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9)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6%
  • 리뷰 총점8 24%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8.0
  • 30대 10.0
  • 40대 9.0
  • 50대 9.0

포토/동영상 (8)

리뷰 총점 종이책
현대판 키다리 이모의 사랑의 릴레이
"현대판 키다리 이모의 사랑의 릴레이" 내용보기
"현대판 '키다리 이모'의  사랑의 릴레이"   조우리의 <이어 달리기>를 읽고     "답장은 없어도 괜찬아." 내가 너에게 어떤 말을 주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기억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p. 217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가  일곱 명의 소녀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그 편지 속에는 단 한 사람이 보내는 용기와 사랑의 마법이 담겨 있었다. '미션 편지'라는 이름으
"현대판 키다리 이모의 사랑의 릴레이" 내용보기

 

"현대판 '키다리 이모'의  사랑의 릴레이"

 

조우리의 <이어 달리기> 읽고

 


 

"답장은 없어도 괜찬아."

내가 너에게 어떤 말을 주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기억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p. 217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가  일곱 명의 소녀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그 편지 속에는 단 한 사람이 보내는 용기와 사랑의 마법이 담겨 있었다. '미션 편지'라는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는 일곱 명의 소녀들이 각자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장하는 데 있어서 밑거름이 되어 주고 희망과 긍정의 힘이 되어 주었다. 저자는 너와 나의 어린 시절을 빛낸 단 한 사람, 현대판 키다리 이모 '성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조우리 작가는 여성, 퀴어, 노동을 소재로 삼아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왓다. 이번에 출간 된 그녀의 세 번째 소설집인  『이어달리기』는 혈연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서로 '이모', '조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중년 레즈비언인 '성희' 와 그녀와 가족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일곱 명의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성희는 '미션 편지'를 통해 소녀들이 각자 미션을 완성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형식으로 그 소녀들의 성장에 있어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한다. 어쩌면 성희를 현대판 '키다리 이모' 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희는 그 소녀들이 성장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 때문에 좌절할 때, 미션 수행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지와 긍정의 힘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해서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자신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것은 성희의 끊임없는 지지와 격려 사랑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녀들이 성장 이후, 그들에게 성희의 마지막 미션 편지가 도착한다. 

 

사랑하는 나의 조카, 아름에게 

잘 지내고 있니? 너에게 마지막 미션을 보낸다.

이 미션을 완료하면 너는 보상으로 나의 유산을 받게 될 거야.

부디 이번엔 꼭 미션을 완료하길 바라며.

-p. 195

 

이렇게 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아름을 마지막으로 각각 그녀들에게 일곱 개의 각각 다른 미션 편지들이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들이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하면 성희가 남긴 '유산'을 받게 된다. 그 유산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7명의 소녀는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바로 성희의 장례식이 열리는 엘리제에서 말이다. 주로 장례식은 죽고 나서 하는데, 성희는 살아 있는 장례식을 치르고, 그 소녀들 각자는 장례식의 사회자, 커피 서빙 등과 같이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성희의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면서 성희가 자신들에게 보낸 사랑과 위로, 용기가 자신들을 지탱해주고 쓰러지지 않게 삶을 살게 해주는 힘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일곱 명의 소녀들 각자가 만들어내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은 모두 성희가 그들에게 보낸 따뜻한 응원과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비록 성희는 그녀들과 혈연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혈연과 세대를 초월해서 그녀가 몸소 보여주었던 사랑과 연대의 마음 그 소녀들의 인생 속에서 밝게 빛날 것이고 영원히 그 소녀들의 마음 속에서 기억될 것이다. 자신의 것만 챙기고 남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든 세상 속에서 그녀가 보여준 따뜻한 위로와 지지, 사랑은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성희의 사랑을 받은 일곱 명의 소녀들은 그들 스스로가 제 2의 성희가 되어 자신보다 어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이어달리기 하듯이  그 릴레이를 통해 그 소녀들은 성희가 남긴 사랑과 선의의 유산을 도움이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소녀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세상은 좀더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해진 거리를 여러 사람이 나눠 달리는 것, 자신의 몫을 다 달리면 배턴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 사람이 또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고. 그렇게 결승선까지 가는 것.

