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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우리나라 현대사 이야기
살아보니, 모든 이들의 모든 삶이 다 경이롭고 존경스럽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말없이 견뎌온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누구나 저마다 별입니다.
책은 2019년 11월에서 시작합니다. 국어교사로 명예퇴직을 하고 이 신도시에 혼자 자리를 잡고 조용하게 살다가 교회 카페 통유리창 안의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뚝 서고 말았다 미혜 바로 송미혜 주인공 문인호가 2학년때 반장 후보로 문인호를 추천한 송미혜 평생 잊지 못하였던 송미혜를 그 옛날 강창성 선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샛별클럽'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것 같았다 샛별클럽의 주인공들은 1960년 4.19때 여섯 살, 1961년 5.16 나던 해는 일곱 살, 1962년 입학했을 때,,, 교과서 뒤표지마다 혁명공약이 실려 있었다 1962년 국민학교에 입학한 문인호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2학년으로 올라가는 1963년부터 2019년까지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역은 소설입니다.
샛별클럽은 학예회에서 오페레타라는 연극을 한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주인공인 문인호는 울렁증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중요한 일이 있으면 아프지요 그러나 죽는 역할로 아프지 않고 참가를 하게 됩니다.
오페레타에 나를 끼워 넣은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대사를 외우고 노래를 배우고 연기를 익히는 동안 우리는 뭔가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맹호부대나 청룡부대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나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나는 이렇게까지 생각했다. 이게 바로 날아가는 일이라고, 더 어렸을 때 송미혜에게 했던 거짓말처럼, 그랬다, 멀리는 못 가지만.
학예회가 끝나고 선생님은 10명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으며 '샛별클럽'이라고 이름도 붙여줍니다. 10년마다 한 번씩 교정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그 기념사진은 결국에는 보지 못합니다. 바로 간첩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들의 인생은 갈라지기 시작하네요
샛별클럽 연대기 이기때문에 주인공들이 많아요 각각의 주인공들이 자라면서 누구는 반공주의자가 되고 누구는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고 반공이냐 간첩이냐
"내 말 새겨들어요, 결국엔 인호 씨 같은 사람이 역사의 기록자, 증언자가 되는 거예요. 나나 요섭이나, 성재호나 이건 다 허깨비에요. 허깨비 당장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까 뭐라도 되는 것 같지만, 긴 눈으로 보면 주인공들은 따로 있다, 이 말이에요. 비록 객석이라고 해도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 모든 것을 지켜본 사람,,, 그게 바로,,,"
10년마다의 샛별클럽의 모임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둠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핥아야 했던 우리 시대의 잔혹동화 그러나 한 남자의 지고한 순정만은 끝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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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하소설 빙벽으로 잘 알려진 고원정 작가님이 지은 책이다. 고원정 작가는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작품집 거인의 잠, 칼 하나줄의 사상, 대하소설 빙벽으로 유명하다. 고원정 작가는 날카로운 현실감각, 치밀한 구성과 문체의 모범을 보이며, 개인의 내면과 사회에 만연한 권력 혹은 권력지향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고원정 작가의 작업은 가상의 정치, 역사소설인 최후의 계염령과 횃불 등으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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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는 고원정 작가가 1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입니다. 1963년부터 2019년까지, 파란만장했던 한국 현대사를 걸어온 문창국민학교 동창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책은 국어교사로 명예퇴직을 한 '나' 문인호의 시각에서 시작됩니다. 동창인 송미혜가 문인호를 한요섭이라 착각하고 찾는 부분에서 기괴함을 느끼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그들이 함께 했었던 시대, 1963년으로.
