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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안중근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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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림이 없다. 막힘없이 곧장 나아간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역사적 현장, 하얼빈을 향해.     <하얼빈>은 안중근이 태어나기 전에 북두칠성이 보였다는 이야기나, 다른 철부지들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의 비범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된 안중근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김훈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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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림이 없다. 막힘없이 곧장 나아간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역사적 현장, 하얼빈을 향해.

 


 

<하얼빈>은 안중근이 태어나기 전에 북두칠성이 보였다는 이야기나, 다른 철부지들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의 비범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된 안중근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김훈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직전과 직후의 안중근에만 집중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안중근의 마음이었다. 세례까지 받았던 독실한 천주교인이 어쩌다 살생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믿음 사이에서 어느 것을 골라야 옳을지 번민하지 않았을까. 안중근의 전기에서는 그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전기에 묘사된 안중근에게는 번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안중근은 단번에 결심하며, 단박에 이토를 쏜다. 그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느낄 수 없었다.

 

<하얼빈>에서 안중근은 번민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목적지 없이 방황한다. 부인 김아려에게 남편은 어색한 나그네였다. 그는 집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이었다. 안중근은 상해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난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밖을 떠도는 그의 모습에서 방황하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았다.

 

안중근이 가장 먼저 떠돈 곳은 상해였다. 그는 상해에서 동지를 모아 독립의 실마리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상해에서 안중근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상해에 갔을 때, 안중근은 변변한 가문도 직업도 없는 한량이었다. 독립에 대한 안중근의 뜻은 그의 초라한 배경에 가로막힌다. 안중근에게 대문을 열어주는 이는 상해에 없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안중근의 모습은 생소했다.

 

하얼빈 역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토를 저격할 때까지, 안중근의 총구는 계속 흔들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 활동을 하는 동안, 안중근은 일본군 포로들을 쏘지 못하고 풀어준 적이 있었다. 심지어 포로들에게 빼앗은 소총까지 줘서 돌려보냈다. 부하들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안중근은 포로를 쏘는 것과 적을 쏘는 것은 다른 일이라며 끝내 포로를 풀어주고 만다. 이 일로 안중근 부대의 위치가 탄로난다. 그의 부대는 쫓기고, 죽임 당하며, 끝내 산산히 흩어진다.

 

안중근은 이토를 쏘기 전까지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이토가 하얼빈역에서 내렸을 때, 안중근은 지체 없이 이토를 향해 세 발의 총을 쏜다. 이토에게 방아쇠를 당기던 그 순간이, 안중근이 총을 쏘며 흔들리지 않았던 유일한 때가 아니었을까. 그의 총구는 수천 번의 흔들림을 겪고나서야 비로소 이토를 향해 고정될 수 있었다. 안중근도 끝없이 고뇌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하얼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토를 쏘고, 그가 쏜 총알에 이토가 죽은 것은 모두 한 순간의 일이었다. 하지만 안중근의 생애는 이토를 쏘기 전부터, 이토를 쏘고 난 뒤에도 지지부진하게 계속되었다. 누군가는 안중근의 거사에 속이 통쾌했을 테지만, 안중근의 생애는 통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뜻은 번번이 좌초되었다. 이토 저격을 성공한 뒤에도 그랬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이유는 세상에 자신이 이토를 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뜻은 일본의 사법체계와 그의 정치적 의도를 필사적으로 감추려 하는 일본에 의해 좌절되었다. 일본은 안중근이 이토 저격의 이유를 밝히는 것을 번번이 막으며, 재판 내내 그의 의도를 축소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일본의 명백한 의도 속에 안중근이 벌인 거사는 폄하되었다.

 

 

“안중근은 범행에 사용할 자금이 없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석산에게 백 루블을 강탈했고 우덕순은 블라디보스토크의 하숙집에 숙박비 칠 루블이 밀려 있다. 이런 부랑아들이 천하를 짊어지겠다는 것은 미치광이의 과대망상이다, 라고 미조부치는 말했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정치범이 아니고 사전 공모에 따라 범행한 살인범이라고 미조부치는 결론지었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고 소망한 것은 두 가지였다. 부활절 이전에 죽는 것과 조선이 독립될 때까지 하얼빈에 묻히는 것. 안중근은 원하는 시일에 죽을 수 없었고, 죽은 뒤에는 소망한 곳이 아닌 교도소 내의 공동묘지에 묻혀야 했다. 이토를 죽이는 것을 제외한 안중근의 나머지 뜻은 모두 좌절되었다. 김훈은 안중근의 좌절을 소설속에 담담히 그려낸다. 그의 담담한 문체는 안중근의 삶을 한층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통쾌한 사건 뒤에는 통쾌함과는 거리가 먼 길고 지루한 과정이 있었다. 통쾌한 복수와 호쾌한 결말을 가진 스토리가 사랑받는 시대에 <하얼빈>은 따분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소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훈은 통쾌하지 않을 권리를 택함으로써 인간 안중근과 가장 가까운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이다 활극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명쾌하고 통쾌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인간의 생애는 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 보다는 김이 빠지고 미지근한 콜라와 가깝다. 통쾌하지 않은 것이 인간과 가까운 성질이다. 김훈의 <하얼빈>에 나오는 안중근의 인간다움은 끝없는 실패와 좌절에 있다. 소설에서 안중근의 삶은 이토를 저격한 순간 잠시 반짝였고, 그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빛이 점멸해 있었다. 우리의 삶이 대게 그렇듯이.

 

안중근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있다면, <하얼빈>이 바로 그 장소다. 어서 달려와 <하얼빈>에서 인간 안중근과 만나기를.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2022.08.05. 신고 공감 60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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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의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약육강식의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내용보기
예전에 《칼의 노래》를 재밌게 읽은 후, 오랜만에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그래서 얼른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안중근의 출생부터 이야기하는 일대기가 아닌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을 중심으로 그 전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 그렇게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동안의 서술이 번갈
"약육강식의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내용보기
예전에 《칼의 노래》를 재밌게 읽은 후, 오랜만에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그래서 얼른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안중근의 출생부터 이야기하는 일대기가 아닌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을 중심으로 그 전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 그렇게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동안의 서술이 번갈아 이어지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이 빠르게 읽어나갔다. 이토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안중근은 어떤 마음으로 하얼빈으로 향했을까? 지금의 안중근을 있게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더욱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토를 저격하기까지가 소설의 절반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일본경찰과 검찰이 안중근을 조사하며 남긴 신문조서와 공판 기록을 바탕으로 한 극도의 실재감을 담은 대화가 담겨있어 가슴 뭉클하고 또 먹먹해졌다.

