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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반경에 제약이 일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도 파문이 일었다. 자유로이 어디든 다닐 수 있을 적엔 경제사정, 시간여유 등 온갖 핑계를 대며 집 안에 머물려 들었던 이들조차도 언제 다시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를 손꼽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여행 서적으로 읽힐 듯하다. 당장 해외 여행을 계획하기 힘든 입장이라면 더더욱.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토록 다닐 곳이 많다는 사실에 환호성이 절로 터져 나올 법도 하다.
아는 곳은 아는 곳대로, 모르는 곳이라면 모르는 대로 좋았다. 이미 다녀본 장소에 대해 식상할 거라는 짐작이 크지만, 막상 익숙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접했을 때의 감정은 반가움이 컸다. 짧게나마 머물렀던 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떠올리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된다. 다음번엔 더 좋은 사람과 함께 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아무래도 최근에 다녀온 목포 일대에 가장 끌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를 날아 도착했던 고하도에서의 시간은 찰나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짧았다. 서둘러 걸음을 옮긴 끝에 책에도 수록된 전망대 앞에 도달했는데, 미처 내부에 들어가 보질 못한지라 엘리베이터가 없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계단을 터덕터덕 걷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을 터.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히려 드는데, 이런 나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자의 친근한 설명이 뒤따랐다. 목포근대역사관도 당시 들렀는데 일장기 문양이 있는 줄 알았으면 눈여겨보았을 듯하다. 군산과 더불어 슬픈 역사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목포라는 생각이 이번 독서를 하며 더욱 짙어진 듯하다.
나에게 좋으면 타인에게도 좋은 건지, 안개 자욱한 날 방문했던 봉화 청량사의 기억이 날 설레게 했다. 무척이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품이어서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었다. 아마도 저자는 임도를 통해 거친 숨을 몰아치며 올라간 듯했는데, 반대로 나는 오솔길에 가까운 숲길을 따라 걸어 그리 힘든 줄을 모르고 청량사에 당도했었다. 경내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지대가 높은 만큼 일종의 착시를 일으켰다. 발 아래 드넓은 세상이 놓여 있는 것만 같은 착각 또한 청량사에 대한 나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 요인이 아니었을지 싶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지다는 걸 이번에 책을 읽으며 발견한 장소도 있었다. 아직 나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곳들은 기성 여행 상품으로는 다루어지지 않은 곳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ktx를 타고 지나칠 줄만 알았지, 농촌체험 마을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고는 생각 못한 익산이 새로이 내 마음에 들어왔고, 바다를 한 쪽에 품었을 충남의 도시들도 가까운 듯하면서도 갈 기회가 드물었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대구는 이미 10년 전에도 근대화거리 연관 여행상품이 있어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번에 보니 내가 방문했던 시절보다 많이 업그레이드 된 듯하여 뿌듯했다. BTS 팬들이라면 한 걸음에 달려가고파 하는 도시인 광주가 힙한 도시라는 점도 이번에 배운 점 중 하나다.
이 넓은 세상을 하나라도 놓침 없이 다 즐기려면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가 정답 같다. 힘든 게 번 돈 허투루 쓰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평일에는 회사에 매인지라, 주말이면 체력 고갈로 인해 어디 갈 엄두를 내지 못한 날이 많았다. 코로나19 의 여파로 더더욱 동네를 벗어날 일이 없었다. 나의 ‘잃어버린 3년’을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을지. 그래도 아직 마음이 설레는 걸 보면 마냥 늙지는 않은 모양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것만으로도 지금 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