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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에서 1980년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우리의 아버지들과 아들들의 역사를 작가는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생생히 복원해냈다. 60세가 지나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자서전을 쓰고 싶어진다고 하더니(《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http://blog.yes24.com/document/6786913 ) 작가도 자신의 기억속에 단편적으로 남아있는 아버지의 생애와 자신의 유년시대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것 같다. 1947년 고향집에서 무서워서 변소문을 열어놓고 똥누던 것이 유년시절의 첫번째 기억이고 1948년부터 아버지와 연관된 몇 장면이 생각날 뿐이라고 하니 해방전후사를 전위에서 맹렬하게 살다간 그의 아버지에 대한 것은 일가족과 친지들의 회고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일제시대에는 농민계몽과 독립운동, 해방정국에서는 좌익, 한국전쟁때 빨치산이었다가 끝내 월북하고 말았으니 아버지와 같이 산 세월도 길지 않은데다, 정치적 이념에 정직했던 것 만큼이나 감정에 충실했던 아버지의 여성편력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갑절의 신고를 겪어야만 했다. 역사적 기록속에서 실재하는 아버지의 자취를 찾고자하는 노력이겠지만 상당부분이 해방전후사에 대한 사회과학 서적처럼 씌여지고,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실명이기 때문에 과연 이 책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속하기는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기꺼이 우리 역사의 현장에서 온 몸을 불살랐던 그의 아버지와 그로 인해 남은 가족들이 타다남은 재처럼 버려졌던 그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진정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 시대의 아버지들이 우리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주류가 되지 못했던 그들에게 권력자들은 얼마나 냉혹했는지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아버지들이 대의를 위해 싸우는 동안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사랑받지도 못하면서 전심전력으로 가족들을 지켜낸 이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니 아들의 아버지, 그리고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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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에 북한에서 예고 없이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한 적이 있다. 단순한 협박으로 치부하기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이 상당하고 무엇보다 세대교체로 뒤숭숭한 뉴스가 계속해서 흘러 나오고 있는 만큼 남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혹시...'하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식으로 서로를 경계하며 살게 된 것일까. 광복이 1945년이고 얼마 남지 않은 내년은 2013년, 통일 신라 이후 갈라진 적은 있었지만 고려 이후 계속해서 한나라 한민족이라는 의식을 갖고 살았는데 갈라진지 70년도 안 되어 이 정도로 서로를 경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6.25전쟁이 가장 큰 이유였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무기를 들고 서로를 마구잡이라 쏴죽였으니까. 예전에 동독과 서독이 통일했을 때 독일을 롤모델로 삼아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요즘에는 나먹고 살기도 바쁜데 통일은 무슨 하는 분위기지만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가 이루어진 적도 있었다. 그게 흐지부지 된 데에는 역시 믿음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번 이 쪽을 죽이려 든 상대를 순수한 마음으로 믿을 수는 없으니까. 더군다나 그 와중에도 무장간첩까지 보냈으니. 이런 점이 독일과 우리나와와 가장 큰 차이고 왜 우리나라가 독일과 같은 식의 통일을 이룰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고도 할 수 없다. 그저 1인 독재국가일 뿐이지.
이승만의 과실을 이야기할 때 그가 저지른 잘못 중 제일 먼저 손꼽히는 것이 친일세력의 등용이다. 그에 반해 북한에서는 친일세력을 철저하게 숙청했다고 한다. 친일 세력을 완전 청산하고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꿈꾸며 세웠던 나라가 어쩌다가 독재국가가 되었을까? 그리고 당시 신념을 따라 북한으로 월북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철저한 반공교육으로 빨갱이라는 단어가 지금도 그 무엇보다 심한 욕이 되는 만큼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란 쉽지 않다. 금서로 지정된 이유도 있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에 비해 이 소설은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책이다. 부잣집 도련님 출신으로 머리도 좋아 일본으로 유학을 갔었고 독립운동에도 헌신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인 주제에 본처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남의 엄한 딸 꼬셔서 본가로도 돌아가지 않고 동거생활을 하기도 했다. 결국 독립운동하다 잡혀 감옥에 있는 사이 동거녀에게 버림받고 해방 후 정신 차리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사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공산주의 활동 하면서 기생을 데려오질 않나, 그러다 경찰에 잡혀서 죄없는 가족들과 시집간 누이동생까지 고생시킨다. 그리고 드디어 6.25 전쟁이 터지고 서울이 인민군 손에 들어가, 아버지가 윗사람이니까 좀 잘 먹겠다 싶었는데 이 눈치 없는 아버지는 가족은 나몰라라 당에 충성하느라 일에만 열심이다. 당연한 결과라할까 인민군이 쫓겨가자 끝내 아버지는 월북을, 남은 가족은 월남을 택한다.
결말을 보면 피비린내가 잔뜩 난다. 남한도 북한도 전쟁 중은 물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서로에게 보복, 처단하느라 정신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가장이라고 할 만한 일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집의 기둥, 그런 이가 월북했으니 남은 가족들은 얼마나 고생했을지.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예전에는 월북한 이가 가족에 있으면 공무원 꿈은 일찌감치 포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뭐 예전에는 공무원이 그렇게 인기 있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아버지를 백 번은 원망하고도 남았을 법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담담하다. 그보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흘러 넘친다. 원망보다는 험한 역사 속에서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뚝심있게 자신의 신념을 믿고 살아간 한 사람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또한 풍부한 자료로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어서 역사책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 점이 중립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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