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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가독성 ★★★★★ <푸른향기 서포터즈 6기 활동- 6편> 여행작가로 꽤 이름이 알려진 안시내 작가의 책을 정독한 적은 없지만, 이따금 서점에 들렀을 때 훑어본 적이 있다.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안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녀의 엄청난 활동 반경을 보며 놀란 적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처음으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을 읽게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고, 취미로 글을 쓰는 나는 언젠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희망을 품었는데 이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희망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본업인 사람과 비교하는 게 애초부터 말이 되지는 않지만, 정말이지 문체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곳곳에서 받았다. 나도 여행을 많이 한 편이라 안작가의 경험담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는데,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표현력을 보며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인도 여행기->한국에서의 일상->태국 여행기->한국에서의 일상..... 다시 말해, 여행기와 한국에서의 일상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스토리 전개를 보면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한다. 여행기가 한참 전개되다가 갑자기 하숙집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다가 다시 여행기로 넘어갔다가 다시 한국에서의 친구 결혼식 혹은 장례식으로 넘어간다. 스토리의 시공간이 혼재되어 있지만,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안작가의 삶의 철학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인상 깊은 이야기가 참 많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긴 십 분’이라는 챕터가 참 인상 깊었다. 구치소에서 우연한 기회에 안작가의 책을 접한 아이와 안작가가 교감하는 부분이었는데, 안작가가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생활을 하는 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이야기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하기 정말 쉽지 않은 경험이고, 이러한 경험은 독자뿐 아니라 수감생활을 하는 아이와 안작가 본인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를 본업으로 살아가는 꿈을 꿨던 내게 참 많은 자극이 된 책이다. 안작가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단순히 ‘글을 잘 쓴다’라는 느낌보다는 ‘글이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든다. 일상에 치어 사느라 최근에 열린 안시내 작가의 북토크에 가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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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하루의 나열 대신 감정을 끄집어내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사랑받고 싶어서 계속해서 나를 끄집어냈다. 교묘하게 엉킨 생각의 끈들은 활자를 통해 쉬이 배출되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 삶을 밝히는 사람이 되었다. (p.5)
이런 글을 읽을 때면 나는 괜한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나는 너무 굴곡 없는 삶을 살아서, 아무래도 이런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아마 굴곡졌어도 이렇게 쓰지 못했을 거면서, 이렇게 너무 잘 쓴 글들을 만날 때면 괜히 그러고 싶어지는 거다. 이 책은 진즉에 훌쩍 다 읽어놓고 여전히 리뷰를 마무리하지 못했던 것은, 너무 잘 쓴 글에 대한 먹먹한 마음이 남아있어서였다. 온 마음에 그녀의 감정이, 문장이 그대로 칭칭 감겨 내 마음을 꺼내지도 못하겠더라. 나는 이렇게도 쉬이 물드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온갖 물이 들었다. 때로는 푸른 바다 빛이었다가, 어느 날은 잿빛 같았다. 맑은 하늘이 되는 문장도 있었고 엉엉 울고 싶어지는 문장도 있었다. 아직 어린, 아니 젊은 그녀의 마음 어디에 이토록 짙은 우울함이 들어있을까. 또 어디에 이렇게 깊은 마음이 들어있을까. 그녀는 때론 버찌였다가, 때론 어른이 되고, 또 때론 자연의 어느 순간이 되어 자신의 마음을 순서 없이 꺼내놓는다. 그런데 그 마구 꺼내놓은 마음이 오히려 너무 가지런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먹먹한 마음을 준다. 처음에는 그저 잘 쓴 문장이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이건 그냥 잘 쓰기만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사이사이 그녀의 무뚝뚝한 진심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서 중간쯤 읽었을 땐 질투도 나지 않았다. 나의 시답잖은 문장은 그녀의 문장을 질투할 수도 없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녀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그리워하는 이들에는 그녀 자신이 없는 것 같아서. 또 반대로 그녀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때의 자신인 것 같아서 글을 읽으며 괜히 마음이 아팠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다고 믿는 순간들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일까, 그때의 나를 사랑한 것일까. 지나온 내 시간을 가만히 돌아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그녀처럼 언젠가는 다시 가겠다고.
단순한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펼쳐 든 책에서 허를 찔린 기분으로 책을 읽고, 가만히 표지를 쓸어보았다. 이 책을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여행에세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깊고, 감성에세이라고 부르기에는 또 유쾌하다. 그래서 인생 같은 문장들.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우는 우리 사는 시간이 이 책에는 꼭꼭 눌러 담겨있다. 그래서 나처럼 가벼이 여기고 책을 펼쳤다가는 그저 우는 것 말고는 방어할 방법이 없다. 웃기게도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이야기 때문에 울었다. 그녀의 문장들 사이에서 내 시간, 내 기억들을 떠올리며 울었다.