그리고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다시 읽게 되었다. 두 번 읽어도 좋은 책들이 있다. 그리고 두번 세번 또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처음엔 보이지 않던 단어들도 문장들도 작가님이 고심하고 고심했을 문체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한 작가님의 인터뷰도 찾아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다시 읽으니 재미와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 그래서 읽기 전에 또는 다 읽고 나서라도 한번 쯤 생각해보면 좋을 책과 관련한 이야기들 몇가지를 정리해본다.
1.
《하얼빈》은 작가께서 대학 시절이던 50년 전 안중근의 신문조서 기록을 처음 접하고 언젠가는 이 내용을 꼭 글로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게 이제야 완성됐다고 했다. 그걸 마치 숙제처럼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청년이었던 작가님의 마음 속 품은 결심을 50년만에 연필을 펜을 들고 써내려간 그 결단력과 추진력에 정말 깊이 감동했다. 늘 잊지 않고 생각하셨다는 대목에서 특히.
2.
원래 생각했던 이 책의 제목은 ‘하얼빈’이 아니라 ‘하얼빈에서 만나자’였다고 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의미인가. 작가께서 제시한 제목은 ‘하얼빈에서 만나자’였는데 출판사에서 ‘하얼빈’ 세 글자로 바꾸었고, 동의하셨다고 한다. “‘하얼빈’은 낯설고 불친절한 제목이지만, 비극적 완결성이 있다. 그리고 제국주의 세력들이 부딪치던 철도의 교차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하얼빈에서 만나자’는 친절하고 설명적인 제목이지만 주제를 지나치게 노출시켜 긴장이 풀려 헤벌레하다. ‘하얼빈’은 이 소설에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셨다. 과연 책의 제목 하나도 고심하고 또 고심했을, 제목이 주는 그 책의 첫 인상이자 중요한 메시지의 무게감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3.
그리고 다시 읽기의 묘미는 북흐 멤버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
3-1. 지금 당장과 연결되지 않는 백년 앞을 이해할 수 없었던 청년 안중근. 백년도 넘은 지금의 우리 현실을 안중근 의사가 마주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질문에 나는 가장 먼저 분단된 우리 현 정세를 떠올렸다.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궁금해도 그 어떤 소식도 마음대로 묻고 들을 수 없는 그곳과 그곳 사람들. 그렇다 우리는 여전히 종전이 아닌 휴전국에 살고 있는, 언제 이 평화가 깨질지도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음을 가끔 아니 자주 잊고 살뿐이었다.
3-2.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 기억되고 있을 우리 시대의 황사영, 안중근 같은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요? 혹은 어떤 인물들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을 던진 나 스스로도 사실 쉽게 한마디로 답하는건 어려웠다. 그래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 오늘날의 청년이라고 했을때 제일 먼저 떠오른 몇가지 단어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 중 가장 빨간 불을 밝히는 말은 높아지는 청년 자살률, 청년 우울증, 청년 고독사
(참고: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을 뜻하는 자살 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회원국 38개국 평균 자살률이 10.9명이었는데 한국은 25.7명을 기록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려스러운 건 40대 이상의 자살률은 모두 줄었는데 30대 이하, 특히 10,20대 청년들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10대 자살률은 2019년 10만 명당 5.9명에서 6.5명으로 9% 이상 늘었고, 20대 자살률은 19.2명에서 21.7명으로 12.8% 급증했다. 특히 10대 남성 자살률은 10만 명당 5.5명에서 6.5명으로 18.8% 증가, 20대 여성도 10만 명당 16.6명에서 19.3명으로 16.5% 증가를 기록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인 내가 가장 슬프고 안타깝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이 사실에 그저 고개 들 수 없이 비참한 마음이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비통하고 절망적인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고, 그 곳에는 생존자도 생존자를 있게 한 또다른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충격적인 사고 현장에서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특히 많은 청년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태고 싶다. 혼자만 살아남은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더 많이 구하고 살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슬픔에서 조금은 나아지길 감히 소망하며.
그런 나도 주변에 살고자 하는 모든 청년들의 앞길에 작은 힘이 되어 희미하게나마 빛이 되어주는 동무이자 옆집 언니이자 누나가 되어주고 싶다. 포기하기엔 지금의 우리를 있게한 수많은 역사 속 아무개 영웅들의 희생이 너무 값지고 또 감사하기에.

책 하얼빈을 통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우리의 영웅 안중근이 인간으로서 어떤 고민을 했을지 어떤 고뇌와 어떤 의지로 생각을 몸소 실천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뮤지컬 영웅이나 영화 안중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양한 예술 형태로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감독, 배우, 연출가, 편집가 등 모든 관련분야에 몸담고 있는 분들 역시 우리의 영웅이 아닐 수 없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지금의 내가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고
그 사실을 잊지않고 끝까지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보는 삶 그 안에 있는 모두가 아닐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m****8 2023.01.20. 신고 공감 41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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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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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안중근이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동양 평화’ 대의를 위해 권총 한 자루,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서른한살의 청춘 안중근을 이야기 한다.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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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안중근이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동양 평화’ 대의를 위해 권총 한 자루,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서른한살의 청춘 안중근을 이야기 한다.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 속 이토의 사진 한장을 보고 이토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안중근은 얼굴을 명확히 모른 상태에서 진행시키는 판단이 맞는지 총을 겨눈 후에도 몹시 궁금했을 테지만 묻지 않았다. 주변의 상황을 보며 이토를 겨눈 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동들은 진중하고 말을 아끼는,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안중근으로 묘사가 되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면 일을 그르칠까하여 생각하지 않으려는 모습과 총을 겨누기 전 아이들과 처를 보지 않은 것이 거사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 것이라 생각하며 가족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들은 고통이 얼만큼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절제된 문장들이 감정을 누르고 있음을 고스란히 느껴졌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안중근을 잘 표현된 것 같았다.

수의를 보낸 어머님의 기록보다 나는 세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부름에 아들들을 데리고 하얼빈으로 찾아간 김아려가 대단했다. 후기에서 김아려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나오고 살아 남은 아들, 딸마저 일본의 기획에 의해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면 살아남은 자들 또한 죽음과 다를바없는 암울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안중근은 취조를 당할 때 응칠이라는 이름을 말한다. 안중근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밖으로 나도는 아들의 기질을 눌러 주느라고 무거울 중과 뿌리 근을 써서 중근으로 이름을 바꾸어주었지만 개명은 안중근의 기질을 바꾸지 못했다고 했는데 안중근도 스스로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한인을 대표하여 세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고 죽음을 이미 각오하며 잡힐 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 코레아 후레(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내면에서 슬픔과 응원이 끓어올랐다.

생각보다 이토를 총으로 쏘는 내용은 아주 짧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소설에서는 안중근은 이토를 죽이는 것이 조력없이 홀로 실행하는데 이토를 죽이는 것이 성공하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한 불확실함이 의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에 대한 걱정보다 ‘이토의 존재를 소거해야 한다’는 마음이 가리키는 바를 따르는 안중근의 뿌리처럼 내린 우직함이 안중근을 버티게 한 것은 아닐까.

