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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원 교수의 공정 이후의 세계는 2022년에 출간된 책으로 한국의 현 신자유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예리하게 분석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애리조나 주립대의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라서 공정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했다. 알고보니 교수는 '소셜 코리아'라는 단체를 운영하는 적극적인 사회활동가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감상은, 한국의 세태를 정확히 꿰뚫고 분석하는 내용 덕분에 속이 시원했다는 것, 그리고 교수님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지 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간절하고 확신있는 톤이었다.
단순히 현 상황을 비판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구조적인, 장기적인 시스템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공정에 대한 담론이 납작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수 있고, 함께 상생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참 와닿았다. 동의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지금 각자도생의 교리의 나라다. (각자도생의 ‘논리’가 아니라 ‘교리’다!) 계급장 떼고 붙어서 각자 노력해 본인이 얼마나 뛰어나고 치열하게 살았는지 대적해보자. 라는 분위기. 그리고 여기서 이기는 사람은 응당, 정당하게 그 댓가를 획득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공정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높게 쳐준다.
지금 한국에서 공정이란 바로 이런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치열하게 취업준비해서, 정규직으로 입사해, 종잣돈 모아 재테크 열심히 한 끝에, 부차적 수입까지 만들어 그렇게 중상위층에 진입했으니 나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이것이야말로 공정한 사회라는 논리다.
하지만 김정희원 교수가 지적하는 부분은, 언뜻 보면 논리적으로 보이는 이 삶이 사실은 기업 식민화corporate colonization 현상이 삶에 자연스럽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기업 식민화라는 단어는 처음 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최근 한국에서 떠오른 단어인 ‘갓생’을 학문적으로 명료하게 정의해주는 단어라고 생각되었다.
기업 식민화corporate colonization는 다시 말해 일종의 기업 논리가 삶 전체에 침투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열심히 살면 보상받는다, 내가 노력한만큼 나에게 돌아온다. 라는 믿음인 것이다.
문제는 슬프게도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 자체도 부모의 경제수준에 따라 급격히 차이가 나는 나라. 사회복지제도와 노동자 권리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한국에서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는 계속해서 도태되고, 약육강식의 극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혼자’ 살아남는 구조를 공고히 할 수 밖에 없다. (쓰다보니까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이 생각난다.)
겉으로는 공정해보이지만 그 속은 차별과 도태와 불평등이 난무하는 시스템인데, 이건 정부 입장에서 굉장히 날로 먹는 세뇌구조라고 느껴졌다. 갓생을 추켜세워주고 개천의 용을 칭찬해주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지 않은 본인에 대해 자책만 할 뿐, 사회복지 제도와 재분배 시스템을 상상하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을 겪어보지 않아서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주의가 공산주의 좌파 담론으로 무기화되는 나라에서 낙인 찍히는 것이 무서워 차마 요구할 용기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쓰다보니 더 슬퍼진다)
김정희원 교수가 강조하는 대책들은 유럽의 사회주의적 복지와 재분배 시스템을 많이 닮았다고 느껴졌다. 어느 한 명을 제치고 내가 올라선다고 장기적인 행복이 유지될 수 없으며, 급진적 자기돌봄 (공동체와 연대, 상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 윤리를 토대로 저울을 재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매우 와닿았다. 특히 본인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고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는 말이 굉장히 따뜻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현 정부와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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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
작년에 읽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과 함께 공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란들에 혼란스러웠던 차에 읽은 또 다른 공정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특히 MZ세대의 공정 열풍에 주목하고 그들은 왜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지에 대한 현상 분석과 공정의 이면에 숨겨진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대목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도 공정은 논쟁적인 이슈였고 지금의 저조한 정권 지지율도 공정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여성할당제, 이대남 논란 등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펼쳐보이기도 하고 공정이 어떻게 능력주의와 만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지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도 잘못 알고 있었거나 놓치고 있었던 공정의 문제를 꺠닫게 된 시간이었고 특히 공정하지 않다는 외침은 많은 경우 자신이 느끼는 부당함, 억울함, 박탈감 등의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라는 대목에서 무릎을 치기도 했다.
