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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추천사였는데, 끝까지 다 읽은 후에 추천사를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에서 특이하게 생각되는 한 가지는 바로 목차가 다소 길다는 거였는데, 가을 날, 워크숍에 와서 쉬는 시간 틈틈이 책을 잡고 판타지에 빠져본다. 1. 독수리 머리가 달린 사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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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베르토 에스피노사는 스페인 영화배우다. 나는 등단하지 않은 작가의 소설 진심이 담긴 취미활동의 산물 정도로 생각하기에 쉽게 손을 뻗지 않는다. 각자 꼭 써야만 하는 것을 소설로 표현하고 있기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공인 '작가'의 것보다 마음을 울리기에 부족한 부분이 느껴진다. 특히 배우는 자신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문학의 영역이 유일한 표현의 길인 사람들에 비하면 진정성이 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어했던 것은 그의 배우 경력이 시나리오 작가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를 본적도 없고 그의 글도 이것으로 처음이지만, 그의 글쓰기는 그의 연기와 시너지를 내는 경우일 것 같다.
한 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흐르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제 어머니가 돌아가신 남자 마르코스다. 마르코스의 어머니는 세계적인 발레리나였고 홀로 아들을 키워냈다. 홀어머니라면 강인함과 희생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어머니는 강인하기는 했으나 평판 좋은 아티스트로서 아들에게 조언을 툭툭 건네주는 쿨한 멘토 같은 스타일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떠난 후 왜인지 모르게 절망에 빠지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잠과 꿈을 그만두어, 세상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소식과 어떤 소녀의 발견으로 계획을 조금 미루게 된다. 마르코스는 어머니가 바랐던 것을 뒤늦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끊임없이 어머니를 회상하며 외계인과 소녀를 만나러 간다.
패륜이 매일의 뉴스를 도배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은 연인과의 사랑보다 숭고하다. 천차만별 개인사를 따지기 시작하면 한 없는 논쟁거리겠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사랑의 대상이 정해져 있어 남은 일이라고는 사랑을 '하는' 것만 남은 부모자식 간의 사랑은 어떤 사랑보다도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이 소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부분 또한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자상함과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존경과 그리움으로 표현되는, 부모와 자식의 깊은 사랑이다. 알베르토 에스피노사는 이 한 권의 소설로 그 사랑의 깊이를 판타지적 요소로 표현하는데, 인류의 오래된 믿음 중 하나와 미래적인 과학적 가능성을 결합한 것이어서 묘한 현실감을 주기도 한다. 진실을 떠나 이 소설의 설정이 사실일 수 있다면, 꽤 복잡하고 부정적인 사건도 많겠지만, 적어도 모든 사랑의 깊이가 여섯 겹은 더 두터워질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없하는 것, 그리고 관심 있는 것만 이해하려고 한다. (35쪽)
어머니는 심장이라는 것이 본래보다 더 과대평가된 기관이라고 믿고 계셨다. 사람들은 사랑과 열정, 고통이 이 작고 빨간 집약체에만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런 생각들을 아주 못마땅해하셨다. (89쪽)
이것도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것 중 하나이다. 나에게 있는 결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재능의 기반이 된다고 하셨다. (171쪽)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지금 내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가 분명해졌다. 내가 가장 아꼈던 사람이 떠나버린 게 아니라 나를 가장 아껴주었던 사람이 떠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20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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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우선 꽤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심오함까지.. 처음 보는 스페인 소설인데 전체적으로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목차들이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눈을 잡아끈다. 도저히 읽기 전에는 상상이 가지 않는 제목들인데 읽고 나니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정교함 보다는 감성을 많이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다가 뭔가 특이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작가 프로필을 자세히 보니 감독에 작가에 배우까지 하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다른 글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독특한 눈을 가지고 있는 것 작가인 것 같다. 어머니가 죽고 삶과 꿈을 포기한 절망적인 한 어른 아이, 그 속에서 만나는 정체불명의 소녀와 외계인, 그 사이사이 끼어드는 어머니와의 추억...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떠올리며 회복해 가는 과정.. 황당무계한 외계인이 튀어나와서 뭔가 싶기도 했는데, 오히려 환상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다가왔다. 특히 중간마다 등장하는 쿨하디 쿨한 어머니의 가르침도 꽤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도 특이했지만 마음을 자극하는 표현들도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그 누구도 문 뒤에서 무엇과 마주하게 될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 두 자리 숫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세 자리 숫자가 가장 큰 나이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모두에게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아무도 우리에게 무슨 두려움이냐고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심장이란 것이 본래보다 더 과대평가된 기관이라고 믿고 계셨다. 사람들은 사랑과 열정, 고통이 이 작고 빨간 집약체에만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99센티미터의 침묵도 있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신뢰는 하루하루 얻어가는 거라 믿으셨다. 너와 내가 아니었다면 너와 내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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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최고가 되려는 게 아니다. 가장 높이 올라가서 아무도 나에게 닿을 수 없게 만들고 싶다. 나는 뭔가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도달해야 할 곳에 가고 싶을 뿐이다. 당신의 삶을 온전히 헌신산하면 당신의 모든 것은 곧 유일한 것이 된다." <p.31>
발레리나였던,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어머니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영원히 잠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지 않지만, 여전히 잠자는게 중요하다 믿으면서도 어머니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거나 마찬가지인 그는 잠을 자지 않는 주사를 맞기로 결심하지만 주사기를 팔에 갖다 댄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강하게 자신을 사로잡은 그녀를 보았고 그 후, 최초의 외계인이 지구에 착륙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 것. 그러면서 우리의 주인공이 타인의 기억을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는 엉뚱하면서도 기가막힌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 . .