나도 담담하게 청년 안중근의 삶을 잘 따라가며 읽고 있다 생각했는데 동생 안정근, 안공근이 안중근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감옥 문 앞에서 요구했지만 불가하다는 통보에 ‘땅을 치며 울었다’ 는 문장 하나에 가슴이 저민듯 슬펐다.

읽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감정이 들었지만
이 무거운 감정을 오랫동안 잊지 않고 가지고 있고 싶다.

ㅡㅡㅡㅡㅡㅡ
<<책 속 기억에 남는 문장>>

일본군이 숭례문 문루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일본군과 싸웠다. 일본군이 숭례문 문루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쏘았다. 가리에 시체가 쌓였더. 한국군 병사들이 흩어져서 민가로 숨었다. 일본 군인들이 일본 여자를 앞세워서 민가의 내실을 수색했다. 잡히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때려죽였다. 달아나던 한국군 병사들은 고립된 일본 군인들을 만나면 묶어놓고 때렸더. 때려서 죽였다. P71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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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2022.10.01. 신고 공감 37 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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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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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문학동네/2022.9.2. sanbaram   항일에 앞장섰던 안중근의사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소설 속에서도 특별하게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게 된 배경과 그의 생각을 쫓아가보는 것이 이 소설의 구도라 할 수 있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 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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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문학동네/2022.9.2.

sanbaram

 

항일에 앞장섰던 안중근의사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소설 속에서도 특별하게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게 된 배경과 그의 생각을 쫓아가보는 것이 이 소설의 구도라 할 수 있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p.306)”고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 한다. 그렇기에 소설의 서사 보다는 자서전의 해설서 같은 느낌을 갖도록 기술되어 있고 할 수 있다. 그의 대의는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고 하얼빈의 내용에 대해 말하는 작가 김훈은 장편소설 칼의 노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흑산>.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 산문집 연필로 쓰기등이 있다.

 

하얼빈은 안중근의 자서전 해설서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통해 그가 살았던 시절의 조선 말기의 사회상과 양반들의 생활 및 일반 백성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일제의 조선 침탈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공고해져 갔는지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 문서 하나로 조국을 팔아넘기는 신하들과 달리 구심점이 없지만 나라를 살려보려는 민초들의 항쟁이 어떠했으며, 그때의 관리들이나 왕실에서는 어떠했는지 구체적인 사실들을 말하지 않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상황에서 안중근의 활동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했는지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안중근의 동선을 따라 이토를 저격하고 재판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의 사건들을 작가는 조용조용 독자들에게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안중근의 마지막 여정은 황해도 신천서울부산원산연추블라디보스토크수분하하얼빈을 거친다. 그 여정을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토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을 위협해서 퇴위시키고 차남 이척을 그 자리에 세웠다. 이척은 순종이고 황태자 이은은 순종의 이복동생이나 태황제로 밀려난 고종이 살아있으므로 이은은 황태제가 아닌 황태자의 자리로 나아갔다. 순종은 황위에 오른 뒤 국내 정치에 관하여 통감의 지도를 받기로 협약했다.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협약에 도장을 찍었다. 순종은 황태자 이은을 일본 유학을 명분으로 인질로 삼으려는 이토의 강요에 저항하지 못했다.(p.9)”

도장을 찍어서 한 나라의 통치권을 스스로 넘긴다는 것은 보도 듣도 못한 일이었으나, 조선의 대신들은 국권을 포기하는 문서에 직함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 도장의 힘은 작동되고 있었으나, 조약 체결을 공포한 후 분노하는 조선 민심의 폭발을 이토는 예상하지 못했다.(p.17)”

 

농장기를 들고, 괭과리를 치고, 과거 보러 가는 유생들처럼 갓을 쓰고 도포를 펄럭였지만 조선의 폭민들은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면서 일어섰고 한 고을이 무너지면 이웃 마을이 또 일어섰다. 기생과 거지까지 대열에 합세했다. 무력집단이라기보다는 시위군중에 가까웠지만, 영명한 장한들이 지휘하는 부대는 무장과 대오를 갖추고 주둔군을 위협했다.(p.19)”

농장기를 들고 일어선 사람들은 총 맞아 죽고 베어져 죽고 매맞아 죽고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앞선 자들의 주검 위에 포개져서 죽었다. 시체들의 흩어진 살점과 터진 창자까지 빛 속에서 환히 보였다. 상처는 벌렁거리고 있었다.(p.62)”

 

지금, 조선의 병통은 고루한 유생의 세력이 황실과 밀착하고 군중을 선동해서 소요를 일으키는 사태이다. 이 유생들은 대대로 산림에 칩거하면서 유수와 부윤을 바라보면서 공맹의 치교를 뇌까리며 사물을 외면하고 인간의 성리를 갑론을박하면서 음풍농월과 공리공론으로 허송세월해온 무리이다. 이자들은 사리에 우원하고 시무에 오활하다. 조선 유림의 사표로 일컬어지는 최익현의 고루함을 보라. 그가 이 세계의 물성에 관하여 무엇을 아는가. 그가 역사의 층위와 발전 원리에 관해서 무엇을 아는가. 그가 힘의 작동 원리를 아는가. 그가 웅장하고 허망한 언사를 설파함으로써 약동하는 세계의 풍운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p.82)”

이토는 이 글이 사세를 조리 있고 알기 쉽게 설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토는 계속 써내려가서 연설문 원고를 끝냈다.(p.83”

 

안중근이 하숙방으로 찾아와서 술을 사주면서 이토가 하얼빈에 온다는 말을 했을 때 우덕순은 안중근이 왜 왔는지를 대번에 알았다. 안중근은 우덕순에게 동행할 것인지를 대놓고 물어보지 않았고, 우덕순도 같이 가자고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p.112)”

안중근은 이토를 쏘러 가자는 말에 두말없이 따라나선 우덕순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우덕순의 질문 없음을 안중근은 신뢰했다.(p.135)”

 

러시아 경찰청은 일본인 환영객들에게 사전에 입장권을 발행하자고 일본 총영사관에 제안했다. 그러나 모든 일본인이 자유롭게 입장하게 해달라고 일본 총영사관은 요청했다. 러시아 경찰청은 일본의 요청을 수락했다.(p.162)”

플랫폼에는 러시아 의장대와 군악대, 청나라 의장대, 러시아군 장교단, 하얼빈 주제 외교단, 일본 민간인들이 도열했고, 러시아 재무장관 코콥초프가 미리 와서 이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토의 열차는 아홉시 십분에 하얼빈역 플랫폼에 도착했다.(p.164)”