당신들에게서 졸업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문장을 읽을 때쯤이야 나는 꽤 후련해졌다. 하긴 그 정도 울었으면 후련해질 만도 하다. 내 안에 가득 남아있던 감정들이 이제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을 느끼며, 새로운 감정들을, 더 좋고 보송보송한 것들을 조심조심 담아야지 생각해본다. 나도 그녀처럼 더욱 섬세한 눈으로, 내 주변을 곱게 눌러 담아야지.
쓸쓸한 계절이 아닌 봄에 읽어서 천만다행인 책이었다. 가을의 끝자락이었다면, 나는 울다가 드러누웠을지도 모를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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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걸맞는 계절이라고 감히 '봄'을 언급해 봅니다. 해동된 만물이 흥건해져 맥을 못출 것 같은 '봄', 급하게 초록을 사르느라 바스라져버릴 것 같은 '봄', 때아닌 홍조로 향기에 절여져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철딱서니 없게 곧 작별해야할 것 같은 '봄'~~ 그 봄을 만끽하려고 이 책을 편편이 여행하며 긴 여행을 즐기렵니다. 가지는 못해도 젖어들 듯 느껴볼 수 있는 삶, 이별, 감성 등을 한 편의 에세이로 대신 여행을 할 수 있답니다. 시작해볼까요? 여행과 사랑과 떠남의 굴레 속에서 혼란스러운 20대를 마치며 그간 써내린 글을 정리했다. 투박하고 초라한 광택이 묻어 있는 삶. 여러 번 넘어졌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고 마는. 아마 누구나의 삶의 귀퉁이가 이곳에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라고, 이것이 맞다고 말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애써 멋있는 문장을 쥐어짜 교훈을 주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아직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는 삶의 언저리. 어섯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는 여전히 작고 유약하기에, 그저 하나의 삶 속에 담긴 사랑과 위로를 알아채 주길 간절히 바란다. 프롤로그 중
살을 부비며 온도를 주고받다보면 사랑은 어느 새 고이고 고여 나눔을 할 수 있는 샘물이 되나 보다. 작가는 삶을 사는데 서툴러서 멋진 어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치부해버리지만 사랑 하나만으로도 끝끝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화보 같은 책으로 사랑 가득한 팽팽함이 느껴진다.
어디에나 있는 가족들이겠지만 나에게만큼은 그 이상의 냄새와 결기와 수액 같은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정도가 있다. 그 힘으로 버텨본 기억들은 뭉클하게 원주인처럼 몸속 곳곳에 상주해 있고, 그 기억을 이어나가며 고른 맥박을 유지할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한 나!! 생각만으로도 어깨 춤이 절로 나와 좋다.
내가 아닌 나로 사랑을 위한 빠데 작업을 한다면 그 헛헛함을 메울 어떤 창작활동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핍, 가난, 무능력이라는 통계치에 집계되어 사회를 구성하는 1인으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로 부족한 듯 자유롭게, 나약한 듯 부드럽게 살리라!! 살아야 해!! 그 맛, 그 멋!! 그리 멀지 않은 가까이에서 만끽할 수 있다. 내 마음 안에서 꺼내 쓰면 되니까.
죽음이란 섭리 앞에 그리움만큼이나 감당할 수 없는 이성의 마취제는 없을 것이다. 이성의 마취로 정신병자처럼 뾰족한 귀퉁이에 몰아버렸던 어렸을 적 뜬금없는 내 아빠의 죽음은 여느 죽음 같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었다. 진실은 묻혔고, 시체만 덩그라니 남은 '죽음'이라는 확인하고 싶지 않은 사실에 우리 가족은 무너지다 못해 함께 따라가려 했다. 죽음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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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종종 일상을 치르다 그 겨울을 떠올린다. 가장 물렁했던 순간, 내가 보내던 비슷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알아챘던 긴 겨울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묵묵히 버텨가는 사람들의 커다란 위로를. 눈물에 담긴 진심을. 다정한 목소리의 힘을. 잠이 주는 온기를. 바람이 불고 겨울나무의 흔적을.