책의 구성은 전반부 공정의 해체와 재구성, 후반부 다시 쓰는 정의론으로 이어지고 그아래, 불공정한 ‘공정성 담론’을 해부하다, “능력주의는 허구”라고 말한다는 것의 의미, 모두를 위한 돌봄, 정의로운 조직, 변혁정의의 비전 등에 대한 글들이 엮여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개별주의적 존재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 정의를 제시하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정의는 관계적 존재론에 기반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대안적 가치들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공정하고도 정의로운 사회는 개별화된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치가 아닌 관계성과 공동체성의 정치, 일시적 효능감의 정치보다는 우리 삶 속에서 실천하는 장기적 전망의 정치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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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있는 폐쇄적 선동 담론을 넘어서 연대로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매우 의미있는 글이다. 누스바움 같은 이들은 마치 '선량한 시민'이면 무언가 해결될 듯한 인상을 주는 글이 주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던 글이다. 각각의 벽에 갇힌 개인의 틀을 넘어서 연대로 나아가서 무언가 변화를 모색해 보자는 매우 실천적 제안이다. 한국 사회에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공정은 흡인력이 있다. 왜 그런가. 불안정과 사회 갈등의 국면에서 공정이란 말에 동조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키멀은 미국 사회가 최근 사회문화적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밀려난' 백인 남성들이 세상이 변하는 바람에 내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낀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 같은 억울한 감정을 피해 입은 특권이라고 명명했다. 백인 남성들이 되레 피해자 정체청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젠더 상황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공정성을 매개로 한 미국 사회의 담론을 세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개인 책임("네가 진 빚은 네 책임이지"), 둘째 각자 도생("나도 노력한 거야. 나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 셋째 고통 감내의 원칙("나 여기까지 오려고 죽도록 고생했어. 너도 고생 좀 해야지")이다. 한국 사회의 공정 경쟁, 각자도생, 능력주의 논리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정성 모델은 구조적 역사적 불평등을 무화시키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회적 맥락의 효과를 지워버리는 원자화 모델이다. '온전한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외면하게 만든다. 돌이켜 보면 '자기 계발서'가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많이 팔려나갔고,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우리들 내면에 스며들면서 어느덧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이 체화된 결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마무리된 건 아닌지. 우리는 어떻게 이 콘크리트를 해체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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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엄청났던 것으로 보아 이는 한국을 포함한 고도로 발전했지만 속의 군데군데가 곪아 있는 국가와 사회들의 실상을 잘 반영하고 풍자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과 '정의', 이 두 단어를 남발하는 이들은 많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다. 오히려 부조리하다. 아직도 n 포 세대, 헬조선, 영끌과 같은 단어들이 성행하는 것으로 보아 더욱더 그렇다. 우리 사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이 책을 읽다 보면 감이 잡힐 것이다.