안중근은 러시아 병대 뒤쪽에서 이토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주악 소리가 커졌다. 소리가 커지면 총소리가 묻힐 터이므로 유리한 조건이고 러시아 의장대들의 부동자세도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안중근은 러시아 군인들 틈새로 조준선을 열었다. 안중근 귀에는 더 이상 주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 러시아인들 틈새로 이토가 보였다. 이토는 조준선 위에 올라와 있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가 방아쇠를 직후방으로 당겼다. 손가락은 저절로 움직였다.(p.166)”

 

공판은 191027, 8, 9, 10, 12, 14일에 열렸다. 재판 절차는 일주일 만에 모두 끝났다. 넷째 날에 검찰관 미조부치가 의견 진술 후 구형했고, 다섯째 날에 일본인 국선변호인들이 변론했고, 여섯째 날인 14일에 재판장 마나베가 선고했다.(p.238)”

안중근과 우덕순은 정치범이 아니고 사전 공모에 따라 범행한 살인범이라고 미조부치는 결론지었다. 미조부치는 안중근에게 사형을 우덕순에게 징역 이 년을 구형했다.(p.239)”

마나베는 안중근이 이토를 살해한 죄에 사형을 선고하고, 우덕순에게는 징역 삼년 형에 처한다고 선고했다.(p.241)”

 

면회날에 막냇동생 안공근이 빌렘을 모시고 왔다. 안중근은 동생에게 자기의 시체를 하얼빈에 묻어달라고 했다. 이토를 죽인 자리이기 때문에 묻힐 자리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이 독립된 후에 한국으로 옮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동 도독부는 안중근의 시체를 유족에게 내주지 말고 집행 후 지체 없이 감옥 구내 묘지에 묻으라고 여순 감옥에 공문으로 지시했다.(p.271)”

빌렘은 다시 감옥을 찾아 안중근의 고해 성사를 받았다. “빌렘이 마지막으로 다녀간 뒤 나흘 만에 안중근은 안응칠 역사를 탈고했다. 안중근의 글은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 감옥으로 면회 온 빌렘에게 고해성사를 받는 대목에서 끝났다.(p.275)”

“3.15일 탈고한 지 열 하루 뒤에 안중근은 집행되었다.(p.276)” 교수형이었다. 안중근은 순종의 생일인 325일 뒷날인 26일에 죽었다. 327일은 부활절이었다.

 

“1993821일 서울 대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은 안중근 추모 미사를 집전했다. 이 미사는 한국 천주교회가 안중근을 공식적으로 추모하는 최초의 미사였다.(p.282)”

“1932년에는 이토의 명복을 빌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사찰 박문사가 서울 장충단공원 동쪽 언덕에 세워졌다. 장충단은 1895년 명성왕후 시해사건 때 순직한 무관들을 제사하는 자리였다.(p.284)”

경희궁의 홍화문을 옮겨 박문사의 정문으로 삼았다. 박문사 자리는 1973년 삼성 재벌에 매각되어 이 자리에 1979년 신라호텔이 건립되었다.(p.285)”

 

k******4 2022.10.18. 신고 공감 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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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그곳에서 치열한 삶을 만나다/ 문힉동네
"하얼빈, 그곳에서 치열한 삶을 만나다/ 문힉동네" 내용보기
김훈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설렘과 함께한다. 둥글둥글 굴러가는 듯한 그의 언어가 내 마음에 감기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의 노래를 읽을 때도 그랬고, 남한산성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의 작품은 찾아서 읽은 듯하다. 이번 하얼빈도 그렇다. 그의 언어는 리듬이 살아 있다. 아마 유음을 많이 사용하고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면서 반복과 열거의 표현, 말 잇기 표현 등, 리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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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설렘과 함께한다. 둥글둥글 굴러가는 듯한 그의 언어가 내 마음에 감기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의 노래를 읽을 때도 그랬고, 남한산성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의 작품은 찾아서 읽은 듯하다. 이번 하얼빈도 그렇다. 그의 언어는 리듬이 살아 있다. 아마 유음을 많이 사용하고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면서 반복과 열거의 표현, 말 잇기 표현 등, 리듬과 관련 있는 언어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의 언어를 마주하고 있다 보면 금방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의 문체를 느꼈다. 나에겐 술술 잘 읽히는 문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젊은 시절부터 그려보고 싶은 소재였다고 한다. 아마 다른 작품을 쓸 때도 마음속에 내재되어 곰삭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세월과 함께 다시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동안 해왔던 많은 고증과 자료를 통해서 이야기를 꾸며나갈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황태자 이은의 도일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토를 표현하기 위해서 가져온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안중근의 이야기는 젊은 시절 성당과 함께 표현한다. 천주교인으로 지역에서 위상이 있는 집안의 맏이로 그려진다. 그렇게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토의 일본에서의 삶, 조선에서의 행적, 하얼빈으로 가게 되는 일 그리고 안중근의 천주교인으로의 삶, 가족관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게 되는 일, 그곳에서 독립군으로 활약하는 일, 또한 그곳 삶에서의 어려움과 이토를 저격하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위 등이 그려진다. 성당에서 빌렘 신부와의 관계, 그리고 신부에게 학교를 세워줄 것을 부탁하는 이야기 등은 덤으로 그려지는 내용이다.

 

도주막의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는 밤에, 안중근은 이토의 육신에 붙어서 작동하고 있는 사태를 견딜 수 없어하는 자신의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토의 목숨을 죽여서 없앤다기보다는 이토가 살아서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p89

 

이토를 죽이고자 하는 이유가 잘 드러나 있다. 저자의 안목이 이런 언어를 찾아낸 것이 아닌가 한다. 이토가 휘젓고 다니는 세상을 보기가 힘들어 그를 죽이겠다는 얘기다. 그것은 그동안 한반도와 한민족에게 이토가 행한 무수한 폭거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대동아 공영과 평화를 이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는 묘한 잘못이 들어 있다. 그들이 주축이 되어야 동양의 발전과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이상한 논리다. 어느 민족이 일본 민족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 숨죽이고 평안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런데 이토를 비롯한 그들은 일본이 주축이 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것을 방해하면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이상한 논리가 안중근과 같은 인물을 탄생시켰고 보면 된다.

