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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형식에 담은 국가 간 입양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심층적인 고찰
"시라는 형식에 담은 국가 간 입양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심층적인 고찰" 내용보기
유학할 때 겨울 방학에 찾아간 바닷가에서 한 부부를 만났다. 꽤나 유명한 휴양지였고, 오션뷰의 좋은 호텔이었지만, 여름이 아니어서 호젓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와는 다르게 봄처럼 따뜻하고 온화한 곳이었다. 부부가 우리에게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우리가 그렇다고 하자, 자기 아이를 위해 몇 가지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때도 인터넷이 있었지만(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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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할 때 겨울 방학에 찾아간 바닷가에서 한 부부를 만났다.

꽤나 유명한 휴양지였고, 오션뷰의 좋은 호텔이었지만, 여름이 아니어서 호젓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와는 다르게 봄처럼 따뜻하고 온화한 곳이었다.

부부가 우리에게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우리가 그렇다고 하자, 자기 아이를 위해 몇 가지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때도 인터넷이 있었지만(매일 엄마와 화상채팅을 했고 EPL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의 경기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유튜브를 통해 온갖 컨텐츠들을 접할 수 있는 때는 아니었고, 검은 머리의 아시아인을 보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냐고 물을 때였다. K-Pop의 흥행으로 한국문화가 보편적이된 지금과는 많이 다른 때였으니, 한국책이나 한국 관련 콘텐츠를 미국에서 찾기가 지금처럼 쉬지는 않은 때였다.

그때의 내 나이로는 꽤나 나이가 지긋해 보였던 부부의 손에 한 아이가 있었다. 나와 닮은 아이.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한국에서 입양해왔다고 했다.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혼란을 느끼지 않게 아이에게 한국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 싶은데, 자기들에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들이 사는 지역에선 한국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몇 살이나 됐을까. 어른이 되어서, 둘이 함께 와도 힘든 머나먼 타국을, 저 어린 몸으로, 혼자 와서 '새로운 가족'에 적응해야 한다는 건 어떤 걸까. 아이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부부가 아이의 한국 이름을 알려주며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주면서 아마 이런 의미를 가진 이름일 거라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 성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 중 하나다. 아이의 출생지가 어디라고 해서 거기는 한국의 어느 부분에 있는 지역이고, 무얼로 유명하다. 아이의 부모가 궁금한 걸 물을 때마다 나와 남편은 우리가 아는 한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설명해주었다. 혹시라도 근처에 한인교회가 있다면 거기에 한글학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니 한 번 알아보라고도 해주었다. 내년이면 미국에 온지도 딱 20년이 되니 그때 만난 그 아이도 이미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많이 샤이하지만 낯선 어른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었던 그 아이가 아주 가끔씩 생각이 나곤 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도 바로 그 아이다.

이 시집의 저자는 Maja Lee Langvad라는 덴마크 인이다. 이 이름은 '마야 리 랑그바드'라고 발음한다는데, 이름 중간에 있는 미들네임 'Lee'는 그가 한국에서 얻은 성이다. 내가 만났던 그 아이와 같은 성.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덴마크에 입양되었다.

저자는 2007년에서 2010년간 서울에서 머물렀는데, 이 시집은 그 시간 동안 만났던 다양한 입양인들(사회운동가, 예술가, 학자를 포함한)에 대한 기록이다.
참고로 이 시집의 서두엔 '인명 갤러리'가 있어서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입양인들, 홀로 자녀를 키웠던 여자들, 자녀를 입양보냈던 여자들, 통역사, 친가족, 양가족, 연인, 데이트 상대, 친구들, 지인들, 그밖의 사람들(예를 들어 사회복지사))에 대한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성별과 국적이 다양한 이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와 경험을 토대로 해서 시인이 다루는 것은 '국가 간 입양'이다.

우리는 '입양'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났던 그 부부도 선한 기독교인으로서 그들이 실천할 수 있는 박애정신의 일환으로 입양을 택한 것이었다.
종교적 이유이건 인류애에 기인한 것이건 대체로 입양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옳은 일'로 이해할 것이다.
헐리우드 배우들이나 셀럽들이 제3세계의 아이들을 입양함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입양'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대체로 그런 것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일컬을 것이다.