샛별클럽은 5학년 담임이었던 강창성 선생님이 학예회 때 오페레타를 기획하며, 이 연극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한데 묶어 지은 이름에서 비롯됩니다. 부잣집에서부터 월북하여 빨갱이라고 찍힌 집 등 다양하고 복잡한 배경들을 뒤로 한 채, 평범하고 보통의 모습으로 묶여서 우정을 쌓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은 10년에 한 번씩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6학년으로 올라갔지만 담임은 간첩사건에 연루되고, 샛별클럽 아이들은 문창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아동으로 찍혀 매일 강력한 반공 교육을 받게 됩니다.
호된 교육을 겪고 난 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싹트게 됩니다. 이윽고 졸업 후 누군가는 건달이 되어 도시를 주름잡게 되고, 누군가는 장사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일본으로 떠나고, 누군가는 전학 후 대학생으로 향해갑니다. 주인공인 인호는 이런 모습들을 그저 지켜보면서, 세상에 섞여있기보다는 관찰자의 모습으로 담담히 기록합니다. 마치 역사를 기록하는 것처럼, 관조하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격동의 70~80년대를 담아내고 있는 이 소설에서 캐릭터들이 처한 환경은 낭만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린 시절 겪은 밀고로 인해 가치관이 바뀐 아이들에게 있어서 군사독재 시절은 다르게 다가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시대에서 어떠한 모습도 아닌 관망하는 모습으로 하나씩 담아내고 있는 인호가 특이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투쟁'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인호지만, 실제 주인공은 한요섭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글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듯이 대담한 글을 많이 써 내려간 그였고, 그만큼 어릴 때부터 세상과 자주 충돌했던 만큼 이미지가 무척 강해서인지, 인호는 요섭에게 강하게 끌리는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10년마다 모이는 샛별클럽에서 한요섭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한요섭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것도 그 때문이었겠지요. 그렇기에 후반부의 그의 모습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나 봅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해석한 이 책은, 저와 같은 세대보다는 저보다 조금 더 윗세대 사람들에게 소구가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가신 분들이라면, 일반인 시선으로 쓴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이 와닿지 않을까요. 현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으면서 그 시절을 되새겨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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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정 장편소설 <샛별클럽연대기>를 읽었다. 이 소설은 6-70년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창이라는 한 작은 마을 초등학교 친구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독재정권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에 우정이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던 친구들은 변해가고 또 살아간다.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사라진 선생님의 제자들은 ‘샛별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중 화자인 인호는 마지막에 유일하게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고대룡을 보고는 ‘세월이 흘러 변해버린 것들도 슬프지만, 끝까지 한결같은 그 모습은 더 가슴이 아팠다’라며 눈물을 흘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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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가 연대기의 형식으로 분류하여 목차에 올려져있다. 1963~2019 샛별클럽연대기
2019년 현재 국어교사로 명퇴한 이의 서술로 시작하여 국민학교시절의 1963년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시대로 이어져 현재까지 이어가는 구조이다.
1963년 국민학교 시절,, 학예회에서 오페레타 공연을 마치고나서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두고, 10년 주기로 만남을 갖는 약속을 한다. ( 학창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약속...한때는 타임캡슐을 묻어두자.. 라고도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당시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은 바로 샛별클럽!!! 그러나, 그 선생님은 더 이상 학교에서 뵐 수 없게된다.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기억하기론 그 당시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어린이의 일화를 앞세워 반공의 이데올로기가 철저했던 시대! 아이들에게 그대로 스며든 반공의 시대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70년대 유신독재 체재, 80년대 거센 민주화 바람의 시대, 그리고 중년이 되어버린 현재에 이르는 연대기적 이야기를 소설 속에 녹여낸다.
국민학교 동창생들 각자 다른 지점 다른 위치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내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누구는 시대의 흐름에 영합하여, 누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세계를 구축해가는 친구들.. 수많은 등장인물들,, 쫓아가려면 앞으로 뒤로,, 정신줄 잘 잡고 따라와야 한다.
