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열두 달을 가지고 풀어내는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김이령 작가님의 '열두 달의 연가'.. 여섯 명의 남녀가 만들어 가는 사랑이야기가 고려시대란 역사적 상황을 토대로 독특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김이령 작가님의 책을 처음으로 만났는데 등장인물들 모두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이다.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책이다.
자신에게 귀신이 붙어 있기 때문에 아버님은 물론이고 노비들마저 장역에 걸려 죽게 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녀 서혜완은 설날 전날 죽을 결심을 한다. 혜완이 죽기 위해 찾은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율은 소녀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 주며 용기를 심어준다. 7년 후 같은 장소에서 섣달 그믐날 새벽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7년이란 시간동안 혜완을 지탱해 온 힘은 그날 만난 남자에 대한 마음이다. 혜완은 집안에 우환을 없애기 위해 불심으로 공을 드리는 어머니의 과한 시주 약조에 늘 마음이 불편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시주를 줄이기 위해 찾은 절에서 혜완은 시율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서로가 7년 전 그믐날의 재회 약속을 한 사람인지도 모른 체 서로에게 끌린다.
잘생긴 얼굴만 믿고 여자로 인해 편하게 살려는 남편에게 소박맞은 귀영은 혜완에게 몸을 위탁해 살고 있다. 그녀의 고운 자태는 혜완의 동갑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관기녀로 살아야했던 영롱 역시 거짓으로 혜완의 호감을 사 그녀의 집에 임시로 기거하게 된다.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있기에 빨리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하지만 혜완과 귀영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그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 영롱이 어떤 인물인지 처음부터 간파한 지량은 그녀로 인해 혜완의 집안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재경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시율과 지량은 혜완의 옆집에 살게 된다. 7년을 기다린 운명적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혜완의 마음은 재경에게 들은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
책을 읽으면서 '성균관 스캔들'에서 보았던 발랄하고 유쾌한 젊은 남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한 집안을 이끌어 가는 현명한 여인으로 나오는 서혜완, 곧은 성품에 혜완처럼 가족들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시율, 속 깊은 남자 지량, 한 번의 아픔으로 성숙한 여인이 된 귀영, 철없는 도련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재경,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올바른 삶을 살고 싶은 영롱까지... 어느 한 인물도 헛트로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전부 사랑스럽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려시대라 젊은 남녀의 사랑보다는 가문이 더 중요하기에 서로가 상대방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집안 사람들이나 주위 사람들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고비와 오해, 갈등은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김이령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데도 출간과 동시에 드라마화로 예약된 상태라고 들었다. 그만큼 재미는 보장되어 있는 책이다. '열두 달의 연가' 역시도 드라마화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스토리의 재미나 속도감도 좋고 열두 달로 나누어서 펼쳐지는 세 쌍의 사랑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고려인들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열두 달의 연가]는 달거리 노래인 고려가요 '동동'의 열 두달 노래가사와 상큼 발랄하고 청순한 여섯남녀의 사랑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자아내는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을 보내면서 또다시 후회만 가득한데다 갑자기 찾아 온 한파에 몸과 마음이 울적했었는데 [열두 달의 연가] 덕분에 근심걱정 모두 잊고 알콩달콩 어설픈 사랑을 시작하는 여섯남녀의 예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는 행복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이 책은 시대적 배경과 문체는 고려시대이지만 생각보다 현대적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남녀칠세부동석이란 과거의 고리타분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현대적 느낌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긴했지만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여섯 남녀의 순수한 풋사랑 스토리가 상큼했기때문이다.
12살의 딸 혜완에게 붙은 귀신때문에 가족이 죽었다는 술사의 말에 혜완의 어머니는 딸에게 붙은 귀신을 쫓기 위해 공덕을 쌓으러 성지순례를 떠난다. 어머니가 그리웠던 혜완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어머니의 친구집 아들 재경으로부터 귀신을 쫓는 초라니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재경 몰래 약속장소를 찾아간 혜완은 귀신 쫓는 주문을 외워주는 초라니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귀신을 쫓아 준 초라니에게 자신이 19살이 되는해에 다시한번 축약해 줄것을 기약하며 헤어진 혜완은 초라니를 운명의 남자로 가슴에 품으며 7년을 기다린다.
하늘이 정해 준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만난다는 속설처럼 혜완과 정시율은 7년전 약속된 장소가 아닌 사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어머니의 과도한 시주약속으로 주지스님과 마찰을 빚자 중재자로 나타난 정시율..혜완을 보자 첫눈에 반하고 혜완 또한 7년을 그리워한 운명의 남자가 정시율인지도 모른체 가슴 한켠에는 운명의 남자를 그리워하면서도 마음은 정시율을 향한다.