 

하얼빈역 구내에서 철도는 여러 갈래로 겹쳐 있었다. 바이칼호수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 역에 닿았다. 평양에서 오는 철도와 대련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았다. 북태평양과 바이칼이 하얼빈에서 연결되었고 철도는 하얼빈으로 모여서 하얼빈에서 흩어졌다. 하얼빈역에서는 옴과 감이 같았고 만난과 흩어짐이 같았다. p137

 

이토의 저격이 이루어진 하얼빈역의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사통팔달이 이루어진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민족의 정기가 서려 있는 바이칼호수로 연결되어 있고, 이토가 만주를 방문하기 위해 기차를 출발한 대련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사건과 관련해 안중근의 식구들이 찾아온 평양과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안중근이 이토의 저격을 오로지 목표로 출발한 블라디보스토크와도 연결되어 있다. 하얼빈은 교통의 요충지다. 그곳으로 이토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을 안중근과 그의 세력들이 노린 것이고. 거사는 성공을 했다. 그 역사적인 자취가 물의 흐름같이 흘러간 하얼빈역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공간이기에 누구나 찾을 수 있은 열린 공간이었고, 그것이 저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 가서 살아났다면, 이토의 세상은 더욱 사나워지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았다면 이토를 쏜 이유에 대해서 이토에게 말할 자리가 있을까? 세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p193

 

이토를 저격하고 난 후의 안중근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다양한 고증과 상상력을 동원해 저자가 그린 멋진 언어의 향연이다. <사나워지겠구나란 말이 이토가 한반도에서 행한 악행을 한 단어로 적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쏜 이유를 이토에게 직접 얘기하고 싶어 하는 안중근의 마음이 저격의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이토를 저격하는 이유를 말할 기회를 얻기 위해 저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재판 과정에서 안중근의 단호한 자세와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공하면 자살할 생각이었는가 

-아니다. 한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서는 단지 이토를 죽인 것만으로는 죽을 수 없다.

-그런 원대한 계획이었다면 범행 후 체포당하지 않으려 했을 텐데, 도주할 계획을 세웠는가 

-아니다. 나쁜 일을 한 것이 아니므로 도주할 생각은 없었다.

 

질문이 답변을 누르지 못했다. 질문과 답변이 부딪쳐서 부서졌고, 사건의 내용을 일정한 방향으로 엮어나가지 못했다. 답변이 질문 위에 올라탈 기세였다. 피고인은 자신에서 불리한 진술을 힘주어 말했다. 전술은 유불리를 떠나 있었다. p234

 

안중근의 조사를 담당했던 검찰관은 미조부치다. 그는 신문을 하는 과정 속에서 안중근의 말을 막아야 하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입을 그냥 두었다가는 조사고 뭐고 안중근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중근의 재판을 맡은 자는 재판장 마나베다. 위에 제시한 단락은 재판정에서의 진술이다. 이 진술을 보면서 안중근이 어떤 인물인가를 새삼 인식할 수 있다. 이토를 죽인 것이 전쟁의 일환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는 적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당연한 일을 했고 범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적과의 싸움에서 일부는 성공을 하고, 포로가 된 것이다. 정말 당당한 언사가 행해지고 있다. 정당한 주장과 의연한 기개를 느낄 수 있는 대사다. 답변이 질문 위에 올라탈 기세였다.>는 말은 질문자들이 말문이 막히고 당황한 상황이 됨을 얘기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통쾌한 일이다. 저자의 언어가 상큼하게 다가온다.

 

안중근은 말한다. 나는 헛된 일을 좋아해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다. 나는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세계에 발표하려는 수단으로 이토를 죽였다. 나라가 처한 무척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에 조선이 살아있음을 말하기 위해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적을 사살했다. 살인범이라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안중근은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독립군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때 일본군을 포로로 잡았는데, 전쟁이기에 포로를 죽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나중에 일본군들을 안내해 와서 독립군 부대가 궤멸된 적이 있다. 그 일로 안중근이 동포 사회에서 무척 곤란을 겪는다. 그때의 일들이 참모중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했다. 안중근은 사실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토는 그렇지 않았다. 이토는 그들의 야욕을 이루기 위해 조선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것이 결국 안중근을 비롯한 한민족에게 많은 상처가 되고 안중근을 자격수가 되는 길로 인도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안중근은 사형이 언도되고, 같이 저격하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붙잡힌 우덕순은 3년 형을 언도 받는다. 안중근은 자신이 저격을 한 것은 조선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서실을 얘기하기 위해서 자신의 정신으로 이끌어 주었던 빌렘 신부와의 면담을 요구한다. 빌렘은 프랑스인으로 안중근의 젊은 삶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그는 이토 저격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종교인인 빌렘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달리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로 보면 되겠다. 사형수로 있으면서 안중근은 종교인들에게 많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물론 일본은 그를 중죄인으로 취급한다. 당연히 조선의 많은 사람들은 통쾌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웅으로 칭송하지 않았나 싶다. 이토 저격 사건을 두고 사람들마다 관점을 달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상대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형수가 민족의 영웅이 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중근은 조선으로서는 영웅이다. 생명을 다해 조선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명동 성당의 대목구장 뮈텔 등 종교인들은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이 일제,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안중근에게 소홀히 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일본인에게는 무서운 죄인으로 생각되지 않았을까? 이들의 묘한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서 보여준다. 김훈은 이야기를 재정리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복이다. 이 책은 김훈과 안중근이 만나 당대 민족의 열기와 결기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하얼빈을 읽으면서 시대적 아픔과 민족에 대한 진한 사랑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진다. 민족혼이 담긴 멋진 소설 한 편 읽었다. 책을 잡고 있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름을 인식한다.

j****3 2023.01.23. 신고 공감 1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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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하얼빈]
"역시 김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하얼빈]" 내용보기
김훈의 글은 읽을 때마다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군더더기 없는 글, 짧은 단문들, 그래서 투박해 보이지만 오히려 읽고 난 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소설 [하얼빈]은 김훈이 인생과업으로 삼아 쓰고자 했다는 안중근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안중근에 관한 여느 책들처럼 남들과 달랐던 그의 어렸을 적 이야기나 그의 의기 혹은 사람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토를 저격한 순간과
"역시 김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하얼빈]" 내용보기