너무나 특별한, 보통의 하루를 떠올린다._p162
어떤 글은 읽다보면, 특히 에세이류, 이 저자는 천상 작가구나 혹은 이런 사람이 글쓰기를 업으로 가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의 글에는, 나이불문, 뭔가 범접하기 힘든 에너지가 들어있는데, 이 힘은 읽는 보람을 느끼게도 하고 내가 쓰는 문장 한 줄에 대한 참담함을 동시에 가지게 하기도 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안시내 작가의 에세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저자는 여행, 사람, 떠남의 굴레 속에서 혼란스러웠던 20대를 마치며 그간 써내려간 글들을 정리해서 이 책을 내었다고 한다. 여행 에세이인가 싶다가 일기 같기도 하고 고백서, 성장기록 같기도 했었던 내용은 독자들이 조용히 스며들게 하기에 충분하게 감성적이였으며, 심하게 내밀한 내용도 어색하지 않아서 마치 내 것만 같았다.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를 좀 다른 감수성으로 만나고 싶은 이들은 이 책에 푹 빠져봐도 좋을 듯하다...
_나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지만, 걱정해도 괜찮다고. 내가 함께 들어줄 테니, 다시 같이 길을 걸어보자고. 이제야 당신의 삶을 이해해서 미안하다고.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당신의 모든 모난 부분을 사랑할 것이라고. 엄마 덕에 이렇게 잘 클 수 있었다고._p21
_.. 나는 사랑,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랑 후에 남겨질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네가 부러웠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고마웠다. 말을 내뱉는 순간의 당신이 너무나 건강해보였기에, 그 두려움의 실체가 견딜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 모든 감정을 당신에게 전했고, 당신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_p140
_넘어지면 혼자 우뚝 일어나는 사람도 강하지만, 손을 내뻗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실로 단단한 사람임을. 사랑하는 이가 떠나지 않을 믿음으로 온 마음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큰 용기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사실은 가장 약한 사람이라는 것._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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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고 사랑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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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뭐라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여행 책이라고 하기엔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저자의 문체가 나랑 맞지 않는 듯 하여서 읽기 조금 어려웠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집중하고 책을 읽다보니 작가의 성향도 문체도 서서히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 이 작가님에게 스며 들었나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일상은 참 따뜻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특히 옥탑방 주인 할머니와의 일화는 그녀의 따뜻함을 잘 보여준다. 물론 저자는 그 집을 나온 일로 아니라고 할테지만 내 기준에는 그 정도도 대단한 거다. 또한,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저자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안정감 없는 삶이라 보일 수 있지만 그걸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 자유로움이 부럽다. 나도 앞으론 좀 더 여유롭고 유연하게 살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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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름다움과 비참함이 팽팽하게 맞서는, 4. 5.웃음기 머금은채 장난치는 나를,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라 좋았다.
-푸른향기 서포터즈로 협찬 받은 도서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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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감성에세이 한 권 만나보았어요. 도서출판 푸른향기에서 출간된, 여행 작가 안시내님의 신간이랍니다. 아릿한 사진과 글로 마음 한 구석을 건드려주는 에세이 소개 드릴게요. 안시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입니다.
여행작가 안시내님의 유년시절, 20대의 방황, 여행을 통해 경험한 이야기들이 한 편씩 담긴 에세이랍니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중간 중간 골라서 읽어도 좋아요. ^^
지금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을 구입하시면 예쁜 여행 엽서를 함께 받을 수 있어요. 비닐에 곱게 싸여진 책의 포장을 뜯으면 선물처럼 여행 엽서가 담겨있답니다.
먹먹해지는 구절이었어요. 10대, 20대를 지나오며 저도 비슷한 생각을 참 많이 했거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보다 진짜 나는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어요. 나를 둘러싼 객관적인 조건들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이제는 알아요. 가난과 배경의 객관적인 조건들은 나를 먹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반짝이게 닦아줄 수 있는 것이라고. 좋고 나쁨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며 나아가느냐에 빛이 발산된다는 것을요. ^^ 안시내 작가님은 여행과 만남을 통해 알아차리셨고, 전 결혼과 육아를 통해 알아차렸네요. ^^
안시내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에요. 처음엔 단순한 여행에세이인줄 알았죠.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어지러운 10대와 자아를 찾아가는 20대 여성의 성장 과정을 담은 에세이란 걸 알았어요.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잊고 있던 그 시절. 참 예쁘고, 참 어려웠던 20대의 제 모습이 떠올랐답니다.
엄마가 되어서일까요. 작가님이 동생뻘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자유로운 마음보다 엄마의 염려에 눈길이 더 머물렀어요. 모든 엄마들의 마음 아닐까 싶어요. 내 딸이 조금 더 편안하고,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이 모든건 부모로부터의 비교로 시작되기에 딸과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겠죠? 작가님의 자유로움을 응원하며, 저의 딸들의 자유로운 인생 또한 믿고 응원하는 제가 되기를 기도했어요. 그리고 저 또한, 조금 더 껍질을 벗어던지기를 소망했답니다.
