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집 식물상담소 신혜우 다산북스/2022.5.19. sanbaram
“식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경험이나 철학적인 관점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싶어 식물상담소를 열었다.(p.19)”고 저자는 말한다. 식물상담소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중심으로 4부와 부록으로 ‘우리들의 따뜻한 식물상담소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인간 중심적인 선입견 없이 과학의 눈으로 식물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마련한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1700년대 사람이고, 진화론에 기여한 찰스 다윈은 1800년대 사람이다. 이 두 사람으로 인하여 좀 더 객관적으로 식물을 바라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며 현대의 식물학이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웃집 식물상담소>의 저자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 식물의 꽃과 열매를 본 적 있나요?” “그 식물의 진짜 이름과 고향을 아세요?”(p.25)라고 항상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왜냐하면 두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식물을 제대로 기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자리에서 비로소 멋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하는 저자 신혜우는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로,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식물분류학과 생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를 융합한 국내외 전시, 실물상담소, 강연,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식물학자의 노트>를 쓰고 그렸다.
“벽오동 열매는 어린 열매일 때 조각배 모양이 아니다. 조각배가 세로로 말려 봉합되어 있고 그 안에 작은 씨앗들도 감추어져 있는 모양새다. 마치 곤충의 고치처럼 생겼다.(p.104)” 이 시기 열매를 억지로 쪼개보면 그 안에 묽은 간장 같은 액체로 가득 차 있다. 작은 씨앗은 양수 같은 액체 속에서 점점 자라난다. 열매가 커지면서 그 액체는 서서히 사라지고 한쪽 봉합선을 따라 쪼개지면 조각배 모양이 된다. 이처럼 저자는 어렸을 때나 식물학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어렸을 때 주목의 빨간 열매를 자주 먹었는데, 주목의 빨간 열매를 먹으면 약간 찐득하고 달달하다고 한다. 주목 열매에 독이 있다고 하지만 소량인데다, 주목 종류에서 얻는 항암물질을 떠올리며 단순히 독은 아닐 거라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감자와 고구마의 꽃과 열매처럼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식물의 숨겨진 모습을 알려준다. 그러면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백 퍼센트 성공한다고 경험을 말한다. 그리고 이번 상담자처럼 식물에 눈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식물의 숨은 비밀을 되도록 많이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한다. “어느 책에서인가 여섯 살 이전에 아이가 자연을 충분히 접하지 못하면 평생 자연과 가까워지기 힘들다는 글을 읽었다.(p.110)” 그 시기를 놓치면 자신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이어져 있다는 걸 깨닫기 힘들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화분에 심어 가꾸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열대식물이다. 따뜻한 아파트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것들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그들이 태어난 열대지방이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 맞는 자리에서 멋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이라고 한다.
