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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는 단단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잘담아내는 작가입니다. 또한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어울리는 작가입니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이야기를 30~ 40페이지안에 보인다는 점이 좋습니다. 직선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보여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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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의 눈’은 한국출간 기준으로 보면 2020년 ‘빛의 현관’(일본 2019) 이후 2년 만에 나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신작이지만, 제목에서 감지되듯 ‘빛의 현관’이 미스터리의 농도가 그다지 짙지 않은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요코야마 히데오 스타일의 미스터리로는 2015년 ‘그림자밟기’(일본 2003) 이후 무려 7년만의 신작인 셈입니다. 물론 ‘교도관의 눈’이 일본에서 2004년에 출간된 작품이니 ‘신작’이란 말이 무색하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새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는데, 가장 의외였던 건 ‘형사’가 주인공인 작품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장 근접한 경우라고 해봐야 현경의 정기간행물(일종의 사보) 편집을 맡은 경찰 사무원(‘교도관의 눈’), 현경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정보관리과 책임자(‘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 정도이고, 그 외에는 프리랜서 구성작가, 이혼 조정위원, 편집부 기자, 현 지사의 비서과장 등 일반인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각 수록작마다 살인, 폭력, 구원(舊怨) 등 미스터리 서사가 펼쳐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반전을 거듭하는 경찰 미스터리’보다는 긴장감의 깊이와 무게가 조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매력이 가장 진하게 느껴진 건 표제작인 ‘교도관의 눈’인데, 평생 형사가 되고 싶었지만 경찰대학 성적 때문에 경력 대부분을 유치장 교도관으로 채운 남자가 퇴직 직전의 장기휴가를 이용하여 1년 전 발생한 미제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비록 형사는 되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교도관으로서 범죄자들을 지켜보면서 형사 못잖은 ‘눈’을 가지게 된 그는 누구도 예상 못한 사건의 진상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이 인물에게서 퇴직 수기를 받아내기 위해 안쓰럽게 분투하는 정기간행물 편집자가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한 기업 회장의 자서전을 쓰게 된 프리랜서 구성작가가 인터뷰 도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 ‘자서전’과 베테랑 외근기자였지만 현재는 초보 편집기자가 된 주인공이 어처구니없는 오보 사태 속에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조용한 집’은 미스터리의 농도는 옅지만 어떤 엔딩이 펼쳐질지 무척 궁금하게 만든 작품들입니다. 그 외에는 사건성이 강하긴 해도 넓은 의미의 일상 미스터리 범주에 드는 작품들인데, 재미있게 읽히긴 해도 역시 요코야마 히데오의 강렬한 서사를 기대한 입장에선 다소 싱겁게 느껴졌습니다.
‘클라이머즈 하이’, ‘64’, ‘사라진 이틀’ 등의 장편은 말할 것도 없고 단편에서도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미스터리를 선보여온 요코야마 히데오는 저의 최애작가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64’(2012) 이후 7년의 슬럼프를 겪고 발표한 작품이 ‘빛의 현관’(2019)이고, 그 뒤로는 신작 소식이 더는 없어 무척 안타까울 뿐입니다. 언제쯤 새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장편이라면 더더욱 좋고 단편도 좋으니) 경찰 미스터리의 거장으로서의 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마저도 쉽지 않다면 (몇 편 안 남았지만)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일부 작품에 대해 출판사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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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단편이 담긴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 표지에 담긴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미스터리"라는 문구에 이끌려 책을 펼쳐들었는데 읽고 난 이후의 전체적인 느낌은 글쎄.. 생각과 달라 당황했다고나 할까.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우선 배경이 비슷하다. 미스터리 소설이니만큼 일본 경찰서인 현경, 또는 현경 내의 편집부, 지방신문 편집부, 그들의 직업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첫번째 표제작인 <교도관의 눈>에서는 현경 기관지 <R경인> 에서 퇴직자들을 소개하는 란에서 교도관 '곤도 미야오'를 누락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이 명예로운 코너에 자신이 빠졌다는 사실을 알면 당연히 큰 소리가 날 상황에서 곤도 미야오를 찾아가 자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담당 편집인 야스에는 곤도 미야오의 집을 방문하다가 곤도 미야오가 쫓고 있는 사건을 함께 추적하게 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말버릇>에서는 가정법원에서 조정위원의로 일하는 유키에는 자신의 딸의 과거와 관련이 있는 기쿠타 요시미를 마주친다. 공적인 일을 하는 곳에 사적인 감정이 들어오면 안 되지만 이 인물들을 대할수록 딸이 힘들었던 과거가 떠올라 사적인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해 나가던 끝에 맞닥뜨린 진실은 이제껏 자신이 모르던 딸의 진실이었다.
이 이야기들이 말하고 있는 건 직업과 사건 속에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주로 묻는다. 모든 이야기 속에 사건은 발생한다. 그런데 어떻게 일을 해결해나갈 것인가. 두 번째 단편 <자서전>에서도 자서전 대필을 맡게 된 다다노가 의뢰인인 효도전기의 회장 효도의 살인 과거를 접하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며 태도가 돌변한다. 그 태도가 어떤 방식으로 돌출될 것인가. 그 점을 예리하게 묻는다. <말버릇>에서도 가정법원 조정위원인 유키에가 자신의 본분을 다할 것인가 아니면 딸의 과거에 휘둘릴 것인가.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에서는 홈페이지 크래커의 공격으로부터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조용한 사건 해결인가 아니면 올바른 상부 보고인가. 각 당사자에 따라 해결방식이 달라진다. 그리고 묻는다. 이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과연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있을 법한 미스터리를 찾는다면 이 책이 좋은 글동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