-p. 190

 


#이 글은 한계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어달리기 #조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2기_이어달리기

 

YES마니아 : 골드 s*******4 2022.03.12.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모가 조카에게
"이모가 조카에게" 내용보기
어쩐지 내 장례식엔 백명은커녕 그 십분의 일인 열 사람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안 와도 괜찮지만. 누군가 그걸 해주기 어렵기도 하다. 그저 화장이나 해주면 다행일 것 같다. 그건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을 때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겠다. 그때 내가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걷다가 죽어야 할 텐데. 난 어딘가 많이
"이모가 조카에게" 내용보기

 어쩐지 내 장례식엔 백명은커녕 그 십분의 일인 열 사람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안 와도 괜찮지만. 누군가 그걸 해주기 어렵기도 하다. 그저 화장이나 해주면 다행일 것 같다. 그건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을 때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겠다. 그때 내가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걷다가 죽어야 할 텐데. 난 어딘가 많이 아프다 죽고 싶지 않다. 그저 살다가 잠을 자듯 떠나는 게 바람이다. 이건 큰 바람이겠다. 여기 《이어달리기》에 나온 성희는 암이었다.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성희는 조카 일곱한테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조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적혀 있었다. 성희는 조카 일곱을 만나고부터 한사람 한사람한테 뭔가 일을 하게 했다. 그걸 해내면 선물을 주었다고 할까. 그런 이모 좋을지 안 좋을지. 지금 난 귀찮아서 하기 싫은데 어릴 때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거면 해도 하기 싫은 거면 못할 거 아닌가. 성희가 만난 조카는 어느 정도 그걸 즐겁게 여긴 듯하다.

 

 성희가 만난 조카라니. 성희의 언니가 결혼하고 조카가 된 소정을 빼면 다 진짜 조카가 아니다. 친구 딸이거나 옆집 아이 옆집 세탁소집 아이 병원에서 만난 아이 애인 조카다. 그런데 왜 여성은 아이한테 자신을 이모라고 하라고 할까. 이모는 다른 엄마라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이렇게 말하지만 고모보다는 이모가 가까운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고 보니 성희가 만난 조카는 다 여자아이구나. 성희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죽음을 앞두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사람보다 조카들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고 저마다 할 일을 하면 무언가 주겠다고 했겠지. 성희는 꽤 부자인 것 같았다. 자신이 건물 주인인 엘리제는 레즈비언 전용 가게다. 어쩌면 성희는 레즈비언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라고 그런 곳을 죽 이어갔는지도. 자신이 주인이기만 하고 그곳을 할 사람은 따로 두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 성희 조카 일곱은 저마다 자신이 할 일을 하려고 한다. 아마 성희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였겠다. 성희는 좋은 이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사람은 거의 부모한테 버림 받기는 했지만, 성희가 있어서 그나마 나았다. 진짜 조카가 아니어서 성희가 아이한테 편지를 보내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지만 안 좋게 여긴 사람 있었을까. 책을 보니 안 좋게 여긴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다행이다. 부모가 있다 해도 다른 괜찮은 어른이 있으면 사람은 훨씬 좋겠지. 성희 조카 조금 부럽기도 하구나. 난 성희 같은 이모는 별로 되고 싶지 않다. 되려고 해도 될 수 없구나. 누구하고든 잘 지내지 못하니 말이다.

 

 이 소설은 여성 이야기다. 세대가 다른 여성이라 해도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구나. 성희 조카가 다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몇 사람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어쩌면 성희 장례식에서 만나고 앞으로 잘 지낼지도 모를 일이다. 성희 장례식은 성희가 죽기 전에 한 거다. 살았을 때 장례식을 했다는 말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실제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희는 장례식에 조카와 백명이나 되는 사람을 불렀단다. 대단하다. 백명이라니. 내가 앞에서 왜 내 장례식에 올 사람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지. 내가 죽은 다음에 하는 장례식 무슨 소용인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쓸쓸하겠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 죽은 다음엔 쓸쓸함 따위 느끼지 않겠다. 다행이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겠지. 성희와 일곱 사람, 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그리고 아름 이야기기도 하다. 일곱 사람은 성희를 만나서 사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성희는 좋은 어른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까. 어쩌면 성희도 자신이 어른이다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성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한 걸 거다. 좋은 어른은 자신이 그렇게 여기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보는 게 아닐까. 한사람은 여러 사람과 이어지기도 했다. 조카뿐 아니라 성희도 조카가 있어서 좋았겠다. 진짜 이모와 조카도 사이 좋게 지내기 어렵지 않나. 이제는 이런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피붙이가 아니어도 이모, 고모 조카가 되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성희는 편지 쓰기를 좋아한단다. 이거 하나는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편지 쓰기 좋아한다. 난 친구한테만 쓴다. 성희는 자신이 쓴 걸 기억한다는데, 난 기억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잊고 한 말을 또 하기도 한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편지 쓰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이런 말하니 편지 쓰고 싶구나. 성희가 보낸 편지 받은 사람 좋았겠지. 조카뿐 아니라 애인도. 그랬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쓰는 편지가 그러기를 바라설지도.



