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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그리 밝지는 않은, 청회색 하늘에바람이 계속해서 불고, 바닷새는 보금자리를 지키기위해 마구 울고 부리로 쪼고 사람들은 거친 파도를 거치며 출렁거리는 바다위에 외딴 섬을 향해서 가는... 이런 이미지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에 펼쳐졌다.
핀은 한달전 8살의 아이를 잃었다. 배우자와의 소원한 관계, 그리고 상실감으로 그는 경찰로서의 일을 잠시 쉬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봐주지 않은 상관. 그에게 서류를 던져주며, 3개월전에 일어난 사건과 며칠전 루이스섬에서 일어난 사건이 동일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모방범이나 각기 다른 범인이 있는지 파견시킨다. 그가 루이스섬 출신이라는 이유도 함꼐.
그는 가고싶지않았다. 하지만 섬에 도착하고서 낯익은 얼굴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 대한다. 어린 시절 게일어만 쓰다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게 되고, 첫사랑 마샬리를 만나고 친구 아슈타르와 놀고 장난질을 벌이고, 그리고 그의 아버지로부터 공부를 배워 섬을 떠난 그 과거. 그리고 12명만의 인원으로 바닷새의 새끼를 잡으러 가는 원정대에 들어갔다가 크게 다치게된 그 사건. 배를 갈라 내장을 밖으로 쏟게하고 머리를 멘 범죄사건의 수사는 어째 과거의 분열을 매꾸는 작업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하나씩 기억을 떠올리고 과거를 마주대하며 그는 아픈 사실들을 기억해낸다.
배리상 수상작이다. 대거상 수상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글을 유려하며 묘사는 바다 비린내를 맡는듯 생생하다. 이작품은 배경, 공간이 하나의 캐릭터를 맡는다. 이 배경이 아니고서야 이야기는 어디서도 이뤄질 수 없는것만 같다. 멋진 작품이었다. 맨마지막에 나쁜놈의 죽음이 쬐금 슬퍼서 쿠사리를 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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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덫에 갇힌 사람은 기억 속 장소로 가길 꺼린다. 과거의 기억과 고통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일부러 마음속에 봉인해두었던 진실의 문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전혀 잊히지 않는다. 언젠가는 문이 열릴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열리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스코틀랜드의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 최북단에 위치한 루이스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그것을 풀어가는 한 형사의 이야기다. 본토와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곳에서는 고립의 냄새가 풍긴다. 그들만의 종교와 인식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섬에 안주하고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외부의 도시로 나가 다시는 섬에 발붙이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과거의 기억 속 섬을 그대로 과거로 남겨두고 싶지만 핀 매클라우드에게는 다시 현실이 되었다.
다섯 살 난 아들을 사고로 잃은 핀은 4주간의 휴가 끝에 경찰서로 불려갔다. 루이스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그가 수사하고 있던 살인 사건의 유사성에 거절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핑계가 필요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아내와의 불화에서 조금쯤은 거리를 둘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현재 상황과 과거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나타나는데 핀 매클라우드가 화자로 나서 과거를 떠올린다. 루이스섬은 친구 아슈타르와 줄곧 핀을 사랑해왔던 마샬리를 빼놓고 상상할 수 없다. 섬에서는 바닷새 구가를 먹는 전통이 있었다. 섬의 남자들은 안 스커에 가서 2주 동안 머물며 구가를 잡았다. 2주 동안 섬에서 벌어지는 일은 섬에서만 머물 뿐 바깥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됐다. 핀의 과거로 들어가며 핀과 마샬리, 핀과 아슈타르, 아슈타르와 마샬리의 관계는 이 소설의 중요한 쟁점이다. 섬에 다녀와야만 성인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18년 전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문화의 차이는 논란거리가 되곤 한다. 외국의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우리나라의 개 식용 습관에 대하여 비난했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의 습관 때문에 자연스럽게 식용해왔던 것 같다. 일명 보신탕집으로 불렸던 식당들이 꽤 많았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설에서도 구가를 먹는 이유로 동물보호단체의 반대 시위가 있었고 시위자의 폭행 사건도 발생했었다. 전통적으로 이어오던 쫄깃한 구가의 맛을 포기할 수 없었겠지만, 과거부터 이어오던 전통과 바닷새 보호 중 어떤 게 중요한 것인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섬의 특수성 때문에 이 소설이 아름다웠는지도 모르겠다. 스릴러 소설 임에도 아름다웠던 이유는 루이스섬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가를 잡으러 배를 타고 떠나는 남자들, 2주간의 적당한 크기의 구가를 잡는 일,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섬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남자들을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프로테스탄트 적인 종교의 신념과 과거의 유산에 젖어 아내와 딸, 아들에게 고압적인 전근대적인 산물 또한 섬의 고유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이 필요한 법이다. 과거의 유산에 갇혀 지내서는 안된다. 그토록 잊고자 해도 다시 그 장소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잊을 수 있는 것처럼, 과거의 천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주해야 한다.
