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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붓다에 의해 직접 주도된 불교를 두고 흔히 초기불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근본불교라는 이름을 더 선호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원시불교, 소승불교, 상좌불교, 빨리불교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저자 임승택은 초기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특정 부파의 주석문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책은 초기불교의 경전 모음집인 니까야를 바탕으로 초기불교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94가지 주제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비교적 친절한 '불교용어사전'에 가까운 형식과 내용이 특색이다. 수많은 경전으로 이루어진 니까야는 붓다 자신의 가르침과 행적은 물론 주요 제자들의 교리해설과 실천방식에 대한 언급까지 포함된다. 이들 주제 중에는 다소 전문적인 내용도 포함되지만 대체로는 초기불교의 기본 가르침에 속한다. 사성제, 오온, 십이연기, 중도 등 초기불교의 핵심교리를 설명하고, 또한 고대 바라문교, 힌두교, 자이나교, 초기불교의 상이점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원고는 저자가 '초기불교 순례'라는 칼럼명으로 「법보신문」에 지난 2년간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초기불교의 수행 방식은 정서적 안정을 통해 지혜의 개발로 나아가는 일정한 패턴을 지닌다. 마음의 고요를 가져오는 사마타(止)와 지혜의 개발을 의미하는 위빠사나(觀)는 이러한 과정을 집약한다고 할 수 있다."(33쪽) 초기불교의 명상은 사마타와 위빠사나로 귀결된다. 사마타는 고요 혹은 평온을 의미하며 들뜸과 산란함이 가라앉은 경지를 가리킨다. 사마타는 삼매 혹은 선정으로도 불린다. 위빠사나란 있는 그대로를 통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주관적인 바람이나 의지를 배제하고서 있는 그대로를 주시하여 통찰한다는 의미다. 흥분된 상태이든 집중된 상태이든 오로지 마음지킴(念: 사띠)과 알아차림(知: 삼빠쟌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위빠사나의 요체다. 마음지킴은 마음을 모으고 단속하는 것이고, 알아차림은 경험하는 현상을 그때그때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작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마타는 삼매의 경지에 따라 물질현상에 지배된 '색계의 4선정(色界四禪)'과 물질현상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무색계의 4선정(四無色定)'이라는 총 여덟 단계로 구분된다. 색계의 4선정은 감각적 욕망이 가라앉은 상태인 제1선정, 언어적 작용이 가라앉은 상태인 제2선정, 희열마저 가라앉은 상태인 제3선정, 일체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고요해진 상태인 제4선정이 있다. 무색계의 4선정은 공무변처정, 식무변처정, 무소유처정, 비상비비상처정이 있다. 실제 수행에 있어서 오늘날의 구도자 가운데 실제로 무색계의 4선정에 진입한 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사념처 수행은 상좌부에서 계승되는 남방불교의 전통적인 명상법이며 흔히들 '위빠사나'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사념처를 수행하면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함께 닦는 셈이 된다. 사념처는 몸·느낌·마음·법을 지속적으로 주시함으로써 경험하는 현상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방법으로, 신념처(관신부정), 수념처(관수시고), 심념처(관심무상), 법념처(관법무아)를 사념처라 한다. 몸·느낌·마음·법 네 가지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隨觀)이라는 의미에서 신수관, 수수관, 심수관, 법수관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부처의 설법은 보시의 가르침, 계율의 가르침, 천상에 대한 가르침, 사성제의 가르침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성제란 무엇인가. 괴로움이라는 거룩한 진리(고성제),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거룩한 진리(집성제),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거룩한 진리(멸성제),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이라는 거룩한 진리(도성제)의 넷을 가리킨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괴로움이라는 거룩한 진리(苦聖諦)이다. 즉 태어남도 괴로움이요, 늙음도 괴로움이요, 병듦도 괴로움이요, 죽음도 괴로움이요, 슬픔·비탄·괴로움·불쾌함·번민도 괴로움이다. 또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괴로움이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괴로움이며,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다. 요컨대 다섯 가지 집착된 경험요소(五取蘊)가 괴로움이다."(152쪽) 인간은 살면서 여덟가지 고통을 끊임없이 경험한다. 생·로·병·사, 애별리고(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 원증회고(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구불득고(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오음성고(오온의 불균형)를 통틀어 인생팔고라 한다. "괴로움(苦)이란 무엇인가. '나' 자신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경험적 요인들 즉 오온(五蘊)이 괴롭다는 것이다. 흔히 물질현상[色]·느낌[受]·지각[想]·지음[行]·의식[識] 따위의 다섯은 자기 자신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들은 나의 몸, 나의 느낌, 나의 이미지, 나의 충동, 나의 인식이라는 방식으로 자기 정체성의 근간을 이룬다."(102쪽) 무아는 다만 오온이 '내'가 아님을 밝히는 교설이다. 오온은 '나' 자신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경험적 요인이다. 그러나 오온은 '나의 것'도 아니고 '나의 자아'도 아니다. 오취온으로 구성된 자아란 허구에 불과하다. 오취온이란 물질현상·느낌·지각·지음·의식 따위의 경험적 요인들에 집착해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뒤엉켜 드러난 다섯 가지 경험요인이 곧 오취온이다. 오취온을 좀더 풀어내면, 외모나 몸매 같은 물질현상에 집착한 상태인 색취온, 애착이나 분노처럼 느낌에 집착한 상태인 수취온, 명예나 자존심 등 지각에 집착한 상태인 상취온, 무기력이나 우울 등 감정의 노예처럼 지음에 집착한 상태인 행취온, 에고와 같은 의식에 집착한 상태인 식취온이 있다. 갈애(愛)는 괴로움의 씨앗이다. 갈애란 좋아하는 느낌에서 발생한다. 갈애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慾愛), 있음에 대한 갈애(有愛), 있지 않음에 대한 갈애(非有愛) 세 가지 양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