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시노하유 15권에 대한 리뷰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연이냐 우정이냐 난감한 시노를 제쳐두고 타카하시 치요코와 무쿠노키 치히로, 단 한장의 결승행 티켓을 사이에 둔 결코 물러설수없는 두 선봉이 지금 막 대회장에서 격돌하고 있었습니다. 제아무리 치히로가 그 시노마저 인정한 불패의 절대 강자라 할지라도 그래봐야 어디까지나 그 명성은 시골 촌구석인 시마네 한정일뿐.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행복한 초코향을 은은하게 퍼트리며 당당히 대국에 임한 치요코지만 점점 대국이 진행될수록 그 달콤하던 초코맛은 어느새 쓰디 쓴 원액의 그것에 가깝게 변해버리고 말았죠. 남은 점수 무려 0. 변명의 여지도 없는 완벽한 패배에 큰 충격을 받은 치요코는 다음 순서인 나오코가 다가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그저 정신없이 치욕스러운 기록이 생생한 대회장을 빠져나오기 바빴지만 자신을 막무가내로 행복 바이러스로 이끌던 그런 그녀의 끝없는 추락을 나오코가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마침내 치요코가 홀라당 날려버린 점수표를 다시 그럴듯한 수치로 복구하는데 성공한 나오코. 하지만 그런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남은 한장의 결승행 티켓의 주인은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던 치히로의 코모사와 중학교에 돌아가게 되었고 그 기세를 탔는지 코모사와 중학교는 전국대회 단체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게 되죠. 그렇게 새로운 강호 고교의 출현, 그리고 그 강호 고교를 이끄는 새로운 강자의 데뷔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마무리된 전국대회 단체전. 하지만 그 강렬한 단체전의 여운은 비단 코모사와만이 즐기며 만끽할 전유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중 한명이 바로 코모사와 중학교가 들어올리는 그 트로피 세레머니를 실시간으로 감상하던 또다른 동향의 대표 시노. 비록 치요코가 철저하게 박살난 것은 유감이기는 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같은 무대에서 마주하던 상대가 다름아닌 전국 최고의 강호라니. 이쯤되면 시마네현 2인자였던 자신의 유마치 중이 사실상 전국 2위가 아닌가 우쭐해지면서도 다음에 있을 전국 개인전 대표로 나설 자신의 무대가 또 얼마나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찬란하게 빛날지 도저히 참을수없었죠. 그렇게 어느새 쏜살같이 다가온 개인전 당일. 예상대로 그 단체전의 스타 치히로를 꺾고 시마네현 개인전 대표 자리를 거머줬던 시노의 등장에 벌써부터 미디어의 포커스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미디어의 관심을 더욱 끌기라도 하듯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않는 긴 코트까지 직접 맞춰입으며 자신의 전국무대 데뷔를 최대한 홍보하기 바빴습니다. 비록 자신에게는 하야리만큼의 태생부터 아이돌인 기질은 존재하지 않지만 애초부터 자신이 전국의 큰무대를 노렸던 그 근본적인 목적이 다름아닌 사라져버린 자신의 어머니가 멀리서나마 딸의 활약을 지켜보게 하고픈 그 실낱같은 소망이었으니 이렇게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소중한 기회를 헛되이 날릴수야 없겠죠. 하지만 그녀가 이런 프로파간다에만 능한 언론형 플레이어였다면 여기까지 올라올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 치히로마저 꺾은 최고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하기 위해 시노가 대회장으로 향하는 한편, 또 다른 경기장에서는 그런 그녀의 선전을 기원하며 또 다른 비공식 현대표가 자신의 무모함을 실시간으로 시험하고 있는 와중이었죠. 무려 일본 마작 국가대표가 합숙하는 숙소에 찾아가 당당히 대국을 요구한 소녀. 그녀의 정체는 바로 시노의 친구이자 자칭 라이벌 이시토비 칸나였습니다. 물론 이런 그녀의 기습적인 방문을 어디까지나 열정이 과한 팬의 미팅 요구라고 한다면 굳이 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긴 했지만 점점 대국이 진행되며 느껴지는 그 칸나의 마음가짐을 경험많은 국대 모두가 분명히 감지할수밖에 없었죠.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들을 이기기위해 이 대국에 임하고 있다. 그 오만한 초심자의 도전의지를 뿌리채 뽑아버리기 위해 국대들 역시 어느새 중학생 소녀와 진지하게 대국을 이어나가는 웃지못할 그림이 연출되고 말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여유롭게 양민학살하는 것이 아닌 초 진심모드로 전환하게 만든데에는 여기에는 없는 또 다른 중학생 소녀의 존재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었죠. 손이나 풀어볼까하며 가볍게 한판 겨뤄봤다가 자신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히고 만 어느 괴물 신인. 그녀는 바로 불과 얼마전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단체전의 스타 무쿠노키 치히로였습니다. 스타로 떠오르기 한참 전부터 이미 그녀는 국대마저 한판 꺾을 정도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대단한 치히로에게서 무려 현 개인전대표 자리를 빼앗은 시노 역시 치히로의 존재감 못지않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당당히 전국 개인전 왕좌에 오르게 되죠. 세상은 점점 미래가 유망해도 너무 한참이나 유망한 괴물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데 정작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자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할뿐. 그렇기에 칸나는 이런 무리한 국대와의 대국을 요청했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 변수없이 철저히 박살나는 와중에도 그녀의 마음은 전혀 꺾일 기세를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 괴물 치히로에게 대판 깨졌다 마음이 그만 꺾여버린 치요코와는 전혀 다른 선택이었죠. 10년, 아니 그 이상을 오직 마작에만 매진해도 도저히 이길 큰 그림조차 그려내지 못하는 압도적인 상대. 결국 치요코는 마작계 자체를 완전히 은퇴하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픈 그 승부욕에 더이상 매달리지 않기로 스스로와 타협하고 말지만 그녀의 이런 선택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뻔한 도피에 불과하다고 감히 비난할수 있을까요? 일견 무모해보이지만 그래도 꺾이지않는 마음으로 불가능해보이는 상대들에게 도전하는 칸나가 치요코에 비해 훨씬 더 용기있고 박수받아 마땅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치요코가 마작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기로 하면서 동시에 시노의 우승 역시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반면 말로는 시노의 선전을 기원한다 했으면서도 자신의 손길이 닿지않는 곳으로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그런 시노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내심 질투를 느끼고마는 칸나의 현 상태는 왠지모르게 알수없는 불안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여기서 한발 잘못 내딛으면 끝없는 악의와 증오의 늪으로 쏙 빠지기 마련. 지금까지 누군가를 원망하는 속편한 일없이 오직 올바르게 자기 자신만을 책망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던 또 닦던 칸나지만 그 성인군자같던 그녀의 마작 수행에도 조금씩 검은 무언가가 삐져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니체는 말했었죠. 괴물을 상대하는 자, 자신또한 그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고. 과연 칸나는 어느새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심연의 매서운 눈길에게서 무사히 벗어나 시노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때 그 올곧은 모습으로 그녀와 다시 마주 설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