근대화와 민주화 시대 이야기와 함께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자우로이 작성한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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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60대가 된 주인공 문인호와 초등학교친구 미혜가 만나면서 시작하고, 또 둘이 만나면서 끝이 나지만...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인이되고 늙어가기 까지의 그 시대를 담고있다. 1963년 지방의 초등학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교행사를 통해 선발된 10명의 초등 2학년생 같은반 아이들이 이 행사를 계기로 친해지고, 샛별클럽을 결성한다. 그러나 이 시대는 친일, 반공, 빨갱이 등의 단어가 난무하는....반공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이슈었고 애국심이란 미명아래 무고한 사람들이 처벌받고 사리지고, 죽기도 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사는 어린이여서 였을까... 초반에 책을 읽을때는 초등학교 2학년이 할수있는 생각과 행동인가? 말도 안된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계속 읽다보니 그 시대를 살았다면 철이 빨리 들어야 했고..그런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야하니 어른스러울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인호라는 소년이 화자이지만 10명의 아이들이 모두 각자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 소년소녀들의 거의 한 일생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기에 기억해야 할 이름이나 상황들이 많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인물관계나 상황들이 소설을 탄탄하고 알차게 만든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대를 겪어보지는 않아서? 책으로만 배우고 매체에서 다루는 부분부분의 이야기로만 대충 알고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박정희에서 전두환 정권에 이르는 시대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문득 다큐같은 소설이란 느낌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소설은 순수했던 초등학생들이 시대의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통해 물들어가고, 국가의 뜻에 함께해서 출세나 개인의 이익을 꽤하거나, 저항하다 폭력이나 불이익을 당하고 사회에서 격리되거나 사라지는 등의 권력의 횡포를 10명의 아이들의 다양한 선택으로 인한 인생을 보여준다. 또, 그 안에서의 순수한 사랑까지 다루고 있다. 정치, 역사, 사회적 이야기 뿐만 아니라 친구끼리의 우정을 넘어선 인간애, 그리고 순수한 사랑까지 아우르는 꽤 탄탄하고 웰메이드 소설인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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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955년은 단기 4288년으로 어른들은 쌍팔년도라고 불렀다. 1980년도에도 어른들은 쌍팔년도란 말을 썼다. 얼마나 사는게 지긋지긋했으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우리는 종종 힘든 일을 겪은 이에게 "힘을 내."란 말을 쉽게 한다. 걷던 사람이 뛰는 것과 달리 넘어진 사람이 다시 일어나 뛰기까진 훨씬 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뛸 수 있는지 내 몸을 먼저 살펴야 한다.
한 민족이 둘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총칼을 겨눈다. 전쟁에 약탈, 고문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다. 반공이니 간첩, 월북, 사회 이념을 놓고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분위기는 모든 일에 불안을 안고 살게 만들었다. 내 집을 지키는 것, 돈을 주고 받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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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봉우리에 홀로 서 있는 한 사람, 붉은색이 너무나 강렬하지만 뒷모습만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은 왠지 고독해보입니다. 제목부터 표지그림까지 시선을 끄는 책 <샛별클럽연대기>, 이 책으로 고원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는데요. 제주 출신의 고원정 작가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했다고 합니다. 주요 저서로 <거인의 잠>,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온다>, 장편소설 <최후의 계엄령>, 대하소설 <빙벽> 등이 있으며, 이번에 신작으로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과 장편소설 <샛별클럽연대기>를 출간했다고 합니다.