희선



 

n***8 2023.03.19. 신고 공감 4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 내용보기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사람과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있다면 기준이 느슨한 쪽이 완고한 쪽을 맞춰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모로, 모두의 평화, 같은 것을 위해서. (106)   아이가 자라면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그냥 어른이 되기로 했다. 그냥 어른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아이
"이어달리기" 내용보기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사람과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있다면 기준이 느슨한 쪽이 완고한 쪽을 맞춰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모로, 모두의 평화, 같은 것을 위해서. (106)

 

아이가 자라면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그냥 어른이 되기로 했다. 그냥 어른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런 어른이 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르겠다. 나이는 먹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그냥 어른도 되기 힘든데 괜찮은 어른이라니. 뉴스에선 매일 시답지 않은 어른들이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친다. 곱게 늙기도 힘든 세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만약 그 어른이란 사람도 자신이 죽는 날을 받아 놨다면,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한 번이라도 돌아보게 될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끝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를 만나주세요. (책 맨 앞 페이지)

내가 죽어서 하는 장례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나도 살아생전 이런 초대장을 지인들에게 날려(?) 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런 초대장을 날릴 수 있다는 건 내 앞의 생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알 수 있을 때겠지만. 이렇게 초대장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꽤 잘 살았다고 자부하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여기 중년의 여자 성희가 있다. 그녀에게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와 조카로 칭하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성희는 중년의 레즈비언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의 조카들에게 미션을 수행하면 유산을 나눠준다는 편지를 보낸다. 폐업 위기에 놓은 가게 엘리제를 구해야 하는 사람, 거북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 성희의 장례식에 커피를 대접해야 하는 사람, 장례식장에서 성희를 보며 웃어 줘야 하는 사람, 성희의 장례식에 사회를 봐야 하는 사람, 중학생 서퍼 지민이와 하와이에 다녀와야 하는 사람, 배턴 터치해야 하는 사람까지.

 

살아 있는 동안 내가 감사하고 고마워했던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하고 하늘로 갈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 아닐까? 내가 없고 난 후의 장례식이 아니라 내가 눈을 보며 인사할 수 있는, 그 과정이 눈물바다가 될지라도 꽤 괜찮은 시간 아닐까? 레즈비언이었던 성희에게 혈연으로 이뤄진 조카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괜찮은 관계의 조카들이 존재함이 신선하다. 그녀가 혈연에 연연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관계가 더 쿨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역사에 길이 남길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세상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 어떠한가? 나는,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이 세상을 살다 가면 되는 것을. 도움이 필요할 때엔 손 내밀 수 있고, 외면해주길 바란다면 잠시 눈감아 주고, 같이 웃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웃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그런 사람으로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인 채로 살기로 했다. 고민한다고 이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는, 나는, 그냥 사는 거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22.07.27. 신고 공감 4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 내용보기
도 서: 이어달리기 저 자: 조우리 출판사: 한겨례출판 엘리제라는 동굴은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고 숨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그냥, 좋아서, 모여 있고 싶은 곳이었다. -본문 중-   이어달리기는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운동으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오늘 만난 [이어달리기]는 7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데 서로 이어진 것이라곤 '성희 이모'라는 한 사람뿐이다. 책
"이어달리기" 내용보기


 

도 서: 이어달리기

저 자: 조우리

출판사: 한겨례출판

엘리제라는 동굴은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고 숨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그냥, 좋아서, 모여 있고 싶은 곳이었다.

