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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 국립공대의 교수이면서 추리소설 작가인 모리 히로시.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은 후자보다는 전자로서의 모리 히로시가 쓴 소설이다. 어쩌면 자전적이랄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은 이런 교수, 연구자를 꿈꾸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소설은 전혀 피가 튀기지
않으며(아, 자살 얘기가 있으니 아닌가?), 범죄도 없다.
약간의 고심 끝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누가 하라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공부한다는 것이 무척 즐겁다는 생각. 대학 학부 시절 공부를 열심히 안 한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학원 시절의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내가 읽고 싶은 공부를 강의에서 다루지는 않았으므로), 그래도 대학원에 가서야 공부다운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손이
정교하지 못한 탓에 남보다 1.5배 정도의 시간을 들어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에 좀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고(이 부분이 이 소설의 화자인 하시바와는 아주 다르다), 꼭 성공하고 싶었다. 아니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처와 아이가 딸린 가장 대학원생이 학문을 선택했을 때 종착지는 일단 정해놓아야 했던 것이다.
그 때의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과학의 세계에 대한 일반론은 어디나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책에서 과학에 대해서, 또는 대학 세계에 대해서 하고 있는 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어쩌면
이 책은 저자가 과학과 대학, 특히 대학원에 대해 일반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꼭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시마 선생이다. 기시마 선생은 특출난 연구자이다. 연구 성과만 봐서는 당연히 이른
나이에 조교수가 되고, 교수가 되었어야 하지만, 오랫동안
조수에 머무른다. 그러다 결혼하고 싶던 상대와 결혼을 한 이후(마흔이
넘어)에야 조교수가 되었다 다시 관두고 만다. 그의 직설적인
말투(다른 것도 아닌 연구에 대해서만) 때문일 수도 있지만, 주로는 교수가 되었을 때 연구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그냥 조수에 머무른다고 할 수 있다(조수에게 독자적인 연구 환경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그렇다).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는 기시마 선생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시마 선생에 대해서 감탄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기시마 선생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연구자,
혹은 교수로서의 일반적인 삶으로서는 별로 호응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연구에 주력하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런 연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즉, 생활인으로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연구를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들이 연구자로서 타락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오히려 기시마 선생이 아니라 이 소설의 화자 하시바가
더 현실의 연구자로서 전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더 공감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한 부분을 꼽으라면
다음 부분을 꼽는다. “나는 잘 처신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독신이었다면 이런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와 아이들이 늘 나의 머릿속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가능한 한 가족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학회에서 모집한 강연회의 강사를 맡았다. 이것은 꽤 짭짤한 아르바이트비를 받을 수 있고, 많은 선생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학술서 집필도 권유받았고, 조금씩
연구 분야를 넓힐 수 있었다.” (367쪽)
기시마 선생의 삶은 그 길을 걷지 않은 사람에게는 감동스러울 지
몰라도 그 길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그저 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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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에서 먼저 본 아마존 저팬 독자 서평들~책의 앞 부분에 이 책에 보내는 찬사라는 부분 짤막한 서평들이 2,3장 정도로 실려있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읽고 감동을 받았나 보다 싶었다. '섬세하고, 깨끗하고, 진한 여운이 남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감동으로 가슴이 떨렸다', '스토리에 매료되었다'등 많은 서평들과 특히나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인생의 항로가 바뀔지도 모른다. 주의를 요하는 소설' 이라는 카피문구에 기대감은 한 껏 부풀어만 갔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는 4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은 화자인 하시바의 간략한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대학교에 들어간 후, 4학년이 되어 졸업논문을 쓸 때가 되어 기시마 선생을 만나게 되는 부분이 담겨있다. 2,3장에는 대학원생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기시마 선생에게 지도를 받고 연구를 하며 영향을 받은 부분들이, 4장에는 박사과정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살아가는 이후의 일들이 담겨 있다. 어떻게 대학원에 들어가고 연구를 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발표하고 하는지등 대학원생들이 일상이 잔잔하고 담담하고 세세하게 실려있었다. 아마 공학박사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작가 자신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잘 녹아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이과적인 분야의 이야기에 어려운 연구과제에 관한 이야기들에 사실 난 그리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책 속에서 느껴지는 학문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만은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연구를 대하는 하시비와 기시마 선생의 태도에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진짜 좋아서 무언가를 한다는게 느껴졌고, 두 사람에게는 그 생활들이 참 즐거워보였다. 심지어 히시바의 결혼식에서 까지 오랜시간 이론들을 읊어댄 못말리는 기시마 선생의 모습들까지~~나는 이렇게 한 분야에 대해서 열심히 파고 들고 알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어 괜히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었다.