김훈의 글은 읽을 때마다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군더더기 없는 글, 짧은 단문들, 그래서 투박해 보이지만 오히려 읽고 난 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소설 [하얼빈]은 김훈이 인생과업으로 삼아 쓰고자 했다는 안중근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안중근에 관한 여느 책들처럼 남들과 달랐던 그의 어렸을 적 이야기나 그의 의기 혹은 사람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토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 짧은 시간 동안의 안중근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책 읽기를 마쳤을 때 안중근의 일대기를 읽은 것 마냥 그의 삶 전체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작가는 소설에서 안중근과 이토가 하얼빈으로 향하는 행로를 추적한다. 안중근은 망해가는 나라를 붙잡고자 하는 의병들의 수많은 죽음을 보면서 다시 고국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상해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두만강을 건너서도 정주하지 않고 간도와 러시아령 산간마을, 연해주의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한인들이 사는 모습을 살피면서 그는 이토를 꼭 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얻지 못한다. 190910월 중순 무렵 두만강 끝 연추에서 안중근은 이토가 만주에 온다는 소식과 함께 날짜 지난 일본 신문 한 조각에서 순종과 이토가 만월대를 순행하는 교묘하게 연출된 사진을 보게 된다. 그 순간 안중근은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그는 의병 동지였던 우덕순을 찾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고 그곳에서 이토가 10월 하순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덕순은 안중근이 내민 낡은 신문 쪽지에 실린 사진을 보는 순간 안중근이 왜 왔는지, 자신이 그와 함께 가야 하는지를 묻지 않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둘은 하얼빈을 향한 여정에 올랐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이토는 봉천에서 하얼빈으로 향한다. 하얼빈역 구내에는 철도가 여러갈래로 겹쳐 있었다. (…) 철도는 하얼빈으로 모여서 하얼빈에서 흩어졌다. 하얼빈역에서는 옴과 감이 같았고 만남과 흩어짐이 같았다.’(137) 하얼빈을 중심으로 한 철도는 곧 일본제국주의 야욕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토의 특별열차는 26일 새벽 6시 채가구역에, 그리고 아침 9시 하얼빈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우덕순은 채가구역에서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침 910분 열차가 하얼빈역에 도착했다. 채가구의 우덕순에게는 기회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토가 러시아 병대를 사열할 때 뒤쪽에 있던 안중근이 러시아 군인들 틈새로 보이는 이토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을 덮칠 때 그는 코레아 후라라고 외쳤다. 이토가 죽었다는 소문이 그날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양 장안에도 26일 밤이 되자 이토가 죽었다는 소문이 깔렸다. 소문은 소리 없이 퍼져나가서 적막 속에서 술렁거렸다.’(170) 통감부는 이 적막의 의미를 난해하게 여겼다. 분석하기 어려운 적막이었고, 불온한 폭발력을 내포한 적막이었다.’(170) 조선팔도는 고요했다. 순종은 그 고요의 바닥이 두려웠는데,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순종은 살길을 생각했다. 조선의 살길과 황실의 살길과 백성의 살길은 겹치고 또 부딪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170)

 

취조받는 안중근과 우덕순의 답변은 단순하고 정확하다.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관동도독부 검찰관 미조부치는 안중근을 심문하면서 위태로운 함정을 느꼈다. 안중근은 코레아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토를 쏘았고 세계공통어 후라로 만세를 외쳤다.’(217) 미조부치는 끊어지려는 심문의 맥락을 힘겹게 이어갔다. 미조부치는 그물을 넓게 던져서 안중근을 가두어 놓고 천천히 조여갔다. 안중근은 그물 밖에 있거나, 그물을 찢고 나갔다.’(218) 석달 동안의 심문이 끝난 후 공판에 넘겨지고 1910214일 안중근은 사형을, 우덕순은 3년 형을 선고받는다.

 

김훈은 이 소설에서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기로 결심하면서 살인이라는 죄를 놓고 천주교 신자로서 느끼는 신앙심과 조선의 독립을 갈구하는 서른한 살 청년의 대의와 증오심 간의 갈등을 다루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계명을 어긴 죄인에게 연민을 느끼고 구원하려는 빌렘신부와 교회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대목구장 뮈텔신부와의 갈등은 안중근의 심적 갈등과 함께 소설의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항소를 포기한 안중근은 [안응칠의 역사][동양평화론]을 쓰기 시작했고, [안응칠의 역사]를 탈고한 지 열하루 뒤인 326일 형이 집행되었다.

 

작가는 이 책 후기에 안중근의 거사 이후 그의 직계가족과 문중의 인물들이 겪어야 했던 박해와 시련과 굴욕, 유랑과 이산과 사별에 관한(282) 소설이 감당하지 못한 일들을 적는다고 했다. 이를 통해 안중근의 거사에 대한 한국천주교회 입장과 안중근의 유해 발굴 현황,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겪은 불행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에게 시선을 주기는 쉽지만, 그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해서는 거의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신념을 지키는 일의 어려움과 그 신념을 허물려는 자들의 악랄한 박해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역사소설이나 사극을 보거나 읽게 될 때 종종 오해를 한다.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보고 읽으면서 마치 그것 모두가 사실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를 사실과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였다. 그럼에도 마치 안중근의 내면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김훈만이 가진 글의 힘이 아닐까 싶다

k*****1 2022.11.17. 신고 공감 1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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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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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원은 한순간의 '끌림'에 의해 소설가를 유도하고, 그 '끌림'에 의해 탄생한 소설 역시 '끌림'을 통하여 독자들을 유인한다. 양전하와 음전하에 의해 전기를 띠게 되는 대전체처럼 소설가의 열정과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낱낱의 '끌림'을 유도하는 '끌림'의 대전체. 나는 김훈의 소설 <하얼빈>을 읽는 내내 소설가가 이룩한 '끌림'의 대전체에 기꺼이 감전되고픈 한 마리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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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원은 한순간의 '끌림'에 의해 소설가를 유도하고, 그 '끌림'에 의해 탄생한 소설 역시 '끌림'을 통하여 독자들을 유인한다. 양전하와 음전하에 의해 전기를 띠게 되는 대전체처럼 소설가의 열정과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낱낱의 '끌림'을 유도하는 '끌림'의 대전체. 나는 김훈의 소설 <하얼빈>을 읽는 내내 소설가가 이룩한 '끌림'의 대전체에 기꺼이 감전되고픈 한 마리 부나방이라는 생각을 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이 세 단어는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었고, 세상의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았다. 이것은 청춘의 언어였다. 이 청년들의 청춘은 그다음 단계에서의 완성을 도모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에너지로 폭발했다."  (p.303 '작가의 말' 중에서)

 

일본의 천황 메이지가 대한제국의 황태자 이은을 접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조선의 청년 안중근의 대의와 일본의 노련한 정치가이자 전략가인 이토 히로부미의 대의가 맞부딪히는 순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안중근의 일대기가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반의 전기문처럼 쓰인 게 아니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쓰러트린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들을 조망한다. 말하자면 소설가 김훈의 눈에 비친 안중근의 삶은 응축된 에너지를 한순간에 폭발시키는 불꽃과도 같은 삶이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명령이나 오랫동안 준비된 계획이 아니라 하나의 마음, 어떠한 논리로도 설득될 수 없는 붉은 마음이었음을 김훈은 말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훈은 이러한 안중근의 마음을 우덕순의 그것으로 비껴가고 있다.

 

" - 그대는 안의 명령에 따른 것인가?

  - 아니다. 나는 안에게 명령을 받을 의무가 없다. 또 명령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내 마음으로 한 것이다."  (p.232)

 

우리는 시시각각 스스로 말을 짓고, 자신이 지은 말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면서 살아간다. 작가는 생활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말을 짓고, 자신의 말을 일반 대중을 향해 던진다. 그것은 청년 안중근이 이토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안중근은 인간 이토를 저격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를 신봉하는 수많은 제국주의자들의 가슴을 향해 결연한 단절의 의지로써 총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말이, 혹은 작가의 언어가 각자가 품은 의사를 표현하는 것처럼 안중근 역시 제국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통해 그것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을 터, 목숨이 자신의 의사표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었음에 안중근은 마지막까지 안도했는지도 모른다.

