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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7일에 <헤드 헌터>라는 작품에 대한 리뷰를 올린 적 있다. 이 업종은 한국에서도 꽤 이른 시기에 등장했으며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지인이 직접 종사했고 바로 나한테 컨택 메일을 보낸 적도 있어 분명히 언급할 수 있다. 그 지인은 당시 미디어 등에서 갓 핫한 직종명으로 떠오르곤 했던 이 이름을 약간은 자랑스럽게 언급했지만, 영어라면 무조건 좋은 줄 아는 한국인들의 느낌과 달리 저쪽에서 '헤드 헌터'는 그리 좋은 뉘앙스가 아니며 이 극중에서도 무심결에 입 밖으로 꺼냈다가 바로 '리크루터'로 말을 고치는 어느 노인을 담은 장면이 있다.
그 작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본격 이 업종의 실태를 묘사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전개는 꽤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게 공통이다. 그 작은 그리 잘 짜여졌다고 볼 수 없는 미스테리물이었고, 지금 이 작은 아직 어린 아들을 자칫 먼 길로 떠나보낼 수 있는 가족물인데, 이 (약간 이상하게 붙은) 제목만 봐서는 알 수 없겠으나 원제가 <어 패밀리 맨>이다. 작년 12월 18일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맨>을 리뷰했었는데 이 작은 앞에 부정관사 a가 붙었고 티아 레오니, 케이지 주연의 그 작은 the가 붙었다는 차이뿐이며 내용도 역시 일에 미쳐 가정을 희생해 온 어떤 워커홀릭, 출세지향주의자의 개과천선을 다룬 점이 완전히 같다. 결론은 둘 다 성공적인 장르물이란 거고, 차이가 있다면 근 십 년에 달하는 '연식'이다(이 작은 보다시피 얼마 안 된 최근작).
주연은 제러드 버틀러인데 그의 고정된 이미지, 즉 어느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딸을 구하던(물론 딸만 구하는 게 아니라 나라, 세계도 함께 구하지만) 어느 심상을 잘 활용한 캐스팅인 듯하다. 앞에 언급한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주인공은 꽤 덩치가 큰데, 이 점은 '죽어가는 그 아들'에 의해서도 다시 환기된다. 이런 대사였다. '내 방에서 늦은 시각에 듣곤 하는 그 계단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좋았어요. 그런 소리는 아빠처럼 덩치 큰 사람만 낼 수 있죠.' 아마도 아파트 거주자가 대다수인 현대 한국에서는, 2층에 어린이를 키우곤 하는 낭만이 좀처럼 추억 속에 자리할 수 없기도 하겠다(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집 구조가 왕왕 있었음).
사실 이 가장은 가정에 그리 소홀하다거나 박정한 타입은 아니며, 아내는 다소 불만이지만 객관적으로 그리 불합격 점수를 받을 이유는 많지 않다. 문제가 하나 확실히 있다면 가장으로서라기보다 사회인으로서이다. 집에서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좋은 아빠, 남편이지만 밖에서는 최소한의 룰도 지키지 않는 비정한, 비열한 플레이어이며 '헌터'라는 타이틀이 전혀 무색하지가 않은 말종 타입이다. 10월 5일에 리뷰한 <더 기프트>에서 묘사된 그 양아치하고도 비슷하다고 하겠는데 제이슨 베이트먼과 지금 이 제라드 버틀러는 공교롭게도 동갑이며 배우 나이가 나이라서인지 같이 임원 승급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극중 세팅이다.
전작에서 지구를 구한 적 있어서인지 여기서도 제라드 버틀러는 '아임 fxxxxxx 어메리칸 히로!'라는 대사를 읊는데 물론 자조적인 맥락에서이다. 그간 많은 성취를 상당히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올렸으나 현재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한테 아무 손도 쓸 수 없는 무력감을 그리 표현한다. 애 엄마가 애한테 '넌 최고의 아들이었어. 널 키우면서 나는 (뒤에 태어난) 니 동생들도 돌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라고 하는데, 애가 '엄마, 나 아직 여기 있다고요.'라고 대꾸하는 게 인상적이다. 이런 말은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은 이 앞에서나 할 법하다는 걸 잘 안다는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는 우리는 잘 아는 상식이지만, 아직 어린 꼬마가 저런 말을 한다는 게 가슴아프다는 뜻이다. 또 계약 확약(체결)을 클로징이라고 하는데, 이 가장이 부인더러 '당신 혼자서 지금 클로징하는 거야?'라고 하는 대사도 무척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거 코멘트할 게 제법 많은데 생각이 잘 안나고 시간도.. 요즘 바빠서 이런 건 머리에 정리하지 않고 메모를 해 두는데 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방법이 훨씬 안 좋은 게, 방심하다보니 기억이 더 사라지고 그냥 메모만 남아서 느낌과 맥락이 뭐였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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