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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타고드 오손보독의 <에리옌>을 읽는 중에 가장 많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문장이 있었다. 바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도시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완벽하게 망쳐버리고 미쳐버리게 만드는가? 돈에 대한 믿음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그 과정 속에서 죄악감, 양심, 사랑과 같은 그런 순수함 따윈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모두가 속고 속이고 거짓말하고 등쳐먹는 데에 일가견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는 순수함만이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작가의 믿음이 곳곳에 담겨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쏟아지지만, 신기하게도 읽는 내내 힘겹지 않다. 신파를 쥐어짜지도 않는다. 우울해지지도 않는다. 작가의 덤덤한 문체와 함께 어우러져 더욱 시너지를 발휘한다. 단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들을 드라마를 보듯이 읽어가는 느낌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런 소시민의 삶을 다루면 보통 권선징악으로 끝나거나 권력에 완전히 꺾여 망가져버리는 결말이 익숙한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부자라 평생 잘 살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망해버리고, 다 망한 인생이구나 싶은데 다시 일어서고, 이제 죽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눈을 뜬다. 사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함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길고 짧은 건 대어 보아야 안다’라는 옛 속담을 이 <에리옌>을 읽으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도시에 녹아있는 소시민들의 진정한 ‘꾸밈없는 삶’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