<샛별클럽연대기>는 한 남자의 지고한 순정과 우정 그리고 반공주의 주입 시대를 함께 살아온 샛별클럽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애국가가 나오면 길을 가다가도 무조건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던 시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고 반공 포스터를 그리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인생은 대체로 조용했다. 국어교사로 명예퇴직을 하고 이 신도시에 혼자 자리잡은 뒤로는 더 그랬다. p.8
이야기는 2019년 11월의 어느 날에 화자인 문인호가 국민학교 동창인 송미혜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송미혜와 석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송미혜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문인호, 그는 왜 그렇게 지켜보기만 했을까요
삼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샛별클럽 친구 미혜, 그녀는 인호를 요섭이라고 부르며 인호를 찾아 달라고 합니다. 반공소년이자 공안검사였던 윤태는 목사가 되어 있으며, 지금 미혜와 함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미혜의 모습은 윤태를 향한 신뢰감과 존경심이 가득해 보입니다. 인호의 이야기는 급장 선거를 치르던 문창국민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부터 문창국민학교는 한요섭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문창국민학교 학예회 때 오페레타를 함께 한 오학년 10명의 아이들과 담임 강창성 선생이 만든 샛별클럽, 6학년 진학을 앞두고 모두 사진관에 모여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십년에 한 번, 2월 27일에 모두 모이기로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합니다.
너희들은 지금 간첩 혐의로 수배 중인 전 교사 강창성이 편애하던 아이들이고, 강창성 주도하에 클럽까지 결성을 했다... p.83
샛별클럽 친구였던 미선이 아빠, 창수 아빠 그리고 강창성 선생의 형 강영성 씨는 체포되고 아이들은 간첩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러 갑니다. 그리고 대공사건 연루 아동이라는 이유로 선도교육을 받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던 요섭은 강창성 선생이 준 노트 한 권 때문에 원하던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합니다. 인호는 요섭이 그 일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국이란, 반공이란 꼭 크고 엄청난 일을 해내는 게 아닙니다. 오늘 장관님 표창을 받은 장윤태 군처럼, 평소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신고하는 일이 바로 반공정신이고 애국하는 길입니다. p.101
윤태 개인의 시상식처럼 느껴지는 졸업식, 그러나 샛별클럽 아이들에겐 충격적인 졸업식,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읽으며 울먹이기까지 하는 윤태, 남매처럼 지내라고 했던 강창성 선생의 당부와는 달리 이제 샛별클럽에 윤태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지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미선이 무덤 앞에 모여 그들만의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그때 아이들을 빨갱이라 부르는 경찰이 나타나는데...,
윤태의 밀고 이후 샛별클럽 아이들의 삶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바뀝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전에 기성 시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재목"이라 여겨졌던 요섭이, 수석을 다투어야할 요섭이, 인호에겐 늘 천재로 남기를 바라는 그 요섭이도 말이지요. 하지만 반공소년 윤태는 '빨갱이 잡는 선봉장'으로 성장해갑니다.
나는 혼자였다. 그 모두에게서 떨어져,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조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미혜를 앞에 두고 서 있었다. 나더러 요섭이라고 부르면서, 나를 찾아 달라는, 나만큼이나 조용하게 살아왔을, 나의 그 사람... p.354
2019년 샛별클럽 친구였던 미혜와 윤태를 만난 후 국민학교 시절로 거슬러간 이야기는 다시 그들을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350페이지가 넘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한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읽을 수도 있는 이야기,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한 남자의 지고한 순정한 우정 그리고 반공주의 주입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샛별클럽연대기>, 비상계엄령 선포와 10월 유신, 유신반대 데모, 5공화국, 삼청교육대 등등의 역사와 함께 했던 샛별클럽 친구들의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박덕규님의 추천사에 있는 글로 대신합니다.
파괴함과 파괴됨의 세월을 돌아보는 소설이자, 그 돌아봄으로 '진정한 나'를 회복하려는 한 인물의 '지고한 순정의 스토리'다. '샛별클럽연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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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때의 '반공소년'. 중학교 시절엔 반공강연 명연사. 고교 시절의 '유신소년' 대학교 3학년 사법고시 합격. 대검 공안검사. 국회의원 선서에 '노태우당' 으로 출마, 낙선. '김영삼당' 으로 낙선. '이화창당'으로 또 낙선. 2000년 그 마지막 유세장에서, 친구인 창기는 칼을 들고 연단으로 돌진했었다.