한국 정치가 이젠 정말 올바른 길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정한 의미로' 상식적이고 이상적인 형태의 정치로 탈바꿈해야 하나 퇴보 중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대,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공약과 정책을 나름대로 내놓는 다곤 하지만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에 불과한지, 단순 표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 겉치레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한국 사회의 본질적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볼 수 있는 책이라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한편으로 공감을, 또 한 편으로는 반성과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사회에서 자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문제는 사회 갈등의 핵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부유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 어마어마하기로 유명한 미국 대학의 학자금을 대출받기로 결정한 학생들은 졸업 후 5년까지 빚이 줄기는 커녕 더 늘어나기 까지 하는 기현상을 맞본다. 불어나는 이자를 비롯해 빚을 모두 갚기 위해 그들은 뼈빠지게 일하고 40대가 되어서야 20대 초반의 학자금 대출을 마무리하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이 끝나는 것이다. 미국 내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진영 간 이 문제를 두고 의견 충돌이 잦다고 한다. 비교적 나이대가 높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왜 정부가 학생들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구제책을 펼치냐고 불만을 가지며 점점 더 거세게 항의 중에 있다.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한참인 때가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사회 문제에 대한 담론에 참여하기 위해선, 저자의 말에 의하면, '공정'을 외치는 이들만이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해당 업무를 수행한 이들임에도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당사자들.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임에도 그동안 채용 당시와 다르지 않은 봉급에, 곱지 않은 시선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던 것이다. 실상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었는데도 일부 정치인들과 선동꾼들의 억지 주장과 논리로 정확한 정보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갔다. 자극적인, 자칫 미취업자와 취준생의 분노를 살 수 있는 제목으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오보를 되짚는 기자들의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채용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 아니냐는 논리로 인해 취업률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에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것이다. 소위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내가 얻을 수 있는 밥그릇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내가 확실히 밥그릇의 주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식이다.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충돌하는 사안이면 무조건이고 반대하는 현상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이 재밌으면서도 씁쓸하다. 사람 심리라는 게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하고 이익에 침해되는 것에 반대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긴 하다만, 협력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현실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으로 나의 편의가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때로는 지는 싸움이라도 꼭 해야 한다.
과거에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겪고서도 속으로만 참고 넘어갔던 게 늘 후회로 남았다. 요즘은 후회하지 않으려 잘못된 것을 그때그때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과거로 갈 수만 있다면 하나하나 바로잡고 마땅한 조치를 취하고 싶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거나 공론화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로 재직 중이기에 문체와 단어 선택이 정교하고 마치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평소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어 왔거나 공정성 그 자체의 본질에 대해 지적인 탐구를 하고 싶었던 독자들에게 꼭 한 번쯤은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근 2년간 우리 사회에서 들끓었던 공정성과 관련된 이슈 하나하나를 되짚어보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으며 미국 사회현상과 비교까지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책!
※ 이 리뷰는 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미국으로 떠났으나 2020년부터 국내 활동을 재개한 김정희원 작가의 첫 단독 저서이다. '공정 이후의 세계'는 포괄적이게 공정과 정의, 불평등과 차별 같은 주제를 담고, 우리 사회의 지배 담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공정 담론에 함축된 구조적 맥락과 사상적 배경은 물론, 더 나아가 소모적인 공정 논란을 넘어서는 대안적 비전을 제시한다. 획일적인 공정 담론에 피로감을 느껴왔던 사람들, 그리고 다층적 의미로 산재된 공정 개념에 대한 혼란감을 가져왔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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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뽑혀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는 과연 완벽하게 공정해 지는 것이 가능할까? 수많은 불공정을 직간접적으로 겪어온 대다수의 희망이자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일이다. 그리고 과연 완벽하게 공정해 지는 날이 온다면 그 이후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상태가 과연 이전보다 나을 지 낫다해도 지속가능한 상태인지 여러 의문이 따라온다. 이런 의문을 심도깊게 다룬 책 <공정 이후의 세계>가 나왔기에 하루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서평단으로 책을 만나고 내가 전적으로 동의 하는 부분이 나와서 매우 공감이가고 반가웠다. 바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재분배에 보다 전폭적인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교육영역은 더욱 중요하다' 라는 구절은 교육이 제대로 잘 이뤄지면 재분배는 저절로 따라오기에 독자 모두가 끄덕일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들자'란 내용 또한 불공정과 경쟁에 지친 현세대에게 힘을 주는 부분이었다.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을 속 시원히 잘 풀어내줘서 좋은 시간이었다. 내용을 되새기며 나는 또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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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의 작가는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다. 김정희원은 "공정과 정의, 불평등과 차별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으며,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글을 쓰고 집회를 나간다." 그럼 이제 공정 이후의 세계를 만나보자.