그러나 마야 리 랑그바드는 입양에 대해 알면 알수록,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화가 난다'

왜일까?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입양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인은 '입양'은 '국가 간 산업'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묻는다. 왜 아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곳에서, 자신이 낳아준 부모와 살지 못 하는가?

 

왜 우리는 동일한 질문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고아로 사느니, 가난한 나라에서 어렵게 사느니, 잘 사는 나라에 가서, 돈 많은 양부모 밑에서 자라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그게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단정 짓는다. 왜 그렇게 단정 지은 것일까?

 

입양이라는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되었고, 그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했을까? 어떤 필요충분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 걸까?

 

그 모든 질문들을 꼼꼼이 파헤쳐가며, 꼼꼼이 답안지를 작성해간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시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 사실들도 알게 된다.

불임인 여성들은 일반인보다 우울증일 확률이 높고, 불임치료 후에도 임신을 못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살률이 두 배나 높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아이는 꼭 '가져야만' 하는 걸까? 아이가 없으면 가족이 아닌 걸까? 임신을 하지 못해도, 아이가 없는 부부여도 잘 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시인은 그렇지 못한 상황에 또 화가 나고, 그런 일로 죽는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에도 화가 난다.

 

이런 식으로 시인은 '국가 간 입양'에 대하여 전방위적이고 심층적이게 고찰한다. 시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나 르포르타주를 보는 듯하다.

 

사실 나는 이 시집을 읽기 전에 유튜브를 통해서 시인이 본인의 시를 낭독하는 영상과 좌담하는 영상을 미리 봤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시집의 내용들이 모두 시인의 육성으로 들려서, 한 문장 한 문장이 더 크게 와닿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한 개인이나 '입양인'이라는 특수한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모든 개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제도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개인을 얽매고 있으니까. 이 시집을 읽는다는 건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우 직설적으로 쓰여진 문장들을 통해 '여성'으로서 내가 순간 순간 느꼈던 감정들, 생각들이 환기되기도 했다. 

참고로 올해는 이 시집이 덴마크어로 출간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시인과 함께 공분할 수 있고, 그의 육성에 함께 호응해줄 수 있는 독자들이 많이 늘어나길, 그래서 입양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선과 국가의 정책들에 진일보한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c*****g 2024.02.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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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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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문체도 매우 특이하면서 참신한,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제목과 같이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이를테면 책의 첫 문장부터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고 다음 문장은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는 식이다. 책의 소개를 읽지 않았더라도 눈치 빠른 이라면 알 것처럼 저자는 입양아다. 대한민국은 입양 보내는 국가로 1순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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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문체도 매우 특이하면서 참신한,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제목과 같이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이를테면 책의 첫 문장부터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고 다음 문장은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는 식이다. 책의 소개를 읽지 않았더라도 눈치 빠른 이라면 알 것처럼 저자는 입양아다.

대한민국은 입양 보내는 국가로 1순위임은 명백한 사실인데도 이상할 만큼 이 사실을 진지하게 다루는 언론도 안 보이고 정부나 정책도 안 보인다. 단적으로 말해, 쪽팔리는 건 알아서일까. 그러니 "여자는 한국이 국가 간 입양을 통해 연간 천 오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는 저자의 진술은 참 아프면서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부와 당국이 입 하나 뻥긋하지 않는 또 하나의 사실에 독자로서, 아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 화가 난다.

여자는 또한 "전체 한국계 입양인들 중 친부모를 찾는데 성공한 사람은 불과 2.7%"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27%가 아니라 2.7%라는 것.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누가 극 아니랄까봐 극적인 재회 장면들이 잘도 등장하지만 실제와는 영 거리가 먼 연출일 뿐이었던 것이다. 하여 여자는 "한국에서는 산부인과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진술하는데 그 분노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병원 측에서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만 해주어도 양부모들은 입양자녀를 친자녀인 양 호적에 마음대로 올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 따라서 이런 사실에 무심한 정부에도 여자는 화가 난다고 하는데 그 분노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분노로 일관하는 저자에게 왜 그렇게 화를 내느냐, 진정해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독자는 화가 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c 2022.09.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