책도 작고 페이지도 얇아 금방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쉽게 책장을 펼쳤는데 의외로 매회 많은 생각을 하며 읽게 만들었던 이 책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단 하룻밤의 이야기가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네들의 삶과 닮았다고 하면 오바일까나 ~ 책을 읽다보면 유난히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많다. 철학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 책. 마르코스의 어머니는 삶에 대한 3부작을 그리고 싶다면 유년 시설과 섹스, 죽음에 대해 그려보라고 한다. 그것이 삶의 세 가지 요소라면서. 삶의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죽으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안다는 건 행운인 걸까, 불행인 걸까 ? 여섯개의 삶. 열 두 개의 감정들. 죽을때마다 좀 더 즐겁고 유쾌한 곳으로 향한다는 이유로 자살로 다음생을 선택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 산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영화와 책이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
사람들이 꿈꾸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노릇이다. 우리는 늘 잃어버린 것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p.195>
그 누구도 문 뒤에서 무엇과 마주하게 될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 <p.208>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지금 내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가 분명해졌다. 내가 가장 아꼈던 사람이 떠나버린 게 아니라 나를 가장 아껴주었던 사람이 떠나갔기 때문이란 것을.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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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뭔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드는 도서이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상을 버리기로 했는지 궁금한 가운데 초반엔 속도감이 나지 않았다. 한장씩 넘어가는 책장 속에서 외계인의 등장과 마르코스의 초능력이 드러나면서 책에 몰입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상대방의 과거를 볼 수 있고 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세계적인 발레리나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모든 것을 함께 해 온 어머니의 존재가 너무나 컸기에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덜기 위해 영원히 잠을 포기하기로 한 주인공 마르코스. 사랑의 대상이자 친구, 그리고 스승의 존재였던 어머니의 존재감 상실로 잠을 자고 싶지 않았던 마르코스. 잠을 안자고 싶을만큼 그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는데 그 상실감으로 마르코스는 잠이 안오는 주사와 약을 사게 된다. 잠들고 싶지 않은 순간에 약물을 주사하면 자지 않고도 24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신비의 약. 그런 그가 주사기를 팔에 댄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사람들로 가득한 산타아고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녀를 보게 되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마침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새벽 3시에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 나가는 것도 웃기지만 그 시간에 연극을 상영한다는 것도 참 독특했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일까?
마르코스의 운명은 외계인과의 만남으로 바뀌게 되는데 외계인에 대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취조실에 들어갔다가 초능력이 먼저 자신에게 들어오는 것을 감지한다. 마르코스가 초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외계인은 벌써 마르코스의 마음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지금 당신은 어머니가 떠나셔서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다고 느끼고 있어요. 오랜 시간 수많은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했던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당신과 그녀…… 늘 당신은 어머니와 함께였죠. 그러니 아주 고통스러울 거예요. 당신 삶이 최악의 상황이 바로 지금인 거죠, 맞죠?" <본문 p. 140 일부 발췌>
자신이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보긴 했지만 막상 외계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그는 외계인으로부터 산타아고 광장에서 보았던 그녀에게만 가야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는다. 당신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상상도 못할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마르코스는 외계인의 말에 따라 그녀를 찾아 극장에 들어가게 되고 연극을 보기 위해 나타나지 않은 그녀의 남자친구인척 연극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 친구... 어차피 올거였으면서 왜 몰래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외계인이 탈출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외계인이 찾아갔다는 살라망카의 마요르 광장으로 그녀와 함께 이동하게 된다. 광장에서 마르코스를 기다리고 있던 외계인은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여섯개의 행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까지도...