『블랙하우스』로 시작해 『루이스맨』, 『체스맨』으로 이어지는 루이스섬 3부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루이스섬의 풍경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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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형사다.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이다. 18년 만에 돌아간다. 자신이 자랐던 섬이다. 그 시간 동안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사고로 부모를 잃은 그는 이모에게서 길러졌다. 고아라고 놀림을 받는 것도 다반사였지만 친구인 아슈타르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천식으로 늘 흡입기를 가지고 다니던 그는 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한 건의 사건. 그리고 비슷한 수법의 또 다른 사건. 비슷한 수법으로 저질러진 사건이 발생한다면 형사들은 혹시 그게 동일범에 의해서 일어난 것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한다. 모방범이라 해도 문제도 진범이라 해도 문제다. 공조는 필수다. 섬으로 돌아간 핀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핀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다른 이웃마을을 견제하며 그들의 타이어를 훔쳐 오는 장면에서는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어린 그들이었다. 그렇게 큰 타이어를 굴려서 가지고 오면 된다는 생각만 했지 내리막길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 지까지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이 틀림없다. 기를 쓰면서 못 굴러가게 아니 천천히 굴러가게 막는 아이들과 뒤에서 그것을 잡는 아이들. 조마조마함이 넘쳐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누구 하나라도 거기 깔렸다가는 허리가 나가던가 죽을 수도 있다.
회상 장면이 의외의 즐거움을 주었다면 시체를 묘사하는 장면들은 이런 맛에 장르 소설을 읽는 것이지 하는 느낌을 가져다 주며 멀리 떨어진 섬으로 새를 잡으러 떠난 사람들을 따라 폭풍우를 헤치고 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모험 영화를 보는 듯한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거기에 날씨를 묘사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또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문학적인 면을 첨가했다. 이토록 다양한 즐거움의 향연이라니.
후반부 들어가면서 범인이라던가 사건의 윤곽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떻게 구성이 된 것인지 말이다. 이 사건은 분명 오래 전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이 포함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곳을 떠났던 주인공이 사건을 찾아 돌아간다는 설정이나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고 수십 년 후에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이 연관성이 있다던가 하는 식의 설정은 익숙하다. 그 익숙한 패턴이 주는 느낌이 낯설지 않아서 좋다.