성실하고, 시간에 엄격하고,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 낸다는 주의의 평을 받는 게다가 능력 또한 뛰어난 기시마 선생을 히바키가 많이 따르고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기시마 선생 그 존재 자체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진 못해서 왜 제목이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가 된 건지 좀 의아하다. 두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인 건 맞지만 이건 그저 히바키의 학문성장과 자아성장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시마 선생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었거나 아마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놓친 부분들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어떤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기대에는 못 미쳐 여러모로 나한테는 아쉬운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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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기로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2학년 때 이 책을 읽고, 진로를 고민하고 3학년 때는 준비하며, 대학들어가서 다시 읽고, 졸업시 대학원과 취업을 결정하는 것이 어떨지? 물론 대학원 들어가면 한번 더 읽어야 한다. 책이 작가가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모리 히로시인 만큼 워낙 이공계 쪽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아마 이 책에 공감하기는 이공계생이 더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에 입학한 하시바는 꿈꿔온 대학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한다. 졸업논문을 준비 중 기시마 선생의 제자 나카무라 선배를 만나고 인식이 바뀌며 자신이 열중해야 할 것들과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기쁨을 느낀다. 이후 기시마 선생을 만나 이상적인 연구자의 모습을 그에게서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공감, 두려움, 동경을 느끼게 되었다. 작중의 배경은 일본의 20년도 더 오래전을 무대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니던 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원 시스템도 상당히 비슷하다. 작중에서는 아직 개인 컴퓨터가 보급되기도 전인 펀치타입 프로그래밍을 하던 시기이지만 시스템과 문화는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하시바처럼 특출난 사람도 아니고, 연구에 그리 뜻을 두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연구에 뜻을 두려면 작중의 하시바가 존경하는 기시마처럼, 그만큼은 못미치더라도 주인공 하시바처럼 연구에 뜻을 두고 한없이 동경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상당히 세속적이고 저속적인 욕망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아마 그들처럼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대한 생각, 좀더 어렸을 때 느꼈던 공부라는 것에서 느낀 성취감, 대학에 대한 이미지 등에 크게 공감했다. 그때 느꼈던 또는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글로 정리하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을 정도로 글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에 하나였던, 나 스스로가 처한 연구와 논문이라는 테마에 대한 글이 있어 인용한다.
평소보다 너무 많은 인용을 하여 분량도 많아졌기에 내가 더 첨언하기 힘들 것 같다. 이와 같은 논문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행정적인, 세속적인, 연애적인, 인간적인 부분에 대한 주옥같은 이야기도 가득 담겨있다. 정말 추천사에 적혀있는대로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들고 공감가는 것들 투성이라서 두고두고 읽겠다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이러한 공감을 느낀 뒤에는 불현듯 내가 처한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지금 내가 있는 이 장소, 이 시간이 하시바가 마지막 장에서 그렇게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는 그 순간, 그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어서 나 역시 이렇게 마음 편히 있을 장소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가지고 있었던 불안감이 더욱 확실시 되어 두려웠다. 그런만큼 더욱 연구와 지금에 열중해야 할 텐데 어째서 내 몸은, 정신은 다른 쾌락적인 무언가를 쫓는 것인지 한숨도 함께 나온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하시바와 같은 인생에 대한 동경이었다. 기시마는 나의 롤모델로 적합하지 않다. 모든 것보다 연구를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김으로써, 그에 의해 희생되는 것들을 좌시하는 것을 나는 할 수 없다. 하시바는 정말 기적적으로 인생에서 절망할 시기에 최고의 선배를 만나고, 최고의 스승을 만나며, 최고의 반려를 만났다. 그야말로 그의 반려인 스피카는 이름 그대로 주인공 하시바의 별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작중에서 그녀가 그에게 보내는 행동과 말들이 모두 감동적이다. 그런 멋진 만남,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걸어나간 하시바에게 부럽게 느껴졌다. 아직 대학을 들어가지 않은 학생들은 이 책을 읽고 대학에 대한 인식을 다시 가지고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 바라며, 대학원을 꿈꾸는 학생들은 대학원이 어떤 곳인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강력히 추천한다. 