그후로 소식 없던 장윤태가 목사라니, 저 '웃는 예수' 그림을 걸었다니, 미혜와 함께라니... (-11-)
대공사건 연루 아동 '샛별클럽' 구성원들에 대한 자체 선도교육 계획 문창국민학교 교사 이입삼.
금번도 교육청 지시에 의거해서 자체 선도교육을 다음과 같이 실시하고자 합니다. (-84-)
졸업장 문창국민하교 6학년 2반 문미선
이 학생은 6학년 전 과정을 모두 마쳤으므로 이 졸업자을 드립니다.
1968년 2월 샛별클럽 친구들. (-104-)
곧 두 가지 소문이 따라왔다. 하나는 요섭이가 『학원』 이란 잡지의 '학원문학상현상모집' 에서 소설부문 최고상인 '특선'에 봅혔다는 것이었다. 전국 1등. 다른 하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교사 폭행' 이었다. 담임이자 사회교사인 '소대가리' 선생과 싸웠다고 했다. 요섭이가? 그것도 당선통지를 받은 바로 그 날이었다니. 최상이고 최악인 두 가지 사건이 어떻게 동시에 어울려 일어났는지 알 수 없던 우리들은 미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142-)
경희대학교 후문이면서 부속 경희고의 정문이기도 한 회색 철문 앞에는 국방색 전투복을 입은 경찰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흠칫했지만 그들은 어떤 대오를 이루고 있지 않았다. 검은 헬멧이며 방독면,방패들을 무더기 무더기 쌓아놓은 채 삼삼오오 모여 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아예 포퓰러나무 아래 자빠져있기도 했다. (-211-)
박정희 정권은 유신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78년 12월 국회의원선거는 사실상 여당인 공화당의 패배였다. 공화당 68석. 야당인 신민당 61석.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배통령이 임명하는 유정희 의원이 73석이서서 의회 지배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전체 득표율에서 32.8% 대 31.7% 로 신민당이 공화당을 앞섰다. (-269-)
나? 엄마가 돌아가셨다. 86년 1월. 자궁암 진단을 받고 6개월 만이었다. 엄마답게, 조용히 아파하다가 조용히 돌아가셨다. 창수 엄마가 회장인 문창리부녀회에서 초상을 치러주었고 서산 공동묘지에 묻어드렸다. (-317-)
작가 고원정은 1990년대 다큐 드라마에서, 다큐프로그램에 나오는 단골 주인공이다. 그의 지적인 역사적 안목보다는 그의 잔잔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느 역사가와 달리 ,그가 쓴 역사책이나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나에겐 없었다. 다만 그의 저서를 보면서,그가 어떤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는지 상상하게 된다. 단순히 전작으로 남겼던 『최후의 계엄령 』,『빙벽 』에 이어서 읽게 된 『샛별 클럽 연대기 』 는 1950년~1960년 에 태어난 기성 세대들에게 추억에 잠기게 하는 현댜사적 여사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1956년에 태어난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1963년 문창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그 학교에 입학하는 이들의 나이는 들쭉 날쭉 하다. 즉 주민등록 나이가 실제 학교 입학 나이와 일치 하지 않았던 그 시대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는데, 그들을 우리는 '반공세대'라고 부르고 있으며, 우신시대를 몸으로 겪은, 소설에서 샛별 클럽으로 지칭한다.