열심히 노력하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과연 그럴까?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 우리에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왜 우리에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을까? 우리는 남을 이겨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걸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따라온다.
작가는 이 책을 '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어서 집필했다고 한다. 그만큼 공정과 관련하여 이슈가 된 사건들, 진실 혹은 거짓,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음을 말한다. 묵직한 주제들이 가득한 책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이 책에는 공정과 정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사유의 도구들, 실천의 방법을 나누고자 크게 두 개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1부는 '공정의 해체와 재구성'으로 공정과 관련된 사회 현상들을 사례를 통해 하나씩 풀이하면서, 존재론, 인식론, 계급, 정체성 등 이론적인 배경도 함께 설명하였다. 작가는 '개별주의적 존재론'이 핵심 키워드라고 하였다.
2부는 '다시 쓰는 정의론'으로 '관계적 존재론'에 기반한 정의 개념을 돌봄, 보편, 조직/노동, 사회 변혁 등 측면에서 제시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낌 점들을 정리해 보자.
첫째, 우리는 지금 '공정'의 제한적 의미만 받아들이고 있다. 할당제, 약자택일, 각자도생, 능력주의 공정 경쟁, 돌봄, 정의 등 우리가 다시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
둘째, 진정한 공정과 정의를 얘기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그 대안을 제시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낄 때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얘기하였다.
사회정치 분야의 책은 처음이라, 각 장 별로 그 핵심을 짚어보며 읽었다.
1장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갈망하기까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정을 갈망하며, 주변 모든 사람이 '잠재적 경쟁자'라고 여기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를 굳게 믿으며 살아오고 또 살아가는데 왜 우리는 쉽게 분노하고 불안해할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2장 불공정한 '공정성 담론'을 해부하다. 공정을 향한 사회적 열망을 감안하면, 자격박탈, 자연화, 가치중립화, 주제회피, 정당화라는 공정성 담론의 현상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체계적으로 왜곡된 공정성의 의미를 바로잡으려면, 한국의 공정성 담론의 현황을 알아야 한다.
3장 "능력주의는 허구"라고 말한다는 것의 의미 모든 평가에 시험이 있으면, 정말 공정할까를 생각해본다. 노력에 의해 생긴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개인적 차원보다는 구조적 불평등과의 관계에 주목하여 설명하였다.
4장 가진 자들의 사회:'공정'에 가려진 차별과 혐오 '공정'에 가려진 차별과 혐오, 무지학(원초적, 선택적, 전략적 무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능력 그 자체가 차별에 기반해 구성된 것임을 일깨워주며 재분배에 주목하게 된다.
5장 모두를 위한 돌봄: 두려움 없이 연대하는 나 그리고 우리 번아웃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도록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이 책에서는 탈진, 분리, 냉소, 효능감 상실에 빠지는 번아웃 증상을 겪더라고 개인만의 잘못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작가는 "정의와 돌봄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필수 기둥"으로, 돌봄 윤리의 핵심은 관계적 존재론에 있으며, 급진적 자기돌봄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6장 보편적 정의: 모두가 온전한 평등한 세계 '자유와 선택', '비교와 선별'을 표방한 무한 경쟁에서 우리는 선택과 노력만 있으면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작가는 "국가의 경제 상황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우리의 우선순위는 언제든 지 뒤바뀔 수 있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무한 경쟁을 넘은 모두를 위한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
7장 정의로운 조직: 모두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곳 모두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정의로운 조직 만들기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형평, 평등, 필요에 따라 분배정의를 지키고, 의사 결정의 과정이 공정한지 절차정의를 실현하고,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관계정의를 구축하고, 의사소통에 필요한 정보와 설명을 제공하게끔 정보정의를 평가하는 것이다.
8장 변혁정의의 비전: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변혁이 시급하고, 유예의 정치가 아니라, 예시의 정치를 제안하였다.