물론 책, 소설인 만큼 어느 정도 이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면이 있다. 그러나 연구하는 이가, 공부하는 이들이 현실에서 만날 문제들에 조언이 될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 담겨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이상을 들이밀며 거짓을 고하고 위로하는 글이 아닌, 현실을 느끼고 인정하며 그럼에도 이상을 쫓는 글들이다. 공부와 연구에 꿈을 둔 이들에게 이 책은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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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 간결한 소설을 읽었다.. 그 동안 사랑,스릴러 등 대중적인 소설을 읽었는데.. 이 소설 참 대단하다.. 특별한 사건 없이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기시마 선생.. 남들은 하루라도 빨리 출세를 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데, 자신의 연구를 위해 소신껏 끝까지 가는 그 모습이 참 멋지다.. 그 선생에 그 제자.. 하시바.. 아니 선생을 넘어서는 능력(?).. 청출어람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그래도? 중요한건 조용히 연구하고 어떤 일이든 소신껏 행하는 선생님이 있기에 하시마군이 그 모습을 보면서 더 훌륭하게 성장하고 깨달았다고 믿는다.. p.238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 ...이 왕도가 의미하는 것은 걷기 쉬운 지름길이 아니라 용자가 걸어야 할 깨끗하고 옳은 정도를 말한다. 나는 대학시절에 왜 이런 열정이 없었을까..? 문득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된다. 깨끗하고 간결한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에서 큰 울림을 듣게 된다. 마치 태풍의 눈같은...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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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저랑은 상반된 인물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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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시절에는 정말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한동안 읽지 않다가 정말 오랫만에 읽은 책이다. 읽기전 이책에 보내는 찬사들이 너무 좋았고 많은사람들이 순수하게 아름다운소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내마음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직장생활에 찌들어 내가 정말 좋아하던 일본소설을 읽지 못했는데, 이제 겨우 그 대단한 소설을 읽게 되다니 왠지모를 설레임도 있었다.
이 책은 제목그대로 기시마선생이 주인공인 책이다. 시점은 그의 제자인 하시바의 시각이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초반엔 하시바의 이야기지만 뒷장으로 갈수록 그의 스승이자 이책의 주인공인 기시마선생 위주의 글로 대단원을 이루고 의외로 마지막은 약간 김이 빠진느낌이 아닐까싶은게 내 개인적인 감상이다. 너무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 물론 어느정도의 반전은 있지만말이다.그것은 아직 책을 읽지않은 사람들을 위해 기록하지 않는게 좋을듯싶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하시바또한 기시마선생처럼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려지기에는 평범한 제자의 대학원생활일지 몰라도, 그도 흔히 말해 학자스타일에 약간 외곩수기질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기시마선생에 비해 조금은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기시마선생은 그 연구성과와 실적에는 상당한 평가와 존경을 받지만 그 이외의 것에는 전혀 무관심한 문자그대로 학자스타일의 사람이다. 연구하는 것이 좋고 , 또 그것에만 흥미가 있기 때문에 후반에 하시바군이 결혼할때 (일본에서는 결혼식에 존경하는 사람의 스피치같은걸 하곤한다는걸 알고있었기에.. ) 기시마선생에게 그것을 부탁했는데, 그곳에서 마져 학문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을 듣고 이사람은 뼈속까지 학자가 아닌가싶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사회자는 서둘러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하시바는 끝까지 그 이야기를 듣는것을 보고 제대로된 제자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수많은 사람들속에 그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의 스승이 즐겁게 학문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것을 들어보자고 사회자를 만류하는 모습이 어쩐지 뭉클하면서 순수해보였다. 나도 어린시절 뭣도 모를때 연구만 하는 학자가 되고 싶었다. 순수과학이 재미있었고 흥미가 많았기 때문에 이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학문의 세계 또한 내마음을 울렸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현실에 부딪혀 나는 학자가 되지 못하고 직장인이 되었지만 잠시나마 그 순수하고 정갈한 세계속에 들어갔다가 나온것처럼 조금은 들뜨고 설레임이 지속되었다. 마무리는 책을 읽으면서 접어놓았던 흥미로운 글귀 몇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나도 그처럼 무엇인가에 빠져서 열정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p.175 "사람들은 보통, 말의 내용은 제쳐두고 말에 드러나는 감정을 읽으려 하지, 사회에서는 그게 상식인가봐, 맞아. 개가 그렇잖아. 개는 사람의 말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해.그사람의 호의를 갖는지 적의를 갖는지를 읽지.그와 같은 거야. 특히 일본사회는 말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마음이 담겨있지 않다, 라고 하잖아/ 그럼뭘까, 마음이 담긴말이란건...."
p238 "학문에는 왕도뿐이다 " 이 왕도가 의미하는것은 걷기쉬운 지름길이 아니라 용자가 걸어야할 깨끗하고 옳은 정도를 말한다.