 

"앎이 통절한 자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 앎이란 곧 사물의 실상을 보는 정신의 작용이다. 실상을 보는 자는 몸 둘 자리를 알고 몸 쓸 방편을 스스로 안다. 이 세계는 인간이 만드는 구조물이다. 이것이 우리의 앎이다. 우리의 앎은 사물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이 제국의 길이다."  (p.80)

 

그렇다면 소설가 김훈은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도마 안중근과 조국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속인 안중근의 갈등을 보여주려 했을까 아니면 일본의 제국주의론과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 맞부딪히는 순간을 이토의 저격을 통해 현실화하고자 했던 청년 안중근의 야심과 그를 지지하고 응원했던 여러 인물들의 삶을 부각하려 했을까. 아니면 안중근에게 세례를 준 빌렘 신부와 그 당시 한국 교회를 통솔했던 뮈텔 주교의 갈등을 역사 속에서 다시 되살리려 했던 것일까. 사형을 선고받은 안중근은 죽음을 앞두고 신에게 자신의 죄를 고할 수 있기를 염원했고, 빌렘 신부는 뮈텔 주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중근이 있던 뤼순 감옥을 향한다. 그리고 빌렘 신부는 안중근을 면회한다.

 

"빌렘은 주일미사 강론 원고를 쓰지 못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었으나, 그것을 말해도 되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말은 하느님의 것이고 또 이 세상의 것이었다. 하느님의 나라와 이 세상 사이의 먼 길을 말은 건너가기 힘들었고 말하려는 것이 문장으로 엮어지지가 않았다. 새벽에, 빌렘은 원고 쓰기를 단념했다. 문장으로 엮지 말고, 말하여지는 대로 말하는 편이 오히려 진심에 가까울 것이라고 빌렘은 판단했다. 빌렘의 종이 위에는 죄, 살인, 생명, 영혼, 구원...... 같은 단어들이 문장으로 엮이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다."  (p.245)

 

작가에게 대전(帶電)되는 모든 단어들이 문장이나 책으로 엮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단어는 일필휘지로 순식간에 책으로 엮여 독자들에게 배포되기도 하고, 또 어떤 단어는 오랜 시간을 건너 어렵게 어렵게 그 생명력을 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에게 대전되었던 많은 단어들이 끝내 책이나 문장으로 엮이지 못한 채 조용히 소멸하고 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인연이 닿지 않았던 수많은 단어들의 소멸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또 기려야 한다. 역사의 한 순간을 김훈 작가가 기억함으로써 불꽃처럼 타올랐던 청년 안중근의 삶이 2022년을 사는 우리에게 되살아났던 것처럼 작가에게 이끌렸으나 끝내 소멸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단어들의 운명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하얼빈>보다 더 절절한 그들의 이야기를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미래의 어느 해에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소설 <하얼빈>은 내게 우연처럼 이끌렸던 몇몇 단어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는 기적으로, 그리고 그 기적에 부나방처럼 이끌렸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s*****l 2022.12.31. 신고 공감 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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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에서 다시 만나다 - [하얼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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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에서 다시 만나다 <안중근>을 읽고       지난 6월, 제65회 한국사검정능력시험에 응시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불혹을 넘긴 아버지로서, 일생의 기로에서 유혹되거나 미혹되지 않으면서 저마다의 삶을 살다간 인물들과 그들이 남긴 역사의 발자취를 알려줄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하여 선택한 길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는 대한독립을 위해 수많은 인물과 단체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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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에서 다시 만나다

<안중근>을 읽고

 

 

  지난 6월, 제65회 한국사검정능력시험에 응시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불혹을 넘긴 아버지로서, 일생의 기로에서 유혹되거나 미혹되지 않으면서 저마다의 삶을 살다간 인물들과 그들이 남긴 역사의 발자취를 알려줄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하여 선택한 길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는 대한독립을 위해 수많은 인물과 단체가 몸으로 부딪혀 나아간 시공간이자 수험생에게는 암기할 내용이 많아서 고비의 구간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도 그중 하나인데, ‘1909년’이라는 해가 계속 눈에 밝혔다. 그 후로 삼십여 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시험을 마치자마자 김훈 작가의 역사소설 <하얼빈>을 다시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이동경로가 표시된 한 장의 지도를 만날 수 있다. 동시대인이지만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평행선을 달리며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마치 소실점과 같은 '1909년'으로 모이게 된다. 그곳이 다름 아닌 하얼빈이다. 이토를 만나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행 기차에 몸을 실은 안중근을 상상하면, 몇 해 전 겨울에 대학생 서른 명을 인솔하여 만주 지역으로 독립운동 역사탐방을 다녀온 일이 겹쳐 떠오른다. 윤동주 생가와 봉오동 전투 그리고 청산리 전투 유적지를 거쳐 안중근을 만나기 위해 연길에서 하얼빈을 향하는 고속열차에 올라탔다. 하얼빈역에 도착한 뒤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들어선 순간, 며칠간의 일정으로 생긴 피곤함도 곧 모두를 숙연하게 만드는 분위기에 묻혀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하얼빈>은 지금껏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 속에서 엄숙하고 의연한 이미지로 각인된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작품이다. 소설은 영웅이기 이전에 그 역시 누군가의 아들, 형제, 아버지, 배우자, 친구라는 일인 다역을 맡은 사람이었음을 일깨워준다.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싶은 이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안중근도 늘 괴로웠을 것이다. 고민 끝에 그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마음 한 편에 깊이 넣어두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결심을 한다. 청년이자 한 인간으로서 안중근의 면모를 한층 더 이해하려면 그가 하얼빈을 인생의 종착역으로 선택하기까지의 여정에서 마주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빌렘 신부는 안중근에게 신앙인다운 삶을 권하면서 의열투쟁보다는 교육으로 나라를 일으키는 데 일조하길 바라는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과 연결되지 않는 백 년 앞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안중근은 오랜 시간 종교적 박해와 순교로 포교의 자유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국권회복은 수많은 죽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빌렘 신부에게는 안중근의 행위가 교리에서 벗어난 살인으로 여겨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 저격 후 일련의 심문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그가 남긴 말을 듣노라면 종교적 관점을 초월한 그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말했다. 자신이 이토록 이토를 죽이고자 한 까닭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말하기 위해서라고. 단순히 우리 민족의 원흉이라서가 아니라, 이토가 해왔고 또 해나갈 ‘작동’을 멈추고 말을 붙일 수 없는 세상을 향해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서 이토를 한 생명이 아닌 기계 혹은 그가 추구한 세계로 명명하면서 그것의 동작을 멈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안중근의 시선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음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가는 기차 안에는 안중근의 옆자리에 앉아서 역사적 사명이라는 무거운 짐의 무게를 나눠 짊어진 동행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우덕순이다. 두 사람이 며칠 동안 숙식하며 주고받은 짧은 대화와 행동들은 한없이 비장하기만 했으리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인생의 마지막 날을 앞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일상과 다름없이 무심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백 년 전에도 멋을 부릴 줄 아는 젊은이들이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환기라도 시키듯, 안중근이 마련한 100루블로 새 옷을 사 입은 뒤 사진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 그러하다. 점점 고조되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잠재우기 위한 그들만의 의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체포된 우덕순은 재판장에서 졸다가 경고를 받기도 하지만 끝까지 간결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의 옆에 나란히 앉은 안중근도 흔들림 없이 발언에 집중하면서 무언의 시선으로 마지막까지 서로를 걱정하고 신뢰하는 마음을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안중근의 대척점에 섰던 이토 히로부미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이 동양평화에 대하여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이토는 약육강식의 논리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문명개화시킨다면 종국에는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자행되어진 것들을 미화하거나 못 본 척한 이토를 지켜보던 안중근은 그를 문명이라는 탈을 쓴 야만인으로 여겼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를 인간이 아닌 깨부수어야할 하나의 거대한 부조리로 인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안중근의 염원처럼 한 나라가 아닌 모든 나라가 평화로운 방식으로 공존하는 데에 이토의 작동은 멈춰져야만 했을 것이다. 마침내 두 사상은 모임과 흩어짐을 반복하는 하얼빈 역이라는 공간에서 충돌하고, 둘 다 역사의 시간 속으로 소멸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의 기록이나 역사소설을 통해 되살아나 현재를 사는 이들이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을 덮으며 내게 던져진 물음을 곱씹다가 평소 자주 찾는 한 대학 박물관에 전시된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라는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안중근이 옥중에서 쓴 유묵 중 하나로, 그의 일생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낸 문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도저히 따를 수도, 흉내 낼 수도 없을 만큼 독보적인 길을 걸어간 안중근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봤다. 그러나 백 년 전의 그를 <하얼빈>에서 다시 만나고 나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아울러 그가 백 년 후를 살아가는 나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도 헤아릴 수 있었다.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기에 정한 바를 실천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복기하면서 전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역사 속 오늘, 10월 26일에 서평을 올리다)