공정, 정의, 경쟁, 인권 등 무거운 주제, 민감한 주제를 예리하게 사례화 함께 분석한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일깨워준다. 위기, 좌절, 절망, 무력감, 분노, 회의, 불공정, 억울함, 박탈감, 불안정 등 단어들이 생각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정확한 진단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며, 열린 소통, 다차원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비 출판사 스위치 서평단에 선정되어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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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공 ‘공정’이라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나는, 법대로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법’은 기득권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 특히 대학 입시나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공정’은 최고의 가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다가 ‘공정’이 경쟁을 위한 도구가 되었나. ‘공정’은 ‘정정당당’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면, ‘시험’은 과연 ‘정정당당’한가. 이 책은 허울뿐인 ‘공정’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개념을, 그 정의를 펼쳐 놓는다. 지금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는 ‘공정’은 실은 ‘능력주의’의 다른 말에 불과하며 그 능력 또한 구조적 불평등, 차별, 행운 속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상위의 단어들이 원래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공정’을 부르짖으면서 그 ‘공정’이라는 개념을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와 나의 ‘공정’의 의미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본인에게 불리하게 되면 불공정이고, 본인에게 유리한 것이 공정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살아가듯 ‘공정’만으로는 불공정한 세상을 넘어설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그리며 끊임없이 공정을 넘어 정의와 돌봄이 있는 공정 이후의 세계를 같이 상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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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좌우명.... 시대와 불화하는 삶 그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좋은 미래란? 개별주의적 존재론이 아닌 돌봄의 윤리와 관계적 존재론이 우선하는 사회 더는 스크린도어에 컨베이어벨트에 갑질에 차별에 폭행에....그것도 공정과 정의, 우선순위라는 말에 포장된 상처와 죽음이 생기지 않는 세상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공정이후의세계 #김정희원 #창비 #책추천 #창비스위치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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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 생각하고 고민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공정'해야 한다는 말은 흔하게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럴 수 있나. 그렇다면 지금껏 '공정'이란 단어를 제대로 알고 쓴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큰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쉽게 공정을 얘기했던 과거의 발언들이 자꾸 부끄러워진다. 공정함을 쉽게 생각하고 그 단어 자체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거라는 판단에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흔하게 말하던 공정함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혐오나 차별을 등한시했던 것은 아닌지, 알게 모르게 사회가 그어놓은 잣대의 기준선을 무감각적으로 수용하고 아무렇지 않게 봐 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공정'한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첫 시작이지 않을까.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가치의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과 그 다른 기준이 사실은 공정이란 이름으로 감추려 드는 또 다른 차별의 모습이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특히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득권 세력, 정치 세력의 힘이 작용하는 권력 구조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가 이럴 수 있었던 것은(물론 우리나라만의 국한된 모습은 아니겠지만, 특히나 더!) 이미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체제나 전통적인 사고체제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너무도 당연히 용인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특히 우리가 코로나 초반 매우 자랑스럽게 홍보하던(흔히 '국뽕이 찬다'고 말하던) 'K-방역'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느낌이다(두고두고 생각해도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방역조치였나). 그러니 우리 사회가 국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는가에 따라, '공정'은 서로 다르게 정의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공정'이란 단어로 설명이 끝났다고 하는 생각은 너무도 위험한 착각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공정'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공정을 이야기하려는 책이 아니라고 시작한 책의 서두를, 천천히 읽으며 서서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공정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공정을 시작으로 하는 그 다음의 연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만연했던 부공정의 실체를 알고, 공정, 정의의 새로운 개념을 스스로 만들어 적용하고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이다. 그 사회 속에서 다양한 정의가 어떻게 실현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우리가 그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며 수정해 나갈 수 있는가의 실천의 문제와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함께 움직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연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일 테다. 그렇다면, 직접 정치적 조직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이 이야기하며 공론화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두번째 실천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앞으로 '공정'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후 신중하게 사용하고,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설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