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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객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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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러시아☆☆☆☆러시아를 두번 간적이 있다. 한번은 일때문에 모스크바에서 4주 정도 있었고, 한 번은 여행으로 빼째르부르크 (Petersburg. 성베드로의 땅)를 한겨울에 다녀온적이 있다. 다양한 전쟁기념관과 허리까지 쌓이 눈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책은 한국에 귀화한 수원대 교수인 벨랴코프 일리야가 썼다. 다양한 정보도 많고,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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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
러시아를 두번 간적이 있다. 한번은 일때문에 모스크바에서 4주 정도 있었고, 한 번은 여행으로 빼째르부르크 (Petersburg. 성베드로의 땅)를 한겨울에 다녀온적이 있다. 다양한 전쟁기념관과 허리까지 쌓이 눈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책은 한국에 귀화한 수원대 교수인 벨랴코프 일리야가 썼다. 다양한 정보도 많고,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 정치, 경제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씌여있다.
. 러시아인들이 무표정한 이유,
. 여전히 스탈린, 푸틴이 인기있는 이유,
. 러시아가 전쟁기념관에 진심인 이유,
. 쏘련과 러시아는 어떻게 다른지,
. 러시아어에 사투리가 없는 이유,
. 러시아의 결혼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극히 사적이지만" 아주 객관적으로 설명이 되어있다.

. 러시아는 아주아주 커다란 나라다. 러시아 국토 면적은 1,713만 제곱길로미터다. 10만 제곱킬로미터인 남한 면적의 171배다. 이게 어느 정도 크기냐 하면, 지구 육지 면적의 약 6분의 1이 러시아 땅이다. 위도는 북위 41도에서 81도까지 펼쳐져 있고, 최남단과 최북단까지의 거리는 4,000킬로미터 이상이다. 동서 거리는 1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래서 러시아 뉴스를 보면 시작 전에 항상 지역별 시각을 알려 준다. "지금 모스크바는 몇 월 며칠 몇 시입니다." 러시아 동쪽 끝과 서쪽 끝의 시차는 무려 11시간이다. 모스크바에서 밤 11시 뉴스 할 때면 러시아 동쪽 끝자락에 붙어 있는 캄차카반도에서는 다음 날이 된 지 한참 지난뒤다. 러시아인은 모두가 같은 하루를 살지 않는다.

. 한국에서 살 떨리는 추위를 경험해 본 자로서 감히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옷 입는 법'을 모른다. 러시아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소위 완전 무장을 한다. 스카프로 목을 감고, 패딩으로 온 몸을 두르고는, 털이 들어간 신발을 신는다. 장갑과 모자는 필수다. 다 입고 나면 눈사람이 따로 없다. 절대 맨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집에는 겨울 옷장이 따로 있다. 패딩은 기본이고 각종 모피로 만든 옷들로 옷장을 채운다. 가장 인기 좋은 모피는 북극여우다. 엄청나게 비싸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북극여우 털로 만든 외투를 한 벌씩은 갖추고 있다. 모피 반대 운동은 러시아에서는 헛소리로 치부된다.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들이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모피 반대 운동을 하는 건 배부른 자들의 속편한 위선이라고 본다. 러시아에서 옷은 패션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 러시아는 다민족 국가다. 물론 나와 같은 슬라브계 백인이 가장 많다. 2010년 러시아 통계청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총 인구의 77.7% 정도 된다. 나머지 22%?는 소수 민족이다. 그중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민족은 타타르족(3.7%?), 우크라이나인(1.3%?), 바시키르족(1.1%?), 추바시족(1.0%?), 체첸족(1.0%?), 아르메니아족(0.8%?) 등이다. 비율로 보면 '뭐야, 이 정도밖에 안 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만으로 이루어진 대도시나 주, 나아가 공화국이 있을 정도다.

. 한국인들에게 연방에 속한 공화국이라는 개념은 생소할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익숙한 연방제 국가는 미국일 텐데, 미국은 독립성을 보장받는 50개의 주가 연방을 이루고 있다. 러시아에는 85개의 연방 구성체가 있다. 22개 공화국, 46개 주, 9개 지방, 1개 자치주, 4개 연방구, 3개의 연방시로 구성된다. 러시아의 주는 한국으로 치면 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떨어진다.