-본문 중-

 

이어달리기는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운동으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오늘 만난 [이어달리기]는 7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데 서로 이어진 것이라곤 '성희 이모'라는 한 사람뿐이다. 책은 각 단편으로 되어있지만 아이들과 성희가 이어지듯 아이들 역시 성희로 인해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을 봤다. 성희라는 인물은 독특하면서 베일에 쌓인 인물같다. 언제나 함께 할 거 같은 친구들이 결혼을 하면서 떠나고 나름 그래도 잘 살았다고 하지만 어느 날,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성희는 자신이 벌인 일을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다짐에 혜주라는 조카에게 미션이라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시작은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단편으로 조카 혜주에게 어느 가게를 찾아가라는 미션이다. 이모의 편지를 받고 엘리제를 찾아가고 그곳을 발견하지만 누구나 아는 장소가 아닌 소수의 사람만이 가는 곳으로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경제난이 힘들었다. 이모가 자신에게 어떤 미션을 주었는지 엘리제를 방문 후 알게 되면서 혜주는 미션을 완수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션을 완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성희가 조카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각자 고민과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혜주에겐 능력은 있지만 정규직이 안되는 뼈아픈 현실이 있었는데 미션을 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

 

이어 등장하는 수영의 이야기는 부모의 잦은 부재로 집이라는 공간을 낯설게 느끼는 인물이다. 수영의 부모와 딱히 인연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수영을 내버려 둬서는 안되는 생각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인연이 수영에겐 자신이 키우던 '거북이'를 키우는 미션을 주었다. 거북이는 장수하는 동물로 수영이 그동안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 생활을 거북이를 키움으로써 정착을 하게 만들었다. 비록 큰 미션은 아니었지만 수영에겐 인생의 전환점을 갖는 미션이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다 깨닫는 건 아니었다.

-본문 중-

 

그렇게 차례대로 조카(사실은 친조카가 아니다)들에게 미션을 보내면서 아이들이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성희. 몸이 약해 부모의 말만 듣는 시간이 많다보니 타인과 대화보다는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으로 살아온 아름, 작사가가 되기위해 노력하지만 늘 떨어지는 태리, 한때는 스키 선수로 촉망 받았지만 사고로 꿈을 잃은 소정, 한창 꿈이 많을 나이에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지애 등 각각 색깔의 고민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성희는 이런 아이들에게 조언이 아닌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데 그게 바로 '편지'였고 '미션'이었다. 더 나아가 미션이 완료 되면 아이들에게 자신의 유산을 상속 했다.

 

물론 조카들은 유산 상속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 않았다. 그저 이모가 왜 그런지? 진실로 자신을 알아주는 이모가 왜 그런지 두려울 뿐이었다. 하지만, 성희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장례식까지도 웃음을 잃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고, 심지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어달라는 조건도 붙였다. 또한 성희가 쓰던 편지는 답장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답장도 없는 편지를 쓰는 이유를 옛 연인이 물었을 때 그저 '어떤 말을 주었는지 자신이 알고 있으니, 기억하니깐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말을 했다. 사랑을 받기 보단 주는 게 더 좋았던 성희의 모습다운 대답이다.

 

어달리기]..책 제목으로 표지를 보면 8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안에는 장수한다는 거북이도 있는데 성희가 비록 세상에 없지만 계속해서 조카들과 삶을 이어가는 가는 것처럼 보였다. 각자 서로가 가족이나 친척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성희 이모로 인해 서로 연결이 되어있으며 언제까지나 서로의 인생을 이어 갈 준비가 되어 있어 보였다.

 


 

 

g*****3 2022.03.09.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이어달리기]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이어달리기]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내용보기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조우리 작가님 편을 듣기 전에 구입한 책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묘하게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그동안 좋아해온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성희, 주현, 수영, 예리 등등) ㅎㅎㅎ    이야기는 한 통의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를 만나주세요." 발신인인 성희
"[이어달리기]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내용보기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조우리 작가님 편을 듣기 전에 구입한 책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묘하게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그동안 좋아해온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성희, 주현, 수영, 예리 등등) ㅎㅎㅎ 

 

이야기는 한 통의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를 만나주세요." 발신인인 성희는 수신인인 일곱 조카들의 이모다. 이들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 조카로 부르는 사이다. 레즈비언인 성희는 친자식은 없어도 자식처럼 아끼는 조카들에게 의지할 만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조카들이 어릴 때부터 그들에게 보탬이 되는 미션 편지를 보내고 그들이 미션에 성공할 때마다 보상을 제공했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또는 위기에 빠진 신데렐라에게 호박 마차를 보내준 마녀처럼.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희는 조카들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하면서 그들 각자에게 마지막 미션을 제시한다. 폐업 위기에 놓인 가게를 구하라, 정성을 다해 유기된 거북을 돌보라, 장례식에 온 손님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라, 장례식 사회를 맡아라, 중학생 서퍼의 하와이 여행에 동행하라 등등. 갑작스럽게 미션을 통보받은 조카들은 당황하지만, 이내 성희 이모의 뜻을 헤아리고 미션 해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조카들은 이어달리기의 주자가 배턴 터치를 할 때처럼, 그동안 안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면서 한결 가볍고 후련해지는 경험을 한다. 