스코틀랜드 작가가 스코틀랜드 루이스 섬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다. 게일어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어식으로 읽는 방법이 다른 그런 언어다. M으로 시작하는 성이 많은 그런 동네다. 어느 정도는 폐쇄적인 그런 곳이다. 그런 낯섦이 주는 매력이 앞서 말한 낯익음과 잘 어우러져서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 그 조화로움이 주는 스릴이 아주 맛깔나다. 표지에 적힌 호러 스릴러에 겁먹지 말라. 이 이야기는 정통 스릴러에 더 가까우니 말이다. 스코틀랜드 스릴러 소설의 정점이다. 인정한다. 할 수 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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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에 떠도는 디젤유, 바닷물, 해초 냄새가 가득한 어둡고 더러운 보트 창고에서 한 남자가 창고 서까래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된다. 고개는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있었고, 복부는 갈라진 채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이었다. 몇 달 전 에든버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동일한 수법이라는 이유로 핀 매클라우드 형사가 루이스 섬으로 파견된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핀은 18년 전 도망치듯 섬을 떠난 이유로 한 번도 돌아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해당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고, 피살자는 그가 아는 사람이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 그는 얼마 전에 다섯 살짜리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잃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결혼 생활은 거의 끝장난 상태였다.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최악의 상황에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루이스 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연쇄살인의 시작인 걸까, 우발적인 모방범죄인걸까. 이야기는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핀의 시점과 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소년 핀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현재의 살인사건과 은폐된 과거의 비극이 한 지점에 이르게 되면, 숨겨졌던 충격적인 비밀이 폭발하듯 드러난다.
제목인 '블랙하우스'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적인 가옥 형태로 자연석으로 벽을 세우고 짚으로 지붕을 이은 것이다. 굴뚝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바닥을 난방하면서 나오는 연기는 짚으로 된 지붕 사이사이 구멍으로 천천히 빠져나가야 했고,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는 집 안에는 항상 그을음이 가득했다. 연기마저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는 집, 무엇이든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는 가옥 형태가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표지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새 이미지는 루이스 섬에서만 벌어지는 전통이기도 한 구가 사냥의 바로 그 바닷새모습이다. '구가 사냥'은 실제로 15세기부터 섬에서 해마다 행해지는 활동이라고 하는데, 작품에서도 그려졌듯이 현재는 환경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성인식으로 여겨지는 바닷새 사냥, 섬에서 일어난 일을 밖에서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규칙, 스코틀랜드 최북단에 위치한 고립된 섬이라는 배경 덕분에 어둡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스릴러 작품이다.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섬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섬에 대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긴장감을 잃지 않고 서스펜스를 만들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휘몰아치는 바람,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깎아지른 절벽과 매서운 파도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섬사람들의 가혹한 삶'을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폭풍우 몰아치는 스코틀랜드의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 서늘한 스코틀랜드 스릴러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이 작품은 '루이스 섬'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후 <루이스맨>, <체스맨>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두 번째 작품인 <루이스 맨>에서는 루이스 섬의 늪지에서 발견된 미라화化된 시신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숨 막히는 스릴러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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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하우스 】 _피터 메이 / 비채
소설의 무대는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외딴 루이스섬이다. 세 개의 그림이 서로 겹쳐진다. 연쇄살인사건을 연상하게 되는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 소설의 주인공 핀레이 매클라우드(이하 핀)의 근 이십년만의 귀향, 새의 섬 안스커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구가사냥.
핀, 그의 현직은 경찰관이다. 살인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니 강력계 형사이기도 하다. 그의 현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함 그 자체이다. 약 한 달 전 뺑소니사고로 어린아이를 잃었다. 그 마음의 충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휴직상태이다. 악몽에 시달리는 나날 외에 아내 모나와의 사이도 많이 힘들다. 더 이상 쉬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가 담당했고 미결로 남아있던 살인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발생했다. 장소는 그의 고향이고, 희생자는 핀도 아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상부 지시에 의해 그의 고향을 향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소설은 현재의 시점과 핀의 어릴 적 회상을 오간다. 그가 이십년 가까이 고향을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안 좋은 기억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핀의 부모는 핀이 여덟 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핀의 부모는 각기 30대였다. 그래서 성장하는 과정 중 ‘고아’라는 호칭을 수도 없이 들었다. 고아가 된 핀을 돌봐주었던 유일한 인척이었던 이모마저 돌아가셨다.