. 러시아는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 그로 인해 몽골의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말을 소중히 여기는 몽골의 영향으로 털의 길이, 색깔에 따라 말을 표현하는 단어가 다르다. 젊은 수말은 메린, 갈색 말의 색갈을 까리이라고 한다. 냉대 기후의 침엽수림을 의미하는 타이가도 몽골에서 온 단어다. 러시아식 만두 펠메니는 몽골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는 유럽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일상의 삶부터 언어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시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었고 러시아는 세계의 중심에 편입하기 위해 유럽을 배우고 따라하려고 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도 유럽이라는 정체성은 이때 생겨났다. 러시아는 서쪽을 바라보면서 제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18세기는 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이른바 동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중부 러시아에서 주로 거주하던 백인 슬라브계 러시아인들이 이주하여 현지 소수 민족을 지배하게 됐다. 20세기에 소련은 주로 정치범이었던 수감자의 강제 노동을 통해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을 개발했고, 수감자들이 그곳에 뿌리내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소련 당국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각지로 흩어졌다. 2010년 러시아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해주에 우크라이나 출신, 남부에 독일 출신, 사할린에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련 해체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해체된 구소련 소속 국가 중 그나마 잘사는 나라가 러시아였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인 중앙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려 러시아로 넘어왔다. 러시아인들은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여기에 러시아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가 혐오 정서에 불을 지폈다. 러시아 연방공화국들 중 남쪽의 체첸 공화국이나 다게스탄 공화국에서는 소를 죽이는 도살 축제가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를 빌미로 이곳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본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함부로 침을 뱉고 다닌다, '냄새 나는 음식을 먹는다', '남자가 여자를 함부로 대한다'와 같은 이미지가 덧대어졌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중앙아시아는 야만스러운 동네, 무례하고 멍청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혐오의 이미지가 각인됐다.

. 러시아인들이 왜 이렇게 무뚝뚝하고 잘 안 웃느냐고 질문을 받으면, 러시아 속담을 쪽 알려 준다.'이유 없는 웃음은 정신병자의 증상이다.' 조금 과한 말 같지만 러시아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속담이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웃음=진심'이다. 웃음은 항상 진실한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웃어도 되지만 별 이유없이 웃으면 정신나간 사람으로 본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이 무뚝뚝해 보이는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20세기 러시아의 역사는 고난과 공포 그 자체였다. 1917년 불세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 전역은 최악의 내전 상태에 빠졌다. 1930년대에는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탄압을 받았다. 칼 끝이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공포가 일상이 됐다. 194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무려 3,000만 명이 희생됐다. 1960년대에는 냉전이 절정에 달했고 경제 위기로 인한 생필품 부족으로인해 사회 분위기가 풍 가라앉았다. 1980년대의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 정책은 혼란과 빈곤을 불러왔고, 소련은 무너져 버렸다. 1990년대에 러시아가 처음으로 경험한 민주주의는 혼돈 그 자체였다. 러시아의 정치와 경제,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된 때는 2000년대 이후다. 간단히 살펴봐도 러시아의 역사는 양강 체제의 일원이었다는 허울 좋은 한 조각의 영광말고는 모조리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무리 봐도 웃을 일이 없었다.

. 둘이 같은 나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러시아가 소련을 계승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동유럽의 체코나 폴란드 같은 나라들을 지금도 사회주의 국가로 보는 사람은 없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소련은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였다. 모든 재산은 국가가 소유하고, 시장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주의 국가이기도 했다. 모든 권력이 하나의 정치 세력에게 몰려 있었다. 삼권분립은 없었다.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같은 기본 권리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 지금의 러시아는 자본주의 국가다. 사유 재산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재화를 거래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체제를 농고 보면 서방 국가들과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경제적으로는 서유럽이나 미국보다 생활 수준이 낮다. 법치에 대한 개념이 약해 보이기도 한다.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소련하고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 1990년대 중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았던 사람이면 누구나 '부채식 정전 사태(Fan Blackout)'라는 말을 기억한다. 광부들이 월급을 못 받아 파업에 들어가고, 이로 인해 발전소에 석탄 공급이 중단돼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연해주의 불이 꺼진 것이다. 시 정부는 정전이 지역별 시간대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발전소 직원들은 연료 공급이 안 돼서 어쩔 수 없다며 아예 장시간 동안 전기 공급을 차단해 버렸다. 하루에 22시간 동안 아파트에 전기가 끊기는 날들이 일상이 됐다.