 

조카들보다는 성희 이모의 나이와 입장에 가까워서 그런가. 다 읽고 나니 성희 이모와 조카들의 관계보다 성희 이모 자신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성희 이모는 어쩌다 이렇게 좋은 이모이자 어른이 되었을까. 돈이 많아서? 친구가 많아서?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성희 이모 자신이 비혼 여성 성소수자로 오십 가까이 살면서 온갖 '후려침'을 당했을 테고, 그때마다 다른 여성들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 생각, 그런 마음이 여성들을 결국 미래로 데려간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j****y 2022.05.3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어달리기-마지막 미션: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참석하세요.
"이어달리기-마지막 미션: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참석하세요." 내용보기
조우리의 이어달리기강아지를 산책할 때마다 <듣똑라>, <영혼의 노숙자>, <책읽아웃>, <시스터후드> 등등 여러 가지 라디오를 듣는데, 3월 말에 <영혼의 노숙자>에서 들었던 조우리 작가의 말이 너무 인상 깊었고, 이후에 <책읽아웃>에서 조우리 작가님의 『이어달리기』를 또 접하게 되니 ‘아, 이쯤 되면 내가 이 책을 봐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또 요즘 어머니 간
"이어달리기-마지막 미션: 살아서 하는 저의 장례식에 참석하세요." 내용보기
조우리의 이어달리기

강아지를 산책할 때마다 <듣똑라>, <영혼의 노숙자>, <책읽아웃>, <시스터후드> 등등 여러 가지 라디오를 듣는데, 3월 말에 <영혼의 노숙자>에서 들었던 조우리 작가의 말이 너무 인상 깊었고, 이후에 <책읽아웃>에서 조우리 작가님의 『이어달리기』를 또 접하게 되니 ‘아, 이쯤 되면 내가 이 책을 봐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또 요즘 어머니 간병을 하면서 우울하다 보니 성희 이모의 밝은 에너지를 얻고 싶어서 급발진으로 빌렸다. (영혼의 노숙자 전편인 윤가은 작가님의 ‘호호호’랑 함께) 라디오로 두 번씩이나 듣다 보니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지루한 느낌이 들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랜만에 읽으면서도 다음 장을 확인하고 싶다는 조급함도 느꼈다. 너무 글을 산뜻하게 잘 쓰셨다. 작가님 다른 책도 읽어야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퀴어 콘텐츠가) 사회불안이 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사느라 바쁘다. ~개개인이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하나 그것의 사회 속 영역에서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라기보단 타인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니 걱정하시는 분들이 걱정을 넣어두시길. ~ (퀴어 콘텐츠) 물량 공세 해야 한다. 하나하나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나야 그제서야 다른 점을 보게 되는 것이지, 하나하나 이건 괜찮고 이건 아닌 가치판단을 할 기회조차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거 자체가 자연스러워진다면 그 서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이어달리기’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희가 죽기 전 자신의 조카들에게 마지막 미션을 주고, 7명의 조카들이 그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작 중 주요 등장인물에는 레즈비언인 주인공 성희와 조카(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아름)들이 있는데, 성희의 조카들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혜주는 친구 수진(전 여자친구 또는 레즈비언 동료 추정)의 딸, 학원 선생님인 수영은 옆집 살던 아이, 카페 사장인 지애는 전 여자친구 찐 조카, 영사 산업기사인 예리는 성희가 여자친구와 운영했던 피자집 상가의 세탁소집 딸, 작사가 지망생인 태리는 회사 동료 딸, 교양국 소속 pd인 소정은 성희의 언니 남편의 딸, 회사원인 아름은 함께 병원에서 머물던 아이다. 이들은 성희와 피로 이어져 있진 않지만, 성희와 미션 편지를 통해 긴 세월을 함께 해왔다. 그러던 중 성희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죽기 전 그들에게 무엇인가 해주고자 마지막 미션을 준 상황인 거다. 혜주에게는 ‘엘리제’라는 레즈비언 바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수영에게는 자신의 거북이를 돌봐주길, 지애에게는 자신의 ‘살아있는’ 장례식의 손님들에게 맞춤 커피를 타주길, 예리에게는 장례식장에 와서 웃어주길, 태리에게는 장례식 사회를 맡아주길, 소정에게는 서지민과 함께 하와이에 가주길, 아름에게는 배턴 터치하길 성희는 바란다.

