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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호러영화는 몇 해 전 예스24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리뷰 작성을 전제로 응모한 것이 아니기에 책을 읽은 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렇게 리뷰를 써보게 되네요.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책은 굉장히 만족스런 선물이 되었답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하얀색 표지로 된 이 책은 김종철, 이용철, 김봉석, 듀나 등이 작성한, 그동안의 영화사 속 공포영화 걸작들에 대한 글이 모아져 있습니다. 이분들의 이름은, 월간 키노, 씨네21, 필름2,0 등의 책에서 어쩌면 한 번 이상씩은 봐왔을 이름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들의 글을 엮어낸 측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호러영화라니... 조합이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죠.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노스페라투, 오페라의 유령, 어셔가의 몰락 등의 고전 공포영화에서부터 신체강탈자의 침입, 에일리언, 오멘, 캐리, 써스패리아, 이블데드, 죠스, 새, 폴더가이스트, 헬레이저, 나이트 메어, 사탄의 인형 등 수많은 공포영화를 이 책에선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팬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본 공포 영화 역시도 설명되고 있으며 우게츠 이야기, 괴담, 오니바바, 철남, 큐어, 회로, 절규, 링, 주온, 오디션 등에 관한 글이 수록되어 있답니다. 홍콩영화 역시도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등이 설명되어 있으며 그 시절 장국영과 왕조현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천녀유혼이 공포영화의 하나로 설명되는 부분은 이채롭기까지 합니다. 사실 일본영화 괴담 역시도 무섭고 잔인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기담에 가까운 영화였으니 천녀유혼 역시도 넓게 보면 이쪽 장르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미스트와 렛 미 인을 끝으로 이 책 속 내용은 끝이 납니다. 호러영화로 이름나 있는, 넓게 보면 호러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개별 작품에 관한 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 중간중간에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소설가,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 공포영화를 즐기는 배우와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설가, 김종일, 영화감독 임필성, 영화감독 신정원, 소설가 이종호, 배우 심은경과의 인터뷰가 바로 그것이죠. 임필성 감독은 헨젤과 그레텔, 남극일기를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남극일기란 영화에서 괴물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호러걸작 더 씽을 떠올렸었는데 이 책 속 임필성 감독의 인터뷰와 괴물(더 씽) 관련 글을 번갈아 읽어보는 재미가 있달까요.
임필성 감독은 몇몇 영화에 배우로 깜짝 출연을 하기도 했었으니 한국영화 괴물에 주인공을 밀고하는 캐릭터를 맡기도 했고 아티스트 봉만대란 영화에선 고어영화에 집착하는 영화감독 역을 맡기도 했었답니다. 이 책 속에 나타나 있는 임필성 감독의 호러영화 사랑을 알고 아티스트 봉만대를 보면, 화끈한 에로영화를 만들기 원하는 제작자들 사이에서 나름의 공포영화를 만들려고 애를 쓰다가 제작진과 트러블을 일으켜 봉만대 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겨주고 말았던 영화 속 감독(임필성)의 마음이 한층 이해가 가게 되더라구요. 시실리 2Km와 차우 등의 영화로 관객과 만났던 신정원 감독 역시도 이 책 속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호러영화 사랑을 내비칩니다.
흥미로운 것은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심은경의 인터뷰입니다. 스웨덴판 렛 미 인, 기담, 샤이닝, 고백을 가장 인상적인 호러영화로 꼽은 그녀는 이후 좀비영화 부산행에 출연하게 되었죠. 써니와 수상한 그녀 같은 작품이 가장 먼저 관객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영화는 단연 불신지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어요. 참고로 임필성 감독의 헨젤과 그레텔,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이 그녀의 필모그래피 초기 작품이었답니다. 공포영화로 영화배우로의 원 스텝, 투 스텝을 밟았던 것이죠. 최고의 호러감독으로 스탠리 큐브릭을 꼽고 욕심나는 호러 캐릭터로 만화 몬스터 속 요한을 꼽는 심은경씨... 그런 그녀의 호러영화 사랑이 부산행이란 작품에 참여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책 중간 중간에 초기의 공포영화들 / 해머 VS 아미커스 / 좀비 / 공포 소설과 영화와 같은 칼럼이 수록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제시카 랭이 출연했던 킹콩과 나스타샤 킨스키가 출연했던 캣피플을 기억하고 있는 저에게 그 이전에 있었던 원조 킹콩, 원조 캣피플에 대한 정보를 줬던 것도 바로 이 책입니다.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헬레이저, 드라큘라, 사탄의 인형, 매드니스 등의 비디오테이프가 진열장 한 곳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던 비디오대여점이 사라지면서 호러영화의 전성기가 사라졌다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 고전 공포영화에서 현대 공포영화까지 일목요원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마치 그때 그 시절 비디오대여점 공포영화 코너를 돌아보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공포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 영화들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한 이의 이름은 책 뒷부분에 별도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해당 챕터마다 이용철, 김봉석, 듀나 같은, 글쓴 이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듀나가 쓴 공포영화 글을 읽으며 과거 듀나가 평론했던 다른 영화를 떠올려볼 수도 있고 듀나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라고 짐작해보는 재미도 있거든요. 이를테면 이문열과 황석영, 최인훈, 최인호, 이어령 등이 해방 이후 한국 소설에 대한 글을 엮어 이런 식의 책을 만들었다면 독자로서는 이문열이기에 이런 작품을 택했고 이런 평가를 했을 것이다, 이문열이 아닌 황석영이기에 이런 작품을 택했고 이런 평가를 했다라고 생각하며 글을 읽는 재미를 높여가는 부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해당 영화를 설명하고 있는 글쓴 이의 이름이 별도의 페이지에 작게 표시되어 있는 것은, 글쓴 이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서 글을 해석하는 재미를 줄여버린 셈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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