웅변, 그리고반공 메시지를 문학으로 표현하면, 상도 주었던 그 당시 , 소설 속 주인공 들 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아이가 있다. 바로 급장 장윤태와 부급장 오창수다. 그 이외에 한요섭, 박광도가 있었는데, 소설은 국민학교 1학년때부터 매겨진 서열이 인생 서열과 엮이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 그들은 반공에 도취되고 만다. 자신의 삶이 빨갱이를 무찌르자, 에 맞춰져 있다. 대오를 형성하고, 정렬을 하였으며, 국가교육헌장을 달달 외웠던 그들은 어느덧 중학교 문턱을 넘어서서, 유신을 거치면서, 어느 덧 초로의 60대가 되어지고 있다. 바로 그들이 생각하였던 과거와 현대는 우리 사회의 전체에 대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 이 소설을 나의 부모님의 삶과 연결지어 본다면, 주인공들처럼, 국민하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한 집안에 여러 자식을 거느리고, 어려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내 동창의 죽음을 보아야 했던 지난 날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 문미선의 죽음,그리고 문미선의 명예졸업장은 문창국민학교 , 샛별클럽 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상처이며, 아픔이 되고 있다.
소설을 유심히 보면, 1956년 생, 작가 고원정의 삶과 일치하고 있다.바로 자신의 삶, 경험이 아니라면 세세하게 그려내기 힘든 깊은 삶의 맛과 멋이 잘 드러나고 있다.나의 또래 부모님이 살아온 그 당시의 삶, 산과 들로 다니면서, 가난한 삶을 살아왔지만, 부자와 빈자가 공존하는 삶 가운데, 그들은 나름 삶의 규칙과 원칙이 존재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주인공들에게 해당되는 1963년에 대해, 나의 삶을 작가처럼 , 문학으로 그려낸다면, 1963~2019가 아닌, 1987~2043으로 만들어질 것 같았다.나의 삶에 대해서, 반추하고, 갊이 문학이 될 수 있고, 널리 읽혀질 수 있다는 것,내가 겪어보지 못한 1963년 그 당시에 대해서, 삶의 희망이자 누군가의 유언장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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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저의 오랜 침묵을 궁금해하지만, 무슨 엄청나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작가로서의 일상이 조금씩 조금씩 흔들렸고, 우물쭈물하다 보니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한창나이인 1990년대를 너무 분주하게 살았던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었지요. 신문·잡지 연재소설을 2~3편씩 동시에 쓰기도 했고, TV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이런저런 잡문들, 많은 이들과의 크고 작은 만남, 거의 매일 이어지던 술자리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내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결국 터무니없는 치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고이지 않는 샘물을 퍼내기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작품을 쓰겠습니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숙성된 글을 쓸 수 없었고, 기계적으로 마담을 맞추기에 급급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런 약속조차 잘 지키지 못했고, 끝내는 미숙하고 졸렬한 속성의 문장마저도 펜 끝에서 잘 나오지 않게 되었지요. 출판관계자나 독자들에게나 부끄러운 기억이 많습니다.” 『빙벽』, 『최후의 계엄령』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겪어오면서 군부 독재에 항거하는 생각은 앞섰지만 차마 앞장 서 저항운동을 이끌지 못한 다수의 직관자들을 대신하는 글로써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고원정의 신작 『샛별클럽연대기』을 발간하면서 말한 자기 성찰의 변(辯)이다.
저자 고원정은 자신의 오랜 공백에 대한 반성으로 들고온 저작도 만만찮다. 한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시집. 특히 소설 『샛별클럽 연대기』는 15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지만, 한 작가로서 순수한 열정과 포부를 담은 작품으로는 『한국인』 이후 22년 만이라고 한다.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거인의 잠」으로 당선, 문단에 나온 이후 그는 정치와 역사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80년대 금기의 영역인 군 의문사를 추적하는 대하소설 『빙벽』이 대형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다. 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역사 다큐멘터리 등을 진행하는 방송인으로서도 크게 활약했던 그였다. 이 소설 『샛별클럽 연대기』는 그 모든 기억을 반납하고 오랜 문학적 탐색 끝에 내놓은 회심의 복귀작이라 하겠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반공을 국시(國是)로 삼았던 시절에 성장기를 보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치들을 소설 전반에 배치하고 있다. 군가를 동요처럼 부르고 자라던 아이들의 동심이 오염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한국 사회의 불우한 성장기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국가 폭력의 희생양이 되거나, 편승하거나 저항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독자 역시 70년대 말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이 때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소설의 한 부분, 한 부분이 "어? 이거 내 얘기인데..." 할 정도로 그때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데 따른 남다른 능력은 저자가 그 시절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리다.
