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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의 지평을 넓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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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f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이따금 볼 때마다 자주 느꼈던 것이 있다. '나 sf하고 있어!', '나 대단한 이야길 하고 있어!'하는 과시나 자기도취가 그것인데, 전윤호 작가의 작품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증강동물, 하이브 마인드, 합성생물, 인간-동물 인터페이스 등등 그 자체로 소설 한 편 거리인 기발한 소재가 잔뜩 등장함에도 무심하다(?)할 정도로 덤덤히 넘어간다. 장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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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f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이따금 볼 때마다 자주 느꼈던 것이 있다. '나 sf하고 있어!', '나 대단한 이야길 하고 있어!'하는 과시나 자기도취가 그것인데, 전윤호 작가의 작품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증강동물, 하이브 마인드, 합성생물, 인간-동물 인터페이스 등등 그 자체로 소설 한 편 거리인 기발한 소재가 잔뜩 등장함에도 무심하다(?)할 정도로 덤덤히 넘어간다. 장광설이나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그런거 쓸 바에 디테일 한 줄이라도 더 넣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중심 소재 뿐 아니라, 그냥 건물 어디로 들어가는 일상적 장면도 눙치고 넘어가는 법이 없이 꼼꼼하게 기술적 디테일을 묘사한다.

앞에서 덤덤하다 한 것은 문체가 그렇단 것이지 주제의식까지 무심한 건 아니다. 해당 소재 관련한 윤리적, 철학적 문제, 법적 규제, 기술 유출 등의 사회적 이슈 등도 꼼꼼히 짚는다. 요컨대 과학기술 그 자체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윤리적, 사회적 맥락까지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덕택에 실린더형 우주거주지까지 있을 정도로 최소 십수년 뒤의 미래로 보이는 시간적 배경이, 현재 혹은 수년뒤의 가까운 미래처럼 생생히 느껴진다.

심각한 주제의 하드sf지만 겁(?) 먹을 건 전혀 없다. 기술묘사는 흔한 신문 과학기사 수준을 넘어서지 않고, 주제의식이나 사회적 이슈도 고등학교1학년 사회교과서 레벨(수준이 낮다는게 아니라 쉽고 알차단 의미)이다. 단문위주의 명료한 문장과 어우러져 술술 읽힌다. 하드SF 운운한 홍보가, 다른 국내sf작가보다 차별점을 두는덴 좋겠지만, 대중성을 깎아 먹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테러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충실한 스릴러다. 늘어지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느끼해질만 하면 장면이 전환되고, 텐션이 떨어질만 하면 액션이 터진다. 주인공인 준우와 유진의 관계, 두 형사간의 은근한 티키타카 개그 등 건조하게 치고 빠지는 인물관계 묘사도 마음에 든다. 이런 인물묘사는 전작<모두 고양이를 보았다>에서 발전한 부분 같다. 건조한 문체의 얇은 인물묘사가 다소 약점이었는데, 이를 자기 스타일로 돌파했달까. 하이브 마인드에 보그족 운운, 석영 저장장치 저장소 이름인 '고독의 요새' 등 sf덕후스러움도 숨기지 않는다. 이야기 전체가 <혹성탈출>을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한 오마주(결말에서 말그대로 '혹성'을 '탈출하는 점도 재밌음)로 보인다.

굳이 아쉬운 부분을 짚자면, 반전이 다소 물릴 정도로 거듭되어 장대한 스케일의 결말부가 약하게 느껴지는 점, 깊게 짚어볼 여러 생각거리들이 주마간산 식으로 훑고 넘어간다는 점 등이다. 넘치는 아이디어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9 2022.09.17. 신고 공감 1 댓글 0