여자의 재물에 눈이 먼 남편에게 강제 이혼 당하고 빈털털이로 쫓겨난 귀영은 친정집으로 갈 수 없어 혜완의 집에 기거하고 혜완의 소꼽친구 재경은 연상녀 귀영을 짝사랑하게 된다.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애만 태우는 순수청년 재경은 결국 친한 형 이지량과 정시율에게 도움을 청하고 혜완의 집에 두사람을 세들게 하면서 귀영과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 여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달뜬 마음만 앞세우는 귀엽고 순진한 재경의 어린아이같은 순백의 사랑이 펼쳐진다.
마지막 연인은 이지량과 기녀 영롱의 사랑이다. 무엇하나 빠질것 없이 완벽한 상남자 이지량은 첫사랑의 아픔때문에 방황하지만 고을 수령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망자 신분을 숨긴채 혜완의 집에 기거하는 기녀 영롱에게 서서히 마음이 기운다. 혜완과 정시율, 재경과 귀영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가는 길은 많이도 험난했던 이지량과 영롱이었다.
사랑에는 장애물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인지..세 쌍 모두에게 몇번의 위기와 고비 특히 7년동안 가슴에 품은 운명의 남자는 재경, 지량, 시율의 사랑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몇번의 위기와 고비가 찾아올때마다 어찌나 애가 타던지..하지만 여섯 남녀의 사랑은 어떤 장애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열두 달의 연가]를 읽으면서 어릴적 사랑에 푹 빠졌던 만화 속 인물이 있었다. 들장미 소녀 캔디의 연인 안소니와 테리우스다. 동산위의 왕자님 안소니가 캔디에게 살아갈 희망이 되어 준 첫사랑이었듯 정시율이 혜완에게는 동산위의 왕자님이었다면 능청스러운 한량처럼 건들대지만 누구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말없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속정 깊은 상남자 이지량은 테리우스 같았다. 그래서인지 오랫만에 상큼하고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 새하얀 순백의 사랑이야기에 2013년의 한해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즐거웠다. |
정월에 친구인 시율과 지량은 개성에서 치뤄지는 놀이에 어린이 자격으로 참가, 지량은 자신을 친 형처럼 따르는 재상의 아들인 재경에게 가면을 보여주겠단 약속을 하며 만나기로 한 장소에 시율만 남기고 떠난다.
한 편 자신의 몸에 귀신이 씌어있어 아버지와 동생을 먼저 보낸 혜완은 자신의 어미가 공덕을 빌러 각지로 돌아다니는 사이 엄마와 친한 사이인 재상가의 집에서 같은 나이인 재경과 지낸다.
재경과 지량의 약속을 알게 된 혜환은 자신의 몸에 귀신을 쫓아 낼 수있단 생각에 재경보다 먼저 그 장소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시율과 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어린 12살의 혜완을 바라 본 15살의 시율은 먼 훗날인 19살이 되는 정월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 후로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귀신을 쫓게 해 준 탈을 쓴 남자를 기다리는 혜완은 엄마의 지나친 시주로 인한 가세가 기울자 이를 타협하기 위해 절의 시주를 만난 곳에서 다시 시율을 만나게되고 설렘을 느끼지만 서로는 전혀 7 년 전의 상대방이란 사실을 모른 채, 지나친다.
재경 또한 친형처럼 따르는 두 형이 급제하여 일정한 관리직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자신은 급제하지 못한 채, 혜완과 친형제처럼 지내는 이혼 당하고 같이 사는 귀영에게 맘을 쏟게된다.
하지만 귀영은 자신의 재산만 노리고 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상처 때문에 자신보다 연하인 재경이 자신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단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서서히 그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급제는 하였지만 아직 정식으로 관리직을 명령받지 못하고 기생 집과 술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량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감정을 포착하고 혜환과 시율의 사랑맺어주기와 재경과 귀영의 사랑 맺어주기에 애를 쓴다.
그런 지량에게도 아픈 사랑의 상처가 있었으니 바로 기생을 사랑한 일로 더 이상 사랑에 대한 인연에 얽매어 있고 싶지 않은, 그저 허허 웃되 가슴아픈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달래 꽃 부침개를 먹는 계절이 다가오고 모든 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기는 가운데, 현감의 면상을 상처내고 도망 중인 기생 영랑이 긴박하게 그들 모임에 끼여들게되고 자신을 부인이라고 속인 채 혜완의 집에서 지내게된다.
