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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의 정체는 [외국소설-압살롬 압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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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독서였다. 그럼에도 성실한 독서였다고 말못하겠다. 어느 순간은 집중이 되다가도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금방 문장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벗어난 내 의식을 붙잡아 다시 책장 위로 옮기는 데에는 또다른 안간힘이 필요했고, 책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까지 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를 고민하다가 또다시 벗어나기를 몇 차례 반복. 무엇을 어떻게 읽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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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독서였다. 그럼에도 성실한 독서였다고 말못하겠다. 어느 순간은 집중이 되다가도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금방 문장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벗어난 내 의식을 붙잡아 다시 책장 위로 옮기는 데에는 또다른 안간힘이 필요했고, 책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까지 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를 고민하다가 또다시 벗어나기를 몇 차례 반복. 무엇을 어떻게 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읽기는 읽었고 줄거리는 잡았고 마침내 책장은 덮었다. 이렇게 다시 앞으로 넘기고는 있지만. 

 

1807년부터 1910년 사이의 긴 시간적 배경 안에 1861년부터1865년까지의 미국 남북전쟁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바 세 가지. 1. 내가 미국의 역사를 참 모르는구나. 특히 남북전쟁. 2. 내가 미국 내 인종차별의 실태에 대해 참 모르는구나. 3. 인간의 유전자 특성에 대한 내 편견이 심하구나. 이 책으로 내게 없던, 아직까지 얻지 못하고 있었던 정보를 더 알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된 점은 독서의 외적 성과라고 해야겠다.  

 

자신이 살아온 내력을 소설로 쓰면 몇 권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실제로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팔겠다고도 한다던데, 그런 거대한 이야기를 한 편 읽은 기분이다. 토머스 서트펜 일가 이야기. 이야기를 전해 주는 사람은 토머스 서트펜의 가족들이고, 마지막으로 전해 받은 사람은 퀜틴이라는 대학생이고. 이야기의 내용은 결코 아름답지도 화사하지도 않고 오히려 어둡고 우울하고 끔찍하고 절망스럽기만 하고.   

 

작가는 이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을 남다른 방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친절하지 않다, 조금도. 전하는 사람도 여러 명이고 여러 상황이 섞이고 겹치면서 잠깐 방심하면 잊어버리거나 헷갈리고 만다. 그러면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한다. 기억이 나는 지점까지, 계속 또 계속해야 겨우 본래 잡고 있던 이야기의 줄기를 찾을 수 있다. 작가가 왜 이런 방식으로 서술했나를  스스로 답을 찾는 것도 이 책의 주제를 파악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사람의 행동이라는 게, 그의 삶이라는 게 누군가의 단순한 표현으로는 결코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인지. 그래서 아무나 쉽게 읽지 못하도록 한 배려 덕분에 노벨상을 받았던 것인지 내내 물어 보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총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없을 것인데, 그럼에도 읽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읽는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이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니, 마음에 드는 인물을 만나는 일이 더 드문 일이 아닐까. 마치 현실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꼭 전쟁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 유럽에서 도망치다시피 넘어간 사람들이 인디언을 내쫓고 세운 나라.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 흑인들을 납치해 와서 노예로 삼은 나라. 흑인을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백인들이 있는 나라. 그 때문에 내전도 겪었으나 여전히 인종차별이 있는 나라. 이 책은 그 험한 시절을 살아내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 사람도 가엽지 않았으나 그들 모두의 운명만큼은 가여웠던 이야기.      

 

일단 이 작가의 책을 한 권은 더 읽어 보리라 생각하고 있다.

 

425-426

사람은 언제 어떤 이유로 태어난 곳에서 떠났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다만 거기서 도망쳐 나왔고, 어떤 알지 못할 힘의 작용에 의해 그곳을 증오하게 되어 거기를 떠나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그곳에 대한 증오심이 사라지지 않고 (평화로운 생활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조용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어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그곳을 잊어버린 적은 없고, 또는 아마 잊어버리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지.

압살롬, 압살롬!
YES마니아 : 로얄 j***6 2019.11.15.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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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 압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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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전반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3명(헤밍웨이, 포크노, 피츠제럴드) 중 가장 마지막에 접했으나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가가 윌리엄 포크너 이다. 왜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그의 작품을 접하면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난해하고 어려운 그의 글들이 여러분의 뇌에 피로를 느끼지만 이해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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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전반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3명(헤밍웨이, 포크노, 피츠제럴드) 중
가장 마지막에 접했으나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가가 윌리엄 포크너 이다. 왜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그의 작품을 접하면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난해하고 어려운 그의 글들이 여러분의 뇌에 피로를 느끼지만 이해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꼭 봐라

