아름다운 수필집이다. 사진 또한 아름다워서, 눈을 책장에 한참동안 머물게 한다. 이 책은 바람이라는 것을 주제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생은 바람과 같은 것이라는 시상에서 책의 모티브는 시작된다.

 

1부에서는 바람처럼 떠난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펼쳐진다. 갠지스 강가, 아란의 국경, 타슈겐트에서의 농장, 템플 스테이의 경험 등 전국의 방방 곡곡과 세계의 곳곳을 맨발로 누비며 저자가 느낀 이야기가 채워져있다. 바람과 인생, 바람과 여행. 이들은 어쩌면 너무나 잘 통하는 속성의 다른 이름인 것 같았다. 2부에서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미안하고 또 고마웠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 어렸을 적 사랑, 치명적 사랑, 백년치의 사랑, 그리고 사라져가는 겨울 속 사랑 등 저자의 경험이 녹아내린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이 사랑들 또한 바람과 같아서 사그러들고,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 손에 쥐지는 못하지만 그 촉감과 느낌만은 또렷이 느낄 수 있는 바람처럼 사랑의 속성도 또한 그러하다. 3부는 백년학생이라는 제목의 챕터이다. 태어나서 죽어갈 때 까지 계속 배워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냈다.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책으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은 또 무엇인지. 시장에서 배울 수 있었던 상인들의 당당함과 광장의 촛불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의연함, 그리고 작은 모시풀과 오래된 고물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교훈들이 찬찬히 펼쳐진다. 세상 어떤 것에서든 배우고자 한다면 사물의 다른 면이 보이면서 철학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또한, 배우고자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일 것이다. 4부에서는 사람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사람에 대한 단상들이 펼쳐진다.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유서 형식의 편지,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인생에 대한 덧없음 등 인간을 두고 그의 삶속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조명해보고 있다.

 

바람, 바람.

인생도, 사랑도, 여행도 참으로 바람과 같은 것이다. 그 모티브를 이 책에 가득 담아 바람에 대한 느낌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다. 시원하게 우리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뜨거운 고통은 서늘하게 식혀주고, 삶의 고난으로 차올랐던 땀은 위로하듯 말려주는.. 그런 바람이라는 제목의 이 에세이집이 참 마음에 든다.

c*****1 2013.09.3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바람처럼 자유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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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에세이집인 '바람, 바람'을 읽었다. 아포리즘이라는뜻이 궁금했다. 찾아 보니 삶의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한 글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은 매우 일상적이다. 생활하면서 겪게되는 소소한 생활의 기록들이다. 내용은 극히 짧다. 허나 이 짧음 속에는 긴 울림이 함축되어 있다. 이 울림이 느낌을 준다.     여성작가의 문체라 말랑말랑하다. 그래서 주부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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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에세이집인 '바람, 바람'을 읽었다. 아포리즘이라는
뜻이 궁금했다. 찾아 보니 삶의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한 글이
라고 한다. 책의 내용은 매우 일상적이다. 생활하면서 겪게되
는 소소한 생활의 기록들이다. 내용은 극히 짧다. 허나 이 짧
음 속에는 긴 울림이 함축되어 있다. 이 울림이 느낌을 준다.

 

 

여성작가의 문체라 말랑말랑하다. 그래서 주부의 눈으로 보이
는 세상이 그려져 있다. 같은 여성에겐 고개를 끄덕이는 수긍
이 가능하고, 다른 남성독자에겐 신세계로 인도한다. 전혀 상
상조차 할 수 없는 일상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니까. 허나 과잉
감각 확장은 우려된다. 과잉감정은 현실세계를 잊게 만드니까.
2013.11.12.

k*****1 2013.11.1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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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편독경향이 있는 나로써는 처음으로 만나보는 작가였다. 그런데, 정말 이 가을에 너무나 멋드러진 책과의 만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에세이를 무슨 재미로 보나 싶을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제 어느정도 세상을 살아보고 나이가 들어보니, 내가 매일처럼 마주하는 일상속을 함께 공유하는 다른 이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나가 궁금해지고, 또 나와는 어떤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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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편독경향이 있는 나로써는 처음으로 만나보는 작가였다. 그런데, 정말 이 가을에 너무나 멋드러진 책과의 만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에세이를 무슨 재미로 보나 싶을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제 어느정도 세상을 살아보고 나이가 들어보니, 내가 매일처럼 마주하는 일상속을 함께 공유하는 다른 이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나가 궁금해지고, 또 나와는 어떤 다른 느낌을 갖고 있나라는 생각을 할때가 생기더라는 것이다.

이 에세이는 어찌보면 아주 작정하고 읽기 시작하면 휙휙 한두어시간만에 끝낼 분량이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생각하고, 또 같이 포함된 사진들에 내가 그 언저리쯤에서 보고 느꼈던 풍경들을 오버랩 하다보면, 뭔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은 참 얇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글은 거의 80여편이 된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이 차지하고 있는 분량도 짧다. 그렇지만 깊은 여운을 담겨주는 책이라는 생각을저절로 하게된다.

총4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1편은 <바람의 편력>이다. 작가가 여행한 곳들을 토대로 글을 썼다고 하는데, 난 <늑대, 제 피를 마시다>를 읽으면서 괜시리 서글펐다. 제아무리 야생늑대라하지만, 배가 고파 피묻은 얼음칼을 계속적으로 핥다가 결국은 그 칼날에 자신의 뜨거운 피를 토해내는 풍경이 떠오르니, 너무 안타까웠다.

2편은 <미안하다, 사랑>이었다.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보여줬던 것 같은데, 가장 난해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치명적 사랑>이었다. 스님과 속세의 여인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맺음을 가졌던 것 같아 좋았다.

3편은 <백년학생>. 각 장의 제목을 어떤 근거로 발췌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했지만 아무튼 책은 계속 읽혀진다.

<고물들> 내용을 읽으면서는 시간이 흐르면 사람을 비롯해 그 모든것에도 연식이 부여되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그게 바로 인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전제품이 고장나 AS기사를 불렀는데, 너무나도 뚝딱 아무렇지도 않게 별도의 기술을 발휘하지 않고 고쳐내는 것을 보면 이게 기술인가 싶기도 하고, 이게 뭔가 하는 허허로움이 들때도 있는데, 이곳에 등장하는 세탁기의 고장수리 과정이 그런 면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 4편은 <사람풍경>. 사람냄새가 난다는 것, 서로 한데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형상인지를 미뤄 짐작케한다. 젊은사람이니까, 생신이라 하지 말고 해피 버스데이라 표현하라고 하여, 초의 숫자도 마땅히 거기에 부합할줄 알았건만 59개라고 했을때, 계산원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딸에게>라는 내용이었다.

너답게 살아가라는 것, 그 무엇에 휘둘리지 말라는 당부가 담긴 글이었다. 그중에서도 <어설픈 이해, 섣부른 사랑, 숨겨진 화합을 위한다고 네 가시와 향을 버리지 마라. 네가 너다움을 간직하는 것만이 너를 오래도록 살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s*****y 2013.10.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