p325 인생에는 여러산이 있지만, 산을 넘는 기술을 익히는 것으로 같은 높이의 산이라면 차츰 어렵지 않게 넘을수있게 된다.하지만 더 높은 산이 차례로 나타나 이번은 실패인가 하고 걱정이 될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오르지 않고 돌아내려올수있을까? 멀리돌아가서 우회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결국 똑같은 수고가 필요할 테고 어쩌면 멀리 돌아가는것으로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될뿐더러 높은 곳을 볼수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르지 않을수없다. 살아 있는 한 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애당초 그산은 자신이 만든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p327 이런 높이는 산을 올라가보지 않으면 알수없다. 아래에서보면 하늘을 향해 다가가는것일뿐, 얼마나 높은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일단 오르면 먼곳을 불수있다. 똑같은 시력을 가졌어도 '조망'이라는 차이에 의해 유리한 입장을 갖게된다. 높을 수록 멀리, 그리고 넓은 범위가 보인다.그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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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보다는 수학과 물리가 좋았던 기타로 하시바 그가 대학에 진학하여 석사, 박사 그리고 교수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기타로는 조금은 독특하지만 그를 이끌어줄 기시마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글쎄, 과연 내가 표현한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함께 밤새 토론하고 연구하는 모습에 빠져있다 보면 학문이라는 것은 누군가 일방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도리어 학자로서 공부하는 삶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맛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좀 더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의 학창시절은 주입식 교육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시스템에 정말 잘 적응하여 좋은 점수를 획득할 줄 아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가고 나니 누군가 정해준 방식이 아닌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생활에 참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그때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내내 남았다. 지금도 배우고 익히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눈에 당장 보이는 집착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어느새 요령만 늘어 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학문에는 왕도뿐이다”라는 말에 뜨끔하기도 했다. 왜 항상 나는 지름길만을 찾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높은 산을 애써 넘고 나도 또 다른 산이 눈앞에 보인다고 한다. 결국 그런 과정 속에서는 그저 장애물과 경쟁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때로는 그 산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금의 내가 딱 그런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지적인 즐거움을 느끼며 성실히 연구하며 살아가는 기시마 선생이기에 그러한 딜레마에 빠지기보다 이대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뭐처럼 여운이 참 깊은 소설을 읽었다. 뭐랄까, 환경학연구과 도시환경학 전공 조교수라는 작가 모리 히로시의 약력을 알고 있는지라 이 소설을 사소설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느낌이다. 그의 생활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듯한 작가의 삶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공의 인물인 기시마선생이라는 인물에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기시마 선생을 보면서 문득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을 다른 이들이 계속 수행하리란 걸 의식하면서,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능했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생각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죽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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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나는 처음 [조용한 세계]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라는 제목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어떤 제목을 쓸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본문의 내용을 가장 잘 반영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삶. 기시마 선생은 "학문에는 왕도밖에 없다"고 했다. 공부를 하는 자세에 대한 말인데, 쉽고 편한 지름길이 아니라 비록 가시밭길이 펼쳐진다 해도 학문을 함에 있어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삶을 말한다. "인생에도 왕도밖에 없다"면 모두의 인생이 순수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고,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으며, 굳센 의지로 믿는바를 실천하는 기시마 선생의 이야기에서 삶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낀다. 비록 기시마 선생처럼 인생을 살아내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삶의 정도(正道)를 걷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구절을 아래에 적는다.
“학문에 왕도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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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던 주인공 하시바는 대학에 들어가면 자신이 생각했던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예상은 멋있게 빗나가고 대학 강의란 것도 고등학교까지의 수업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대학 4학년이 되자 졸업논문 작성을 위해 강좌에 배속되어야 했다. 인기 있는 강좌는 늘 그렇듯 만원이다. 다른 학생들과 상의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조차 귀찮았던 하시바는 아무도 희망하지 않는 인기 없는 강좌를 선택하기로 한다. 물론 LTE-A급 속도로 1지망에 배속된다. 그 결과, 하시바는 상업적 연구원이라 할 수 있는 모리모토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런 하시바가 모리모토 교수의 강좌에서 기시마 선생을 만나면서 대학교수로까지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다.
기시마 선생은 일반인들과 거의 반나절 정도 틀어진 시차로 생활한다. 그러니까 밤 10시에 학교로 출근해서 대략 낮 3시쯤 퇴근을 한다. 덕분에 늘 자리가 부족한 계산기센터의 단말기 실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작가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개인 PC가 보급되기 전이라고 한다. 그는 컴퓨터의 천재이자 연구를 할 때 왕도의 길을 걷는 스타일로 한마디로 표현하면 괴짜다. 얼굴과 태도로 심정이 드러나지 않고, 연구에 관한 한 냉정하여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땐 차갑다고 느낀다. 하지만 기시마 선생은 훨씬 정열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신념을 실행하는 타입이다. 계산기센터의 사와무라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시마 만난 후로 하시바는 진심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길 다행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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