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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주는 갖는 힘은 강력하다. 역사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읽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이나 물건에도 배경이 되는 서사가 생기면 훨씬 매력적이고 호감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들은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힘든 중독성이 있다. "책의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있다. 이 책 <네오젠>이 그런 책이었다.
우선 참 몰입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키워드를 굉장히 철학적으로 이야기에 담아 내면서도, 세계관 설정이 아주 탄탄하다. 게다가 10년 이내의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코로나 시대를 묘하게 접목시켜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마치 '1984'나 '멋진 신세계'처럼 디스토피아적인 회색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 독특한 SF의 배경은 근 미래다. 불과 4년 후인 2026년 시작된 세계적인 전쟁과 폭동, 그리고 마치 코로나를 연상시키는 원인 모를 전염병까지 더해져 세상에는 '국가'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가 온다는 설정이다. 세계 3차 대전에 전 세계적 전염병이 겹쳐진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2020년대 후반부터 2030년대 후반까지의 기간을 넘나들며 이어나가게 된다. 디테일한 설정들이 꼼꼼하게 잘 짜여 있어서 꼭 머지않아 일어날 일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확실히 몰입감 높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가독성도 좋아 책의 마지막 장까지 지루한 줄 모르고 달리게 되는 책이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감정'이라는 요소를 전염되는 병처럼 설정한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인류를 멸망으로 모는 원인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걱정하는 '기후 문제'도 '핵 전쟁'도 아닌 '인간의 감정'이라는 주제가 참신하다.
인간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상태가 된다. 그냥 좀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도 기억 못 하는 정도의 분노와 폭력, 온갖 감정이 완전히 통제를 잃고 발작을 일으킨다.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통제를 잃은 인간은 마치 정글의 짐승들처럼 폭주하는 상태가 되고 많다.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인간에게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성'이 기능을 잃고 나니 인간의 깊숙한 곳에 있던 감정이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는 점이다. 원래 사람이란 게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감춘 채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사회를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통제를 잃으면 우리 사회는 무너지고 결국 인류가 멸망하게 되는 것일까? 꼭 현대인들의 분노조절장애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은 이야기다. 요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뉴스에 나오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사람들의 이유는 '화가 나서'였다. 예전같으면 참고 넘어갔을 일들을 요즘에는 참지 못하고 뿜어내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이야기 속의 암울한 미래가 꼭 낯설지 만은 않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결국 인류가 발견해 낸 해결책은, '감정'과 '이성'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고 이성만 남은 인간을 남기는 방식으로 치료를 해 나간다. 이 세력이 바로 '네오젠'이라는 세력이다. 치료제를 나누어 주며 도시를 다시 세우고 인류를 재건하는 세력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여기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반란군으로 규정되는 서쪽 지역의 사람들이다. 이 서쪽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센'과 네오젠의 수장 '카알'이 대립하는 구도가 재미있게 전개되다가 큰 반전이 나온다. 책을 읽는 재미를 빼앗게 될까 두려워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다. 한 번 읽어보시면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을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장성주 님이라고 한다. 저자는 10여 년간 illa라는 이름으로 뮤지션으로 활동한 음악인이자 예술가이다. 유튜브에도 'illa', 'Take me out'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노래도 들어보실 수 있다. 어쩌면 저자가 뮤지션이라는 점이 '감정'이라는 부분을 더욱 민감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미국에서 예술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이 책에서 끝을 맺지 않는다. 마치 여러 에피소드를 가진 넷플릭스 드라마의 에피소드 1을 본 것 같은 느낌으로, 아직 뻗어나갈 이야기가 많다. 저자가 지금 미국에서 후속편을 구상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어지는 후속편도 무척 기다려진다. 새로운 스타 작가의 탄생을 함께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만한 철학도 담고 있어 즐겁게 읽고 여운도 남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얼른 다음 편이 완성돼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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