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잘된 작품은 간만에 다시 봐도 느낌이 좋고, 못 보던 새로운 점도 캐치되어서 좋다. 베리 소넨필드는 이 작뿐 아니라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도 윌 스미스와 함께 찍었는데, 그 작은 꽤나 결과가 안 좋았던 반면 이 작은 다 아는 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와일드 와일드.....>는 두 주 전쯤 어느 채널에서 틀어주었고, M 샤말란의 <애프터 어스>를 바로 지난 일요일에 방영했는데 알다시피 윌 스미스가 진짜 자기 아들과 나와서, 다른 행성 아닌 지구에서 죽을 고비를 겪는다는 내용이다. 돌고돌아서 다시 지구라는 설정은 예전에 찰튼 헤스턴 주연의 어느 영화(스포일러)에서도 채택했던 적 있다. 윌 스미스가 나오는 영화는 어떤 영화도 윌 스미스의 영화가 되곤 하는데, 왜 어떤 건 실패하고 어떤 건 뜨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지금 말고).
올해면 이 작도 나온지 근 20년이 되어간다. 내가 이 작을 처음 본 건 모처(...)에서였는데 그때는 몇몇 혐오스러운 장면, 처음에 두족류를 추격할 때 아 이거 추격 액션으로 일관하거나 아니면 아주 유치한 가면 뒤집어쓰고 나와서 헛XX하는 거구나 싶어서, 같이 있던 누구는 꽤 재미있게 보았으나 나는 아주 건성으로 보았다. 선입견이 생긴 이유 하나 더는, 당시 시사주간 TIME에서 지구를 탈출하는 그 외계인 부부가 출산하는 장면, 즉 문어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하필 스틸 컷으로담았는데, 사진만 보면 꽤 유치하다. 헌데 며칠 전 이걸 다시 보니 그 장면은 꽤 뭉클해지는 감동을 담은, 소넨필드 답지 않은 코드의 삽입이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그제 모 채널에서 지나가듯 보니까 제프 브리지스, 토미 리 존스 주연의 <분노의 폭발>을 틀어주는 것 같던데, 그 영화가 참 특이한 케이스이다. 왜냐면 지금 이 영화에서 보듯, 토미 리 존스는 보통 완고한 전통주의자, 혹은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는 경찰 등으로 나와 팬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보통인데, 거기서는 무려 폭탄 테러리스트로 나오니 말이다. 이 사람이 다소 반항적인 선이 얼굴에 그려져 있는 편이고, 학벌도 좋고 하니 개성을 그런 쪽으로 잘못 집어낸 듯한데, 바른 자리는 그동안 수십년이 흐르면서 대중이 올바로 찾아 주었다.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은, 까불거리는 윌 스미스의 개성과 이 사람, 즉 토미 리 존스의 아주 상반되는 스타일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립 톤이 코믹하게 소화한 제드 국장이 토미 리 존스, 즉 케이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다. '저 친구, 권위에 대해 인정 않고 드는 문제가 있지 않나?' 이에 대한 케이의 답은 '저도 예전에 그랬지 않았습니까?' 이런 걸 가리켜 보수좌파라고 해도 된다. 물론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건 그 나름의 확실한 소신이 자리잡고 나서 무슨 말을 해도 하는 거고, 그저 현실에 부적응한 채 딴에는 빌붙어서 뭘 해 보려 들다가 도저히 능력 부족으로 안 되어 자존심은 자존심(그런 것도 애초에 없지만)대로 상하고 쫓겨 나고, 비루한 아Q 같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무슨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삶이 싫다니 뭐니 바퀴벌레도 비웃을 만한 헛소리를 떠드는 걸 두고 이름이 전혀 아니다. 원래 그런 병x들은, 면전에서야 변이라도 핥을 듯 빡빡 기다가, 쫓겨난 후에야 골방에서 혼자 개기는 코스프레를 펼치게 마련이니 말이다.
현저히 문명 발전 수준이 떨어지는 지구가 어떻게 외계인을 숨겨 주고 소통할 수단을 마련할 수 있었던가. 일단 이 세계관에서 다른 문명 세계는 지구에 관심이 없다. 19세기 서세 동점 당시 서구권이 동양에 대해 보였던 태도와는 여기서 큰 차이가 난다. 쓸어버리려면 그냥 찾아가서 형체도 없이 쓸어버릴 수 있지만, 일단은 그냥 참고 구경하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음)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요즘 애들 말대로 '외계인 고문' 같은 게 여기서 은근 채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진짜 고문을 하는 건 아니고, 망명객들이 지구에서 위장 신분을 얻는 대가로 몇 가지를 가르쳐 준다는 소린데, 아마 애들도 이런 데서 힌트를 얻어 그런 말을 만들어내었지 싶다. 앞에서 19세기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대체로 서유럽에서 원적 국가로부터 추방된 이들이 적국에 근거를 마련하고 은둔한 채 산 예는 꽤 많다. 몇 주 전 영국에서 암살된 러시아 이중 스파이의 사건을 보면 지난 역사만도 아닌 셈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