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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第七天)] 원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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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第七天)> 원서를 읽고           중국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제7일(第七天)>을 번역서로 읽고 몇 해가 지난 최근에 원서로 읽어보았다. 저마다의 생이 다르듯 각자의 죽어감 혹은 죽음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가 저 세상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상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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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第七天)> 원서를 읽고

 

 


 

 

  중국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제7일(第七天)>을 번역서로 읽고 몇 해가 지난 최근에 원서로 읽어보았다. 저마다의 생이 다르듯 각자의 죽어감 혹은 죽음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가 저 세상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상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제7일>을 통해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경계를 그리고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첫째 날] 화장터, 아니 '장례식장'으로 번역해야 마땅한 빈의관(殯儀館)에서 화장 예약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있는 주인공이 보인다. 그의 이름은 양페이(楊飛). 앞줄에 앉아 있던 이도, 양페이 옆에 있던 노인도 모두 죽은 사람들이다. 물론 양페이도 그러하다. 그가 생전 마지막날 밤에 죽고 나서 다음날 자욱한 안개 속을 걸으며 빈의관으로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죽은 첫째 날이라는 것은 자각하지만 어떻게하여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누구나 그렇듯 그도 죽음은 처음인지라 여간 낯설지 않으나, 눈앞에 펼치진 도시의 모습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묘하게도 살아있을 때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장례식장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망자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의 중국 현실 문제가 사후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듯하여 어쩌면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중국의 경우 아파트를 사면 소유권이 영구한 게 아니라 70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소설을 통해 묘지 역시 그보다는 짧지만 25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줄에 앉아 있던 이가 지금부터 25년 뒤에 천정부지로 솟을 묘지 가격을 걱정하며 "죽어서도 죽을 수 없구나!"라며 한탄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렇게 장례식장의 풍경을 지켜보며 한참을 기다리던 양페이가, 아니 그의 몸이 먼저 일어나 대기실을 떠난다. 그에게는 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날] "양페이······." 그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깨어나 어제의 다음날인 듯한 시간을 느끼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빗방물과 눈송이가 흩날리는 적막 속에서 희미한 건물을 발견한 그에게 그 공간을 함께했던 한 사람과의 그날들이 천천히 다가온다. 회사에서 뭇남성들의 구애를 줄기차게 받을 만큼 속칭 (핵)인싸로 불리는 리칭. 그녀와 달리 스스로 사랑에 대한 우둔한 감정을 간직한 채 우직하게 일만 하는 양페이.

 

 

  사랑의 발걸음 소리가 멈추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두 사람. 과연 그들은 서로 발걸음을 맞춰가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을까? 세월이 흘러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옛일을 추억한다. 그녀는 친구들이 준비한 성대한 장례식에 가야 할 시간이 되자 그에게 작별을 고한다. "양페이, 나 가요." 

 

[셋째 날] 양페이는 아침 혹은 저녁, 아니면 아침과 저녁을 동시에 걷는 듯한 기분으로 리칭과 함께했던 공간을 다시 찾는다. 어쩐 일인지 어떻게 해도 가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무렵, 두 줄기의 빛이 마치 철로처럼 펼쳐지면서 그를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그는 철길이 낳아 기른 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차역에서 선로공으로 일하던 아버지 양진뱌오가 철길 위에서 처음 양페이를 발견하고 품에 안은 순간부터 (딱 한 번의 결정적 이별과 재회를 빼고) 몸과 마음이 세월의 더께를 견딜 수 없는 날을 맞을 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친혈육보다 더 진한 부자의 정(情)을 나눈다.
  언젠가 종착역에 다다르는 기차가 인생을 실어 나르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마다 삶의 목적지가 적힌 차표 한 장을 손에 쥐고 승강장을 오르내리고 열차 안에서 앉거나 서 있는 사람들과 교차하면서 희노애락을 느끼다가 죽음이라는 역에서 하차하게 되는 승객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제7일> 속 등장인물들이 처한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문득 영화『설국열차』에 올라탄 승객들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여러 사회 문제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가 결국 개인에게 전가되는 양상에 흠칫 놀라면서도 때때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분마저 들어 등골이 서늘해지는 까닭이다.

 


 

  양페이는 살아생전 복잡한 기억들과 계속 조우하면서 이승에서의 분주함과 게으름, 그속에 깃든 크고 작은 소음들이 저승에서는 침묵과 고요 속의 외침으로 변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다음날을 향해 걸어간다. 과연 그는 넷째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 그리고 마지막 일곱째 날에 어떠한 것들을 마주하게 될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은 독자는 <제7일>을 펼쳐서 양페이를 따라 가리워진 길을 걸어가보길 바란다.

 

k*****o 2022.12.09.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