핀이 담당한 살인사건의 수사와 무관한 듯하지만(결국에는 관련이 있는) 구가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채워진다. 당장이라도 배를 내동댕이칠 듯 거센 파도를 헤치며 루이스 섬에서도 근 10시간을 가야하는 안 스커. 그 섬은 무인도이다. 수만 마리의 새들로 뒤덮인 그 섬엔 풀 한포기 구경하기 힘든 바위와 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다. “아니, 이건 전통이 아니다. 물론 전통의 일부일수는 있겠지. 내가 이걸 하는 진정한 이유를 말해주마, 얘야. 그건 온 세계를 통틀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직 우리만 한다는 뜻이지.” 핀이 고향을 떠나기 직전(대학 입학을 위해)마지못해 끌려간 새 사냥 때 팀의 리더인 긱스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목숨을 걸고 행해야 하는 그 작업(새 사냥)을 위해 그들(사냥꾼들) 사이에는 말이 필요 없는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극소수에게만 자격이 부여되는 오백년도 넘게 이어온 배타적인 클럽이기도 하다. 회원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그 새들의 섬에 가서 용기와 강건함, 그리고 악천후를 참고 견디는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청소년과 성인사이에 걸쳐있는 세대들에겐 일종의 성인식과 같은 의례행사이기도 했다. 작가가 그 상황을 얼마나 세밀하게 그렸는지 실제로 그 작업에도 참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핀의 성장과정을 보면, 경찰관이 되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특히 핀의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했던 마샬리와의 관계를 보면, 핀은 ‘나쁜 남자’그 자체이다. 다분히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핀은 마샬리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관이 되었나? 제복을 입고서라도 자신의 이중적인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그랬을까? 그런 마음이 든다. 고향 방문길에 옛 연인 마샬리와 어색하고 불편한 재회를 한다. 마샬리는 핀의 절친 아슈타르의 아내가 되어있었다(세 사람은 어렸을 때, 삼각구도가 형성되기도 했었다). 우연히 마을 술집에서 마주친(몰라보게 변한, 거의 알콜중독자 분위기의)아슈타르와 함께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옛 연인 마샬리와 아슈타르와 사이에 난 피온라크라 부르는 그들 아들의 인사를 받는다. 그리고 핀과 아슈타르만 있을 때, 혀 꼬부라진 아슈타르의 입에서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피온라크 말이야. 녀석은 네 놈 자식이지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핀은 충격에 빠진다. 심히 혼란스럽다.
스릴러는 역시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가야한다. 결국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마무리된다. 거칠었던 폭풍도 잠시나마 잠잠해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블랙하우스 #피터메이 #비채 #쎄인트의책이야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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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의 제목과 함께 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 편이다. 블랙하우스라는 제목과 표지에 담겨 있는 새의 얼굴을 보며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배경은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루이스 섬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루이스 섬은 영어 외에 게일어를 사용하고, 종교적 색채가 정말 짙었다. 그리고 블랙하우스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주택이라고 한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매클라우드 핀레이(핀) 형사는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는다. 아직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에도 그를 호출하는 상관. 그가 맡고 있던 에든버러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연쇄살인이 아닐까가 의심되었다. 거기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은 그의 고향인 루이스 섬이다. 그렇게 그는 18년 전 떠났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사건의 피해자는 에인절 맥리치다. 이름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 지 안다. 학창 시절 큰 덩치로 유명했고, 핀 또한 그에게 맞은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그의 시신은 안식일을 앞둔 밤에 낡은 보트 창고에 숨어든 10대 들에 의해 발견된다. 한눈에 보기에도 끔찍한 장면이었다. 사건 현장인 고향으로 돌아온 핀을 조지 건 형사가 맞는다. 그가 과거 두 건으로 고소를 당했는데, 한 건은 폭행 사건이었고 다른 한 건은 강간 사건이었다. 예전부터 루이스 섬에는 구가라고 불리는 가넷새의 새끼를 사냥해 요리를 해 먹었다. 하지만 개체가 줄어드는 관계로 매년 2천 마리의 새만 사냥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요리사인 에인절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는 그 구가를 보호하고자 하는 환경단체 소속 사람이었다. 