n*****3 2023.03.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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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압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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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윌리엄포크너를 접한건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중 다른 작품을 읽고 책 맨 뒷페이지에 실린 세계문학전집 목록을 통해서다. 어떤책을 읽을지 아무것도 모르던때에 무작정 제목옆에 '노벨문학상수상작가'라고 적힌 책은 랜덤으로 대여섯권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 접한 작품이 '내가죽어누워있을때'였는데 한참 나중에야 윌리엄포크너라는 작가가 단순 노벨문학상수상작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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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윌리엄포크너를 접한건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중 다른 작품을 읽고 책 맨 뒷페이지에 실린 세계문학전집 목록을 통해서다. 어떤책을 읽을지 아무것도 모르던때에 무작정 제목옆에 '노벨문학상수상작가'라고 적힌 책은 랜덤으로 대여섯권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 접한 작품이 '내가죽어누워있을때'였는데 한참 나중에야 윌리엄포크너라는 작가가 단순 노벨문학상수상작가임을 넘어 세계적으로 문하계를 대표하는 작가임을 알고 그의 작품들을 전부 읽어보고자 마음먹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h 2025.10.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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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 압살롬!
" 압살롬, 압살롬!" 내용보기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대여한 책입니다.사실 읽는 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끈기를 갖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아요. 고전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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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대여한 책입니다.
사실 읽는 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끈기를 갖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아요. 고전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s*********1 2025.01.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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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살았던 적 없는 자들의 시간과 죽음
"[서평]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살았던 적 없는 자들의 시간과 죽음 " 내용보기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민음사/이태동 옮김)』은 1936년 작품으로 “소리와 분노” 7년 후에 출간되었다. 현지인 미국에서는 포크너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 포크너 작품들 가운데 가장 적게 이해된 가장 위대한 작품(552p, 해설)이라는 평가는 읽으면서도 무엇을 읽고 있는가 혼란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집중하게 했다. “그의 읽기 어려운 산문시에 가까운
"[서평]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살았던 적 없는 자들의 시간과 죽음 " 내용보기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민음사/이태동 옮김)』은 1936년 작품으로 “소리와 분노” 7년 후에 출간되었다. 현지인 미국에서는 포크너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 포크너 작품들 가운데 가장 적게 이해된 가장 위대한 작품(552p, 해설)이라는 평가는 읽으면서도 무엇을 읽고 있는가 혼란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집중하게 했다. “그의 읽기 어려운 산문시에 가까운 복잡한 문체 역시 난해함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참여를 요구하고 그의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549p)”는 해설은 찾아내어야 할 것 또는 들어야 할 감추어진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1833년 6월의 그 일요일 아침, 서트펜이 그 어디선가 말을 타고 이 거리에 처음 나타났고, (중략) 토지를 수탈해서(중략) 대저택을 짓고, (중략) 결혼해서 두 아이를 (중략) 얻었고, 그에게 할당된 생애를 비참하게(중략) 마쳤다.(15p)” 작품 서두에 이미 스토리는 공개되었다. 비극임을 인치며 과거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이야기는 이후 복잡한 곁길들을 탐색하며 종말을 향한다. 동일한 내용은 바로 앞 10p에도 조금 변형된 문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길이를 달리하며, 꾸밈말이나 수식을 추가하며, 비장함을 더하거나 빼며 골자는 반복된다. 사건 자체를 끈질기게 반복할 때 가장 중심에는 서트펜 대령이 있다.

 

 

 

서트펜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악령같은 운명을 지닌 자, 이 세상에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걸어다니는 그림자(250p), 또는 번거로움도 아랑곳 하지않고 괄호를 여닫으며 병기하거나, 대화를 중단시켜 가면서 강조하는 “악귀”, “불한당 같은 악귀”다. 반면 로자는 “악귀는 아니었어. 악한이기는 했으나, (중략) 미치광이이기는 했지만, 광기는 역시 광기 그 자체의 피해자가 아닐까?(244p)”라는 논리를 편다. 서트펜은 왜 악귀가 되었을까, 그는 누구일까를 추적하는 곁길들이 서트펜의 유일한 친구의 손자인 퀜틴 컴프슨을 비롯한 다른 화자들을 통한 사건의 묘사이자 해석으로 펼쳐지기에 단순하지 않다.

 

 

 

서트펜에게는 스스로 합리화 시킨 ‘최고 선’인 ‘계획’이 있었다. 서트펜이 남부 요크나파토파 군, 제퍼슨 읍에서 요지부동 확고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면서 필요한 사회적 지위의 수단이었던 콜드필드 가문과 그 딸들, 처음에 앨런 그리고 후에 서트펜의 딸보다 어렸던 앨런의 동생 로자까지 비운으로 이끈다. “그래, 이 남부에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운명적인 저주가 내려졌던 거야.(28p)”할 만큼 비극은 서트펜 얼굴을 한 아들, 헨리 서트펜과 성격과 정신을 물려받아 “서트펜계‘라 할수 있는 딸 주디스 서트펜에게도 이어지고, 자신이 설정한 틀만이 기준인, 멈춰 돌아보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헤치고 질주하는 집착은 그가 손을 뻗은 대상들을 황폐케 한다.