저자는 참 용감해요. 저라면 두려워서 현실에 박혀있었을 텐데. 저자는 여행을 통해, 만남을 통해 삶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읽어갔어요. 더 많은 관찰과 더 많은 눈물이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들과 함께하며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들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이토록 솔직하고 대범하고 아릿한 에세이일줄은 몰랐어요. SNS에 종종 등장하는 인플루언서들의 감성에세이라고만 생각했지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을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유약함을 감추기 위해 몇 겹의 옷을 걸쳐입은 여성이 제 몸에 맞는 자연스러운 옷을 찾아가는 이야기. 라고 느껴졌어요. 여행, 사람,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작가님을 더욱 응원하게 되는 감성 에세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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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안시내] 잊은 것들은 잊힌 것이 아니라.
순창은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낸 장소이자, 그러므로 현재의 스스로에 반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다. 예나 지금이나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방문 빈도와는 별개로 고향을 사랑한다. 그곳에 생기는 새로운 장소들, 전에 없이 도는 활력들 같은 것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작은 고장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려주는 것 같아 고맙다.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선뜻 그러지 못하는 부채감 때문에 그 마음은 증폭된다. 금산여관과 옆에 딱 붙어 운영하고 있는 모먼트립도 그런 곳이다. 현재의 주인장님이 새롭게 가꾸어 힙한 게스트하우스가 된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에 시내작가님(이하 시내라 한다)의 피드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 나에게 있어서만은 새로운 곳들이다. 고3인 막둥이만 빼고 다같이 모먼트립에 가서 맥주 한잔씩 한적이 있는데, 그것이 인연이 돼서 모집은 마감했지만 시내의 북토크에 참여해도 괜찮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초 여름밤은 여름 무렵 순창의 이상한 날씨 한복판에 있었다. 어디 모여서 낮잠을 청하고 있다가 늦게 눈을 떴는지, 소슬한 바람이 마당을 쓸고 갔다. 풀벌레 소리 대신 멀리서 확성기의 쟁쟁거림을 타고 들리는 선거운동 노래들이 물방울 같은 한기를 물어왔다. 조용히 작은 체구로 말갛게 웃는 작가의 신작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박수를 쳤다.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를 했다. 쭈뼛거리는 마음을 안들키려고 나눠 먹은 아이스크림 봉지와 막대를 수거하러 돌아다니자, 다들 스스럼 없이 고맙다고 해주었다. 작은 것도 고마워해주는 따뜻한 사람들 속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게 웬 떡이야. 하면서 마룻 바닥 틈사이로 고난이도 비행 끝에 허벅지에 침을 박는 모기들과 싸우며.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듣기도 하고. 때 이른 수박을 먹고. 마피아 게임을 빌려 즉흥 연극 무대를 대청마루에 올리며. 우리는 밤을 보냈다. 완전한 타인이 우리가 되는 것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이었었나 갸웃거리다가, 이 축을 이루는 사람이 뒤쪽으로 물러나 옆에 앉은 연인과 손금에 맺힌 사랑을 꾹꾹꾹 나누는 장면을 보면서. 이것은 사랑 때문이고, 마음들 때문이구나. 생각했다. 골목 어두운 곳으로 잠깐 나가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마당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수필 읽기를 어려워한다. 눈물 많은 나는, <안나 카레리나>나 <백년의 고독>처럼 독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재독하는 책들도 펑펑 울면서 읽는다. 실재하지도 않았던 그들이 묵지근한 새벽의 무게를 불면증으로 앓는 것이, 라면을 먹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도, 슬프게 한다. 삶은 충분히 거대한 모순이고, 농담처럼 야속히 흐르고, 비극은 스스로 점층의 길을 걷는데, 혹시라도 수필을 펼치면 실재하는 누군가의 거대한 모순과 비극의 점층을 목격해야할까봐 두려움이 앞선다. 처음 시내를 만났을 때는 예쁘고, 성격 좋고, 말도 예쁘게 하는, 그래서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라고 오해했다. 처음으로 읽은 그녀의 책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를 덮고 나서는 어쩐지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글로 갈무리한, 숱하다 할만한 특별한 기억들만큼, 보통 사람인 나와 시내는 멀어졌다. 너무 다른 사람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마련이다. 여전히 좋아했지만, 어려워졌다. 그러모아도 일평생 중 이틀이 채 안되는 시간을 함께했을 뿐이었으므로, 바쁜 그녀도 나를 쉬이 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종종 너무 예쁜 스토리에는 답장하고, 좋은 글귀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또 종종 마음이든 몸이든 다치지 않기를, 하고 기도했다. 