에인절을 강간으로 고소한 사람은 16세의 여학생이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핀의 동창이자 에인절 형제와 같은 힘을 지닌 도널드 머리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핀은 두 사건의 피해자를 비롯하여 과거 에인절과 원한관계에 있던 사람들을 조사하게 되면서 오랜 친구이자 삼각관계였던 야슈타르 매킨스와 마샬리 모리슨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16세의 아들의 이름이 자신과 같은 피온라크라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책의 내용이 전개되지만, 그와 함께 핀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피온라크가 누구의 아들인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눈에 띄는 것은 에인절의 시신을 검시하는 내용이 상당히 세밀히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치 눈앞에 시신을 목도하고 있는 듯한 묘사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블랙하우스라는 이름이 주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섬 안에서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분위기가 맞아떨어져서 을씨년한 기분마저 든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18년 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핀은 고향을 떠난 것일까? 책 표지의 구가의 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진실을 향해 한발씩 다가가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다. 루이스 섬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라고 하니 다음 편에서는 섬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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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몰아치는 낯선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만들어내는 거리감과 바다가 잔잔해지기 전까지는 그곳에 계속해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고립이라는 공포가 더 크게 작용해서 긴장감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는 인간으로서 통제할수 없는 부분이라 더 두렵고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운데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섬 생활은 언어와 문화면에서 비롯되어지는 가시감이 사건 자체보다 더 강하게 옥죄어 오기 때문에 잔혹한 살인사건과 섬이 만나 이 사건은 더 공포와 두려운 진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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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렇고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그렇고 소개 글에 쓰인 스코틀랜드 호러 스릴러의 정점이라는 말에서 엄청 무섭고 섬뜩할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책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울하고 뭔가 곧 사건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시켜 끝내는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심리 스릴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듯하다. 일단 살인사건은 벌어진다. 그것도 처참할 정도로 잔혹하게... 배를 칼로 갈라놓은 시신의 상태가 마치 웃는 듯하다고 표현하는 글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스코틀랜드의 루이스 섬에서 누군가에 의해 난자된 듯한 시신이 발견되고 얼마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의 유사성 때문에 그때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핀이 루이스 섬으로 급파된다. 사실 핀에게 이곳은 낯설지 않은 곳이다. 그가 18년 전에 떠나온 곳이자 다시는 발을 디디고 싶지 않은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그의 상태는 최악이다. 얼마 전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그에게 고향으로의 귀환은 오랜 악몽과도 같았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현지 경찰들 역시 그를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연쇄살인의 가능성 때문에라도 사건을 맡지 않을 수 없었고 부검을 지켜보면서 그는 누군가의 모방 살인임을 깨닫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분명 잔혹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걸로 했지만 들여다보면 사건 수사는 뒷전이고 핀이 왜 고향을 떠나야만 했는지 이곳에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조상부터 대대로 나고 자라 이곳을 떠나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데 핀은 왜 고향을 떠난 걸로 부족해 십수 년이 지나는 동안 발길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에 대해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지만 분명 어느 시점에 무슨 일이 생긴 건 맞는데 그게 무슨 일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힌트도 주지 않는다. 