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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 선 철학자가 돌아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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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고독이라는 병』은 100세 철학자가 건네는 삶의 문장들이자, 삶과 죽음, 고독과 자유,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에 대한 조용한 진단서다. ‘고독’을 병이라 말하지만, 그 병은 치유하거나 피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견디기 위한 감정의 양식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고독을 외면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과 함께 살아내는 법을 철학과 신앙, 기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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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고독이라는 병』은 100세 철학자가 건네는 삶의 문장들이자, 삶과 죽음, 고독과 자유,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에 대한 조용한 진단서다. ‘고독’을 병이라 말하지만, 그 병은 치유하거나 피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견디기 위한 감정의 양식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고독을 외면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과 함께 살아내는 법을 철학과 신앙, 기억과 사랑의 언어로 길어 올린다.


책은 명확한 주제나 논증보다는 짧은 단상과 회고, 질문과 고백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적 명제보다 삶에서 길어 올린 사유가 중심이 되며, 그 문장들은 오래 곱씹어야 비로소 맛이 우러난다. 김형석은 삶에서 가장 외로운 순간은 사랑을 잃었을 때가 아니라, 사랑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을 때라고 말한다. 그 말은 철학자라기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말이며, 그 정직함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신앙에 대한 언급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저자는 고독과 죽음을 이기는 힘이 신앙에서 오는 믿음, 특히 사랑과 용서의 윤리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의 종교적 사유는 배타적이지 않으며, 타인의 고통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넉넉함 위에 세워져 있다. 신은 만인의 신이며,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신앙은 교리 이전의 윤리적 정서로 드러난다.


다만 이 책은 분명히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문장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독자에게는 일정한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겪는 관계의 불안이나 사회 구조적 고립에 대한 구체적 진단보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고전적인 해석에 머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거리가 책의 약점만은 아니다. 삶의 끝에 선 철학자가 돌아본 세계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도달하지 못한 고요한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고독이라는 병』은 빠르게 읽히지만, 속도와 반비례하는 여운을 남긴다. 고독이 병이라면, 이 책은 그 병을 완치시키려는 처방전이 아니라, 고독을 앓는 법, 고독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삶의 문장을 함께 나누는 연대의 기록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노년의 철학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YES마니아 : 로얄 t*******3 2025.07.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