 

 

 

이 집착이 질주하는 이유는일을 서둘 필요성과 자기도 모르게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48p)“,시간은 화살이다, 서둘러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을을 지나 달리거나(51p)“ 조급히 시간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서트펜이 더 이상 젊지 않은 시기가 오자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아니었어. 문제는 오히려 그 시간의 부족을 깊이 파고 들어갔다는 데 있었어. 그는 시간 부족으로 인한 농축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어.(399p)“ '한정된 시간'이라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을 초월할 수 없음에도 겸허함 대신 자만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본다.

 

 

 

‘계획’과 더불어 비극의 두 번재 축, 집착, 질주, 광기의 동기는 서트펜의 ‘순진함’이다. “서트펜은 순진한 것이 탈이었어. 갑자기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발견했어.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일을 해야만 된다는 것이었어.(319p)” 인종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지점으로 “그는 나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 그것을 말하지도 못했다고.(343p)”이후 폭발 같은 각성과 가출은 ‘계획’을 발동시키는 시발점이 되고 순진함은 불타는 맹목에 기름을 붙는다.

 

 

 

비극의 와중에도 서트펜의 두 자녀에게 발견할 수 있는 아버지와는 다른 온기가 그나마 위안으로 남는다. 자기 방식의 속죄를 위해 스스로를 유폐시켰던 헨리와 충격과 절망에도 손을 내밀고 챙겼던 주디스의 마지막 시간들도 여운이 남는다.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누가 압살롬인가?”, 또는 “왜 압살롬인가?”였다. 다윗과 압살롬을 서트펜과 찰스 본에 대입할 수는 절대로 없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렸던, 이름이 불리워지기만을 바랬던,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고 결국 다윗을 대적했던 압살롬은 일정 시기 또는 찰스 본 전 생애를 통한 정서의 간절함에서 겹쳐보인다.

 

 

 

오만가지를 다 갖다 붙이는 듯한, 그 지리멸렬 중에도 톡 쏘는 액센트를 발산하는 만연체의 복문들, 안은 문장과 안긴 문장, 종속절의 릴레이, 부연에 부연을 쌓는 문장이 해설에서도 말했듯이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오르게 했다. 긴 근거제시, 이유 설명과 설득 후에 단문으로 앞의 내용을 부정하고, 번복하는 이유를 다시 제시하기 시작하는 패턴의 문장들-그는 미친 사람이었어(242p)~ ,그래, 그는 결코 미친 사람은 아니었어.(243p)/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러나 나는 그를 용서했어.(249p) 등-,도 독특하고 265p중반부터 270p까지의 끊어지지 않는 한 문장은 “백년의 고독”의 잊지못할 장문이 연상된다.

 

 

 

대화의 질문 또는 시간적 배경을 기점으로 영화 장면 전환처럼 그 당시 상황으로 이동해버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문장들도 즐비하다. 표현의 탁월함을 놀라움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그녀는 하나의 변신-결혼 생활의 파탄 아니면 간통-에서 다음으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축적된 먼지 같은 세월과 나라는 거창한 자아를 짊어지고 옮겨 가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누에고치에서 나온 나방처럼 과거를 일절 현재에 들여 놓지 않고 현재를 일절 뒤에 남기지 않은 채 하나의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변화하여 가는, 만개한 장미나 목련이 금년 6월에서 내년 6월로 말없이 옮겨 가는 것처럼 완전한 모양으로 양순하게, 아무런 뼈대도, 실체도, 어떤 죽은 순수한 혼이 없는 풍성한 껍데기 먼지도, 아무것도 태양과 땅 사이 어느 곳에도 남기지 않고 다음 모습으로 변신하는 그런 여자였어.(287p)”처럼.

 

 

 

같은 장면이 다시 그려질 때마다 중요한 요소, 결정적 단서가 돌연 추가되어 인물의 감정에 확 공감하며 빨려들게 되는데 찰스 본의 주검 앞에서 주디스는 왜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리지 않았을까의 의문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비로소 풀리는 점도 그렇다. 그때까지 짐작했던 나름의 추측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으며 이후 주디스의 행동, 그녀가 살아낸 삶과 맞이한 죽음까지도 파노라마처럼 재생케 한다.

 

 

 

“압살롬, 압살롬!”은 눈에 비치는 활자를 읽어나가는 책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숙고해야 하는, 정지에 정지를 거듭해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남북전쟁 이후의 남부, 흑백 인종 차별과 계급질서 문제, 만연한 남녀차별 등의 배경읽기도 필요하다. 여러 목소리를 가져와 인간의 다양한 선택과 배척, 그로 인한 책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반면교사적 울림도 주는 다층적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초독의 아쉬운 점은 주 화자인 퀜틴 컴프슨을 중심으로 하는 포크너 논문을 봤을때 퀜틴에 집중하지 못했던 점이다. 포크너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을 읽어나갈 때, 또 언젠가 다시 압살롬을 읽는다면 전혀 새롭게 다가오고, 이 아쉬움 또한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k*******n 2021.04.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