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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대전 중 프랑스 파리를 살았던 한 영문학도의 기록
"제2차대전 중 프랑스 파리를 살았던 한 영문학도의 기록" 내용보기
안네의 일기가 유대인 여중생이 본 세상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 엘렌의 일기는 유대인 여대생이 본 세상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면 될까. 이 '기록'이라는 것을 렌즈에 다가온 포착물을 찍는 사진작가의 그것으로 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유대인'이라고 그녀를 명명할 수밖에 없는 것에 모순을 느낀다. 그녀는 유대인이라고 분류되는 특수성을 양쪽에서 혐오했다. 나
"제2차대전 중 프랑스 파리를 살았던 한 영문학도의 기록" 내용보기

안네의 일기가 유대인 여중생이 본 세상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 엘렌의 일기는 유대인 여대생이 본 세상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면 될까. 이 '기록'이라는 것을 렌즈에 다가온 포착물을 찍는 사진작가의 그것으로 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유대인'이라고 그녀를 명명할 수밖에 없는 것에 모순을 느낀다. 그녀는 유대인이라고 분류되는 특수성을 양쪽에서 혐오했다. 나치즘과 시오니즘 모두.

 

일기는 엘렌이 시인 폴 발레리를 방문하는 1942년 4월 7일부터 시작하는데 그해 6월 모든 유대인들은 노란 별을 옷에 달아야 한다는 지령이 내려진다. 노란 별을 정확한 위치에 달지 않았다고 강제 이송되고, 노란 별을 단 사람들은 지하철 마지막 칸을 이용해야 하며, 점차 외출시간과 물건을 살 수 있는 시간도 정해진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자, 자연(그녀가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곧잘 피크닉을 떠나곤 하는 오베르장빌)을 사랑하고, 먼저 연인과 거리를 두는 일로 신경을 계속 쓰고, 다른 새로운 연인과 사랑을 시작하면서 설렘과 불안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녀는 갑자기 특수한, 그래서 남들에게 동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그래서 이 특수성으로 인해 남들과 '나눌 수 없는' 고통속으로 내던져진다. 개인이 아니라 시대가 몰아넣은 고통을 직시하며 그녀는 그 몰이해로 인한 분노와 '악'이 '선'을 이기는, '힘' 위주의 사회, 그 비양심적인 세태 - 사실 2차대전의 나치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힘 위주의 사회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그 시대를 살지 않아도 공감이 되는 것 같다 - 에 대한 저항 의식을 그녀의 기록에 담는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파리를 사는 것을 유대인들은 저지당했다. 엘렌의 표현 맞다나, 파리와 어떤 관계도 없고, 이 도시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그런데 자신들이 파리의 주인인 양 활보하고 다니는 독일인들에 의해.

 

그럼에도 그녀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한다.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영문학도인 그녀가 전공하는 셸리와 키츠를 읽으며, 소르본느에서 강의를 듣고 - 학위를 취득할 실력이 되고도 말기에 가서는 자신보다 더 못하는 학생들이 학위시험을 치루는 걸 보면서 청강밖에 하지 못하지만 - 앙드레 지드의 문학보다는 - 아무래도 지드의 개인토로적 문학이 전쟁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분위기에선 좀 붕 뜨지 않았을까 싶지만 엘렌 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앙드레 지드의 문학에 공감을 표하고 있었던 걸 볼 때 이건 개인적 취향이라 생각된다. 전쟁 때도 뭉환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음악과 문학을 읽고 위안을 받는 사람이 있었다. - 뒤로 갈 수록 시대의 양심을 촉구하는 사회적 성격을 띤 마르셀 뒤 가르의 '티보 가의 형제들'에 공감하고 UGIF라는 임시 공제회에서 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들이 남긴 아이들과 물품과 서류를 관리하는 구제업무를 맡는다.

 

여대생의 지성과 양심이 시대의 생생한 기록과 함께 담긴 이 엘렌의 일기는 독자로 하여금 그 시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기록물이면서도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아버지가 체포되었다가 어떻게 보면 대기업 부사장이었기에 결국 나올 수 있었던 데에 대해 그녀가 느끼는 '기뻐할 수 없는 양심'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다. 그 부분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처음엔 연애에 대한 고민으로, 글이 단속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독자 스스로 상상을 해야 했지만, 그건 사실 연애를 해 보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감정들이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그 단속적인 문장이 그 고뇌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 같다.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연애보다는 (연인이 자유프랑스에 합류하기 위해 떠났으므로) 잔인하고 불안한 시대를 사는 사회의식과 결연함이 점점 더 보인다.