“당산나무로 지역마다 다른 나무가 키워지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p.132)” 흔히 볼 수 있는 느티나무 외에도 은행나무, 팽나무, 감나무, 이팝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고 남쪽으로 가면 녹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같은 난대성 나무도 만날 수 있다. 식물연구자들이 식물 채집으로 지방에 가면 그 주변 초등학교의 식물을 살펴본다고 한다. 초등학교엔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 지방에 상징적인 식물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식물은 사람들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이 지역 환경에 적응한 것들이 자연에서 살아남았듯 인간들도 자연환경에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먹는 딸기 과육은 정확히 화탁이라는 조직인데 이것은 꽃잎, 암술, 수술 등 꽃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달라붙은 부과조직이다. 이 화탁이 육질성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우리가 먹는다.(p.143)” 빨간 과육에 붙은 초록색은 꽃받침이 남은 것인데 그 초록색 덮개를 뒤집어 안쪽에 과육과 접한 면을 살펴보면 여러 개의 수술이 빙 둘러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딸기에서 씨라고 부르는 것 하나하나가 열매인데 그것을 돋보기로 보면 작은 털 같은 게 하나씩 달려 있다. 이것은 암술이 남아 있는 것이다. 독자들도 이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딸기를 잘 관찰해 보길 권한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식물도 자세히 보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겨울눈은 늦여름부터 만들어진다. 겨울눈을 잘라보면 이미 내년에 피울 꽃과 잎을 작지만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다.(p.144)” 봄에 환상적으로 홀연 등장한 듯 보이지만 꽃은 아주 오랜 시간 준비한 노력의 결과다. 끊임없이 생장하고 준비하는 식물처럼 그에 맞춰 계획하고 움직이는 농부처럼 갑자기 등장하거나 이루어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고 싶다면 미리미리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한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보카도를 먹지 말라고 권한다. 그 이유는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데는 다른 작물보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해서 물 부족 문제를 부추긴다.(p.151)”는 것이다. 수출을 통해 큰돈이 되는 아보카도 때문에 잦은 이권 다툼이 발생하고, 지나친 농장 확대로 생태계 파괴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들이 널리 알려져 있으니 여전히 아보카도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보다는 아보카도 맛에 눈을 뜨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먹거리 하나도 지구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강조한다. “밥상 위에 올라가 있는 식물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재미있다.(p.220)” 된장찌개 안을 들여다보면 남미에서 온 감자, 아메리카에서 온 호박, 멕시코에서 온 고추, 중앙아시아에서 온 마늘, 중국에서 온 파 등이 들어 있다. 인도에서 온 오이, 유럽과 서남아시아에서 온 당근, 지중해와 시베리아에서 온 상추 등 다른 채소도 대부분 외국이 원산지어서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 일대라는 게 오히려 놀랍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온 복숭아, 발칸반도에서 온 사과, 서아시아에서 온 포도 등이다. 이처럼 요즘은 경제만 글로벌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도 글로벌 식탁이 되어있다.
“주변에 있는 식물도 외국에서 온 식물이 흔하다.(p.221)”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는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담장에 덩굴로 키우는 능소화, 장미, 공원에 심는 산수유, 배롱나무, 우리나라 문화에 오래 전부터 등장한 매화, 모란, 연꽃도 외래종이다. 잡초 중에 달맞이꽃, 토끼풀, 개망초, 방가지똥, 자운영 등은 이름이 친근하여 우리나라 식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들도 외래종이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유명해 없애야 하는 식물로 알려진 가시박,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자주개자리 등이 있다. 이 식물들은 물을 이용해 씨앗을 널릴 빠르게 퍼뜨리기도 해서 개천 주변에 뒤덮여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식물이 외국으로 가서 퇴치 곤란한 식물로 자리 잡은 것도 있다. 미국으로 간 우리의 칡이나 들깨 등이 그런 식물이다.
맥문동 꽃은 꽃받침과 꽃잎이 구별이 안 돼서 이걸 꽃잎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꽃받침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꽃잎이나 꽃받침이라고 안 부르고 그냥 화피라고 부른다고 한다. 맥문동 꽃을 “돋보기로 보시면 수술도 여섯 개예요. 중간에 하얀 건 암술이에요. 그래서 작은 꽃잎이 세 개, 큰 꽃잎이 세 개, 수술이 여섯 개, 3의 배수에요.(p.282)” 여러 종류의 외떡잎식물이 3의 배수가 특징이다. 그래서 꽃은 잘라 보지 않아도 안에 수술이 여섯 개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을 관찰하고 정리하는 것은 뛰어난 학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식물 공부가 좋았던 것이고, 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이 좋았던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을 권한다. 그것은 꼭 한 가지 일이 아니라 몇 가지라도 괜찮다고 저자는 경험을 통해 조언한다.
<이웃집 식물상담소>는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유익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어서 좋았고, 더구나 이 책에 예쁜 식물그림이 있어서 좋았는데, 그 식물의 이름을 식물이름을 표기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