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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끌고 산을 넘는다.
제목을 접했 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겁게 응어리 진 것이 꿈틀대는 듯 했다. 바다에서 순풍을 기대하며 유유자적하게 노를 젓는 뱃사공이 아니라, 내 의지는 십자가에 못 박아버리고 주님이 부탁하신 영혼들을 가득 태운 배를 끌고 주님이 가라는 곳으로 향한다. 그 곳은 배가 당연히 있어야 할 바다가 아닌, 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산이다.
누군들 이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꿈꾸며 편안한 삶을 지향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주님이 가라시기에, 또 주님이 이들을 부탁하신다 하기에 자아의 만족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고 어렵고 힘든 일만 보장된 그 길을 선교사님은 "배를 끌고 산을 넘고 계신다."
필리핀 빈민촌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20년동안 한 길을 걸으신 선교이야기. 단 2주도 있기 불편한 그 곳을 오직 주님의 이름으로 20년을 수일같이 여기며 섬겨오신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마음을 고동치게 한다.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예수가 무엇이기에. 복음이 무엇이기에 자신의 안위와 행복을 맞바꿔가며 환경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낯선 그들을 두 팔벌려 가시를 안듯 상처를 감내하고 피를 흘리며 보듬을 수 있는 것일까.
외국인 선교사를 봉으로만 생각하고 당장 눈에 보이고 먹을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는 빈민촌 현지인들에게 먹으면 배설물로 나오는 밥보다 더 귀한 영의 양식 말씀으로 그들의 정신을 개조, 또 환경을 개조, 삶을 개조하기를 궁극적 목적으로 삼아 달려오신 20년. 이만하면 되었겠지, 이정도 했으면 알아 들었겠지 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거지근성은 조금만 틈을 주면 꿈틀꿈틀 살아난다. 어찌보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걸 알면서도 속아준다. 눈 감아준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그러셨던 것 처럼 바보같이 다시 시작한다.
한국에서 뭇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잘 대접받을 수 있는 유망한 엘리트이시지만 어느샌가 필리핀 빈민촌의 바보가 되어버린 홍성욱, 김한나 선교사님. 복음이기에 가능했고, 복음이기에 지금도 배를 끌고 산을 넘고 계신 두 분의 열심과 순종에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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