. 이런 상황은 1990년대 중반 절정에 달했다가 1990년대 말에야 점자 개선되기 시작했다. 사회 혼란이 가라앉았고, 러시아산 식료품, 가구, 생활용품 등이 서서히 마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소련의 흔적이 희미해질 무럽, 새로운 러시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들이 겹겹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생 자본주의'가 자리 잡았다. 불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국가 재산을 사유화해서 하루아침에 많은 부를 갖게 된 엘친 대통령 측근들,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효과가 사라진 개혁들. 정치 세력들의 투쟁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한 사회 구조. 말로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실제로는 비리를 저지르고 국가 예산을 횡령하기 바쁜 정치인들. 러시아 국민들의 머릿속에 '민주주의'와 비리와 부패'는 동의어였다.

. 그 결과 현재 러시아 학생들이 배우는 소련의 역사는 내가 학교를 다닐 때 배웠던 내용과 다소 다르다. 소련 시절의 만행이 누락됐고, 그 시절과 체제를 찬양하며, 논쟁적인 부분은 소련에 유리하게 해석한다. 설문 조사 기관 레바다 센터는 5년마다 '러시아 역사 속 최고 인물'이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데, 2021년 5월에 발표한 결과를 보면 1위가 스탈린(39퍼센트)이었다. 2위는 레닌(30퍼센트)이었고, 푸틴은 5위(15퍼센트)였다. 더 놀라운 것은 스탈린이 2012년에도 1위(42퍼센트), 2017년에도 1위(38퍼센트)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 결론적으로 푸틴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이제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따라서는 안 된다. 질서를 지키려면 미국식이 아닌 우리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서방 국가를 보라. 사회는 무질서하고, 경찰의 권력 남용에 사람들은 희생되고 있다. 인종 차별, 금융 불안전, 이민자 난입, 동성끼리 걸혼하는 도덕적 타락. 문제가 없는 게 하나도 없다. 이게 다 민주주의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전통적인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것 임기였던 20년대 초반에 푸틴은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강조했던 지도자였다. 미국과 친분을 쌓으려 노력하며 러시아를 나토에 가입시키려고 했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미국 뉴욕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때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이가 바로 푸틴이었다. 미국이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을 무조건 지지한다면서 러시아 영공을 미군에게 곧바로 열어 줬고, 미군이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의 군 공항을 이용하도록 도왔다. 러시아 국민들의 삶은 거시적으로 보든, 미시적으로 보든 이전보다 휠씬 개선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 첫 임기 때인 2000~2004년 러시아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평균 7%대였고, 빈곤률은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2000년에전 세계 23위에 불과했지만, 러시아 국민들의 삶은 거시적으로 보든, 미시적으로 보든 이전보다 휠씬 개선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 첫 임기 때인 2000~2004년 러시아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평균 7%대였고, 빈곤률은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2000년에 전 세계 23위에 불과했지만, 207년에는 11위로 껑충 뛰어 울랐다. 금융 시장 개혁,건설 분야 개혁, 부동산 시장 안정화. 개선되지 않은 분야는 하나도 없었다. 통계 수치도 인상적이었지만, 국민들도 생활 수준이 개선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식료품 부족은 옛말이 됐고, 너도 나도 핸드폰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일상속 도구가 돼 갔다. 나라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업적이 푸틴과 러시아 정부의 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2000년대의 세계적인 호황과 유가 폭등이 결정적이었다. 석유와 가스 판매량 기준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급자였던 러시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갑자기 벌었다. 덕분에 러시아 국내 사정은 몇 배로 좋아졌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현명한 지도를 강조했다. 이제 지옥 같은 1990년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나라가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 푸틴의 비판 연설에는 배경이 있었다. 2002년 미국이 탄도탄 요격 미사일 협정(Anti- Ballistic Missile Treaty)을 사전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한데다, 1990년대에 약속한 나토의 동진 금지 약속을 어기고, 구소련이었던 발트 3개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비롯해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의 나토 가입을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추진했고,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위치한 나라들의 국내 정치에 개입해 소위 '아랍의 봄'을 부추겼다고 보았다.