 

이 글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실은 유대인이라고 발견되는 족족 끌려가는 게 아니라 매번 '할당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인들은 '직업적 책임'을 완수하고 일에 성실하고자 그 할당수를 채운다. 그들은 사전에 유대인들을 다 파악해 놓는다. 그래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그 지시의 기준에 맞는 (예를 들어 아이들과 노인들 몇 명을 체포하라 하면 그에 맞춘다. 노인은 유용성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미래에 자손을 잉태할 씨앗이기 때문에 그 미래 가치를 제하려 없앤다. '어머니'가 된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죽여야 하는 수'를 채워야 할 경우, 이들이 우선 순위가 된다. 반면 남자들은 노동력으로 투입된다) 유대인들을 체포한다. 누군가 체포를 피하면 다른 사람이 그 몫을 채운다. 유대인 협회에서도 이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다. 하지만 누구가 체포될 것을 알고 미리 정보를 알려주면 다른 사람을 체포 대상으로 내놓아야 하는 셈이므로 그 시절 양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거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혹은 대량 검거를 막기 위해 미끼를 던질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서 엘렌이 일했던 UGIF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막바지에 이르러 유대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자 이제 '고발'에 의지하게 된다. 그들이 체포되면 그 재산을 취할 수 있는 아파트관리인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기차 철로의 우선 이용권을 유대인들을 실은 가축수송열차가 따 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최전방에 있는 독일 군인들은 물자와 신병을 제때 보급받지 못했는데 아마도 연합국들이 이를 묵인한 것은, 그러면 독일군을 몰아낼 수 있으니까 빨리 이 전쟁을 종전시켜서 결과적으로 학살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차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엘렌은 1942년 7월 16-17 양일에 파리에서 자행되었던 벨리브 대량검거도 피했고, UGIF를 게슈타포들이 습격했을 때 마침 그 자리에 없어 동료들은 체포되었지만 그녀는 체포를 피했다. 그녀는 매번 불안 속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그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의무를 다하듯 체포에 대비하는 그녀의 마음과 긴장을 잃지 않은 꼿꼿한 정신을 그녀의 일기에 그 흔적으로, 생생한 기록으로 남긴다. 결국 1944년 3월에 체포된 그녀는 전염병이 들끓던 악명 높은 벨젠 수용소에서 종전 직전 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사실상 그녀의 연인 장 모라비에키를 위해 남겼던 그녀의 일기는 그녀가 마지막에 그 집에 머무르면서 일기를 맡긴 지인 앙드레를 통해 장에게 전달되었다. 50년간 장이 간직하고 있던 일기는 곧 쇼아 기념관에 넘겨져 전시되다가 결국 그쪽에서 출판을 결정해 2008년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l****0 2014.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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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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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의 일기   이 책은 1942년 4월 7일부터 1944년 2월 15일까지 써 내려간 일기이다.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 안네의 일기란 책을 읽어 봤다. 일기가 뭐가 재미있다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왔을까 싶었다. 이로 인해 희생된 유대인은 600만을 헤아린다.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고통을 증언하는 하나의 기록이 발견되었다. 1942년에서 1944년까지 나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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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의 일기

 

이 책은 194247일부터 1944215일까지 써 내려간 일기이다.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 안네의 일기란 책을 읽어 봤다. 일기가 뭐가 재미있다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왔을까 싶었다.

이로 인해 희생된 유대인은 600만을 헤아린다.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고통을 증언하는 하나의 기록이 발견되었다. 1942년에서 1944년까지 나치의 지배하에 있던 파리, 한 여인의 일기다. 그것이 엘렌의 일기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 하면서 망설였다. 흥미 있을까? 고통과 공포가 함께 했었던 시대의 그녀의 삶을 써내려간 기록이 나에게 어떨까? 싶은 생각으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읽어 보니 시대의 배경과 함께 엘렌이라는 여자의 시대를 대변하는 글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1942년의 그들의 불안과 시대성의 모습을 보면서 엘렌 주변들과의 살아가는 모습이 왠지 평상시의 모습이지만 점점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그녀의 심정을 담은 지금의 기분에 가족들의 모습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엘렌 베르, 그녀가 노란 별(유대인임을 알리는 표식)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비추는 햇볕은 여전히 따사로웠고, 비극을 알리는 주위 소식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음악을 연주했고, 아버지, 친구, 연인과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사랑을 믿었다.

하루하루 매 시간마다 비극으로 치닫는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용기를 잃지 않았고, 수용소에 잡혀가기 전날까지도 종이 위에 꼿꼿이 펜을 세웠다.

일기의 어조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 써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경험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어떤 강인함마저 느껴지며, 섬세한 감수성과 예술적이면서도 명석한 기질 또한 드러난다. 그것이 바로 이 여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녀는 속내를 그렇게 담아 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 일기장이 왠지 나는 괜찮다.’지금부터 괜찮아 질 거야.’라고 주문을 담아 넣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그 또래 나이에 어울리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 자유에 대한 간절한 소망들도 담겨 있다.

특히 자전거 타기, 춤추기, 휘파람 불기 등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소소한 일상들을 동경하는 부분들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좁은 은신처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숨어 살아야 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안네는 일기장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언젠가는 이 끔찍한 전쟁도 끝나겠지. 유대인이 아니라 다시 사람이 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야라고 말하는 듯 하는 엘렌의 일기를 읽어 볼 수 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난 왜 이 책을 선택 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학살은 나에게 잔혹한 역사이고 보고 싶지도 않은 역사 중 하나이다.

그녀의 일기는 50여 년 동안 가족의 가슴 아픈 보물로만 존재하다가, 쇼아 기념관에 기증되어 신화적인 텍스트가 되었다.

 

m*****5 2014.03.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