외계인의 등장과 함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사고로 팔다리를 잃어야만 했던 외계인의 존재와 그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떠나보내며 함께 하고픈 강한 마음이 그녀가 잠든 자리를 찾아가 꿈을 이루는 외계인. 외계인은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 옆에 잠들게 된다. 마르코스가 그렇게나 알고 싶었던 아버지의 존재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지만 에스파뇰 극장 소녀의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 누구도 문 뒤에서 무엇과 마주하게 될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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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상을 버리기로 한날 밤(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소담출판사,2013)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 ![]() "기회를 잃지 마, 네가 결정하는 곳이 바로 네 세상의 경계란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SF형식을 빌어서 설명하고 있는 책, <세상을 버리기로 한날 밤>은 바르셀로나 출생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작가이기도 한 '알베르토 에스피노사'의 첫 번째 소설입니다. 책의 줄거리가 책 뒷편에 잘 요약되어 있지만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세계적인 발레리나인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주인공 마르코스는 절망감 속에서 삶의 변화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덜기 위해 영원한 잠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약을 수령하고 이를 투여하기로 한 그 날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터져나오고 급기야는 외계인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마르코스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접하게 되는데....."
약간의 네타와 섞어서 책의 줄거리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세상을 버리기로 한날 밤>에 등장하는 초능력, 외계인으로 의심되어지는 '낯선자'(그의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언론은 그를 외계인으로 국가는 '낯선 자'라고 부릅니다.), 잠을 자지 않게 해주는 약,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여행 등의 SF요소들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SF요소들이라면 전생, 삶과 죽음, 생의 기억들과 전승과 소실, 사랑과 이별 등의 요소는 이 책을 '색다른 SF소설'로 만들어주는 철학적인 요소들이라고 보여집니다.
"약을 맞으면 잠을 자지 않게 되고 자네 몸의 움직임도 원래 상태로 천천히 회복될 걸세,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될 거라고 자네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라네, 인생에서 모든 것이 다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자네 머리가 먼저 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지."(52)
"눈앞에 있는 문손잡이를 돌려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낯선 자를 만나보려고 하자 초능력이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132)
"우리는 죽으면 다른 별로 가게 돼요.... 죽을 때마다 당신은 좀 더 즐겁고 유쾌한 곳으로 향하게 돼요. 당신의 이전 삶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라, 당신이완성해야 하는 집단과 관련이 있는 것예요."(252-263)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는 한목소리로 질문했다. 소년은 그 질문이 엄청난 실수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았다."(271)
친숙한 세계관(배경만으로는 시대를 갸늠하기 어려운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가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조금은 어색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엉켜있다 풀어지는 스토리라인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 즉 절망으로 인해 이탈한 삶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되는 치유의 여정이라는 코드는 최근 유행하는 힐링 메시지와 복고적인 '사랑'에 닿아있기에 낯설음만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원치 않는 이별, 바라지 않았던 능력들, 삶의 다양한 문제로 이뤄진 수많은 벽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현실의 삶 속의 짐을 어떻게 덜어내고 어떻게 안고 살아갈 수 있는가를 말한다고 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를 빌려서 말하자면 작가가 말하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지금 '문손잡이를 돌려야'겠지요. 이 책이 여러분에게 삶의 비밀을 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도움을 제공해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신이 지금 많은 생애들 중 하나, 그중 아래에 있는 힘들고 어려운 단계를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한층 평안해지고 엄청난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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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땐 뭔가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으려나 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저의 바램일 수도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전혀 스릴러적인 요소와는 상관없는, 다소 판타스틱한 느낌이 나는 철학소설이었습니다. 철학적이라 하면 일단은 어려운 느낌이 들어 많이 꺼리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 소설은 그나마 판타지스런 내용이 적절히 가미되어 있어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지만 역시나 저에겐 조금 맞지 않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우선 평범하지 않은, 알베르트 에스피노사라는 작가의 살아온 날들에 먼저 눈길이 갔습니다. 열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암선고를 받고, 열 다섯 살때 다리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암으로 한쪽 폐와 간 일부를 절제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배우로 데뷔하여 작가에 등단 했으며 영화감독과 칼럼니스트 활동도 하는 아주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의 다양한 인생경험이 녹아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난 그저 최고가 되려는 게 아니다. 가장 높이 올라가서 아무도 나에게 닿을 수 없게 만들고 싶다. 나는 뭔가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도달해야 할 곳에 가고 싶을 뿐이다. 당신의 삶을 온전히 헌신하면 당신의 모든 것은 곧 유일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이루었다. 실은, 어제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가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내가 세상을 등질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1쪽)
주인공인 마르코스는 그에게 있어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이자, 친구이며, 스승이기도 했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엄청난 상실감에 빠집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머니가 없는 세상을 맞딱드리게 되자 그에게 밀려오는 두려움과 슬픔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몰고 왔습니다. 그 두려움과 슬픔은 마르코스가 잠들때면 그 꿈속에서 더욱 심해지곤 했죠. 그래서 그는 영원히 잠을 포기하게 됩니다.
