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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치는 모두 뻔하지만 이 책의 무기는
"세상의 이치는 모두 뻔하지만 이 책의 무기는" 내용보기
박완서님의 소설이었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글이었던가 흘낏 지나가는 글귀 중 머리에 남았던 게 있다. “101호나 201호나 사는 건 거기서 거기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그저 일상만으로 대하 드라마를 구성하고 지나온 얘기만으로 소설 몇 권을 너끈히 쓰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일생을 정리하면 이력서 한 장으로 퉁칠 수 있는 이들을 수평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
"세상의 이치는 모두 뻔하지만 이 책의 무기는" 내용보기

박완서님의 소설이었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글이었던가 흘낏 지나가는 글귀 중 머리에 남았던 게 있다. “101호나 201호나 사는 건 거기서 거기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그저 일상만으로 대하 드라마를 구성하고 지나온 얘기만으로 소설 몇 권을 너끈히 쓰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일생을 정리하면 이력서 한 장으로 퉁칠 수 있는 이들을 수평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생로병사와 인생역정은 천차만별보다는 대동소이에 가깝다.

어쩌면 세상만사도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불경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공자님 말씀이나 성경 말씀이나 도진개진이고 고대 그리스 현자의 잠언과 조선 시대 선비의 가르침이 시공간을 초월해 비슷한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이 뻔한 말들에 자주 감응한다. 되짚어 보면 지루하고 고답적이며, 누구나 다 아는 것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말들이 가끔은 우리 마음을 울리고 상처를 다독이고 꺾인 무릎을 일으켜 세워주고 죽비처럼 어깨에 내리쳐지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뻔하게 살아가기에 가끔은 뻔한 것조차 잊고 살기 때문이랄지.


 

서평가 최보기가 쓴 <내 인생의 무기>도 사실은 ‘뻔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책을 열고 서문 지나 등장하는 챕터를 읽다보면 그리 호기심이 일지 않을 정도로 뻔한 주제들의 연속이다. “겸손해서 손해 본 적 없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주식하는 사람 가까이 두지 않기” 애고 그 이유 내가 안다. “어차피 먹는 낫살 용감하게 먹기” 후후 용감하게 먹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먹는 거겠지..... 뭐 이렇게 방심(?)한 채 약간은 오만한 태도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이 책에는 고담준론 따위는 없다. 그리고 역사와 사회와 철학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60여년 전 남해의 섬마을에서 태어나 거의 그와 함께 성장하고 아파했다 할 대한민국의 밀림과 늪지대를 헤쳐 나온 한 ‘꼰대’ (내 나이 이상은 다 꼰대로 일방적으로 정한다.)의 ‘뻔한’ 일상의 손길이 빚어낸 깨달음 송이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흔히 내 또래 이상이 수십 개 씩 들어가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빈정상했을 때 그가 대처한 자세를 통해서 싱긋 웃기도 하고, 술 먹고 페이스북 하지 말자고 복창할 때에는 동지의식을 느끼지만 허를 찌르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그 자식이 출세한 뒤 변한 이유는?” 하는 질문. 내 친구들 중에도 나름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도 있고 별 볼 일이 드문 경우도 있는데 언젠가 잘나간다는 녀석을 만났을 때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뭐 무시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도무지 그때 그 녀석이 아닌 것 같은.

그런데 이 책에서 답을 얻는다. “성공하고 출세한 사람은 성공하고 출세하기 전 구질구질하게 살았던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당신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 자식’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를 포함해 사람이 다 그렇다. 그가 변했다고 원망할 시간에 당신이 변함을 당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이런 식으로 최보기의 ‘무기’는 새롭지 않으나 이유 모르게 산뜻하고, 뭉툭한 이야기 같지만 매만지다 보면 손끝에 뾰족함이 느껴지며, 82근 청룡언월도나 18척 장팔사모는 아닐지언정 내 손에 맞는 짱돌처럼 손아귀에 힘을 가게 만드는 글뭉치로 이어진다. 그리고 양념처럼 자신의 글 뒤에 얹어 두는 옛 사람의 경구는 매우 인상적인 고명이다.

너무 뻔한 존재여서 잊고 살았던 존재의 소중함을 우리는 메테르링크의 <파랑새>에서 배운 바 있다.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남매에게 ‘빛’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지상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을 만나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 어쩌면 작가 최보기는 <내 인생의 무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띠바 인간들은 살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대부분을 까묵고 살아. 그 경험치만 복원해 내서 삶의 무기로 삼으면 어떨까. 나처럼 말이야.” .

웬 띠바 같은 추임새를 넣었느냐. 글 읽다 보면 느꺄진다. 그런 말을 쓰고 싶어 좀이 쑤시고 있는 모양새가.

<김형민 작가의 서평에서>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2022.08.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