소설은 그동안 그가 천착해온 권력의 횡포와 구성원의 운명이라는 강렬한 주제의식에서 등장인물의 내면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 소설에도 ‘유신’부터 ‘촛불’에 이르는 정치적 사건들이 배경에 깔리지만, 그 사건들 속을 살아가는 개별적 존재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설의 시작은 1963년부터이다. 수많은 대통령이 바뀌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냈다. 역시 한국 현대사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대통령 탄핵 직후까지 지구상의 가장 다이나믹하지만 모두가 놀랄 만한 변화를 이뤄낸 한민족의 의식 저변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박정희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한국 현대사 60년의 격변을 한 권의 소설에 담아내기에는 벅차지만 소설은 사건을 개인에 한정하는 축소되고 왜곡된 의식을 좇아감으로써 시대의 아픔과 굴곡진 역사의 희생이 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당시 사건은 개별적이지만 상처는 보편적일 수밖에 없었던 시대라 저자의 이같은 시도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 희생양일지도 모를 시대 속에서 너무 일찍 조숙해져버린 아이들의 슬픔이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등장인물의 행적에 한국 현대사의 얼룩이 그대로 묻어나며, 그 가운데 누구는 꼭 내 주변의 아무개를 떠올리게 할 만큼 예리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50년을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에 품었던 한 남자의 순정에 관한 이야기다. 정치소설도 성장소설도 연애소설도 아니지만, 시대의 비애와 인간에 대한 연민, 순정한 사랑에 대해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야기는 1963년 지방 소읍의 한 초등학교(국민학교) 교실에서 시작한다. 학예회를 통해 ‘샛별클럽’의 일원이 되었던 초등학교 2학년 열 명의 친구들. 동화처럼 순수했던 아이들의 유년은 예기치 않았던 사건으로 인해 불미스럽게 흘러간다. 한 동네에서 벌어졌던 친일과 월북, 반공과 저항의 사건들의 영향권에서 아이들은 제각기 어떤 운명을 예감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로 남을 수는 없게 된다. 저자는 반공을 국시(國是)로 삼았던 시절에 성장기를 보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치들을 소설 전반에 배치하고 있다. 군가를 동요처럼 부르고 자라던 아이들의 동심이 오염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한국 사회의 불우한 성장기이다. 저자도, 독자도 그 시대 한가운데를 걸어왔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새벽 기차역에 엄마 손 잡고 나가 파월장병(베트남 파병군) 환송식에서 불렀던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이른 나이에 국가 폭력의 희생양이 되거나, 편승하거나 저항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소설은 그동안 그가 천착해온 권력의 횡포와 구성원의 운명이라는 강렬한 주제의식에서 등장인물의 내면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 소설에도 ‘유신’부터 ‘촛불’에 이르는 정치적 사건들이 배경에 깔리지만, 그 사건들 속을 살아가는 개별적 존재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건은 개별적이나 상처는 보편적일 수밖에 없었던 시대, 어쩌면 모두 희생양일지도 모를 시대 속에서 너무 일찍 조숙해져버린 아이들의 슬픔이 독자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사실 아닐 수밖에 없다. 베트남 파병군 환송식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세뇌식으로 받아온 '반공 교육'도 새삼 머릿속에 맴돈다. 당시를 살았던 누구라도 개인적으로 좁혀보면 누구나 같은 감정일 것이다. 다만 어릴 때는 자신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주입식 교육에 의해 가치관이 형성됐으니까. 이로 인해 소설 속 등장인물은 당시의 우리들이며, 그들의 행적에 한국 현대사의 얼룩이 그대로 묻어난다.
