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8권 4책의 원문을 번역한 것으로, 이 책은 그 가운데 5~8권의 내용을 번역한 하권에 해당한다. 모종의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전라도 지도로 유배를 갔던 저자가 ‘오랜 기간 독서한 내용과 견문한 것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저술한 필기류로 19세기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조선 후기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난 저자 홍한주는 자신의 ‘가문을 배경으로 국내외의 최신 서적을 비롯하여 규강작에 소장된 관각 문헌, 그리고 당시 유통되던 다양한 서적을 손쉽게 열람할 수 있었다는 점’이 <지수염필>을 저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 체제가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자신의 견문 기록을 나름의 관점에서 배치하여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지수염필>이라는 문헌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5권에서는 인간의 불로장생에 대한 욕구와 귀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라나라의 가곡’ 등에 대한 정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국 역대의 시가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 후, 이방원과 정몽주의 <하여가>와 <단심가>를 비롯한 시조 작품들과 가사 작품 및 작가들을 소개하는 내용은 전공자로서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여겨진다. 6권에서는 중국의 문인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에 대한 평가와 주요 작품들을 열거한 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로부터 조선시대 붕당의 폐해와 주요 문벌들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훈민정음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하고, 한자와 한문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당시 풍수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았던 바, 저자는 풍수의 의미와 그에 대한 세간의 견해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이 7권의 앞 부분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18세기 이전 활동했던 조선의 문인들의 활동과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담배’와 ‘아편’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과 ‘공(公)’이나 ‘선생(先生)’의 유래를 설명하는 등의 항목도 보인다. 마지막 8권에서는 저자가 활동했던 19세기의 인물들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이 특징이다. 추사 김정희의 서체와 작품에 대해서 여러 항목에 걸쳐 서술하고 있으며, 이밖에 당시의 문단 상황과 주요 작가들에 관한 정보를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조선에서 통용되던 호칭의 문제를 정리하는 내용이 인상적으로 여겨졌으며, 사대부들이 의복과 관대에 관한 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조선에서 사용하던 호칭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와 인용해 보기로 하겠다.
“집안 사람과 하인들은 자기 주인을 대인(大人)이라 부르고, 혹은 노야(老爺) 대야(大爺)라고 부르며, 혹은 상공(相公)이라 부르기도 하고 주인이 젊으면 공자(公子)라고 부른다. 중국 사람들은 이와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각 주인의 관위를 따라 대감, 영감, 나으리라고 부른다. 과거에 급제했으나 아직 관직을 제수받지 못한 사람은 선달(先達)이라 부르고, 소과에 합격한 자는 진사(進士)라고 부르고, 관직 없이 늙은 사람은 생원(生員)이라 부른다. 주인이 젊으면 서방님(書房主)이라 부르고, 안주인의 경우 늙었으면 마누라(抹樓下)라고 부르고, 젊으면 아기씨(阿只氏)라고 부르는데 모두 우리나라 말이다.”(‘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여러 호칭’ 중에서)
이러한 구분이 엄격하게 시행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전소설이나 조선시대의 기록에서 보이는 이러한 호칭들의 용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나에게는 흥미롭게 여겨졌던 내용이다. 저자의 관점에서 포착한 중국과 조선의 다양한 기록들을 정리하여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지수염필>이라는 문헌의 가장 큰 특징이며, 또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관심사와 의식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한 독서 체험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