 

k*****o 2023.10.26.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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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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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할 때의 묘사는 심히 짧다.  이 책에서 나름 포인트가 될 부분이라 예상하며 읽어갔는데 역시 군더더기의 묘사는 붙지 않았다.   안중근이 살았던 시대와 사람들, 그리고 그의 행적과 관계인들을 잘 표현하여 그 시대 속의 안중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배경의 물리적 묘사와 당시 인물들의 대화나 행위들이 입체적이고 구체적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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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할 때의 묘사는 심히 짧다. 

이 책에서 나름 포인트가 될 부분이라 예상하며

읽어갔는데 역시 군더더기의 묘사는 붙지 않았다.

 

안중근이 살았던 시대와 사람들,

그리고 그의 행적과 관계인들을 잘 표현하여

그 시대 속의 안중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배경의 물리적 묘사와 당시 인물들의 대화나 행위들이

입체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자료수집에 심혈을 기울였을 작가가 떠올랐다.

 

 

YES마니아 : 로얄 y******l 2022.09.13.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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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으로 가는 행운이 그대에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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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데 많은 행운이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거사는 실패할 수 있었다. 행운은 결국 운명이 되었다. 이 책을 만나고 읽는데 행운이 있길 빈다.   김훈 작가의 역사를 축으로 둔 책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하얼빈이다. 이순신, 인조, 안중근을 썼다. 이순신을 쓰면서 이순신 이외의 인물을 썼고, 인조를 쓰면서 인조 외의 인물을 썼다. 안중근을 쓰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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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데 많은 행운이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거사는 실패할 수 있었다. 행운은 결국 운명이 되었다. 이 책을 만나고 읽는데 행운이 있길 빈다.  

김훈 작가의 역사를 축으로 둔 책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하얼빈이다.

이순신, 인조, 안중근을 썼다. 이순신을 쓰면서 이순신 이외의 인물을 썼고, 인조를 쓰면서 인조 외의 인물을 썼다. 안중근을 쓰면서 이토, 메이지, 이은, 순종, 우덕순, 김아려, 조마리아, 안정근, 빌렌, 뮈텔을 썼다.

이순신을 쓰면서 칼의 노래라는 이름을 붙이고, 인조를 쓰면서 남한산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중근을 쓰면서 안중근과 이토가 처음 만난 하얼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얼빈이 주는 지리적 묘함이 있다. 이 책에도 설명하고 있다. 이토가 죽으러 가는 길의 끝에 하얼빈이 있었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러가는 길의 끝에 하얼빈이 있었다. 서로 다른 방향과 목적으로 하얼빈으로 가는데 두 사람은 만났다. 만났지만 서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안중근은 이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토는 죽었으므로 듣지 못했다. 

이 책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이는 장면은 신문 기사의 몇 줄보다는 자세하다. 특집기사보다는 양이 적다. 단순화하고 생략한 것에 대한 가슴 저릿함이 있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잘 내렸다. 라틴아메리카의 천주교는 비자발적인 천주교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에 의한 식민 지배의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서학이라는 학문에서 출발하였다. 스스로 배우고 익혔다. 성경과 그에 관련된 책으로 종교가 시작되었다. 다른 나라의 천주교와는 다른 면모가 있다. 천주교의 교세확장은 프랑스신부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 신부는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사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약간의 답을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다.

안중근은 이토를 죽이지 못할 수 있었다. 우라지(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지?못했을 수 있다. 여비를 못 마련해 하얼빈으로 가는 기차를 못 탔을 수 있다. 하얼빈 이외의 역에서 거사를 치루려고 하다가 허탕을 칠뻔했다. 처자식이 거사 직전에 하얼빈에 왔으면 마음이 흔들려 거사를 치를 수 없을 뻔했다. 하얼빈에서 이토에게 총을 쏘았지만, 그 총알이 이토의 가슴으로 가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데 많은 행운이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거사는 실패할 수 있었다. 행운은 결국 운명이 되었다.

이 책을 만나고 읽는데 많은 행운이 있길 빈다.  그리고 운명이 되길 빈다.

(추신 : 짧막한 이야기가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순종과 이토의 이야기, 대한매일신보의 의병이야기, 이강년이야기, 신돌석이야기, 이인영이야기, 최익현이야기 등 ) 

 

t******3 2022.08.13. 신고 공감 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