각각 이름이 송희, 창순이, 양숙이라는 ‘아가씨’들도 있었다. 학교 앞인 이 회기동에 방을 얻어놓고 청량리 술집에 나가는 호스티스들이었다. 그중 제일 반반한 얼굴인 양숙이가 성재호를 숨겨주고 있었다. 방 두 칸짜리인 바깥채를 혼자 쓰고 있어서, 한 칸을 선뜻 내주었다고 했다. 대룡이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요섭이와 박충규가 조심스럽게 나누는 얘기도 들었다. “형, 정말 괜찮은 걸까? 성재호하고 양숙이?”(p.222)
당시 저자의 대학 후배로서, 동시대를 살아온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박덕규의 평설도 저자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십 년이니 이십 년이니 과거를 돌아볼 게 아니라, 이 자리에선 우리 다 앞일만 얘기하기로 하자.” 이 소설의 한 작중인물처럼 이렇게 말하는 ‘이 자리’의 사람이 참으로 많다. 앞일만 해도 치러야 할 게 많을 뿐 아니라, 그래야 재화도 쌓고 안정도 얻는 그날이 곧 올 것 같으니까. 나도, 어디서나 대강 그렇게 말하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날이 갈수록 깨닫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더니 그때 얻은 상처가 점점 커져 왔다는 걸. 그때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는 죽을 때까지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걸. 국가안보, 경제개발의 미명으로, 또는 그 피해 전력의 명분화(名分化)로 ‘자기 이익’만 챙겨온 ‘잘난 인간’들과 그들로부터 파괴당한 ‘조용한 인생’들 사이에 ‘나와 우리’가 있지 않았나! 이 소설은 곧, 그 파괴함과 파괴됨의 세월을 돌아보는 소설이자, 그 돌아봄으로 ‘진정한 나’를 회복하려는 한 인물의 ‘지고한 순정의 스토리’다. 근대화와 민주화 시대를 잇는 거대한 풍속도로 1980년대 후반 큰 화제를 모은 『빙벽』을 연상시키는 소설이자, 그로부터 더 나아간 21세기의 시선에서 20세기 후반을 아프게 성찰하는 내성(內省)의 소설이다."
이게 장송곡이던가? 느리고 어둡고 장중한 음악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간간이 울음을 참는 듯한 아나운서의 목소리. “박정희 대통령은 가셨습니다….” 이어서 박정희의 이력이 소개된다. 끝나면 음악의 볼륨이 높아지고…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된다. 하숙집 세면장 옆방의 한의대생이 한껏 크게 라디오를 틀어놓았고, 아홉 개의 방문이 모두 열려있었다. 날은 이미 밝아있었지만 어쩐지 한밤중인 것만 같았다.(p.273)
살아오면서 나는 두 사람을 죽였다. 문인오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했다. 한요섭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나는 살아있었다. 이토록 편안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죄책감속에서…. 뻔뻔스럽게 울지는 말자고 머리를 흔들며 발아래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예전 섶다리가 있던 자리에 놓인 남강2교 자전거길을 검은 옷의 여자가 건너가고 있었다. 유인실이었다. 나처럼 일행과 떨어져 남은 모양이었다. 바람에 떠밀리듯 휘청휘청 걷다가 멈춰 섰다. 쪼그려 앉았다. 멀어서 알 수 없지만 흐느껴 우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항상 한 발 뒤늦게 운다. 일 년만, 한 달만, 며칠만 더 일찍 요섭이를 위해 울어주었다면…. 그래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저 한 사람은, 요섭이를 찾아오겠구나…. 나는 그럴 수 없다.(p.350)
저자 : 고원정
제주 출생으로 제주제일고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고 주요 저서로는 창작집 『거인의 잠』,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온다』, 장편소설 『최후의 계엄령』, 대하소설 『빙벽』 등이 있다. 신작으로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과 장편소설 『샛별클럽연대기』를 함께 내놓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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