. 올리가르히는 지금의 러시아가 만들어진 원인과 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존재다. 어원은 과두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올리가르키아다. 정경 유착의 정점에 있는 러시아식 재벌 집단이다. 아마 한국의 :재벌'과 가장 비슷한 의미를 지닌 말이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일 것이다. 국가를 등에 업고 성장하여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기업 집단. 하지만 러시아 출신인 내가 보기에는 올리가르히와 재벌은 비숫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특히 연구자들의 시각이 아닌 러시아 출신 일반인이 보는 시각에서 그렇다. 아마 여러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 서구에서는 미국의 참전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러시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른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막아낸 전쟁을 '조국전쟁'으로 부르는 데서 나온 말이 대조국전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소전쟁'으로 알려진 '대조국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은 같은 의미다. 러시아는 나치 독일의 침공을 소련이 막아낸 덕분에 연합국이 승리했다고 본다. 오로지 소련의 힘으로 대조국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나라도 소련이다.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3,000만 명의 소련 병력과 민간인이 대조국전쟁 때 희생됐다. 동부전선에서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피를 흘리며 나치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미국은 후방에서 별 희생 없이 전쟁을 치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 유럽과 가까운 러시아 문화는 진보적인 면도 있다. 여성의 참정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1917년 러시아는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했다. 이는 영국(1918년), 네덜란드(19109년), 미국(92년)보다 빠른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남녀평등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없다. 러시아 가족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대부분 어머니다. 돈을 관리하고, 자식을 양육하고, 집을 사거나 관리하고, 가전제품 및 자동차 같은 물건을 구매할 때 최종 결정권자는 어머니다. 얼핏 여성 상위 사회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러시아에는 "남자는 나라 걱정, 여자는 가족 걱정을 해야 한다"라는 우스개가 있다. 그러니까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제도와 인식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먼 이유는 무엇일까.

. 이런 남성 중심의 문화는 여전히 일상 언어에서 나타난다. 러시아어에서 동사 '결혼하다'는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남자가 결혼하면 '제닛짜'다. '아내를 가지다'는 의미다. 여자는 브호디찌 자무쥐'다. '남편 뒤로 가다, '남자 뒤에 자리를 마련하다'는 뜻이다.

.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사건이었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이 사건을 오히려 '야만적인 사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권력자가 권력을 멋대로 사용하고 전횡을 일삼아도 전혀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그럴 수도 있지." 이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여기에 여성은 보호받고 배려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권력을 비선(했#)에게 넘겼다고 해서 배려받아야 할 '여성'을 어떻게 탄핵하고 감옥까지 보내느냐는 것이다.

. 러시아에는 '튀지 않고 자기 본래 위치나 자리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문화가 깊게 박혀 있다. 이를 고민한 러시아 작가들의 문학 작품도 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은 아들이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서 그가 속한 계급과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지려다 실패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도 사실 여자가 하면 안 되는 일, 즉 자신의 사회적 위치나 신분에 맞게 조용히 살지 않고 변화를 추구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 러시아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보면, 대부분 당시 러시아 사회의 가치관에 반하여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는 비극, 혹은 자신의 자리나 위치에서 하면 안 되는 말, 생각, 태도를 보이기 시작해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것들이다. 이런 전통적인 가치관은 70년 동안의 사회주의 제도도 무너뜨리지 못했다. 소련은 겉으로는 공평과 동등함을 외쳤지만, 기묘하게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 놓고 이를 잘 이용한 시스템이었다.