-예비 독자들에게-
『이어달리기』는 피와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이들의 따뜻한 연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이런 어른이 돼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조카 이야기가 완성도 있다고 느꼈고, 만족했고, 가슴 벅찼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추천하기보다는 어떤 조카의 이야기에서 이 부분을 주목해서 봤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소개한다.
첫 번째로, 소설 ‘이어달리기’는 주인공 성희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이 책의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퀴어 문학에 대해 갖는 기대감이 있다. 이 책은 사실 기대감, 혹은 선입견에 부합하는 내용보다는 그냥 조카와 성희의 연대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기대감에 어긋나서 실망할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혜주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가장 맞는 것 같다. 레즈비언 바 ‘엘리제’를 찾는 모습이 특히 어떤 레즈비언 바 ‘자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레즈비언 사회’에 대한 시선을 보여준다. ‘레즈비언이 우리 주변에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레즈비언이 우리 주변에 없는 게 아니라고, 너무 당연하게 옆에, 특별할 것 없이 있는데, 당신의 상상과 달라서 당신이 못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당신은 놀란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이렇게 커다랗게, 분명하게 ‘엘리제’인데. ~당신이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특별할 것 없이 전형적인 규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철문의 둥근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잡아 돌려본다. ~ 엘리제는 숨지 않았다. 거기에 있었고, 계속 거기에 있었다. 엘리제의 방식으로, 엘리제로. '
-p16~19-

두 번째로, 수영의 <고요한 생활>은 수영의 삶의 방식을 주목하면 좋다. 수영은 인간관계를 맺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다니는 학원과 집을 바꾸고, 학원에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서 학생들을 대하는 삶의 방식을 고수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수영의 부모님 때문이다. 그들은 집을 몇 번에 걸쳐 떠났다가 돌아온다. 그동안 수영은 방치당한다. 고요한 집안에서 혼자. 혼자 사는 집에서 혼자 있는 감각과 금방 돌아올 누군가 같이 사는 집에서 혼자 있는 감각과 언제 올지 모르는 집에서 혼자 있는 감각은 다르다. 다 고요하지만, 마지막의 경우는 역설적으로 소란스럽다. 공기가, 마음이 소란스럽다. 그리고 혼자 사는 지금도 여전히 마음은 소란스럽다. 수영의 이런 모습에서 집이란 무엇인지, 집의 안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수영은 사막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막에 가본 것 만 같다. ~ 멀미가 날 정도의 고요와 그 고요 속에 감춰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운 공기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 니까. 아무도 없어야 하는 집에 어쩔 수 없이 남아버린 누 군가가 느끼는 것들이니까. 끝도 없는 갈증과 허기와 고독과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에 서서히 무뎌지도록 흘러가는 시간까지.' 63p

세 번째로, 지애의 <둘 둘 셋>은 지애의 카페 운영 철학이나 과거 어린 지애의 말을 주의 깊게 보면 좋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어른들을 바라본다.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좋은 걸까? 삶에서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지애가 어린이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하는 태도에서, 어른들이 어린 지애를 대했던 태도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바라게 된다. 아이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물어보는 어른이 되길.

'왜 어떤 어른은 어린이를 만나면 꼭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을까. 지금 눈앞에 있는 어린이가 아니라 미래에 어른이 될 존재하고만 대화하겠다는 것처럼.' 85p

네 번째로, 예리의 <쿠키가 두 개일 때>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예리는 레즈비언이지만, 레즈비언의 연애라기보다는 그냥 연애 자체를 보여준다. 예리가 여자친구 혜선을 맞춰주는 모습, 전 여자친구 혜선이 자신의 연인에게 맞춰주는 모습에서, 관계적 약자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기준이 느슨한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관계에서 강자이고, 약자인가? 관계의 방향을 다시 살펴볼 때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사람과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있다면 기준이 느슨한 쪽과 완고한 쪽을 맞춰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모로 모두의 평화 같은 것을 위해서' 106p

다섯 번째로, 태리의 <구르는 재주>는 운동하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좋다. 주인공이 수행평가로 옆 구르기 하는 모습에서 어렸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운동에 목숨을 걸었었다. 그때의 운동과 지금의 운동은 뭐가 그렇게 다르길래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집에 가까워질수록 태리의 두려움도 점점 커졌다. 차라리 확 넘어져서 발목이라도 삐었으면. 그런 핑계로라도 실기 시험을 피할 수 있다면.' 139-140

여섯 번째로, 소정의 <파도가 온다>는 병원에서 소정에게 성희가 하는 일을 보자. 소정은 부상으로 스키 선수를 더 이상 할 수 없음에 절망한다. 삶은 길고, 금방 단숨에 끝나지 않지만 세상이 끝난 것처럼 절망한다. 소정의 슬픔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물론 스키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도 있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선 어렸을 때 모든 게 결정된다는 듯이 군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 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너무.

