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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증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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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비탈릭 부테린은 왜 지금 이 책을 냈을까? 이미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는 글들을, 수 년 전 것까지 굳이 긁어모아서 말이다. 이 책을 번역하기 전, 목차를 스르륵 읽으면서 나는 그게 궁금했다. 부테린은 책 속에서 끝까지 이 의문을 직접적으로 풀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리된 원고를 읽다 보니 얼마 읽지 않아서 그 답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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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비탈릭 부테린은 왜 지금 이 책을 냈을까? 이미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는 글들을, 수 년 전 것까지 굳이 긁어모아서 말이다. 이 책을 번역하기 전, 목차를 스르륵 읽으면서 나는 그게 궁금했다.

부테린은 책 속에서 끝까지 이 의문을 직접적으로 풀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리된 원고를 읽다 보니 얼마 읽지 않아서 그 답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이더리움이 필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이 책의 제목인 <지분증명>이다.

1. 이 책에서 부테린은 두 가지 사실을 설명하는데 집중한다. 하나는 왜 이더리움의 합의 방식이 작업증명(PoW)이 아니라 지분증명(PoS)이어야 하는지다. 이유는 간명하다. 크립토 업계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중앙집중식의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기성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작업증명은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생성 비용이 너무 높아서 비효율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용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지분증명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일단 지분증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그럼 어떤 방식의 지분증명이어야 할까. 수수료가 낮고, 속도가 빠른 블록체인? 아니다. 부테린의 두 번째 설명 포인트가 이 지점이다. 그는 이더리움이 종국적으로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속도는 본질이라기 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라는 정의 안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이렇다 보니 통상적인 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키워드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이라던가 '초협력', '게임 이론', '정당성', '거버넌스' 등등 말이다. 실제로 책 분량의 대부분에서 부테린은 어떤 보상책을 동원해야 이러한 성격의 프로토콜을 만들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3. 부테린이 그리는 이런 풍경은 내게는 상당히 생경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을 비롯해 내가 아는 주류 암호화폐 세계는 네트워크의 무신뢰성(trustless)을 추구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무신뢰성이란 신뢰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네트워크가 인간의 신뢰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뜻이다.

암호화폐는 본래 인간을 믿지 못해 만들어진 물건에 가깝다. 그런데 시가총액 2위의 대형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다시 인간을 프로토콜의 주요한 변수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것을 퇴보라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오히려 처음에 암호화폐라 불리던 물건들이 10년이 지나는 사이 더 많은 의미와 기능을 내포하게 되면서 성장을 위해 탈피하는 과정에 가깝지 않나 싶다. 세간에서 흔히 뜬금없이 나오곤 하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 영역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였다. 이 장에서 부테린은 "
프로토콜의 속성을 위반하는 변경사항은 비록 그것들이 투표로 승인된 것이더라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바뀐 코드대로 프로토콜은 작동하겠지만, 그것이 프로토콜의 정신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방향이라면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학도 식으로 표현하자면 법을 단순하게 조문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는 그 법의 취지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크립토 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code is law'라는 경구 뒤에, 이제는 'law is made by community'를 덧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그가 생각하는, 아직 불완전한 블록체인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싶다.

5. 오래전부터 동양의 통치 철학으로 활용되어 왔던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법(法)은 말 그대로 실정법적인 제도나 관습, 규칙을, 술(術)은 이런 법을 행하는 정치적 기술을, 세(勢)는 군주의 카리스마를 말한다.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질 때 국가 통치가 제대로 된다는 게 한비자의 이론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이더리움 세계에는 군주가 없으니, 굳이 꼽자면 이더리움 플랫폼 자체가 가진 매력이나 정당성이 세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의 발간은 이런 이더리움의 세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h*****e 2022.10.13.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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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증명까지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책
"지분증명까지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책" 내용보기
이번 이더리움의 지분증명으로의 전환은 암호화폐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단순히 이더리움을 이해하고 싶어서 구매했고 읽기 전까지만 해도 지분증명에 대해 비탈릭이 따로 준비한 책인 줄 알았다. 목차를 살펴보니 비탈릭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탈중앙화와 웹3에 대해 쓴 온라인 글들을 카테고리와 시간 순으로 엮은 책이었다. 약간은 실망했지만 읽으면서 그 실망감은 금방 잊혀졌
"지분증명까지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책" 내용보기

이번 이더리움의 지분증명으로의 전환은 암호화폐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단순히 이더리움을 이해하고 싶어서 구매했고 읽기 전까지만 해도 지분증명에 대해 비탈릭이 따로 준비한 책인 줄 알았다. 목차를 살펴보니 비탈릭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탈중앙화와 웹3에 대해 쓴 온라인 글들을 카테고리와 시간 순으로 엮은 책이었다. 약간은 실망했지만 읽으면서 그 실망감은 금방 잊혀졌고 비탈릭이라는 천재가 내 머릿 속 한 켠을 앞으로 자리잡겠구나 느꼈다.

YES마니아 : 로얄 l*****7 2022.1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