하지만 현감이 내린 추포령에 따라서 그녀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게되고 이를 눈치 챈 지량고 시율은 더 이상 혜완과 자신들의 직위에 위험을 피하고자 그녀에게 조용한 해결선을 제시하게 된다.
이 책에는 총 3쌍의 각기 다른 사연과 사랑을 그린 세 가지 맛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고려가요인 동동을 소재로 삼아 일 년 12달의 노래를 따와서 그 계절에 맞게 치뤄지는 다양한 축제일 같은 놀이와 먹거리를 그대로 표현해 낸 과정이 이들 세 쌍의 사랑과 맞물려 유쾌, 상쾌한 로맨스를 시종 그려나간다.
먼저 혜완과 시율이 사랑 - 마시멜로의 달콤하고 부드러움의 사랑
자신의 몸에 귀신을 쫓겠단 일념으로 재경보다 먼저 간 장소에서 운명의 상대인 시율을 만나게되지만 자신의 악귀를 쫓아내준 사람을 지량으로 알고 이미 7 년전의 사랑의 대상을 운명의 상대자로 알고 짝사랑 해 온 그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지니고 사느냐, 아니면 보면 볼수록 , 아니 첫 눈에 반해버린 철두철미하고 허투름이 없되, 자신의 감정표현 조차 내색하지 않은 채 혜완에 대한 사랑을 친구인 지량 때문에 접어야하는냐를 둔 두 사람간의 어긋날 뻔했던 사랑의 전개가 시종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연상시키는 마시멜로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번째 재경과 귀영의 사랑 - 풋풋한 사과의 맛을 느끼는 사랑
이미 결혼을 한 번 하고 맘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혼녀 귀경은 귀한 자제 분의 막내 아들 재경에 대한 사랑은 꿈도 꾸지 못할 사랑이지만 시율과 지량을 이웃 집에 살게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귀경에게 접근하고 지량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철 없는 도련님이 사랑에 대한 진정한 감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귀경의 맘을 움직이는 과정은 첫 사랑을 이뤄나가는 풋풋한 열혈 청년의 용기있는 모습과 아무것도 모른 채, 혜완과의 결혼을 추진하는 두 어머니들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쓰러움을 보여주는 , 사랑에 목매되 쩔쩔매는 귀염성을 보여주는 생기발랄함을 보여주는 과정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든다.
세 번째 지량과 영랑의 사랑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사랑, 그러나 파격적인 사랑
기생에 대한 사랑과 그녀가 자신을 배신한 감정 때문에 사랑에 초탈한 모습을 보이는 , 한량에 버금가는 사람이지만 그 속내는 뜨겁다 못해 절절한 사랑의 패배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지량에게 기생인 영롱은 그의 맘 속까지 뚫어보고 혜완과 귀경의 사랑모습을 보면서 자신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세상을 비웃는다.
하지만 지량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상처를 알게되면서 자신의 처지인 기생이란 직업을 업신여기고 오로지 몸과 술, 노래만 착취하는 다른 귀족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량에게 끌리고 있음을 알지만 두 사람은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시종 긴장감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사랑에 대한 달콤함을 맛보고 기댔지만 실패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문을 닫았고 사랑이 지나 간 후의 쌉싸름한 맛을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새로운 사랑하기를 외면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인연은 파격적인 지량의 결정으로 해후를 하게되는 과정이 시대가 비록 고려라고는 하나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센세이션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전작인 "왕은 사랑한다(드라마화 결정)", "을밀" 에 이어서 다시 작가는 고려라는 배경으로 세 쌍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
12달의 동동요를 기준으로 고려의 세밀한 풍속과 여성의 지위가 조선보다 훨씬 활발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게 표현됬다는 점, 이혼한 여성이 오히려 결혼의 대상자로서 환영을 받았다는 점, 고려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속과 놀이, 먹거리의 자료조사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선이 아닌 또 다른 한반도의 다른 나라를 통일하고 살았던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풀어나간 작가의 세 쌍의 사랑찾기 여정은 시종 즐겁고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하면서도 가슴이 설레게 하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특히 모두 저마다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인물의 감정전개라든가, 사랑에 대한 쟁취를 해 나가는 여성들의 활기찬 주장의 모습과 행동은 사랑 앞에선 누구보다도 용감한 자가 쟁취한다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론 지량의 캐릭터가 멎져보인다. )
성균날...이 드라마화 하여 인기를 끌었듯이, 이 작품도 드라마화 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있을 것인란 생각이 든다.
때론 부드러운 마시멜로도 좋고, 풋 사랑의 기억이 생각날 만큼 싱그러운 풋사과도 좋고, 첫 입에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초코릿의 맛이 생각난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맛 볼 수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