'다 끝나버린 것 같았다. 자신은 이제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 채, 그저 불가능의 상태로만 남은 거라고 생각했다. 스키 선수가 되지 못 한 사람. 그 한 줄로 정리되는 윤소정의 삶. 소정은 이미 결론이 나버린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176p

마지막으로, 아름의 <배턴 터치>는 아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주의 깊게 보면 좋다.
굉장히 하는 말을 하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의 관계를 잘 표현한 챕터이다. 아름은 듣는 사람이다. 만약에 자신이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보고서는 조금 위로도 되고 화도 나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혹은 말을 들어주는 입장이 아니라 말하는 입장이라면 '이제 나도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줘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배턴을 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본다.

'비밀을 털어놓은 친구들은 서서히 아름을 멀리했다. 속마음을 모두 적은 일기장을 서랍 깊숙이 넣어두는 것처럼, 아름과도 거리를 두려 했다. 아름뿐만이 아니라 아름에게 비밀을 이야기했다는 사실로부터 멀어지려는 듯이. 아름은 모두가 떠난 트랙 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남겨졌다. '197p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끝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저를 만나주세요.-

#이어달리기 #조우리 #조우리소설 #한겨레출판 #책읽아웃 #영혼의노숙자 #라디오추천 #소설추천 #성장소설추천 #힐링소설추천 #편집자지망생
m******6 2022.05.1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좋았던 이유
"좋았던 이유" 내용보기
책을 덮고 작가님의 '엄마에 대하여' 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루지 쉽지 않은 (마음을 먹는다면 또 어렵지 않을 지 모르지만) 소재들을 향해 언제나 적지 않은 파장과 생각할 화두를 남겨 주는 이 작가님의 문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너에게 어떤 말을 주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기억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작지만 강한 말들이 있다. 돌아서고 나면 떠오
"좋았던 이유" 내용보기

책을 덮고 작가님의 '엄마에 대하여' 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루지 쉽지 않은 (마음을 먹는다면 또 어렵지 않을 지 모르지만) 소재들을 향해 언제나 적지 않은 파장과 생각할 화두를 남겨 주는 이 작가님의 문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너에게 어떤 말을 주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기억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작지만 강한 말들이 있다. 돌아서고 나면 떠오르는 목소리와 같은 것. 소설의 매력이 만약 일상 속에서 은은하게 회자되는 문장 혹은 인물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라면 아마 이 '이어달리기' 가 현재의 내게 그러할 것 같다. 

 

 

가족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가족. 같이 사는 사람. 식구. 밥을 먹고 서로를 돌봐주고 지지하는 연대. 만약 그 기준이라면 굳이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가능할테다. '이어달리기' 는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하나의 '가족' 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서로 이모와 조카로.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레즈비언인 '성희' 와 그녀를 둘러썬 일곱 명의 여성의 서사로.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 가 소설 속의 도구로 나와서, 역시 편지라는 매개체 덕분에 조금 더 마음을 담아 책을 읽어 내리게 되었다. '좋은 어른' 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떠올리면서.... 살아서 하는 장례식은 나도 종종 꿈꾸던 것인데 소설 속에서 미리 보기 한 듯한 기분이어서 굉장히 묘하기도 했고. 

 

 

 

왜 '이어달리기' 일까. 어쩌면 죽음 직전짜기 계속 해서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나아가는 달리기와 비슷해서였을까. 아니면 줄곧 반복되는 어떤 '이어달리기' 와 비슷한 소수자들의 모습이 담담히 그려내보이고 싶었던 작가님의 소망이 담긴 제목이었을까.