. 그렇다면 러시아에 사투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사투리가 강한 언어권을 보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민족이나 부족이 지리적 장애물 때문에 타 지역과 교류를 잘 하지 못한 채 같은 지역에서 쪽 살아왔다는 점이다. 언어를 포함해서 수많은 옛날 전통들이 고스란히 보존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이나 중국을 보면 그렇다. 예전부터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공동체가 많다. 러시아는 다르다. 사람들은 모스크바와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와 같은 중심지에서 살아왔다. 러시아 동쪽은 나중에 탐험가와 모험가들이 새로 개척했다. 언어도 새롭게 개척한 곳에 그대로 옮겨졌다. 러시아어가 러시아는 물론 인접 국가에서 공용어가 된 것은 소련 시절의 영향이 크다. 소련 정권은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던 구소련 국가들에게도 러시아어를 강요했다. 그러고는 소련 전역에 같은 언어 기준을 적용하고 관리했다. 우크라이나든 우즈베키스탄이든 러시아든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과서를 보고 똑같은 방송을 들었다. 소련 시절에는 국민의 이동이 잦았고 규모도 엄청났다. 중앙 출신이 극동에 가서 일했고, 수형자는 강제 노동을 위해 시베리아에 이송돼서 현지 인구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런 국민 대이동 정책 때문에 사실상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소련 국민들이 여기저기 흩어졌고, 언어는 비슷해져 갔다. 20세기 중후반 소련에 속한 나라는 다 비슷한 러시아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지역의 특정 어휘나 어투는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이 아닌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YES마니아 : 로얄 e***n 2023.06.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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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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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랴코프 일리야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리뷰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신으로 유명해진 외국인 방송인들이 자신의 모국에 대해 가볍게 읽기 좋은 교양서를 내놓는 것이 한동안의 트렌드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 러시아에 대해 관심이 있어 벨랴코프 씨의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를 구매해 보았습니다.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해 준 읽기 즐거운 책이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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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랴코프 일리야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리뷰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신으로 유명해진 외국인 방송인들이 자신의 모국에 대해 가볍게 읽기 좋은 교양서를 내놓는 것이 한동안의 트렌드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 러시아에 대해 관심이 있어 벨랴코프 씨의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를 구매해 보았습니다.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해 준 읽기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m******1 2023.05.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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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러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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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개시후 러시아관련 도서들 닥치는대로 구독했는데 주로 딱딱한 역사책위주였는데 인책은 그동안 딱딱해진 뇌를 말랑말랑 하게해줘서 참 좋았다 러시아 출신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국인에게 러시아를 사려 깊게 설명한다.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자신이 직접 겪은 러시아의 이야기를 한국에 전달하면서 오해를 풀고 서로 더 높은 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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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개시후 러시아관련 도서들 닥치는대로 구독했는데 주로 딱딱한 역사책위주였는데 인책은 그동안 딱딱해진 뇌를 말랑말랑 하게해줘서 참 좋았다
러시아 출신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국인에게 러시아를 사려 깊게 설명한다.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자신이 직접 겪은 러시아의 이야기를 한국에 전달하면서 오해를 풀고 서로 더 높은 수준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책을 읽고 나면 러시아와 짧지만 깊은 소통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는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입문서다.
1*****3 2023.01.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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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이해도를 높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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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에서 나왔을때부터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견해로 방송에 계속 나왔으면 했는데 책으로 나와서 우선 반갑고 그래서 러시아를 여행하게 되고 다녀와서도 알지 못 한 부분을 책을 통해서 배워서 의미있었네요러시아가 세계사에 큰 부분을 차지 하는건 부인 할 수 없는 현실로 피부로 느끼는 요즘 읽기에 적당한 책이네요~~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의 러시아를 이해하기에도 힘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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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에서 나왔을때부터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견해로 방송에 계속 나왔으면 했는데 책으로 나와서 우선 반갑고 그래서 러시아를 여행하게 되고 다녀와서도 알지 못 한 부분을 책을 통해서 배워서 의미있었네요
러시아가 세계사에 큰 부분을 차지 하는건 부인 할 수 없는 현실로 피부로 느끼는 요즘 읽기에 적당한 책이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의 러시아를 이해하기에도 힘들지 않는 책입니다
o****r 2022.08.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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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해 진짜 잘못 알고 있던 게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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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로 얼굴을 알린 저자는 요즘도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방송인이다. 이름은 러시아어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그동안 TV를 통해 얻은 이미지는 그가 상당히 지적이다는 점이고, 이는  그에 대해 느끼는 시청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는 잡혀 있는 것 같은데,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가 많은 모양이다. '지극히 사적인'이라고 부언을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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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로 얼굴을 알린 저자는 요즘도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방송인이다. 이름은 러시아어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그동안 TV를 통해 얻은 이미지는 그가 상당히 지적이다는 점이고, 이는  그에 대해 느끼는 시청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는 잡혀 있는 것 같은데,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가 많은 모양이다.
'지극히 사적인'이라고 부언을 하긴 했어도, '러시아'에 대해 많은 의문과 오해가 풀릴 내용을 담았다.
러시아에 살았던, 아니 학문적으로 연구한 이들의 글을 읽긴 했어도 실제 러시아인이 러시아에 대해 쓴 글은 처음인 듯하다. 물론 먼저 귀화한 박노자 교수가 있지만 그가 쓴 글은 한국에 대한 것이 더 많았기에 러시아를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니까.

물론 저자도 스스로 인정한다. 적어도 러시아에 대해 쓰려면 모스코바 출신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시각에 대해 자기는 한국에 오기 전 고향 블라디보스토크를 벗어난 적이 없었던 극동 러시아 출신이라고.
뉴욕출신이어야 미국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 사람이어야 대한민국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논리는 오류이기에 굳이 그렇게 쓸 필요는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러시아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어 가끔 러시아 쪽 시각을 그를 통해 접해오긴 했지만, 이 책에서 러시아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다음 개정판이나 다른 저서로 보충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러시아에 대해 편견이 있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거란 힌트를 주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23.10.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