단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부모 모두를 잃고 누구의 보호도 없이 자란 핀에게 이곳의 환경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는 뚜렷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여자친구를 사귀는가 하면 친구의 아버지가 그의 대학 입시를 도와주는 등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좁은 지역에서 별다른 놀 거리가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답게 일찍부터 성이 깨어있고 음주 문제와 폭력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부모가 없는 핀은 좋은 먹잇감 중 하나였고 어쩌면 그런 환경이 그가 섬에서의 탈출을 꿈꾸도록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은 피해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누군가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살의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악의와 원한을 품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왜 모방 살인을 저지른 걸까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읽어내려가다 보면 사건 수사보다 핀의 과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마을에서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온 새끼 새를 때려잡는 야만적인 사냥의 시기에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살인 사건 이후로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지만 섬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고립감 그리고 거친 자연에서 오는 황량함 그 속에서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없이 술과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무력감과 더불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않을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서서히 좁혀오는 듯한 숨 막힘과 숨겨왔던 비밀이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 긴장감도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진실이 드러난 순간 읽는 내내 미묘했던 그 분위기가 그제서야 이해되고 사이사이의 빈틈이 마침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만으로 읽는 내내 긴장하게 했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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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한 사내가 잔혹하게 살해된다. 에든버러에서 일어난 미제 사건과 MO가 유사한, 2000년대 들어 섬에서 처음 발생한 이 살인은 결국 이 지역 출신 경찰 핀 매클라우드를 18년 만에 귀향길에 오르게 한다. 그의 고향은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루이스 섬이다.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에 위치한 루이스 섬은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이천 마리의 구가 새 사냥과 수작업으로 직조한 '해리스 트위드'로 유명한, 게일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 섬은 소문으로라도 이웃 소식을 전해듣는 작은 동네다. 모처럼 만에 고향에 돌아온 현재의 핀과 어린 시절부터 여기서 살아온 과거의 핀이 교차 서술되지만, 비중은 과거가 훨씬 높다. <올드보이>식으로 말하자면, '핀은 왜 18년 동안 고향을 등졌는가?'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추억을 말하고, 회상에 젖는다. 그러나 추억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보통 괴롭고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은 추억의 이름에서 삭제하고, 그중 그나마 보랏빛으로 영롱한 것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추억으로 편입되지 않는 봉인된 기억이 얼마나 많은가. <블랙하우스>는 그 아픈 기억에 평생 사로잡힌 인간들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핀의 어린 시절, 그에게도 죽마고우가 있었고, 십자군이 있었으며 그를 평생 사랑한 여자가 있었고, 으레 그렇듯 악행을 일삼던 동네 골목대장이 있었고 이들의 밥이 되는 왕따 희생양도 있었다. 용모는 뭇 여성의 흠모의 대상인지 모르나, 핀 역시 한 여자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걸로 따지면 멍멍이 사촌 수준이다. 그가 마주쳐야 할 진실은 거친 파도와 세찬 비바람, 상륙을 불허하는 암초를 통과해야 하는 목숨을 건 항해 끝에 '안 스커'에 도착해야만 알 수 있다.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루이스 섬은 수백 년간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 교회 종파가 득세한 지역이다. 세속을 멀리하는 금욕적인 기운은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들고, 그런 억압과 답답한 분위기는 급기야 괴물을 만들어낸다. 많은 추미스를 읽었지만, 이 소설처럼 검시를 전문적으로 묘사하는 수준은 접하지 못했다. <블랙하우스>는 2021년 CWA 대거상을 수상한 피터 메이의 대표작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그의 소설이다. 추미스도 편식을 해선 안 된다. 영미는 물론 일본, 북유럽까지... 다소 물린다 싶을 때 만나는, 남자끼리 포옹을 꺼려하는 거친 섬사람들의 서사 '스코틀랜드 스릴러'는 반가운 별미였다. <블랙하우스>는 '루이스 섬' 3부작의 출발이다. 