 

 

어떤 연유든 '이어달리기' 는 혈연과 세대를 초월한다.  타자에게 선뜻 마음과 손을 내밀며 세상의 선의와 연대를 몸소 보여주는 인물을 통해 우리 독자는 '나' 자신을 생각해보게 될 지 모르겠다. 어쩌면 뜨끔한 반성과 함께-  

 

KakaoTalk_20220222_060641242.jpg

v*****w 2022.02.2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같이 책읽는 친구
"같이 책읽는 친구" 내용보기
함께 책을 읽는 듯한 친구가 생겼다. 그의 속도대로 난 내 속도로 그렇게 한 발씩 한 장씩 내딛으며 책 속으로 달려든다. 기분 좋은 설레임과 함께... 문득 달리다 옆을 바라보고 그도 나와 함께 하고있음을... 그리고는 다시 달린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진다.
"같이 책읽는 친구" 내용보기

함께 책을 읽는 듯한 친구가 생겼다. 그의 속도대로 난 내 속도로 그렇게 한 발씩 한 장씩 내딛으며 책 속으로 달려든다. 기분 좋은 설레임과 함께... 문득 달리다 옆을 바라보고 그도 나와 함께 하고있음을... 그리고는 다시 달린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진다.

YES마니아 : 로얄 w****5 2026.08.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 내용보기
『이어달리기』성희를 중심으로 이어진 그녀들의 묘한 연결고리는 각자의 연대와 우애로 이어져있어 굉장히 탄탄한 느낌을 자아낸다.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이어달리기의 특징처럼 일곱 개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배턴을 이어받아 성희의 마지막 미션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연작소설만의 매력이 듬뿍 느껴져서 좋았고 힘겨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 서로를 이끌어주는, 참 따뜻했던 소설로
"이어달리기" 내용보기
『이어달리기』

성희를 중심으로 이어진 그녀들의 묘한 연결고리는 각자의 연대와 우애로 이어져있어 굉장히 탄탄한 느낌을 자아낸다.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이어달리기의 특징처럼 일곱 개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배턴을 이어받아 성희의 마지막 미션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연작소설만의 매력이 듬뿍 느껴져서 좋았고 힘겨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 서로를 이끌어주는, 참 따뜻했던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그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일기예보에서 긴 장마의 시작이라고 했다. 예리는 눅눅한 습기를 몰아내기 위해 상영관 안의 에어컨을 세게 틀었다. 금요일 마지막 회차의 영화가 곧 시작될 터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햄버거와 감자튀김, 차가운 맥주를 시켰다. 차게 식은 맥주가 아닌 미지근한 병맥주와 얼음이 담긴 유리잔이 먼저 나왔다. 음식은 조리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소정은 잔에 따른 맥주가 차가워질 때까지 잔을 빙빙 돌리며 기다렸다.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려보니 훌라춤을 배우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어달리기 #조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2기_이어달리기



d*****4 2022.03.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어 달리기
"이어 달리기" 내용보기
혜주,수영,지애,예리,태리,소정,아름 그들의 공통점엔 성희라는 이모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혈연보다 더 뜨겁고 끈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어달리기>이다.   어릴 적 다양한 이유로 성희와 만났던 꼬맹이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성희 이모로부터 각기 다른 미션을 지령받고 미션을 통과하면 이모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어
"이어 달리기" 내용보기

혜주,수영,지애,예리,태리,소정,아름

그들의 공통점엔 성희라는 이모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혈연보다 더 뜨겁고 끈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어달리기이다.

 

어릴 적 다양한 이유로 성희와 만났던 꼬맹이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성희 이모로부터 각기 다른 미션을 지령받고 미션을 통과하면 이모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어리지만 성희는 그들을 마냥 어린이로만 대하지 않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고민했으며 충분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재촉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자신을 돌봐주는 제대로 된 어른이 없어 힘겨웠던 아이, 퉁명스럽지만 좀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가 힘겨웠던 아이,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시스템에 부딪쳐 힘겨워하던 아이,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 이모 때문에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된 아이....

 

성희 이모는 아이들이 겪는 난관 하나하나를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이도 있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성희 이모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밑바탕을 이룬다.

 

이어달리기를 읽다보면 이렇게 멋진 성희 이모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란 호기심이 인다. 인간이기에 당연하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성희 이모란 존재를 향한 감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온기는 전해졌지만 얄궂게도 내가 누려보지 못한 이들의 유대관계에 나도 모르게 질투심을 느끼기도했으니 적잖게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몇 년을 더 살았어도 그 세월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님을 살면서 자주 느낀다. 사실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했음에도 나이에 걸맞는 적당한 어른스러움이란 틀에 갇혀 여전히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중이지만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먼저인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는 성희 이모로부터 다시 한번 배운다.

d****i 2022.03.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