그녀가 온전함으로 인해 세계의 온전함이 조금이라도 유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계가 더 아름답게 온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속으로 멀어지고 어려워지면서도 종종 그녀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좋은 글이 모여 있을 신작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의 출간 소식을 듣고 신작을 바로 주문했다. 마음을 단단히 매고, 너의 이야기에 섣부르게 울고 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자신이 없어서 매일 밤 한 챕터씩만 너의 글을 읽겠다고 계획했다. 한심하게도 매번 약속을 어기며 두 세 챕터씩 더 읽었다. 너의 두꺼운 밤 한가운데에서 시리고, 따뜻하고, 충만하고, 헛헛해서, 웃다가 늘 목을 놓고 울었다. 나는 너를 잘 몰라서, 너의 이야기 너머가 보이지 않을 때는, 대신 내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보고, 매만졌다. 덕분에 나는 잊었던 것들을 돌아봤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들을. 북토크가 끝나고 질문이 있냐는 목소리에 손을 들뻔했다. 어쩜 이런 글을 빚었는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잣는지 물으려다가 답을 알아서 그만 뒀다. 나란히 앉아 신나게 떠들던 자매의 떠남을 아쉬워해주는 북토크 참석자들을 뒤로하고 금산여관을 빠져 나왔다. 떠나기 전에 용기 내서, 놀자 위에 서있는 시내를 안아보았다. 서울로 돌아가면 동네술친구 하자는 어른은 불행이고, 사랑이고, 시인이다. 술친구를 하려면 한참 뒤처진 거리를 반만이라도 줄여야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별들 사이를 밤하늘이 까맣게 채웠다. 자매는 11년의 차이를 두고 그들이 졸업한 초등학교를 지나 아름다리 나무가 지키는 군청을 지나 집으로 걸었다. 언니는 술도 못 먹으면서 잘논다. 웃겼어. 재미있었어. 그런데 조금 기가 빨려. 나는 이제 E가 아닌가봐 언니. 재미없었어? 아니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재미있었는데, 기는 빨렸어. 동생의 웃음이 짤랑짤랑 새벽 한시를 울린다. 아현아, 거짓말이야. 뭐가? 안읍내. 거짓말이야. 아 뭐야. 진짜. 근데 거짓말일 것 같았어. 거짓말. 진짜야, 나 마피아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둘 다 거짓말이잖아. 진짜야? 그렇다니까. 2층에서부터 아빠가 코고는 소리가 쩌렁쩌렁 들렸다. 자매는 깨까시 씻고 엄마 옆에서 손을 잡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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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여행과 사랑과 떠남의 굴레 속에서 길어올린 아리고, 슬프고, 애틋하고, 유쾌한 일상의 조각들 꼭꼭꼭 마음을 잡아주는 문장들, 진심이 담긴 글은 힘이 세다_푸른향기 펴냄 저자 안시내(@sinaeannn)_느린 삶을 사는 사람. 여행과 사람, 사랑에 관한 글을 씁니다.
담담하고 나긋한 에세이
여행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을 여행 에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여행이 일상이고 인생이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오랜 기간 여행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저자의 여행이야말로 일상이고 인생같았다. 주로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많이 담았는데, 일상에서 가끔 만나는 인연인 것 같으면서도, 인생에서 쉽게 만나지 않을 법한 인연이 많았다. 타자를 치고 있자니, 이게 바로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인생처럼
저자의 인생은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빈자리, 배다른 오빠들, 어머니를 미워했던 어린 시절...하지만, 지금의 저자는 시인이었던 어머니가 공부하라는 말 대신 일주일에 글감을 하나씩 주고 무엇이든 글로 만들어오라는 말 덕분에 작가 안시내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생을 듣고, 함께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를 담담하고 나긋히 풀어내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자니, 어두운 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에서의 낯선 존재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나도 여행을 좋아했고, 기회가 생기면 떠나곤 했지만 여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주 평범한 여행자의 날을 보냈다. 나의 첫 유럽 여행은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찾아가고, 숙소는 낯가림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도록 커튼이 달린 침대를 찾았으며, 맛집에 가서 맛있다는 메뉴를 꼭 먹는 그런 여행이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떠났던 중남미 여행에서는 여행자들과 함께 일정을 보내고, 낯선 존재를 찾아 여행하곤 했다. 지나고 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유명하다는 관광지나 100년 된 맛집이 아니라 여행에서 만난 동행들, 늦은 밤 맥주 한 캔과 함께 쭈뼛쭈뼛 영어로 나누었던 대화들이다. 오랜 기간 코로나19로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저자처럼, 나처럼 여행 속 낯선 존재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담은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