아마도 핀 매클라우드가 주인공일 텐데, 3부작의 다른 두 편 <루이스맨>과 <체스맨>도 읽을 수 있는 행운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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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아들을 사고로 잃고 절망감에 빠져있던 에든버러 경찰서 형사 핀 매클라우드는 상부의 지시로 18년 전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 루이스 섬에 파견됩니다. 한 달 전 에든버러에서 벌어진 것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벌어진데다 피살자가 핀의 지인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붕괴된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던 고향에 돌아온 핀은 어떻게든 과거와 마주치는 걸 회피하려 하지만 피살자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망령과도 같은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게 됩니다. 지독한 상처만 남긴 첫사랑, 애증으로 뒤얽힌 절친, 따돌림과 폭력으로 얼룩진 유년기, 그리고 떠올리는 것조차 혐오스런 절해고도에서의 2주간의 잔혹한 전통 집단사냥 등 핀에게 있어 루이스 섬은 모든 게 악몽일 뿐입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무대로 한 스릴러는 더 북쪽에 있는 북유럽 배경 스릴러와는 또 다른 서늘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독립과 분리를 위한 오랜 투쟁의 역사가 스릴러의 밑바탕에 깔려 있을 땐 특유의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그 서늘함을 더욱 강조하곤 합니다. 또 이 작품의 주 무대인 루이스 섬처럼 거칠기 짝이 없는 자연환경과 그에 맞서온 사람들의 지난한 삶이 이야기의 중심축일 경우에는 (작가 본인의 설명대로) “휘몰아치는 바람,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깎아지른 절벽과 매서운 파도,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섬사람들의 가혹한 삶”이 서늘함 이상의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맨 뒤에 실린 ‘영국 및 루이스 섬 지도’를 보면 주인공 핀의 고향이 얼마나 척박하고 거친 환경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시사철 폭풍우가 몰아치고, 본토와의 거리 탓에 생활양식마저 유폐된 루이스 섬은 지리적 기후적 심리적 고립감을 자아내며 폐쇄된 공간 특유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출판사 소개글대로 사실상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루이스 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섬 자체가 사람들의 삶을 꼭두각시처럼 좌지우지한다고 할까요 그래선지 ‘블랙하우스’의 중심서사는 ‘범인 찾기’가 아니라 과거의 참혹한 유령들과 18년 만에 정면으로 마주선 핀의 고통과 회한으로 보입니다. 분량으로 봐도 핀이 태어나 섬을 떠나기까지의 시간들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더 많아 보이는데, 독자에 따라 그 대목들이 다소 지루하고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핀이 맞닥뜨려야 할 극적인 엔딩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설정이므로 작가가 집요하리만치 세세하게 그려낸 디테일들을 놓치지 말고 차분하게 읽어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루이스 섬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전통이 있습니다. 육지에서 80km나 떨어진 절해고도 ‘안 스커’에서 12명의 사냥꾼이 2주에 걸쳐 가넷새의 새끼를 사냥하는 것입니다. 수천 마리의 새끼 새를 잡아 목을 자르고 내장을 꺼내고 염장을 하여 육지로 돌아오는 이 참혹한 전통은 루이스 섬에서는 일종의 성인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단 한 번 이 사냥에 반강제로 끌려갔던 핀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그의 삶을 불안하게 뒤흔드는 악몽입니다. 아들을 잃은 상태에서 영원히 잊고 싶었던 고향에 돌아와 과거의 인물들과 만나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핀의 캐릭터를 더욱 심연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 ‘새끼 새 사냥’은 왜 표지에 “스코틀랜드 호러 스릴러”라는 문구가 인쇄됐는지를 120% 공감하게 만드는 설정입니다.
핀의 고통스러운 과거에 주력하던 이야기는 막판에 이르러 약간은 막장에 가까운 코드들이 터지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는 쪽으로 급선회합니다. 동시에 살인사건을 놓고 제각각의 태도를 보여 온 섬사람들의 수상쩍은 행태의 이면도 속속들이 파헤쳐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핀이 마주한 건 미친 듯이 날뛰는 바다와 그 너머에서 자행될 예정인 또 하나의 살육극입니다. 차라리 죽음이 더 편할 것만 같은 최악의 상황이 핀을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핀의 과거 장면이 다소 장황하게 이어질 때는 기대했던 스릴러 서사와 많이 달라 보여서 이른 실망감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대목을 견디고 마지막 장에 이른다면 이 작품의 깊이와 무게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루이스 섬 3부작’의 첫 편인 이 작품의 후속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거친 자연, 폐쇄적인 공간, 잔인한 관습, 그리고 거기에 순응하거나 저항해온 사람들의 일그러진 삶이 한데 빚어낸 독특한 스릴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찾아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