잠을 앗아가는 주사! 참 놀라운 발상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판타스틱한 이야기는 마르코스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그가 만난 외계인이라 불리는 '낯선자'와의 만남은 이야기를 또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갑니다. 자신만이 가진줄 알았던 초능력을 그 낯선자 역시 갖고 있음에 마르코스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도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낯선자는 시공간을 초월한 다른세상을 이야기 합니다. 어머니 외에 사랑하게 된 또 다른 소녀. 낯선자는 마르코스에게 그 소녀를 찾아가라고 합니다.
그 약을 맞으면 잠을 자지 않게 되고 자네 몸의 움직임도 원래 상태로 천천히 회복될걸세.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그렇게 될 거라고 자네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라네. 인생에서 모든것이 다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자네 머리가 먼저 그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하지. 이해가 되나?
외계인이라는 낯선자의 뜬금없는 등장과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이 세계에서 죽으면 다음 세계에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 잠을 잊게해주는 주사등, 참으로 공감 할 수 없는 내용의 책이었지만 그 터무니 없는 내용을 통해 우리에게 삶과 인생에 대해 말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낯선자와 에스파뇰 극장 소녀는 마르코스를 위해 보내진 전령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시공을 초월한 만남과 함께 우리의 삶과 인생에 대해 한 번더 깊은 생각에 빠져볼수 있는 기회였네요. 만약 죽음뒤에 또 다른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 죽음은 행복 일까요?
그 누구도 문 뒤에서 무엇과 마주하게 될 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삶이란 이런게 아닐까. 문 손잡이를 돌리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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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아직까지도 회자 되고 있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그전까지 그린 외계인의 모습과는 판이한 생김새와 친근감있고 우호적인 태도로 전세계에서 E.T열풍을 불어오게 했던 그 영화 그 영화가 있기전에는 외계인이라고 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지구를 침공하고 식민지로 삼고자 먼 우주에서 날아온 생김새가 흉칙한 생명체에 지나지않았던 외계인의 모습은 자그마한 키와 약한 모습으로 보호본능 마저 일으키며 외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활을 했었다. 왜 이렇게 외계인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 책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에 등장하는 `낯선자`의 정체가 외계인과 근접하기도 할뿐 아니라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고 있었던..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이기때문이다.
너무나 사랑하고 긴 인생을 같이 해왔던 동반자와도 같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마르코스는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슬픔을 견디기 힘들것 같아 스스로 잠을 포기하기로 하고 영원히 잠을 자지 않도록 해주는 주사를 손에 넣은 날 방송에서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소식과 함께 상관의 호출을 받는다.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마르코스의 힘을 빌어 미지의 생명체인 `낯선자`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시도하는데 그 낯선자에게는 마르코스의 능력이 통하지않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이곳에 오기전 잠깐 스치는 동안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바로 그 소녀를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놀랍기만 한데..
누구나 마음속으로 한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낯선자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어찌보면 우리에게는 친숙하기까지한 불교의 윤회사상과도 맥이 닿아있는것 같아 낯설지가 않다 불교에서는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사후세계의 존재자체가 인간으로 하여금 나쁜짓을 저지르지않도록 막아주는 저항선과도 같은 역활을 한다고 보는데 이런 사상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유럽의 나라에서 소설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늘 같이 하고 마치 인생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던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을 낯선자의 입을 통해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랑하는 사람은 늘 연결되어있음을...비록 그 사람을 다른 세계에선 알아볼수 없을지라도 몇번의 환생을 통해 기어이 만날수 있음을 들려주는 낯선자의 이야기는 마르코스뿐 아니라 왠지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위안이 된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듯한 이야기를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들려주는 환상같은 이야기... 정말 죽음 이후에 이런 세계가 있음을 나도 모르게 믿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